로맨스와 넥타이
청우문대, 넥타이와 반지와 노란 장미
청우문대 2회 전력: “나 미치는 꼴 보고 싶어?”, 넥타이
감사합니다!
기념일을 맞아 오랜만에 이벤트를 기획한 참이었다. 밖에 대놓고 우리 사귀어요, 하고 광고할 수는 없으니 실내에서 끝나는 것으로. 박문대의 머리색에 맞추어 화사한 노란 장미와 분홍색 장미, 흰 장미를 엮어 만든 꽃다발과 어두운 조명, 촛불, 반지, 뭐 그런 것들로. 시간이 없어 급하게 준비한 탓에 류청우의 기준에는 한참 모자랐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류청우는 그게 프로포즈의 정석이라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게 잘못이라면 잘못이었을까? 박문대는 아주 많이 놀란 얼굴로 저를 보다가 잠깐 꼼지락거리고는 입술을 꽉 깨문 채 고개를 팍 들어 류청우를 마주보았다. 그러니까, 맹세코 류청우는 박문대가 제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형. 청우야.”
“응, 형.”
“너 나 미치는 꼴 보고 싶냐?”
눈이 훼까닥 돌아버린 것 같다. 그런 모습조차 지나치게 매력적이어서 온 얼굴에 입맞춤을 뿌리고 싶다고 하면, 아마 이 형은 저를 빤히 보다가 깊은 한숨을 쉬며 등짝을 때리겠지만. 그런 기색을 읽어내기라도 했는지 박문대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조금 누그러진 얼굴로 류청우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야, 됐고. 누워.”
그 말 한 마디에 류청우의 심장이 쿵 떨어지는 기분이었다고 한다면. 류청우는 화르륵 달아오른 얼굴을 가다듬을 틈새도 없이 침대로 밀쳐졌다. 흰 시트 위로 깔끔하게 다듬은 푸른 머리카락이 풀썩이며 흐트러지고, 머리색과 맞췄는지 역시 푸른색인 넥타이가 딱 맞게 재단되어 타이트하게 붙은 셔츠 위로 아무렇게나 얹혔다. 박문대는 그 모습을 무표정하게 감상하다, 협탁에까지 장식된 노란 장미 몇 송이를 뽑아 꽃잎을 떼어내 류청우의 위로 흩뿌렸다.
“... 이걸 네가 봐야 하는데.”
“하하... 마음에 들어, 형?”
“어, X나.”
박문대의 목울대가 울렁이는 것이 보였다. 새카맣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셔츠와 정장 바지 차림의 류청우를 쭉 훑어내렸다. 류청우는 마른침을 삼켰다. 박문대는 그대로 몸을 숙여 류청우의 넥타이를 잡아당겼고, 류청우는 자석이 상극에 이끌리듯 박문대를 잡아먹었다. 그리고 그 순간, 류청우는 어둡게 빛나는 조명 아래, 박문대의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서 반짝이는 반지를 보았다.
“그럼 우리 오늘이 첫날밤인가?”
“오냐, 아주 맛있게 먹어주마.”
“응, 좋아.”
엄연히 따지면 첫날밤은 아니었지만, 부부가 되기로 결심한 후로는 처음이니 어쨌든 첫날밤이라고. 류청우는 가볍게 박문대를 붙잡고 제 아래에 부드럽게 눕혔다. 박문대가 그에 응하듯 류청우의 셔츠를 뜯어내고, 류청우는 부드러운 손길로 박문대의 윗옷을 벗기고는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이제부터는 부부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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