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우문대 전력] 자각

주제 : 간접키스

“이러면 간접키스인가?”

사르르 반달같이 접히는 두 눈이 박문대의 심장을 부수고 들어왔다. 미인형 얼굴에 핫바디, 안 그래도 취향 스트라이크 존인 류청우가 얼굴 앞에서 아른거렸다. 무슨 같은 브러시로 화장 좀 수정했다고 간접키스. 내가 원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치만 간접키스…인 건 맞나? 그렇게 마음 한 구석을 비집고 들어온 류청우 탓에 박문대의 신체는 이상 작동을 일으켰다. 얼굴이 불타는 듯 빨개지고, 심장은 쿵쿵 큰 소리를 내며 뛰었다. 커피를 많이 마신 것도 아닌데 손이 떨리고, 류청우의 말이 반복 재생되었다. 이러면 간접키스인가? 간접키스인가? 인가?

문대야. 어디 아파?

박문대는 제게 얼굴을 들이밀며 묻는 말에 정신을 차렸다. 류청우가 정말 걱정이 된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박문대는 속으로 욕을 삼켜야 했다.

류청우, 이 미친놈.

팬들이나 홀릴 것이지 왜 애먼 사람을 홀리고 지랄.

“네? 뭐라구요? 생각할 게 있어서 잘 못 들었어요.”

바깥으로는 입꼬리를 당겨 웃으며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류청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피식 웃으며 박문대의 이마를 짚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제 올라가자며 손을 내밀었다. 박문대는 아무 생각 없이 손을 잡고 대기실을 나갔다가 간질거리는 심장에 금방 놓아버렸다. 그리고 그게 굉장히 어색한 답변이었다는 것은 그날 밤 침대에 눕고 나서야 깨달았다. 류청우가 잠들고 나서도 한참을 잠못 이루다 이불을 뻥뻥 차며 후회했다.

박문대가 류청우를 멀리 하기 시작한 건 그날 이후였다. 멤버들이나 팬들에게는 티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서 멤버들은 둘 사이의 어색한 기류를 눈치챘고, 돌아가면서 쿡쿡 찔러보기도 했다.

차유진 : 문대 형, 또 청우 형 보면 안 좋아요? kinda trauma?

아무 일도 없다.

배세진 : 야, 너 진짜 류청우랑 무슨 일 없어?

없는데요.

박문대에게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류청우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눈치가 없진 않으니 박문대가 그를 피하는 걸 알았을텐데 아무런 동요도 없이 스케줄을 이어가고 있었다. 물론 박문대도 방송에서만큼은 평소와 같이 행동하려 노력했다.

멤버들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받은지 2주가 되어서야 류청우로부터 진득한 시선을 받았다. 지독히도 할 말 많다는 눈빛이었다. 박문대는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걸 직감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옆 침대의 주인이 저를 주시하고 있음을 곁눈질로 알았을 때 박문대는 귀신의 집에 들어갔을 때와는 또다른 공포를 경험했다. 식탁 앞에 둘러앉았을 때, 스케줄을 위해 이동하는 내내, 촬영을 제외하곤 박문대는 줄곧 류청우를 피해다녔다. 이번에는 그가 생각하기에도 좀 노골적이었다. 좀처럼 타이밍을 잡지 못한 류청우는 박문대에게 말을 걸지 못했다. 촬영을 모두 마치고 숙소로 이동할 때에도 박문대는 가장 먼저 조수석으로 쏙 들어가는 덕에 류청우를 피할 수 있었다. 이대로 숙소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씻고 류청우가 씻는 사이 그대로 침대에 누워버리면 피할 수 있겠지. 박문대는 순진하게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류청우는 박문대에게 말을 거는 대신 문자를 남겼다.

이따 씻기 전에 방에서 잠깐 얘기 좀 해.

씻기 전에. 그러니까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류청우는 그를 지옥, 아니 대화의 장으로 끌고 들어갈 생각인 듯 했다. 박문대는 알지 못했으나 맨 뒷자리에서 류청우가 미소 지었다. 어두컴컴한 차안을 밝히던 조수석의 휴대폰 불빛이 꺼졌다.

‘휴대폰하는 거 뻔히 아는데 여기서 안읽씹하기도 그렇고…. 하, 답장해야겠지.’

꺼졌던 휴대폰 화면이 다시금 켜졌다. 류청우의 입가에 미소가 더욱 짙게 번졌다. 박문대는 그의 문자에 답장을 하다 말고, 엄지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리고 X라고 되어 있는 검은 아이콘을 눌렀다. 지독한 회피 심리였다.

[ 굯데 곰머 ]

검색창에 저와 류청우의 써방용 별칭을 넣어보았다. 2주 쯤 됐으면 팬들도 알아차렸을지도 모르니 우선 확인해보아야 한다고 애써 변명했다. 사실 그를 피하는 이유에 대해 대답하기 싫은 거였다. 그래서 입술을 물어뜯으며 다른 할 말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류청우와 저 사이의 갈등을 추측하는 글은 하나도 없었다. 예전 썸페 때의 일은 간간히 남아있었지만. 대신 ‘오늘 윾튜브 굯데 곰머 간접키스 미쳤다’, ‘국데 곰머 사랑한대?’ 같은 글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니라고….

박문대는 골 때리는 내용에 눈을 질끈 감았다.

아니, 사실 맞아요.

사랑…은 잘 모르겠고, 좋아하는 건 맞을 걸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박문대가 류청우를 가슴에 품은 것도 그날 이후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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