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티온
청우문대 24회 전력: 졸업 감사합니다! 나인 투 텐. 이게 뭐냐고? 뭐긴, 내가 연구실에 처박혀서 내 연구 하면서 교수 따까리짓도 겸사겸사 해야 하는 시간이다. 요일은 왜 없냐고? 연구실 생활에서 주말을 따지는 건 사치니까. … 알 것 다 아는 사이끼리 이런 걸 물어보는 이유는 뭔가. 남의 속 뒤집어놓으려는 거면 그건 류청우 하나로 충분하니까 그만 해
청우문대 23회 전력: 사진 / 빗소리 / 별처럼 반짝이는 감사합니다! 류건우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고, 또 잘했다. 가장 제정신이 아니던 그 시기에도 카메라는 버리지 않았을 정도로, 취미라 삼아보고자 했던 몇 없는 것을 사진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아이돌이 된 지금도 그 실력이 어디 간 것은 아니어서, 박문대는 이따금 시간이 나면 근처로 사진을
청우문대 21회 전력: 열대야 / 운동선수 오늘도 감사합니다! 박문대, 17세. 사격부의 떠오르는 신예로, 총을 잡고 불과 반년만에 첫 출전한 전국체전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한 혜성같은 존재였다. “형 곧 선발전 아니에요?” “하하.” “그런데 왜 여기 계세요.” “음, 시원해서.” “더우시면 겨울처럼 안에서 창문만 열고 쏘시던가요.” “하하!”
청우문대 20회 전력: 악몽, 쉽지 않은 일 분량이 짧습니다. 감사합니다! 류청우는 그게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을 기점으로 갑자기 달라진 동갑내기 형의 모습이. 이런 날씨엔 여행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날씨가 유독 맑고 시원한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부는 날이면 류건우는 잠을 이루지 못하곤 했다. 정작 류건우 본인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의
청우문대 18회 전력: 인어 엔딩이 모호합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하, 겨우 떼어놨네.” 인간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깊은 바다 속 어딘가. 그곳에서 박문대는 거칠게 뛰어드느라 아직 공기가 방울방울 매달린 꼬리를 대강 흔들었다. 바닷물에 푸르게 물든 햇빛이 희미하게 꼬리의 비늘에 맞닿으며 은은한 빛을 뿜었다. 그런 꼬리를 살랑거리며, 박문대는 아
청우문대 16회 전력: “내일 만난 너를 오늘 내내 생각해” 분량이 짧습니다. 원작 인용 구절이 있습니다! 언제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류청우는 홀로 숙소 거실에 앉아 있었다. 어둑해진 바깥에도 불을 켜지 않아 캄캄한 거실 한가운데에, 다른 멤버들은 모두 모종의 이유로 외출해 아무도 없는 빈 곳에. 스티어, 데뷔 5년차 남자 아이돌 그룹. 그럼에도 제
청우문대 15회 전력: 숙소에서 생긴 일 감사합니다! 테스타TeSTAR. 올해로 데뷔 11년 차, 그리고 오늘은 테스타의 10주년이 되는 날. 전원 제대 후 첫 데뷔 기념일, 그리고……. 리더와 메보가 사귀는 걸 멤버들에게 들킨 날. 이런 상황을 뭐라고 하더라. 럭키 뭐시기였는데. 아니, 노린 거면 럭키어쩌고도 아닌가. 박문대는 얼떨결에 저와
청우문대 13회 전력: 카페인, 일기장 감사합니다! 4/14 커피 때문인가? 부정맥이라도 왔는지 의심했다. 벚꽃이 정말 예뻤다. 류청우가 박문대의 다이어리를 본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급하게 나가느라 놓고 가기라도 한 건지 책상 위에 웬 노트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을 본 건 류청우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게 박문대의 다이어리라는 것을 알아본
청우문대 12회 전력: 꽃, 캠핑 감사합니다! 박문대의 솔로 앨범이 무사히 발매되었다. 이 문장은 앨범의 예약 판매부터 초동 집계, 티저, 컨셉 포토, 뮤직비디오, 음악방송, SNS 포스팅, 예능, 자체 컨텐츠, 비하인드 컨텐츠까지 그 모든 것이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순조롭게 종료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그 중에도 반응이 가장 뜨거운 의상은 있었다
청우문대 6회 전력: “난 기다림이 좋아” 감사합니다! 류청우는 며칠째 병실 앞을 초조한 걸음으로 서성이고 있었다. 그 안으로는 이따금 사람이 드나들었고, 류청우가 그들을 붙잡고 안의 상황을 물으면 그들은 아직이라며 고개를 저어보였다. 그래도 류청우는 사람이 오가며 잠깐 열리는 좁은 틈새로 병실 안을 엿보려 애썼다. 알싸한 약 냄새가 그의 몸을 덮쳤으나
청우문대 2회 전력: “나 미치는 꼴 보고 싶어?”, 넥타이 감사합니다! 기념일을 맞아 오랜만에 이벤트를 기획한 참이었다. 밖에 대놓고 우리 사귀어요, 하고 광고할 수는 없으니 실내에서 끝나는 것으로. 박문대의 머리색에 맞추어 화사한 노란 장미와 분홍색 장미, 흰 장미를 엮어 만든 꽃다발과 어두운 조명, 촛불, 반지, 뭐 그런 것들로. 시간이 없어 급하게
박문대는, 곪아버린 상처를 홀로 끌어안은 채 침몰해가는 류청우를 보며 이젠 제법 오래된 과거를 떠올렸다. 이제는 십 년도 넘게 지나버린, 그가 돌이킬 수 있었던 마지막 시간을. 독서실에 앉아 책과 노트를 펼치고 펜으로 사각거리며 외울 것들을 정리한다. 한참동안 외우고 나면 제대로 외웠는지 확인하기 위해 문제를 푼다. 풀고, 채점하고, 오답을 확인하고, 다
‘스티어 류청우’. ‘테스타 류청우’와 다른 수식어는 단 하나뿐이었지만, 그 하나는 수많은 갈림길을 만들었다. 이를테면 무책임한 회사에 아무 대응도 할 수 없었던 것이나 같은 팀의 멤버조차 신뢰하지 못하는 것, 또는 멤버를 지키지 못한 것, 그 결과 길고도 잔인하게 침몰해버리는 것. 류청우는 생각한다. 자신은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 없었을 거라고. 박문대에
박문대가 이상을 느낀 것은 초겨울의 어느 맑은 날이었다. 과음의 대가로 찾아오는 지독한 토기와도 같은 느낌. 메슥거리는 속을 붙잡고 화장실의 문을 잠근 직후, 박문대는 치밀어오르는 토기에 한참 동안 변기를 붙잡았다. 눈을 감고 심호흡하며 쓰라린 속을 다스리던 박문대는, 입 안으로 시큼함이 올라오는 대신 달콤한 향이 난다는 것을 깨닫고는 눈을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