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우문대] 손톱
박문대의 짝사랑
벌써 몇번째였더라.
접어야지, 다짐을 했던 횟수가 이젠 도저히 셀 수 없을 만큼 늘어났다는 사실을 문뜩 깨달은 박문대가 심호흡을 하는 척 한숨을 내쉬며 손바닥에 새겨진 손톱자국을 내려다 보았다.
이건 또 언제 이렇게 자랐냐.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를 만큼 바쁜 일상 속에서, 유일하게 그 흐름을 인지하게 하는 것이 이런 보잘것없이 작은 손톱이라는 게 우스워 픽 뱉어진 웃음과 함께 떨어지는 박문대의 손을, 빌어먹게 익숙한 손이 잡아챘다.
"문대야, 고민 있으면 말하라니까."
그래, 류청우였다.
하필이면, 또.
“...괜찮습니다.”
“...그래.“
뭔가 말할 듯 살짝 벌어졌던 입이 다시 닫히고, 류청우는 여전히 놓지 않은 박문대의 손을 살피다 여상한 말투로 물었다.
”안 잘라도 괜찮겠어?“
”예? 아. 이제 돌아갈 건데요, 뭐. 가서 자르면...“
”잠깐 기다려.“
그리곤 어디선가 손톱깎이를 빌려와 다 큰 성인 남자의 손톱을 직접 잘라주네 마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대길래, 박문대는 도망치듯 차에 타 가장 구석 자리에 앉아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았다.
자는 사람 손을 건드리지는 않겠지.
그리고 잠시 뒤, 차에 올라 탄 류청우는 맨 뒤 구석에 앉아 눈을 감은 박문대를 보는듯하더니 한숨과 웃음 그 둘 모두를 닮은 알 수 없는 숨을 뱉고는 옆에 앉아 책을 꺼내 들었고, 박문대는 수면을 유발하는 잔잔한 엔진 소리와 조금 빠른 심장 박동 사이로 이상할 만큼 들리지 않는 종이 넘어가는 소리를 기다리다 잠들었다.
밤이 다 되어서야 숙소로 돌아온 두 사람은 거실에 모여 기다리던 멤버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각자 방으로 향했다. 류청우는 다시 거실로 나갈 지 모르겠지만, 박문대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꼼꼼하게 씻은 뒤 뽀송한 옷으로 갈아입은 박문대는 씻는 동안 습기를 먹으며 딱딱함과 말랑함 그 사이, 퍽퍽함에 가까워진 손톱을 손 끝으로 문지르다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솔직히, 잘라내야 한다는 생각 한구석에는 그래도 어떻게 잘 숨겨보면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숨어있긴 했다.
하지만 이렇게 금방 손바닥에 흔적을 남기는 손톱처럼, 얼마 가지 않아 들통날 것이 뻔해서.
잘라내고 잘라내도 결국은 또 다시 자라나 존재감을 키우는 손톱처럼, 류청우를 향한 마음을 잘라내지 않고 내버려 두다간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드러나 강제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을 박문대는 알았기에, 묵묵히 손톱과 함께 욱신거리는 마음을 잘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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