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돌아왔다.
*류있브 연재물을 보고 싶어서 쓰는 글입니다.
기력 닿는 한은 일단 계속 연재 예정입니다.
보고싶은 장면만 쓰는 관계로 맥락 끊기는 느낌 있을 수 있습니다.
커뮤, 아이돌 잘모르는 관계로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키스까지는 전체공개 그 이상은 성인으로 걸어두며 유료결제는 계획없습니다.
그냥 류있브를 많이 봐주셨으면 하네요.
목적없는 류있브 일상힐링물
눈을 떴을 때 보인 건 낯설고도 낯익은 천장이었다.
“….”
갑작스러운 이 상황이 잠시 이해가 안 된 난 멍하니 눈만 깜박였다.
그러니까, 이건 익숙하면 안 되는 천장이었다. ‘박문대’가 아닌 ‘류건우’의 기억 속에 있는 장소였으니까.
‘…여긴 과거다.’
무언가 잘못됐다.
깨달음은 순식간이었다.
자각한 찰나였다.
붉은색의, 이제는 지긋지긋한 시스템 창이 눈앞으로 튀어 오른 건.
***
수전의 손잡이를 잡아 올린 류건우는 쏟아지는 물줄기 사이로 머리를 처넣었다. 차가운 물이 닿자 그제야 뇌가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거울을 보며 미간을 찌푸린 류건우는 흠뻑 젖은 얼굴로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류건우….”
익숙한 목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완벽하게 류건우였다.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태어나고 자란 몸이었으니까.
전과 달리 백일몽 같은 게 아니었다. 그건 감각으로 알 수 있었다.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요소가 현실감으로 생생했다.
그리고 시스템 창.
박살 낸 줄 알았던 시스템이 돌아왔다. 아니, 시간이 되돌려졌다는 게 맞는 표현일까.
분명하게도 지금 자신은 ‘과거’에 있었다.
‘…과거? 상태창은?’
생각하자마자 한 때 질릴 만큼 봐왔던 파란색 홀로그램 창이 순식간에 눈앞으로 튀어나왔다.
과거로 돌아왔으면 능력치도 과거로 돌아와야 하는 게 맞지 않는가. 능력치는 시스템이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확인했던 스탯보다 한참은 높은 상태였다. 마치 ‘박문대’로서 활동하며 능력치가 자연증가 한 것을 반영한 것처럼.
거울을 노려보고 있는 얼굴이 퍽 어려 보여서, 류건우는 표정을 사정없이 일그러트렸다.
“…씨발.”
마음속이 차갑게 들끓었다. 꿈이나 환상, 평행세계도 아니었다. 진짜 현실이었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시스템은 분명 특정 시간대에 갇혔다. 그러니까 과거라는 시간대로.
그리고 지금은 시스템이 있는 과거였다.
그 사실을 명확하게 깨닫자, 토기가 치미는 거 같았다.
거친 손길로 흘러넘치는 생각을 꽉 틀어 잠근 류건우가 형형한 눈빛으로 거울을 노려봤다.
왜 이런 일이 갑자기 벌어졌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겠지. 이전처럼 미션을 클리어해가며 진실에 도달하는 것.
그리고 나는 이 상황과 관계되어 있을 만한 사람을 하나 알고 있었다.
***
“그놈을 대체 어떻게 만나야 하지.”
LeTi 사옥 근처를 어슬렁거리던 류건우가 음산하게 중얼거렸다.
‘아이돌 준비를 하는 건 확실할 텐데.’
지금은 그놈이 회귀한 직후이자 VTIC의 데뷔 해인 시점이었다. 시간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이 당시 번호를 알고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이렇게 사옥 근처를 돌아다니는 것 말곤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모자 캡을 내리누른 류건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한숨을 참은 순간이었다.
“저기 학생!”
“…예? 저 말입니까?”
“그래! 학생! 혹시 연예인 관심 없어요? 아, 난 이런 사람인데. 학생이 너무 잘생겨서.”
들이밀어진 명함에 류건우는 눈을 깜박였다.
외모가 S이니 캐스팅이 꼬일 만했다. 다만 지금은 아니었다. 당장 목표는 그놈을 만나는 것이었으니까. 데뷔는 그다음이었다.
LeTi의 로고가 박힌 신인 발굴팀의 명함을 물끄러미 보며 말을 고르던 류건우는 목뒤를 주무르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음, 글쎄요. 저는….”
“아, 그러지 말고! 우리 회사가 바로 저기야. 잠깐 들렀다가 가보면 좋을 거 같은데 어때요?”
거리를 두려던 류건우의 팔을 잡아챈 남자가 친근한 태도로 재차 권유했다.
“이상한 곳 아니에요. 말랑달콤 알죠? 걔들 소속사거든!”
“아니, 그래도….”
“한번만! 진짜 딱 한번만! 시간내줘요! 응?!”
간곡한 말과 함께 은근슬쩍 미는 힘에 류건우는 어쩔 수 없이 밀리는 척 걸음을 옮겼다.
‘…뭐, 일단 따라가면 사옥 안에서 그놈을 만날 수도 있고.’
사원증을 들어 보안이 걸린 사옥 정문을 연 남자가 데스크를 지나며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
“아니, 잘생긴 것도 잘생긴 건데 학생한테서 진짜 스타성이 보여서 그래요. 뭔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달까. 제가 어지간하면 길거리에서 명함은 안 주는데 학생 본 순간 딱 느낌이 왔다니까?”
과거로 돌아온 게 실감이 날 정도로 멘트가 구식이었다. 뭐라 답하면 좋을지 가늠하며 담당자를 따라 걸음을 옮기던 류건우의 귓가에 순간, 귀에 익은 목소리가 스쳤다.
“후배님?”
목소리를 쫓아 휙 소리가 날 정도로 고개를 돌린 류건우는 당황한 듯, 안심한 듯 설명하기 모호한 표정의 남자의 모습에 입술을 달싹였다.
“…신재현?”
한껏 가라앉은 류건우의 목소리에 멀뚱히 서 있던 신재현이 한 박자 늦게 미소를 터트렸다.
“아! 하하! 이건, 그래. 돌아왔네요.”
“너…!”
그 미치도록 환한 미소에 이 상황과 놈이 엮여있다는 걸 확신한 류건우가 신재현의 멱살을 쥐려 손을 뻗은 순간이었다.
“재현아, 둘이 아는 사이야?”
사이를 가르는 밝은 목소리에 류건우의 손이 멈칫, 멈췄다. 아직 남들이 있는 곳이었다. 망설인 찰나 손을 뻗어 멱살께를 맴도는 류건우의 손을 자연스럽게 맞잡은 신재현이 예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냥 사이도 아니고, 아주 잘 아는 사이죠.”
부드럽게 올라간 입꼬리에 복장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다. 실실 쪼개고 있는 신재현의 낯에 울컥울컥 올라오려는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데 표정이 밝아진 남자가 신재현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야! 엄청 친한가보네. 이런 애를 알고 있었으면 말을 해줬어야지! 잘됐네. 이번에 캐스팅하려고 했거든! 이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길래 사정해서 데리고 왔지.”
“아아, 보는 눈이 있으시네요. 인규 형.”
“그래?!”
“네, 건우 형이라면 지금 당장 합류해도 이상 없을 테니까.”
“아이돌?”
“네.”
“흐음, 배우로 데뷔시키려 했는데….”
“그쪽보단 아이돌이 천성이에요.”
“그렇게나 확신해?”
“네. 그렇죠. 형?”
“…그래.”
탐탁잖다는 표정과 함께 떨어진 내 대답에 신재현의 미소가 짙어졌다. 어정쩡하게 있던 손을 잡아당긴 신재현은 그대로 류건우를 품 안으로 이끌었다.
“야…이 개새,”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요. 찾아야 할 줄 알았는데. 절 찾고 있었나 봐요?”
“…씨발.”
“이런 것도 나쁘지 않은데.”
물 흐르듯 허리를 감싸는 손길에 미간을 찌푸린 류건우가 가볍게 손을 떨어내며 속삭였다.
“…너지.”
“음?”
“너 때문에 내가 재시작한 거잖아.”
“지금 당장 설명하기에는 상황이 좀 그렇지 않나?”
무언가 알고 있는 태도에 속이 뒤집힐 거 같았다. 말없이 노려보고만 있는 류건우를 보고 눈꼬리를 한껏 휜 신재현이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궁금해요?”
“그럼 씨발, 너라면 안 궁금하겠냐.”
거친 욕설에도 마냥 즐거운지 신재현은 웃음기가 가시지 않은 낯으로 말했다.
“그럼, 우선은, 그렇죠. 본래 목적대로 오디션을 먼저 볼까요?”
***
마이크를 점검하던 류건우는 옅은 웃음소리에 벽에 기대 있는 신재현을 노려봤다. 얼결에 오디션까지 보게 된 이 상황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인규가 캐스팅해 왔다고 들었는데… 음, 이름이 류건우?”
“네. 맞습니다.”
“재현이랑도 친한 거 같고. 그래, 아이돌 지망? 마스크도 그렇고 배우가 더 나을 거 같은데”
그 말에 고민하는 척한 류건우가 입을 열었다.
“굳이 한다면, 아이돌이 나을 거 같습니다.”
류문으로 연기를 했던 건 어디까지나 배세진의 능력 빨이었다.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게 분명했다.
“흠, 그래? 자네 춤이나 노래는 좀 하나?”
“…약간 정도는 합니다.”
“한번 볼 수 있을까.”
권유에 시선을 내리깔며 한숨을 삼킨 류건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시작하겠습니다.”
어차피 미션 때문에라도 데뷔해야 했다. 신재현도 만난 상황에 빠르게 데뷔하려면 이게 최선이었다. 대충 머릿속을 정리한 류건우는 마이크를 쥐고 가볍게 입을 열었다.
[달콤한 인생엔
필요한 것들이 있지.
음악, 춤, 와인, 어쩌면 장미]
뒤에서 보고 있던 신재현은 저도 모르게 크게 튀어 나가려는 감탄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류건우는 단 한 소절 만에 이 장소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서 몰입을 이끌어냈다. 심드렁하던 직원들의 자세도 순식간에 바뀌었다. 앞쪽으로 쏠린 채 눈을 크게 뜨고 있는 자세는 놀란 게 보여 웃길 정도였다.
‘박문대가 가진 모든 건 후배님이 성취한 거예요. 그 몸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머리에 든 건 네 정신이고, 네가 만든 거야.’
그때 했던 그 말 그대로 류건우는 ‘박문대’의 성취를 이어받은 것처럼, 한없이 빛이 났다.
[구름 속의 인생
반짝이는 별들
피아노가 울릴 때
하얀 연기 속에서 피어나는
재즈…]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류건우는 흔들림이 없었다. 타고나길 아이돌로 태어난 것처럼 그렇게.
완벽에 가까운, 아니 완벽이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깔끔한 음색이 완성된 소리를 만들어냈다.
[Hmm umumm, Lalala-la…]
이어지는 허밍.
무게감 있는 저음이 심사장을 질주했다.
사운드를 채우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전율이 일 정도였다. 오싹오싹한 팔을 쓸던 신재현은 거친 시선을 마주하고 흥분 어린 미소를 지었다.
[반짝이는 별들]
기대를 넘어서는 기교와 함께 짜릿한 고음이 귓가를 때리며 듣는 이의 감성을 건드렸다. 그래, 항상 가지고 싶던 목소리였다.
VTIC에 부족하던 자리를 채워 줄 단 하나의 조각.
그 조각이 신재현의 손안으로 굴러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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