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모음

깜카 당하는 박문대

문대른인가?

박문대 웬만한 거에 속지도 않고 놀라지도(공포 제외) 않는데, 깜짝카메라해서 박문대 펑펑 울리고 싶다.

기버서 우는 건 봤어도 슬프거나 화나거나 아무튼 그런 부정적 감정으로 우는 건 한 번도 못 봤으니까 고민하다가 수락하는 테스타. (물론 연차가 많이 쌓였데도 방송국에서 푸시하는 걸 막을 수는 없음)

그런데 문대 속이려면 데뷔 20년차 배우님밖에 답 없을듯.

박문대가 회사 실질적 경영자니까, 면담 신청하는 배세진.

"...많이 고민해봤는데."

"예."

"아이돌,...은 더이상 미련이 없는 것 같아."

사실 배세진이 면담 신청했을 때 대충 이런 얘기가 나올 거라고 생각은 했음. 그래도 아직 계약도 남아있고 그래서 괜찮지 않을까도 생각했는데 막상 말로 들으니까 기분이 이상한 거지.

"곧 있으면 10년차잖아 우리. 해볼만큼 했다고 생각해. 물론, 즐거울 때도 많았어. 무대에서 팬들 만나는 것도 너희랑 같이 활동하는 것도. 그런데 역시 이 길은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연기를 하면 할수록 그래."

문대는 머리가 복잡할수록 이성적인 생각을 하려고 하겠지. 그런데 한켠에선 감정적으로 배세진을 설득해야 한다는 마음이 자꾸들 거임.

"형, 저희 곧 있으면 군대도 가고, 군백기동안 연기에만 집중해보신 다음에 결정을"

"군대를 가도 내가 먼저 가겠지. 갔다 와서 계속 내가 연예계 활동을 할 수 있을만한 인지도가 될까? 혼자서? 오히려 군대 다녀오면, 사람들은 연기자 배세진을 더 빨리 잊을 거야. 군대 가기 전 지금이 마지막 기회야."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래. ...나도 많이 고민해봤어. 데뷔를, 어릴 때 했지만, 내 꿈은 늘 연기자였어."

"연기의 비중을 더 늘리면요? 무대보다, 행사나 무대같은 거 제외하고, 앨범작업만이라도 참여하는 건요?"

배세진은 문대가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자신을 설득하려 할지도 몰랐고, 조금 기쁘기도 했고, 또 곧 있으면 준비한 대사 다 끝나서 마른세수하곤 일어날듯.

"난, 내 의사 전달했어. 결정도 내렸고. 그러니까 더 설득하려고 하지 마. 먼저 가볼게."

회의실 나가는 배세진 보다가 문대 책상에 엎드려서 뜨거워진 머리 식히겠지. 어디서 놓쳤을까. 저 사람이 저렇게 간절하게 바라는 거였는데, 어쩌다 놓쳤을까. 하면서 배세진부터 언론까지 생각하고 시뮬레이션 돌리느라 머리 아프겠지. 한참 그렇게 있다가 시간 확인하고 숙소 들어가니까 분위기가 난리났음. 세진이즈는 대치하고 있지, 류청우는 가운데에서 싸늘한 표정으로 배세진 쳐다보고 있지. 막내들은 방에 있는지 안 보였지만 방에서 차유진이 소리치고, 선아현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눈치보다가 문대 오자마자 조금은 안심하는 표정을 지음.

"문대야."

"무슨 상황이에요?"

"둘 다 그만해. 일단 진정하고 다시 얘기해."

"뭘 다시 얘기해요~ 여기서 그냥 다 얘기하고 끝내야죠. 문대문대~ 세진형님이 탈퇴하고 싶다는데?"

박문대는 자기가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멤버들이 다 알아버린 사실에 머리가 더 아파왔음. 거기다 류청우마저 말리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고 있음. 슽청우가 왔다가 간 다음이니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음.

"이세진 일단 들어가.

"박문대."

"진정하고 내일 얘기해."

"진정이 돼? 하... 너는모르겠지. 지금 시점에서 멤버 하나가 탈퇴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

"생각 정리하고 내일 얘기해. 이렇게 해봤자 감정싸움밖에 안 나. 형들도 들어가세요."

"내일 다시 얘기해보자. 작은 세진이도 얼른"

"얘기 더 할 게 있어? 나갈 거라는 건 정해진 거고, 다 끝난 얘기잖아."

"그게 끝난 얘기라고요? 아~ 그렇죠. 형님은 지금 형님 살 궁리까지 다 했다 이거죠? 10년동안 같이 활동한 우리 미래는 다 필요없다 이거죠? 이야~ 드라마 하나 잘 되니까 막 뭐라도 된 것 같고 그래요?"

"야, 너 지금 말 다 했나?"

"아뇨~ 세진이 아직 할 말 더 남았는데요? 더 들어볼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듣고 판단 해주실래요?"

특유의 비꼬는 말투에 배세진이 열받아 하는 걸 다 보고 있자니 한숨밖에 안 나오고, 오늘 하루가 길다고 생각하면서 자기도 그냥 쉬고 싶다고 생각했겠지.

"이세진, 진짜 그만. 두 번 말하게 하지마.

"하, 박문대 너. 그래. 됐다. 맨날 내가 제일 만만하지 어?"

"세진아, 문대는 그런 게 아니라..."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는 이세진을 따라 선아현이 들어갔고, 거실에는 셋만 남았는데 앉아있던 류청우가 일어나면서 배세진한테 실망스럽다고 얘기하고 지나가고, 배세진 혼신의 힘으로 눈물 그러모아서 분해 죽겠단 표정으로 류청우 바라보겠지.

"형도 들어가세요."

다 방에 들어가자 박문대는 소파에 누워 팔로 눈을 가린채 생각에 빠졌다가 결국 새벽까지 잠도 못 잤을 듯. 그동안 순풍만 불어와서 예상치도 못한 일이 터진 것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고 자기가 그렇게 애정을 가졌던 테스타의 불화도 있고 머리는 복잡하니까 해결책이 안 나오는 거야. 만약에 배세진이 정말 나간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보낼 수는 없고, 배세진한테 섭섭하기도 하고, 제어하지 못한 류청우랑 큰세진한테 화가 나기도 하고. 결국 새벽 4시쯤 다시 숙소 나감. 쫄려서 잠도 못 자던 멤버들이 문대 나가서 어리둥절하면서 발 동동거림.

"이, 이거 맞아!? 맞아?? 지금이라도 밝혀!?"

"그러는 게 나을 것 같지 않아요? 어쩌지! 문대 화 많이 났나...!"

"어디갔는지 알아야 하는데, 연락부터 하자."

선아현이 핸드폰으로 전화했는데 문대 핸드폰 소파 위에 올려져 있어서 멤버들 더 멘붕옴. 안절부절 못하면서 어쩌지 어쩌지 하다가 이세진이 먼저 회사 가보겠다고 그래서 새벽에 외출함. 보안담당자가 문30분 전쯤에 박문대 회사 왔다는 거 말해줘서 회사 내 문대 개인 보컬 트레이닝룸 갔더니 의자에 앉아서 가만히 있는 거임. 공간 자체가 연습실이다 보니까 방음이 엄청 잘 되어있어서 이세진이 문 두드리고 들어가는데 문 열리는 소리에도 가만히 있어서 어깨 쥐고 몸 앞으로 빼면서 얼굴 살펴봤음.

"박문... ...!!!!"

놀라서 입 꾹 다문 이세진. 이건, 정말, 큰일이다! 하면서 머릿속에 불 켜졌음. 얼굴 푹 젖어서 세상 서럽게 소리도 안 내고 울고 있는데, 문대가 그렇게 펑펑 우는 거 처음이라서 이세진 당황하다가 의자에 발가락도 찧었음. 달래주려고 끌어안았는데도 애가 그칠 생각을 안 해서 손으로 얼굴도 닦아주는데 자꾸자꾸 눈물이 흐르는 거.

"문대야, 박문대. 그만 울자. 어? 물 마실까~? 잠깐만...!"

물 가지러 가면서 멤버들하넽 문대 찾았다고 연락 넣고는 페트병 들고 왔는데도 문대 아직 울고 있고, 물 먹여주겠다고 뚜껑 땄는데 싫다고 고개만 저어서 발 동동 굴리던 이세진은 멤버들 왔다는 말에 구원자라도 만난 듯 싶었음. 그런데 박문대가 멤버들 보고 그제야 입 열어서 울음소리 내면서 울기 시작해서 다들 다시 당황함.

자기는 이 6명이 너무 소중한데, 소중해서 놓기 싫은데 멤버들은 그게 아닌 것 같고, 사이도 안 좋아지는 것 같고, 그런데 이건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닌 것 같아서 스트레스도 서운함도 폭발한 거지. 배세진 얼굴 보자마자 몸까지 떨어대면서 울다가 숨이 부족한지 헐떡이길래 멤버들 얼른가서 안아주고

"박문대!이거! 깜짝카메라야! 어!? 나 탈퇴 안 해!"

"문대야 미안해. 놀랐구나 놀랐어."

"[문대형 울지말아요! 우리가 잘못했어요!]"

거기다가 뒤에선 같이 훌쩍거리는 아현이랑 래빈이까지 혼파망이었음. 달래주면 더 울고 싶다고, 그런데도 시원하게 우는 것도 아니고 막힌 소리 내다가 자기 입 틀어막고 울고. 1평짜리 좁은 공간에 7명이 옹기종기 하다 못해 밀려나온 멤버들도 있음.

박문대는 새벽에 고민 끝에 그래도 배세진이 원하는 거니까 하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을 거임. 좋은 소속사랑 연결해주고 싶어서. 오르빗에서 배우로 전향하는 것도 고려해봤는데 배우 쪽과는 연이 없어서 괜히 배세진 앞길 막을 것 같고, 그래서 연결할 소속사 찾다가 혼자 울컥하고 억울하고 섭섭하고 온갖 감정들 다 터진 거. 자기가 그 10년을 그렇게 고생했는데 하는 마음도 있고. 아무튼간에 문대를 아예 테스타 연습실로 옮긴 멤버들은 이젠 얼굴이 붉어서 수건으로 가린 채 안 보여주는 문대 앞에서 죄인이 될 거임.

"깜짝카메라라고요..."

"으응..."

"그럼, 연기 활동은...?"

"당연히 테스타가 먼저지!!"

"다행, 이다..." (훌쩍)

안도하는 말까지 속삭이는 문대에 아 이거 정말 큰일났다. 생각하면서 문대 쓰다듬어주고 토닥이고 난리났음. 그리고 문대는 스트레스+긴장 풀려서 그대로 골아떨어졌고, 한동안 삐지고 운 거 민망해서 멤버들이랑 눈도 잘 안 마주치는데 멤버들 더 좌불안석 될 듯. 방송 나오면 러뷰어들 다 가슴 뜯어진다고 소리 지르면서 우리 문대 행복하게 해달라고 빌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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