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뵤] 우리는 그것을『사랑』이라 부른답니다?
캠퍼스 무자각 커플 박문대와 배세진, 그리고 고통받는 큰세
쭈아압
이세진은 감정을 담아 아.아가 담긴 컵의 빨대를 빨아올렸다. 맘같아선 아아가 아니라 강소주를 입에 털어넣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이 다음이 전공수업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학점은 챙겨야지. 암. 그렇고말고.
“그래서 네가 생각하기엔 어떤 것 같아…?”
제 앞에 불안한 얼굴로 앉아있는 이 남자의 이름은 배세진.
2학번 위 선배라는데, 군대갔다 복학해서 학년은 같다던가? 사실 잘 모르겠다.
학과도 다르고, 동아리도 안 겹치고, 학교가 같은 동명이인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공통점도 없는, 정 없게 말하자면 새빨간 타인. 그나마 괜찮게 포장하면 지인이라 부를 수 있는 존재.
그런데 어째서 이 둘이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고, 거기다 이세진이 배세진의 상담을 해주는 모양새냐면 이 둘을 이어주는 인물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배세진은 긴장한 건지 커피잔을 쥔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
“역시… 박문대가 날 피하고 있는 것 같지…?”
결국 이세진은 견디지 못하고 뚜껑을 열어 얼음을 와그작 씹었다. 입에 뭐라도 담고 있지 않으면 이 주둥이가 뭘 지껄일지 모르겠기 때문이다.
“이런 거 묻는 게 실례라는 건 알지만, 네가 걔랑 가장 친한 편이니까….”
실례란 걸 알면 묻지마요.
하지만 이세진은 예의범절이라는 걸 아는 인간이었기 때문에 그걸 입 밖으로 내뱉는 대신 얌전히 얼음이나 씹었다. 덤으로 속으로 제 베프도 씹어댔다.
‘문대문대 이 자식… 감히 나를 이딴 일에 휘말리게 해?’
인간관계에서 가장 다루기 껄끄러운 게 뭔지 아는가?
바로 타인의 연애다.
그리고 지금 이세진은 바로 그 연애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빠져있다. 물론 자의는 아니고, 제3자로서.
당사자는 제 앞에 있는 어딘가 소동물을 연상시키는 선배님과 방금 전까지만 해도 베프라 생각했던 웬수, 박문대다.
아아. 하느님, 부처님, 조상신님! 세진이는 거지같은 조별과제 탈주도 안하고 착하게 살아왔는데 어째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기 초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학기 초라는 건 학생이 과제나 시험 부담 없이 학교생활을 가장 속 편히 즐길 수 있는 참 짧은 시기라 할 수 있다.
무언가 시작됐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뜨기도 하고, 새로운 인연이 생기기도 하는 그런 시기.
이제 막 2학년으로 올라간 박문대와 복학생 배세진은 바로 그 시기에 만났다.
계기는 별 거 아니었다. 그 선배가 소속된 연극동아리에서 홍보용 포스터를 찍는데 원래 담당하던 사람이 휴학하는 바람에 대타를 찾다가 건너건너 사진이 취미인 박문대한테까지 얘기가 전해졌다는 점. 사례비를 준다는 말에 박문대는 덥석 그 건을 물었다는 점. 그리고 그 포스터의 주연이 바로 배세진이었다는 점.
이 점들이 모여 박문대와 배세진은 렌즈를 사이에 두고 첫만남을 가졌다. 이 첫만남에 대한 박문대의 평가는 다음과 같았다.
“피사체로서 나쁘지 않았어. 사전 미팅할 때는 표정이 딱딱해서 괜찮을까 싶었는데 렌즈 앞에 서니까 딴 사람같더라.”
학생회 술자리에서 지나가듯 하는 말에 이세진은 흐음~ 그렇구나. 정도의 추임새를 넣었던 거 같다. 이 녀석이 공적인 자리에서 이곳과 관계없는 사람 언급하다니 웬일이래?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때 세함을 알아차리고 미리 발을 뺐어야 했는데. 하지만 후회라는 건 뒤늦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후회 아니겠던가.
박문대와 배세진은 그 뒤로도 몇 번 더 만남을 가졌다. 포스터 사진이 기깔나게 나와 사람들에게 반응이 좋자 연극동아리 부장이 박문대에게 밥을 사주며 이것저것 더 부탁했기 때문이다.
페이는 별로 크진 않았지만, 어차피 취미로 찍는 건데 돈 받으면 이득 아니겠냐며 박문대는 카메라를 챙겼다.
그리고 자연스레 대화에서 그 선배의 언급되는 횟수 역시 늘어났다. 뭐, 박문대가 직접적으로 그 형이 어떻다 저떻다 늘어놓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예를 들어 이세진이 오늘 소주 콜? 했을 때 거절 명분으로 등장하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박문대는 주변에 사람이 많은 편이었지만, 사적 만남에는 선을 긋는 편이라는 걸 알고 있던 이세진은 3번 연속 같은 이유로 술 약속을 거절당하고 조금 놀랐다. 하지만 미처 그 가능성은 생각하지 못하고 멋대로 입을 나불댔다.
“올~ 그 형이랑 좀 친해졌나봐?”
“글쎄. 딱히…?”
“……??”
잉? 친하지도 않은데 왜 만나?
아무튼 난 간다. 짐을 챙겨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강의실을 떠나는 박문대를 보며 이세진은 위화감에 고개를 기울였다.
아니. 사진을 2~3일마다 찍을 리도 만무하고, 조별과제도 아닌데 친하지도 않은 인간이랑 왜 꾸준히 만나는 건데?
‘혹시 그 선배라는 인간한테 무슨 약점이라도 잡히기라도 한 건가…?’
제가 생각하고도 어이가 없어서 이세진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 박문대인데. 협박을 당하긴 무슨. 반대로 자기가 하면 모를까.
“……”
설마. 아니겠지…?
번뜩 떠오른 가능성에 이세진은 순간 오한으로 몸을 떨었다. …박문대는 남을 협박하거나… 그럴 인간이…….
‘맞지. 엄청나게 맞지!’
작년에 반으로 갈라졌던 총학생회를 이제 막 들어온 1학년 박문대가 온갖 회유와 뒷공작으로 통합해버린 사건은 알게 모르게 학생회 내에서 전설로 화자되고 있지 않은가. 이세진 역시 그런 방면으로는 능통하다 생각했는데 박문대 앞에서는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제 이세진은 그의 베프가 아니라 이름밖에 모르는 그 선배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잘못을 한 건진 모르겠지만 하필이면 박문대한테 걸려서. 참 딱하게도…. 부디 무사히 살아남으시길.
그 후로 이세진은 잠시동안 그 선배에 대한 것을 완전히 잊고 살았다. 중간고사 기간이었던 것이다.
분홍빛 벚꽃에 마음이 들뜬 것도 잠시, 폭풍같이 몰아치는 과제와 시험에 이세진은 후드를 눌러쓴 채 반쯤 죽은 눈으로 그의 생명 포션(커피)을 입에 달고 캠퍼스를 달랑달랑 걸었다.
‘그러니까… 전공 2개는 이미 시험 쳤고, 남은 과목이….’
그때였다. 건물 뒤쪽에서 무언가 철푸덕하고 바닥과 마찰하는 소리가 난 것은. 으윽…! 하며 신음도 들린 것으로 보아 누군가 넘어진 모양이었다.
머릿속이 시험으로 가득하던 이세진은 갑자기 맞닥뜨린 돌발 이벤트에 고민했다. 저걸 도와주러 가? 말아?
그냥 무시해버리기에는 넘어진 소리가 꽤 컸다. 분명 어디 다쳤을 것 같은데…. 하지만 만약 자기가 같은 상황이었으면 쪽팔려서 아무도 못 보았길 빌었을 것이다.
이걸 어쩐담…. 그 자리에 멈춰서 머리를 굴리던 이세진의 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꽂혔다.
“형, 괜찮아요?”
같이 있던 사람이 있었구나! 이세진의 선량한 양심은 이걸로 안심이었다. 그는 그대로 커피를 쪽쪽 빨며 제 갈 길을 가려 했는데… 목소리가 이어졌다.
"일어설 수 있겠어요? 다친 곳은…."
이세진은 저도 모르게 발을 멈췄다. 저 소름끼칠 정도로 다정한 목소리가 묘하게 익숙했기 때문이다.
누구지? 누구야? 제 주변에 저런 간드러지는 소리를 내는 인간이 있었던가? 아직 커피의 각성 효과가 뇌까지 닿지 못한 이세진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마치 자석에 이끌리는 것처럼 건물 뒤편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두 남정네가 있었다.
쓰러진 쪽은 모르는 얼굴이었으나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뒤돌아봤을 법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자신도 어디 가서 외모로 꿀린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저쪽은 어딘가 연예인의 오오라가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그 옆에 손을 내밀고 있는 남성은… 당연하게도 아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미처 예상하지는 못했다. 그도 그럴게 그는 총학생회에서도 가끔 피가 강철로 되어 있나고 놀림 받을 정도로 감정표현이 없는 통칭 티벳여우, 박문대였으니까.
쓰러진 남자가 외쳤다.
“괘, 괜찮아! 그냥 발을 좀 헛디뎌서…. 바로 일어나면… 으윽…?!”
“…형?! 바지 좀 걷어 봐요.”
박문대는 급속도록 얼굴을 굳히더니 쓰러진 남자의 바짓단을 걷어 올렸다. 나름 1년 넘는 시간 그의 베프로 지냈는데 녀석이 저렇게 급박해 보이는 표정을 짓는 건 처음이라 이세진은 놀랐다.
놀란 건 자신뿐만이 아니었는지 박문대에게 발이 붙잡힌 남자도 박문대를 밀어내려 연신 퍼득거리면서도 얼굴이 새빨갰다.
근데 그러다 눈이 마주쳤다.
“……!!”
“아.”
넘어진 남자는 충분히 얼굴이 빨갰다고 생각했는데도 거기서 더 얼굴이 빨개졌다. 그런 그의 반응에 박문대도 고개를 돌렸다.
“…이세진?”
박문대와도 눈이 마주친 이세진은 저도 모르게 변명을 해댔다.
“그게~ 길을 걷는데 큰소리가 나길래 뭔 일이라도 났나 싶어서… 근데 다치신 거야?”
이세진은 자연스럽게 둘에게 다가갔다. 박문대 역시 갑자기 등장한 이세진보다는 쓰러진 남자를 살피는 게 먼저라 생각한 건지 별 대꾸 없이 말을 받았다.
“넘어지면서 발목을 삔 것 같아.”
확실히 박문대 손에 잡혀있는 남자의 발목은 빨갛게 부어오르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세진과 박문대가 아는 사이란 걸 깨달은 남자는 발목보다도 이세진의 눈치를 보며 눈을 가만히 두지를 못했다. 아무래도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 모양이었다.
이럴 때는 붙임성 좋은 내가 먼저 나서야지. 그렇게 생각한 이세진은 남자에게 자기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이런 상황에서 인사하게 돼서 뭣하지만, 문대문대 친구인 경영학과 @@학번 이세진이라고 합니다~”
“…연영과 배세진.”
그게 끝이야…? 이세진은 황당함에 머리를 긁적였다. 얼굴값을 한다고 해야 하나. 아주 싸가지가 바가지가 따로 없다. 박문대가 형이라고 부르는 걸 보아 연상인 것 같으니 이거 뭐라 할 수도 없고….
잠깐만. 그보다 배세진이라면 그 박문대가 촬영 알바하는 연극동아리 선배잖아?
이세진이 홀로 깨달음을 얻는 동안 박문대는 배세진에게 말했다.
“형 일단 업혀요. 의무실까지 데려다줄게요.”
박문대가 배세진을 향해 등을 내밀자 배세진은 놀랐다.
“뭐?! 업… 업힐 필요까지야…. 살짝 삔 정도니까 그냥 조심해서 걸으면….”
“연극 공연 얼마 안 남았잖아요. 발목은 한 번 잘못되면 회복이 어려우니까 항상 조심해야해요.”
그건 그렇지만….
업히느냐 마느냐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둘을 두고 이세진은…… 그냥 X나 가만히 있었다. 왠지 모르게 끼어들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선배라는 인간은 이세진을 개무시할 때와는 달리 박문대의 걱정은 끔찍이도 해서, 본인을 업기라도 하는 날엔 박문대의 어깨가 탈골될지도 모른다고 굳게 믿는 듯했다.
반대로 박문대는 어느 모로 보나 건장한 체격의 성인 남성인 배세진의 발목이 무슨 참새 발목마냥 건드리기만 해도 뚝 부러질 것처럼 주의에 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어느새 바로 옆에 이세진이 있는 걸 잊은 건지 둘만의 세계에 빠져 서로를 걱정하는 모습이 눈물겨웠다. 하지만 참고삼아 말해두자면, 이 셋 중에서 척 봐도 가장 덩치도 파워도 좋은 사람은 이세진이었다.
결국 박문대가 업는 것으로 결론이 났는지 배세진이 긴장한 얼굴로 박문대의 목덜미에 팔을 둘렀다.
저거 괜찮으려나? 이세진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세진이 보기에 박문대와 배세진은 체격이 거의 똑같았다. 박문대도 나름 평소에 운동을 하는 것 같지만 제 몸만한 성인 남성을 옮기는 게 그리 쉽지는 않을 텐데.
그런 그의 걱정은 곧 현실이 되었다. 의무실까지 반쯤 왔을 때 박문대의 몸이 크게 휘청였기 때문이다.
“어이쿠, 조심~”
“박문대 괜찮아?!”
“…….”
이세진이 옆에서 잡아준 덕분에 다행히 넘어지진 않았지만, 배세진은 깜짝 놀라 박문대를 걱정했다. 박문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로 자세를 정비했다.
하지만 희미하게 패인 그의 미간을 보고 이세진은 깨달았다. 지금 그가 개X팔려한다는 것을.
박문대는 목소리에 철판을 깔고 말했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박문대 너…!”
“저… 문대문대. 힘 빠진 거면 나머지는 내가 업을까?”
박문대가 그리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이세진은 그렇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예상대로 박문대는 떨떠름한 얼굴로 이세진을 쳐다봤다. 하지만 지금이 남자의 자존심이나 챙길 때냐, 망할 녀석아. 잘못 넘어지기라도 하는 날엔 둘이 나란히 병원행이라고. 이세진은 지극히 상식적인 대안을 제시했을 뿐이다.
박문대는 답하지 않았지만, 배세진이 이세진의 말에 열성껏 고개를 끄덕였기에 의무실까지 남은 길 동안 배세진은 이세진의 등에 안착했다.
닿은 몸뚱아리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이세진이 그를 업은 상태로도 안정적으로 걷자 점차 편안해 하는 게 느껴졌다. 키에 비해 가벼워서 옮기는 데 그리 힘이 들지는 않았다.
자꾸 얼굴을 따갑게 하는 제 베프의 시선만 아니라면 말이다!
자신은 그저 이 이상 부상자가 나오지 않게 노력했을 뿐인데.
세진이는 억울해!
‘역시 그 둘, 사귀는 사이인가…?’
무사히 배세진을 의무실에 옮기고 시험까지 마친 이세진은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멍하니 생각했다. 박문대한테 애인이 있다니. 게다가 남자다.
아니, 남자인 것보다도 학업이랑 학생회 일 외에는 대학 생활을 제대로 즐기기는 하는 건가 싶던 그 박문대한테 애인이라고?!
어떻게? 언제부터? 누가 먼저 고백한 거야?
지금까지 봐온 박문대 성격 상 그 녀석이 고백하는 모습은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봤던 그 선배님 역시 성격은 만만찮아 보이던데….
남의 연애사는 참견하지 않는 게 정답이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 머리가 그쪽으로 돌아간다.
그때, 휴대폰 화면에 알림이 들어왔다. 동기 녀석인가? 하고 들여다보니 의외의 인물이 화면에 떠있었다.
👤 배세진
[오늘 고마웠어.] 오후 8:06
…그러고 보니 헤어지기 전에 번호 교환 했었지. 평소 버릇을 못 버려서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어쩌니 하며 제 쪽에서 휴대폰을 내밀었었다.
꽤 긴장한 얼굴로 번호를 찍길래 자기가 먼저 연락하지 않는 이상 저 선배가 연락하는 일은 없겠네~ 싶었은데 의외였다.
속으로 감탄하느라 이세진이 메시지를 확인하고도 반응이 없자 배세진은 이어 메시지를 작성했다.
👤 배세진
[나는 낮에 박문대랑 같이 있었던 연영과 배세진이야.] 오후 8:11
[오늘 도와줬는데 제대로 감사 인사를 못했던 것 같아서.] 오후 8:12
아무래도 이세진이 자기가 누군지 못 알아봤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보다 감사 인사라니. 뭐야. 생각보다 예의 있는 사람이었잖아? 망해버린 첫인상을 재평가하며 이세진은 자판을 눌렀다.
[아니에요~]
[옮기는 건 거의 문대문대가 다했죠ㅎㅎ]
[저는 그냥 마지막에 손 올린 정도?]
오후 8:12 [(이모티콘)]
귀여운 곰이 찡긋 윙크하는 이모티콘으로 마무리하고 기다리자 얼마 안 가 답이 돌아왔다.
👤 배세진
[그래도… 너도 고생했으니까!]
[너만 괜찮다면 사례하고 싶어서….] 오후 8:15
사례라. 이세진은 잠시 고민했다. 이 선배가 문대문대의 애인이라는 건, 본인에게 있어서는 형수님?이 되는 건가?
그렇다면 친해져서 나쁠 건 없었다. 뭐… 나중에 헤어지기라도 하면 골치 아파질지 모르겠지만 오늘 박문대가 하는 지극정성을 보니 당분간 그럴 일은 없어 보였다. 어차피 딱 지인 정도의 관계만 유지할 거고.
오후 8:16 [쪼아용! 그럼 힘쓴 세지니를 위해 선배님께서 밥 한 끼 사주세요~]
👤 배세진
[그거면 되겠어?] 오후 8:18
오후 8:18 [네네ㅎㅎ]
그 뒤로 몇 번 더 배세진과 톡을 주고받으면서 만날 날짜와 장소를 정했다.
그렇게 시험 끝난 다음 주말, 이세진은 약속한 시간에 맞춰 샤브샤브 뷔페로 향했다. 배세진은 이미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그 옆에 익숙한 인영이 있었다.
배세진이 제 옆에 앉은 인영을 힐끔 보고는 이세진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그… 어쩌다가 박문대한테 너랑 만난다고 말했더니 자기도 가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박문대는 별 말 없이 이세진에게 손을 휘적여 인사했다. 하지만 그 눈빛이 묘하게 날카로웠다.
아차…! 이세진은 제 실수를 깨닫고 속으로 혀를 찼다. 같은 남자니까 둘만 만나는 것에 아무런 거부감이 없었는데 생각해보니 배세진은 친구의 애인이라는 입장이었다.
남자를 좋아하는 애인과 비록 남자는 좋아해본 적 없어도 남자인 친구의 만남이라고? 애인이라면 당연히 신경 쓰일 수밖에 없겠지.
이세진은 웃으며 말했다.
"뭘요~ 당연히 문대문대도 왔어야죠! 오히려 제가 무신경했네~ 자 어서 음식 담으러 가요. 문대문대도!"
"어…, 어? 그래…?"
쿨하게 넘기는 이세진의 반응에 배세진은 떨떠름해 하면서도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옆을 박문대가 바싹 따라붙는다.
살면서 박문대가 저렇게 타인의 퍼스널 스페이스를 넘나드는 건 처음 본다. 뭐, 애인이니까 당연한 거겠지만. 대학 다니면서 동기가 여친 남친 사귀는 걸 한두 번 본 것도 아닌데 박문대가 저러는 걸 보니 왜 이렇게 적응이 안 되는지 모르겠다. 이세진은 뭘 담을까 떠드는 두 사람을 좀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았다.
박문대는 거의 배세진의 껌딱지처럼 달라붙어 떨어질 줄을 모른다. 그가 배세진의 귀에 뭐라 속삭이자 배세진은 얼굴이 새빨개져 그의 등을 퍽퍽 처댔다. 그러다 주변의 시선이 신경쓰였는지 휙휙 주위를 살핀다. 아주 닭살커플이 따로 없다.
'…그래도 잘 됐지 뭐. 박문대 저 녀석, 혼자 두면 어느 날 자취방에서 변사체로 발견되는 거 아닌가 싶을 때가 있으니까.'
이세진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저 녀석이 인간 관계에서 호구 잡힐 만한 놈도 아니고. 알아서 잘 하겠지.
기회가 되면 어떻게 사귀게 된 건지나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이세진은 본인 먹을 것을 챙겨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이 만남을 후회했다.
박문대는… 아무래도 연인에게 최선을 다하는 타입인 모양이었다. 문제는 그 정도가… 정말 눈꼴시릴 정도라는 거겠지.
박문대는 배세진에게 극진했다. 물 떠다 주는 건 기본에 반찬 얹어주고, 입 닦아주고. 새우까지 이쁘게 까서 입에 쏙 넣어준다. 너무 챙겨줘서 오히려 불편할 것 같은데 저쪽 형님은 이런 상황에 익숙한 모양인지 별 생각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사육하는 거야 뭐야…?’
평소 박문대가 아닌 척 남들에게 친절한 편인 건 알고 있었지만…. 아니 그래도 선이라는 게 있지 저게 애인이야? 발닦개지.
무서운 점은 박문대가 발닦개를 자처하면서도 정말 만족한다는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다보니 밥 먹고 함께 카페까지 와버렸다. 배세진 손 하나 까딱 안 하게 만드는 박문대답게 진동벨이 울리자 제가 집고 튀어나갔다.
둘만 남은 상황에서 배세진은 처음보단 편해진 건지 먼저 말을 걸었다.
“이거 너무 시간을 빼앗은 거 아닌가 모르겠네….”
“에이 아니에요~”
반사적으로 이세진은 웃으며 받아쳤지만, 사실 후회하고 있었다. 카페에 도착하기 전에 이 망할 커플 사이에서 빠져나갔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다. 저 박문대 자식이 하도 이상한 짓을 하니까 거기에 당황하는 바람에….
어쨌든 상상도 못했던 베프의 연인행각은 충격적이긴 했으나, 반대로 말하면 그 정도로 저 형님을 좋아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착한 세진이는 넓은 마음으로 다 이해해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입 싹 닫고 있겠다는 뜻은 아니고.
“와, 근데 문대문대가 연애하면 저렇게 애인한테 지극정성일 줄을 몰랐어요.”
이세진은 킬킬대며 배세진에게 말했다. 이 기회에 베프의 권한으로 박문대의 평소 성격 정도는 애인에게 까발려야 수지가 맞지 않겠는가.
그런데 돌아온 반응은 이세진의 예상을 한참 뛰어넘는 것이었다.
“응? 박문대가 애인이 있어?”
“예…?”
이세진은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이게 대체 뭔 소리야?
“아니, 형님이랑 문대문대…….”
“……?”
배세진은 이세진의 이어지는 말에도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이거 X된 것 같은데?
강렬한 예감이 이세진의 머리통을 강타했다. 수습해야 한다.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본능적으로 이세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건 무슨 일이 있어도 수습해야 해!
하지만 이세진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음료를 받은 박문대가 테이블로 돌아왔다. 먼저 그를 발견한 배세진이 박문대에게 묻는다.
“박문대 너 애인있어?”
“네…? 없는데요? 왜요?”
박문대도 배세진과 비슷하게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말도 안 돼. 저 형님은 그렇다 쳐도 박문대 너까지??
이 자식들 서로 자각도 없이 이러고 있는 거였어?????
이세진은 순식간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는 이어지는 배세진의 말을 큰 소리로 잘라먹었다.
“아니, 이세진이….”
“왁! 와악! 어떡하죠?! 제가 생각해보니까 미리 약속을 잡아놓은 게 있었는데 깜빡하고 있었네~ 아이고 이걸 어쩌나? 정말 죄송합니다, 형님. 먼저 일어나봐야겠어요! 문대문대, 음료 값은 나중에 톡으로 줄게! 미안!”
이세진은 재빠르게 제 짐을 챙겨 열라 튀었다. 뒤에서 음료라도 가져가라는 배세진의 목소리는 이미 들리지 않았다.
'아오 왜 그딴 말을 해서!'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제 머리를 쳐서 기절 시키고 싶다. 반응을 보아하니 둘 다 연애적인 관점으로 서로를 본 적이 없는 듯 한데…. 아무래도 제가 둘 사이에 크고 아름다운 폭탄을 날려버린 것 같다. 하지만 이세진도 억울했다.
'어딜 봐도 그거 사귀는 거였잖아!'
집으로 돌아온 이세진은 배세진과 박문대한테 갑자기 자리를 떠나서 죄송하다는 톡을 보냈다. 그리고 다짐했다. 다시는 저 둘 사이엔 끼지 않으리라고.
그러나 인생은 언제나 평탄하지 않고 업보는 돌아오기 마련.
그로부터 한 달 뒤. 이세진은 배세진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래서 네가 생각하기엔 어떤 것 같아…?”
이세진을 카페로 부른 배세진은 거추장스러운 안부인사는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세진과 만났던 그 날을 기점으로 박문대의 태도가 어딘가 이상해졌는데, 급기야 2주 전부터 배세진과의 연락이 끊겼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어디 아프기라도 한 건가 싶어서 배세진은 주변을 통해 박문대의 상황을 알아봤는데 학교는 멀쩡히 다니고 있었고, 배세진 말고 다른 사람하고는 연락도 평소대로 주고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배세진은 차라리 박문대와 직접 대면하고자 마음 먹고, 박문대가 수업듣는 건물 앞에서 그를 기다렸으나 수업이 끝나고 한참이 지나도 박문대는 코빼기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왜 피하는지 그 이유라도 알고 싶어서……."
모든 사정 설명을 끝마친 배세진은 침울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모르는 사람도 지나가다 절로 도와드릴까요? 하고 물어 볼 것처럼 처량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그걸 보고도 이세진의 입에서 나오는 건 헛웃음 뿐이었다.
“허허허.”
“이세진…?”
“허허허허허.”
박문대가 배세진을 피하는 이유? 뻔했다.
이 자식은 그토록 배세진 옆에서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처럼 굴었던 주제에 자기 감정에 대한 자각이 전혀 없다가 이세진의 말에 깨달아 버린 것이다.
자신이 배세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네네. 맞습니다. 제가 죄인입니다. 설마 자각도 없이 그렇게 붙어서 꼴값을 떨 줄 몰랐죠.
아니, 저 형님은 그렇다 치고 박문대 그 자식은 눈치도 좋은 놈이 지가 뭔 짓을 하고 돌아다녔는지 몰랐던 거야? 허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이래서 사랑에 빠진 놈들이란…. 밖에서는 봄바람이 살랑이는데 이세진의 마음은 시베리아 벌판보다도 시렸다.
하지만 어쨌든 제 책임도 어느 정도 지분이 있기도 하고… 저 붙임성 하나 없는 인간이 멍청한 저의 베프녀석 때문에 자신에게 연락하기까지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지 짐작이 가기 때문에 이번만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딱 이번만.
그날 저녁, 이세진은 박문대에게 전화를 걸었다. 동기들과 술 마시는데 너도 오겠냐는 권유였다.
물론 동기들과 있다는 건 뻥이었다. 박문대 눈치에 이 타이밍에 1대1 술 약속은 의심을 사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약속한 가게에 들어선 박문대는 자리에 이세진만 앉아있다는 사실에 눈썹을 찌푸렸으나, 돌아 나서진 않았다.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치듯 고민거리 있는 박문대는 눈 앞의 술을 버리고 나갈 수 없었다.
이세진은 박문대가 뭐라 입을 열기 전에 잔부터 부딪혔다.
"첫 잔은 원샷~"
"…그래서 왜 부른 건데."
박문대가 소주를 목 안으로 다 털어놓는 걸 보고 이세진이 말했다.
"아니~ 요즘 너랑 한 잔 한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말이야."
"겨우 술 한 잔 하자고 거짓말까지 하며 날 불렀다고?"
의심스럽다는 듯 저를 흘겨보는 박문대의 시선을 무시하며 이세진은 박문대의 잔이 비지 않게 채웠다. 박문대는 의심을 풀지 않으면서도 술을 열심히 잘 받아먹었다.
어느 정도 둘 다 취기가 올라왔을 때, 이세진이 최대한 발랄한 말투로 물었다.
"그러고 보니 그때 그 형님은 잘 지내고 계셔?"
"……."
박문대는 아무 말 없이 처음으로 자기가 직접 술을 따라 원샷했다. 그렇게 연거푸 세 잔을 마시더니 겨우 입을 열었다.
"야. 이세진. 네 눈에는 그 형 어떻게 보이냐?"
"어…? 그야 뭐…."
싸가지 없고… 틱틱대는 게 사회 생활하기 X나게 힘들어 보인다?
이걸 솔직하게 말해야하나 이세진은 잠시 고민했으나 박문대는 답을 원하고 물은 게 아니었는지 말을 이었다.
"그냥 성격이 맞아서 같이 있으면 편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거의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박문대는 또 다시 술을 들이키고는 쾅 소리와 함께 소주잔을 내리쳤다.
"X발……."
"……."
…이 녀석 생각보다 심각하잖아?
아무래도 이 한 달간 박문대는 끝내주는 방황을 겪은 모양이었다. 이세진은 말을 돌리기보단 바로 본론에 들어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형님이 너 걱정하시더라."
"……."
"피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란 거 문대문대 니가 제일 잘 알잖아."
박문대는 이세진을 힐끗 처다보더니 "…그렇지."라고 바람빠진 소리로 대답하고는 다시 술잔을 기울였다. 저거 지금 몇 잔 째지? 너무 빨리 마시는 거 아닌가 생각하면서 이세진은 물었다.
"애당초 왜 피하는 건데?"
그래. 사실 처음부터 이게 궁금했다. 그 형님이라면 몰라도 감정을 자각하고 아예 회피한다는 선택지는 그가 알던 박문대답지 않았다. 오히려 들러붙어 더 적극적으로 배세진의 호감을 사려하면 모를까.
이 점에 대해서는 박문대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그는 헛웃음을 쳤다.
"나도 내가 이럴 줄은 몰랐다…. 그런데 X발 어떡해. 그 형만 보면 자꾸……."
"자꾸?"
"좋아한다는 자각이 생기니까…… 그 형 볼 때마다 입술 밖에 안 보이고…, 자꾸 손 대고 싶고…, 배세진 □□에 □□□을…."
이런 미친!! 미친 새끼! 살면서 이세진이 이토록 박문대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취기 탓인지 상사병 탓인지 모를 박문대의 브레이크 없는 발언에 정신이 아찔해질 때쯤 구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박문대!!"
배세진이 씩씩대며 둘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물론 위치는 이세진이 가르쳐줬다. 원래는 이세진이 박문대를 설득한 뒤 배세진이 합류하는 시나리오였는데 시간이 지체되자 걱정돼서 온 모양이었다.
배세진은 널부러져 있는 소주병들을 보고 경악했다.
"너… 너희 대체 몇 병을 마신 거야!"
"형…?"
"박문대! 너 내가 항상 술 적당히 마시라고 얘…!"
배세진의 잔소리는 이어지지 못했다. 박문대가 배세진을 와락 끌어 안았기 때문이다. 배세진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박문대…?"
배세진은 부서질듯이 자신을 끌어안는 박문대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고 그의 안색을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마자 박문대는 바로 배세진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
"미…!"
이 미친놈…!
이세진은 바로 주위를 확인했다. 다행히 근처에 다른 손님이 없었고 점원도 이쪽을 보고 있지 않았다. 그는 재빨리 둘을 떨어뜨리고 계산을 치룬 뒤 가게를 나섰다.
박문대는 뒤늦게 취기가 올라온 건지 거의 몸을 가누지 못했다. 너무 빨리 마신다 했더니…. 이세진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었다. 저걸 어떻게 집까지 보내지?
그때 배세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저기…."
"네?"
"그… 내 자취방 이 근처니까 거기서 재우면 되지 않을까?"
"형님만 괜찮으시다면야 그게 베스트긴 하죠…?"
근데 박문대 이 자식이 방금 그쪽한테 다짜고짜 입술박치기하지 않았던가요?
그렇게 물으려던 이세진은 입을 열기도 전에 다물었다. 배세진의 얼굴이랑 귀가 붉었기 때문이다.
술은 한 입도 대지 않은 인간인데.
"……."
결국 이세진은 배세진과 힘을 합쳐 박문대를 배세진의 자취방으로 옮겼다.
그날 밤 배세진의 자취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 그것은 각자의 상상에 맡기겠다.
이세진은 그날 밤 그곳에서 뭔 일이 있었는지 전혀! 네버! 죽어도! 알고 싶지 않으니까.
확실한 것은 다음날부터 박문대와 배세진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끈덕지게 붙어다녔다는 것이다.
배세진으로부터 감사의 의미로 받은 영화와 공연 티켓은 모두 주변 녀석들에게 뿌렸다. 만의 하나 영화나 공연을 보러 갔다가 그 망할 커플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보면 속에서 천불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박문대는 이세진에게 소를 사줬다. 미안한 건 알았는지 비싼 부위였다. 덕분에 우정에 금이 가는 건 막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이세진은 이 귀중한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인간 관계의 지표를 세웠다.
죽어도 다시는 커플 사이엔 끼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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