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과 민트
청우문대, 완결 후 if, 키스와 폭탄과 우당탕탕
청우문대 15회 전력: 숙소에서 생긴 일
감사합니다!
테스타TeSTAR.
올해로 데뷔 11년 차, 그리고 오늘은 테스타의 10주년이 되는 날.
전원 제대 후 첫 데뷔 기념일,
그리고…….
리더와 메보가 사귀는 걸 멤버들에게 들킨 날.
이런 상황을 뭐라고 하더라. 럭키 뭐시기였는데. 아니, 노린 거면 럭키어쩌고도 아닌가. 박문대는 얼떨결에 저와 입술을 부딪힌 류청우의 한껏 커다래진 눈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빨빨거리던 로봇 청소기에 박문대의 발이 걸린 건 우연이었지만, 넘어지려는 다리로 굳이 달음박질을 쳐 류청우 위로 넘어진 건 박문대가 노린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제대 후 오랜만에 다같이 모이는 자리였기에 오랜만에 모두가 숙소에 모여 단체생활 중이었는데, 하필이면 박문대는 제대 직후 가족인 큰달의 집에 머물렀다가 숙소로 오는 바람에 류청우와 단둘이 있을 기간을 마련하지 못했고, 자연스럽게 스킨십 빈도도 줄어들어 박문대는 기꺼이 꽃신을 신어준 연인에게 답례의 키스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는 것이 아마 변명거리가 되어줄 것이었다. 박문대는 서서히 달아오르는 류청우의 얼굴을 즐겁게 감상하다, 상체를 들어 입술을 떼어내고는 류청우의 이마에 제 이마를 부볐다. 류청우는 붉어진 얼굴로 어쩔 수 없다는 듯 웃고는 기꺼이 키스를 선물했다. 아주 진한 키스를, 앓는 것 같은 신음과 진득한 소리를 숨길 생각조차 없이. 그러니까, 숙소 바닥에 엎어진 채로. 분명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대담한 키스를 한 것이었지만, 누군가 숙소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소리도 듣지 못한 것은 명백한 그들의 실책이었다…….
털썩. 푸스스.
뭔가 묵직한 것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나더니, 비닐봉지가 제풀에 사각거리는 소리가 났다. 등골이 오싹해진 박문대가 류청우와 함께 현관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비명조차 못 지를 정도로 깜짝 놀란 채 그들을 보고 있던 것은 배세진이었다. 박문대의 머리는 잠시 멈추었다가 미친 듯이 빠르게 돌아갔다. 방금 배세진이 돌아와서 그들을 보았고, 배세진은 이세진과 선아현을 끌고 장을 보러 갔다, 그 말인즉슨.
“형님, 이제 우리 한 번만 더 갔다오면 되는데… 형님?”
이세진은 현관 앞에 묵직한 장바구니 몇 개를 내려놓고는 도로 나가려고 하다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배세진이 의아했는지 고개를 내밀어 배세진의 주위를 살폈다. 가루가 되어 날아갈 것 같은 배세진의 머리 너머로 큰세진의 눈에 보인 것은 바닥에 엎어진 류청우와 박문대가 서로 착 달라붙어서, 누가 봐도 진하게 혀를 섞은 것 같은 번들거리는 입술로 저희를 보는 모습이었다.
“…….”
이세진은 일단 현관문을 닫았다. 아무리 이 층에는 그들밖에 없다지만, 언제나 그렇듯 보안은 철저해서 나쁠 것이 없다. 선아현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긴 했지만, 아현이가 숙소 비밀번호를 모르는 건 아니니 괜찮다. 그 정도로 합리화를 마친 이세진은 냅다 손가락을 내질렀다. 물론 그렇다고 입 밖으로 무슨 소리가 나오는 건 아니었다.
“?!!!!???!!!!???????? …… ! ?????!?!!!!!!!!”
차마 음절도 되지 못한 괴상한 소리를 지르는 이세진을 보고서야 좀 이성이 돌아온 박문대는 일단 키스의 여파로 다 젖어버린 입술을 옷소매로 슬쩍 훔치고는 류청우에게서 몸을 떼어냈다. 아주 잠깐, 진득한 시선이 박문대에게 머물렀다 떨어졌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박문대는 일단 양 손을 들어올렸다. 숨기려고 해 봐야 현장을 검거당한 이상 이미 거짓말은 의미가 없었기 때문에 박문대는 순순히 진실을 밝혔다.
“숨겨서 미안합니다.”
“… !!! ……!!!!!!!!!!!!!!!!!!!”
이세진은 물론, 배세진마저 충격을 받아 비명도 못 지르고 얼굴이 시뻘게졌을 무렵, 또다시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선아현이었다. 박문대는 일단 현관에 놓인 장바구니 세 개와 비닐봉투 하나를 복도로 끌어내고, 신발만 간신히 벗은 채 현관에 굳어버린 두 사람을 류청우의 도움을 받아 질질 끌어 거실에 대충 옮겨주었다. 곧 문이 열리고 선아현이 남은 장바구니 두 개를 든 채 현관 안으로 들어왔다.
“무, 문대야, 일단 네가 말한 대로 사 왔어. 케이크 시트랑 생크림, 과일이랑….”
“그래. 고맙다. 이따 라이브 켜면 케이크 꾸밀 거니까, 그것들 냉장고에 정리해줄 수 있겠냐.”
“으응!”
선아현이 주방에서 달그락거리는 동안, 그제야 정신을 차린 이세진은 저보다도 더 멍하니 굳어버린 배세진을 흔들어 깨웠다. 연신 ‘말도 안 돼……. 우리한테는 말도 안 하고…….’ ‘지금 그게 문제에요 형? 아니, 문제긴 한데 우리 라이브 코앞이니까 정신 좀 차려봐요.’ 이런 대화만 주고받던 배세진과 이세진은 고개를 탈탈 털고는 주방과 박문대, 류청우를 번갈아보았다. 그 눈빛에서 ‘라이브 끝나고 보자’, ‘라이브 끝나고 봅시다’라는, 일종의 각오 겸 경고를 읽은 박문대는 슬쩍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니, 그들에게도 나름의 계획이 있었단 말이다. 그라고 이런 식으로 들키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형들 다 왔어요?”
“오냐.”
“그럼 김래빈 오면 문 잠가요!”
“그래.”
상황을 모르는 선아현과 차유진은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네 사람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고, 마지막에 들어온 김래빈은 분위기를 파악할 새도 없이 이제 라이브를 준비하자는 류청우의 손에 잡혀 순식간에 주방으로 끌려갔다.
데뷔일 라이브는 각자가 데코한 케이크를 자른 뒤 먹거나 먹이거나 멤버들의 얼굴에 묻히거나 던지는 화려한 퍼포먼스와 신청곡들을 즉석에서 부르는 코너를 넘겨 손편지 낭독까지 끝내며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라이브를 끝내고 뒷정리까지 다 끝내 깔끔해진 거실 한가운데에 박문대와 류청우를 앉힌 다섯 멤버는 두 멤버들 주위로 동그랗게 둘러 앉았다. 배세진은 분위기를 잡으려는 듯 자리에 앉기 전 다른 조명은 다 끄고 무드등 몇 개만 켜서 일부러 어둡게 맞추었다. 김래빈과 선아현은 여전히 영문을 모르는 얼굴이었지만, 차유진은 류청우와 박문대만 가운데에 앉은 것을 보고는 뭔가를 느꼈는지 의뭉스러운 표정이었다. 그 상태에서 배세진은 결연한 얼굴로 이세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세진이 마주 끄덕이자, 배세진은 냅다 두 사람에게 폭탄을 던졌다.
“밖에선 티 내면 안 돼!”
류청우의 눈이 동그래졌고, 박문대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반대는 안 하는 건가? 그런 생각을 박문대가 하고 있을 때쯤, 배세진은 체념한 표정으로 입을 살짝 내밀었다. 흘긋 보니 이세진도, 차유진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오랫동안 같이 지내다보면 표정도 닮나? 박문대의 머릿속에 그런 시덥잖은 생각이 잠시 들었다. 보충 설명을 하듯 이세진이 입을 열었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잖아.”
“그렇지.”
“그러니까 그냥, 선은 넘지 말고. 알아서 잘.”
마지막 쐐기를 박듯 이세진이 말을 마쳤다.
“나는 둘 믿어.”
그 말을 끝으로 이세진이 박문대의 어깨를 팡팡 두드렸고, 배세진은 류청우와 눈을 맞추고는 고개를 크게 끄덕거렸다. 그러고는 이제야 상황을 눈치챈 것 같은 선아현과 김래빈을 끌고 방으로 들어갔다. 차유진은 마지막으로 들어가며 ‘멋져요!’ 한 마디만을 남기고는 씩 웃으며 문을 닫았다. 어차피 박문대의 룸메이트는 김래빈이고, 류청우의 룸메이트는 차유진이니 알아서 방을 바꿔줄 것 같긴 했지만. 그 생각대로, 잠시 후 차유진은 개인 침구와 게임기를 가지고 김래빈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투닥거리는 소리가 어렴풋하게 들리는 것을 보니 잘 적응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단둘이 거실에 남은 박문대와 류청우는 잠시 멍한 얼굴로 멤버들이 사라진 방 쪽을 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가볍게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에게 덤벼들어 거침없이 키스했다.
첫 키스는 레몬 사탕처럼, 민트향 캔디처럼 찌릿하고 달콤하다던가. 그렇다면 류청우와 박문대는 언제나 레몬 사탕같은 키스를 하는 기분인가 보다. 키스할 때의 설렘은 이미 몇 번이고 몸을 섞은 사이임에도 여전했으니까. 박문대는 저를 부드럽게 감싼 류청우의 온기에 마음껏 기대어, 어디선가 민트 향이 나는 것만 같은 기분 좋은 착각에 빠졌다. 아쉽게도 그들은 숙소 거실 한복판에서 그보다 더한 것을 할 배짱은 없었기 때문에 그날은 거기에서 멈췄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멤버들은 숙소에서 독립하겠다는 류청우와 박문대를 맞이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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