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우문대

비대칭과 거울상

청우문대, 악몽과 수면과 이해

티온랩실 by 티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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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우문대 20회 전력: 악몽, 쉽지 않은 일

분량이 짧습니다.

감사합니다!

류청우는 그게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을 기점으로 갑자기 달라진 동갑내기 형의 모습이.

이런 날씨엔 여행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날씨가 유독 맑고 시원한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부는 날이면 류건우는 잠을 이루지 못하곤 했다. 정작 류건우 본인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의 옆방에서 밤을 보내는 류청우는 알았다. 깊은 밤에 서서히 크기를 키워오는 거친 숨소리와 끝내 급한 움직임을 이기지 못한 침대가 삐걱거리는 소리, 살짝 젖은 머리카락을 파바박 헤집는 소리, 왜 이렇게 피곤하냐는 한탄 어린 속삭임과 같은 것이 류청우에게 정답을 알려준 탓이다.

류건우는 악몽을 꾼다.

사실 그 이후로 류청우가 류건우에게 그의 악몽에 대해 이야기할 틈은 딱히 없었다. 류청우가 그 사실을 안 직후부터 급류를 타듯 전개된 수많은 사건들만으로도 류청우는 박문대를 걱정하는 데 이미 여념이 없었으니까. 류청우의 형은 내색만 않을 뿐 이미 몇 번이고 강한 충격을 받은 상태였고, 류청우에게는 그것을 보듬고 다독이며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류청우가 박문대의 악몽에 대해 제대로 돌아볼 수 있었던 것은, 모순적이게도 그 자신이 악몽에 빠지고 난 후였다. 유일하게 아픈 기억을 공유하는 인물임과 동시에 유일하게 서로의 아픈 곳을 찌르는, 모순의 극치와도 같은 그의 형이 저를 보며 어떤 악몽을 꾸었을지.

 

“딴 생각 하지 말고 자라.”

 

그가 잠들지 않고 어둠 속에서 멍하니 허공을 보던 것을 알고 있던 걸까. 소리없이 들어와 이불을 걷어차며 자는 차유진 위로 도로 이불을 덮어주고는 제 머리맡에 선 형이 그렇게 말했다. 형의 말을 듣고 얌전히 눈을 감았지만, 곧 치밀어오른 반항심에 류청우는 눈을 반짝 떴다. 형은 안 자면서, 왜 나는?

 

“형은 안 자?”

“너 자는 거 보고.”

“그러다 또 모니터링 할 거잖아.”

“안 할 거야.”

 

어리광이다. 귀엽게 부리는 애교 같은 것이 아니라, 괜히 심통나서 떼를 쓰듯 부리는 것. 그래서 류청우는 말을 뱉어놓고 후회했다. 등 뒤로 풀썩이며 앉는 소리가 났다. 진동은 느껴지지 않았다. 매트리스를 좋은 걸 사놓은 보람이 없다. 류청우는 실존하는 박문대를 느끼고 싶었다.

 

“청우야.”

“...”

 

류청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라고 던진 이름도 아니었다. 류청우는 몸을 웅크려 제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쓰다듬는 손길을 거부했다. 좋았지만, 그래서 더 거부했다. 류청우가 그를 거부하지 않으면 그는 이해할 수 없는 일마저 이해하려고 할 것 같았다. 그에게만큼은 이해받고 싶지 않았다. 아니 이해받고 싶었지만 이해받아서는 안 됐다. 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해를 넘어 납득하려 들 테니까. 정말, 쉽지 않았다.

 

“내일은 별일 없어. 차유진 일어날 때까지 같이 자.”

 

잠시 제 곁으로 떨어지는 시선마저 달았다. 오롯이 류청우를 위해 건네진 마음임에도, 오직 저를 위해 준비된 것임에도 먹으면 안 될 것처럼 달아서, 류청우는 그냥 이불 속으로 숨어들었다. 그의 형은 아마 말없이 류청우의 뜻에 따라줄 것이다. 그의 다정함마저 올곧게 받아줄 수 없는 자신이 문득 먼 예전의 자신 같아서 류청우는 애정마저 달게 먹지 못하는 자신이 조금 멀게 느껴졌다. 오늘도 그는 이해받지 못할 악몽을 꾸며, 이제는 그때처럼 악몽을 꾸지 않는 류건우를 생각할 것 같았다.

* Chiral - 비대칭성을 가리키는 용어로, 입체발생 중심을 가져 그 거울상과 중첩되지 않는 화합물을 가리키는 형용사.

* Enantiomer - 3차원 공간에서 아무리 회전해도 화합물과 그 거울상이 중첩되지 않는 이성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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