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장 下. 호랑이 사냥
부셈이
석진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석진의 머리는 댕기로 묶어 땋아내렸고요. 먼 곳에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옵니다.
뒤에서 누군가가 “석진아!”라고 부르자, 댕기머리를 하고 있는 석진은 가만히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서 “왜?”라는 대답이 들리고, 오빠가 어깨를 스치고 달려갑니다.
카메라가 정면으로 오면, 긴 코트를 입은 석진이 총을 들고 서있습니다.
만주를 향해 쏴라 제 2장 하편, 시작하겠습니다.
미노루와 그렇게 헤어진 뒤, 석진과 몽희는 함께 백두산 초입으로 향합니다. 해가 뜨기 직전의 새벽이고, 사냥꾼들과 투가 모여있습니다.
여러분을 보고 투가 물어요. “몽희도 같이 가는 거야?”
하누
“……그래.”
“여우와 마을에 둘 바엔 데려가는 게 더 안전할 것 같아서.”
투로서는 뭔 소린지 모를 소리를 하고요.
부셈이
뭔 소린지 모를 말에 투는 고개를 갸웃하지만, 몽희에게 “같이 가서 잘됐다.”라고 하고요.
어른들이 재촉하자 “가자.”라고 말하면서 앞장서서 나아갑니다.
하누
석진은 사냥에 돌풍을 데려가는 대신 순록을 타기로 합니다. 왜냐하면 눈 쌓인 산인데다가 호랑이가 다닐만한 급경사 같은 험로를 다니려면 순록이 훨씬 유리하거든요.
몽희도 번쩍 들어 순록에 태워줍니다.
버팬
불안한 눈으로 자길 순록에 올려주는 석진을 보다가요.
순록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걱정스런 얼굴로 마을을 한 번 돌아보고,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부셈이
이번 사냥에서 발자국, 배설물, 발톱 자국 등의 흔적으로 호랑이를 추적하는 일은 지난 회의에서 사냥꾼들의 신뢰를 산 석진이 담당합니다.
그러니 제일 앞에 석진, 그다음에 몽희, 에벤키족 사냥꾼, 투, 마지막에 아민 순서로 가고 있을 것 같아요.
버팬
해가 슬슬 떠오르면서 나무 사이로 푸른 빛이 언듯언듯 들어옵니다.
시야가 푸르스름한 와중, 몽희가 순록을 몰아서 석진을 바짝 쫓아가며 말을 겁니다.
“아저씨, 아저씨, 잠깐만!”
“미노루랑은 왜 싸운 거야?”
하누
임석진도 미노루와 싸운 일을 신경 안 써서 괜찮아 보이는 건 아니고, 사실은 엄청나게 영향을 받고 있을 것 같아요.
아까 사냥꾼들과 만났을 때도 엄청 험악한 얼굴로 있다가 ‘왜 그러냐, 괜찮냐’는 질문 듣고 ‘별일 아니다, 상관하지 마라’라는 식으로 말을 했을 것 같고.
얘는 정신적으로 괴로울수록 자기를 더 몰아붙이고 일을 더 열심히 해서 잊으려고 하는 타입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열심히 호랑이의 흔적을 쫓고 있어요.
그런 상황이니까 몽희에게도 똑같이, 건성으로 대답할 것 같아요.
“네가 상관할 바 아니다.”
버팬
그 말에 몽희는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더니, 순록을 몰아서 석진 앞을 딱 막아세웁니다.
부셈이
그러면 행렬이 우뚝 멈춰서고, 뒤를 따르던 투와 에벤키족 사냥꾼들이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여러분을 올려다봐요.
버팬
“아저씨랑 미노루가 하는 얘기, 나 들었어.”
“미노루는 걱정해서 말한건데 아저씨는 왜 그러는 거야?”
하누
당신의 말에 얼굴이 팍팍 굳어요. 이런 상황에서 호랑이 흔적 같은게 눈에 잘 들어올리 없지만, 그래도 땅바닥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말합니다.
“너는 잊은 모양인데, 그 녀석은 신의를 어기고 널 죽이려고 했다.”
“그런 녀석을 내가 어떻게 믿지?”
“그 녀석을 믿는 건 너지, 내가 아니야.”
버팬
“그때의 미노루랑 지금의 미노루는 달라!”
순록 위에서 석진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다다다 말해요.
“그리고, 아저씨가 잊은 모양인데 미노루는 감기에 걸린 날 간호해줬어.”
“그냥 내버려 뒀으면 난 그때 죽었을 텐데.”
“미노루가 날 살려준 거나 다름없잖아!”
하누
“그건, 당연히 널 이용하기 위해서지.”
“이 대화는 여기서 끝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은 산군을 쫓는 거다.”
“쓸 데 없는 일로 집중력을 흐트러뜨리지 마라.”
버팬
몽희는 입이 삐죽 나오고요.
“아저씨, 그렇게 까탈스럽게 굴면 평생 친구 안 생긴다?”
“원래 친구란 건 서로 허물도 덮어주고 그러는 거야.”
하누
그럼, 몽희의 말에 자기가 아직 독립군에 있던 시절을 떠올릴 것 같아요. 그곳에서 만났던 전우들과, 김완이라는 친구를요.
부셈이
무관학교에 갓 입학했던 시절, 보병과 훈련 중 석진이 대단한 활약을 한 거죠.
동기들이 둘러싸고 “야, 너 대단하다.” 얘기하는데 석진은 대꾸도 잘 안 하고 무뚝뚝한 얼굴로 가만히 서 있고.
누가 어깨 한 번 툭 치려고 하니까 남장한 게 들킬까봐 엄청 방어적으로 몸을 빼는 거에요.
동기들이 “뭐야? 저 자식. 성격 참…….”하고 있으니까, 김완이 넉살 좋게 말하는 거죠.
“야, 너 그렇게 딱딱하게 굴다가 친구 하나도 안 생긴다.”
“우리가 독립하자는 거지, 우리끼리 싸우자는 게 아니잖아.”
그러고 씩 웃으면서 악수를 청해요. “김완이다.”
“함경도 북청.”
하누
아직 남장이 들킬까봐 조마조마하던 시기라서 경계와 낯가림이 섞인 눈빛으로 김완을 가만히 바라보다가요. 북청이라는 말에 경계가 조금 풀려요.
“북청이라고?”
“난 함흥.”
부셈이
“(반갑게) 너도 함경도야?”
하누
멋쩍게 자기 뒷목을 어루만지고는, “임석진.” 짧게 대답하고 상대를 마주봅니다.
부셈이
“야, 손 빠지겠다 인마.”
그제서야 석진이 손을 잡으면, “그래, 고향 친구끼리 잘해보자.”
그리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갑니다.
석진의 손에 잡힌 따뜻한 손은 어느덧 차가운 의수로 바뀌어 있습니다.
하누
초토화된 폐허 사이에 손만 내민 듯이 의수가 삐져나와있고요.
그걸 떨리는 손으로 잡아 끌어내면 의수만 쑥 빠져나옵니다.
저는 절망한 얼굴로 그것을 보다가 무너지듯 무릎을 꿇어요.
나레이션으로, ‘그날, 내 친구는 모두 죽었다.’
부셈이
한편, 두 사람이 떠나고 시간이 좀 흘렀겠죠.
미노루는 마을에서 뭘 하고 있을까요?
에이미
사실은 백팔요괴단이 오든 말든 제 목숨 보전하려고 짐 싸서 도망치려고 했는데요.
석진의 말이 딱 떠오른 거죠. 자기 목숨 밖에 모르는 놈을 어떻게 믿느냐던, 신뢰라곤 하나도 없던 그 눈빛.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짐을 탁 내려놓고 “하긴, 도망치면 뭐 해.”
“어차피 달걀귀신이 붙은 거면 나 죽을 때까지 쫓아올 텐데. 여기서 끝장을 보지 뭐.”
그러면서 마을을 돌며 함정을 설치할 곳을 체크하기 시작합니다.
‘달걀귀신은 성격이 교활하지 못하니까 이쪽으로 들어올 거야. 그렇다면 난 여기서 이렇게 대응하고…….’
그리고 마을 사람들에게도 자기가 신호할 때까지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부셈이
미노루가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을 때, 돌풍이 마굿간에 순록들과 함께 묶여있었는데요. 왠지 “푸르르, 푸르르…….” 소리를 내면서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 돌풍의 눈동자 위로 날개 그림자가 휘익 하고 지나갑니다.
미노루가 위를 올려다보면, 빙빙 돌고 있는 검독수리 한 마리가 보입니다.
에이미
‘왔네.’
경계하면서 준비해둔 독극물과 무기를 꺼내듭니다.
부셈이
그런데 마을 어귀 쪽으로 오는 사람은 달걀귀신이 아니에요.
탈을 쓴 사당패들이 걸어 들어와서 마을 중앙에 떡 하고 섭니다.
마을에는 잿가루 섞인 바람이 날리고, 사당패들은 가만히 서서 당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에이미
“너네, 누구니?”
“어디서 왔어?”
부셈이
초랭이 탈을 쓴 꼭두쇠가 나와서 탈을 벗어요. 언청이인지 윗입술이 갈라져 있습니다.
“여기 요망한 구미호가 숨어들었다는데, 우리 두목이 잡으러 왔수다.”
에이미
“그러니까, 너네 두목 어디갔냐고.”
“달걀귀신 말이야.”
부셈이
“아, 그 양반 순록을 타고 오느라 늦으시네.”
초랭이가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마을 뒤쪽에서부터 아주 묵직한 쇠몽둥이가 질질질 끌리는 소리가 들리고요.
초랭이와 마주보고 선 미노루의 등 뒤로 카메라가 돌아가면, 거대한 등짝이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쿠라마 이 변태 새끼, 살아있었구나?”
에이미
그 목소리에 눈을 부릅뜨고 동공이 떨립니다.
하하 웃으면서 속으로, ‘그럼 그렇지, 씨발……. 안 하던 짓을 하지 말았어야 되는 건데…….’
“이야, 오랜만이네, 자기~?”
“얼굴이 아주 좋아졌는걸?”
“내가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는지 모르겠네.”
“금강야차.”
부셈이
질질 끌던 이제 쇠몽둥이를 한 바퀴 훅하고 돌렸다가 땅바닥에 쿵하고 내리꽂고요.
“구미호는 목숨이 9개라던데.”
에이미
“다 털었어. 이제 하나밖에 안 남았다구?” 하면서 뒷걸음을 살살 칩니다.
왜냐하면 달걀귀신은 절 안 죽일 걸 알거든요. 근데 이 새끼는 아니에요. 얘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 중 저를 가장 잔혹하게 죽이고 싶어하는 새끼거든요.
부셈이
“그거 안 됐네. 9대는 넘게 때릴 생각이었거든!”
그러고는 그대로 금쇄봉으로 당신 명치를 뻐억 하고 올려칩니다.
에이미
“커헉!” 금쇄봉에 꽂힌 채로 붕 하고 올라갔다가 바닥에 떨어집니다.
컥컥컥 하면서 구르는데, 명치가 너무 괴로워서 떨어지는 타격감은 느껴지지도 않아요.
속으로 ‘씨발, 씨발, 씨발! 안 하던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부셈이
여기서 미노루가 금강야차 마이너스 인연 복선 추가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복선을 역발해서 타격 받고 시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에이미
좋아요, 금강야차 인연 복선……. ‘만주에서 절대 만나면 안 되는 놈 1위’로 하겠습니다.
부셈이
데미지는 6을 받는 거 어떠세요?
에이미
좋아요. 그럼 맷집에 2를 받고 4점은 ‘심각한 타격’으로 가져가야겠네요. ‘갈비뼈 골절’ 하겠습니다.
부셈이
붕 날아갔던 당신은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초랭이들 앞에 툭 하고 떨어집니다.
당신이 한쪽 눈을 뜨면 초랭이들이 생매장 뷰로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어요.
에이미
“아, 왜 이래들……. 내 얼굴 비싼데, 씨발…….”
“돈 내고 봐, 썅……!”
부셈이
아까 당신을 놀렸던 초랭이가, “대장, 어찌 된 거요? 구미호 꼬리를 팔면 출세할 수 있다 들었는데. 꼬리가 하나도 없다고 그랬으니, 뭘 잘라야 되나?”
금강야차는 금쇄봉을 어깨에 탁 하고 걸치면서, “그 변태 새끼, 다리 사이에 꼬리 하나 있을 거다.”
사당패들이 킬킬킬 웃으면서, “그럼 꼬리 한 번 볼까?”하면서 품에서 칼을 꺼내들고요.
에이미
“개새끼들아, 이건 얼굴보다 비싸!”
“돈 내고 봐, 씹새끼들아!”
발악하면서도, 문득 몽희와 석진이가 떠올라요. 달걀귀신만 온 것도 아니고 금강야차까지 왔다면 그 애들이라도 어쩔 수가 없다.
당장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몰래 기모노 자락을 찢어 逃(도망할 도)자를 피로 휘갈겨써서 쿠나이에 꽂은 뒤 돌풍에게 던집니다.
부셈이
날아간 쿠나이가 돌풍을 매고 있던 줄을 끊으면서, 돌풍의 허벅지에 박히고요.
“히히히힝!” 놀란 돌풍이 날뛰더니 산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에이미
돌풍도 보냈으니, 제 목적은 이제 시간을 끄는 거예요. 계속 떠들어 댑니다.
“왜 그래, 금강아.”
“우리 사이 나쁘지 않았잖아.”
“너는 날 싫어했을지 몰라도, 난 너 그렇게 안 싫어했어.”
“이러지 마라, 진짜.”
부셈이
금강야차가 당신을 향해 천천히 걸어와 그 앞에 쪼그려 앉습니다. 쪼그려 앉아도 어마어마하게 크고요.
“야, 형제간의 우애에 눈물이 다 나네.”
“오도깨비 그 새끼 어떻게 죽었더라?”
“그놈 죽는 꼴을 나도 봤어야 했는데, 못 봤지 뭐야.”
에이미
오도깨비 얘기에 진짜 뒤집어질 정도로 화가 나는데요. 오히려 실눈으로 살살 눈웃음을 치면서 말해요.
“어떻게 죽었는지 듣고 싶어?”
“그럼 나 좀 일으켜줘 봐.”
“이런 상태로 어떻게 얘기를 하겠어?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부셈이
그러면 미노루의 머리채를 휘어잡아요.
“더 반항하는 걸 기대했는데.”
“왜 이렇게 얌전하냐, 아우야.”
그러면서 당신의 머리채를 잡은 채 일으켜 앉힙니다.
에이미
머리채를 잡혀서 고개를 쳐드는 순간 입에 물고 있던 독침을 쏩니다.
부셈이
“윽!”하고 한쪽 눈에 독침을 맞고요. 경미한 타격, ‘일시적 실명’ 가져갈게요.
상어 이빨을 드러내며 씨익 하고 웃더니, 당신의 머리채를 잡고 자기 머리 위까지 끌어올려요.
“사람이 선 채로 죽기도 한다더라? 예전부터 그게 궁금했었지.”
그러면서 당신을 들어올린 상태로 방망이로 내려치려 하는데, 그때 화살이 쉬이익 날아와서 방망이에 맞습니다.
당신을 들어올린 채로 뒤를 돌아보면, 그곳에 순록을 탄 달걀귀신이 있어요.
달걀귀신이 “그쯤 해둬라.”라고 하면, 금강야차가 “형님, 조금만 늦게 오지 그랬슈.”하면서 당신을 바닥에 내팽개칩니다.
달걀귀신이 순록에서 내려 걸어옵니다. 그리고 당신 앞에 딱 서서 내려다보면서, “그 꼬맹이 어딨냐.”
에이미
“씨발…… 내가 알 게 뭐야?”
“몰라, 모르니까 여기 있지.”
“알면 쫓아갔지, 씨발!”
부셈이
달걀귀신이 당신의 손을 즈려밟습니다. 당신에게만 들리도록 나지막히 말해요. “다음 말은 생각 잘하는 게 좋을 거다. 쪽수로 봐도 넌 이놈한테 안 돼.”
금강야차가 히죽 웃습니다. “형님, 그 교활한 새끼가 입을 열 것 같소?”
“에헤이…… 심심풀이로 마을에 불이나 지를까?”
“에벤키족도 무슨 보석이 있나? 이 가난뱅이 새끼들, 금 구경이나 해봤을까?”
에이미
“그거보다 비싼 거 찾으러 온 거 아니었냐, 너네……?”
“가자고……! 저 산으로.”
“그놈들 산에 가있으니까, 내가 길 아니까 안내할게!”
길은 당연히 모릅니다. 그냥 유인하려는 거예요.
부셈이
달걀귀신이 당신의 손을 밟고 있던 발을 떼고 말해요. “간다, 산으로.”
그러면 금강야차가 “아니, 형님. 저 말을 믿소?”
“산에 들어가서 그놈들 못 잡으면 이 여우 새끼는 내가 너한테 던져주마.”
달걀귀신의 말에 금강야차가 씩 웃습니다. “약속 꼭 지키쇼.” 하고는 당신의 머리끄덩이를 잡아서 사당패들에게 던집니다.
에이미
그럼 만신창이로 사당패들에게 끌려가면서요, 머릿속에는 석진이와 몽희가 떠올라요.
‘씨발, 도망쳐라, 도망쳐라…… 제발 도망쳐…….’
‘그 망아지 새끼가 빨리 달려야 할텐데…….’
부셈이
한편, 석진과 몽희는 새벽부터 저녁이 되도록 호랑이의 흔적을 쫓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뭔가 덜미라도 잡았어야 되는데, 어쩐지 이놈이 우리를 가지고 노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투가 “석진, 석진.” 하다가 소매를 딱 잡으면서 “석진!”
“다들 지쳤어. 좀 쉬어야 돼.”
하누
좋아요. 그러면 어마어마하게 집중을 해가지고 시야가 굉장히 좁아진 상태에서 투의 목소리를 못 듣다가, 소매가 잡히면 우뚝하고 멈춰서서 돌아봅니다.
집중하고 있었는데 방해받아서 표정이 안 좋아요.
“안 돼. 여기서 멈추면 흐름이 깨져.”
“이제 덜미를 잡았다.”
“조금만 더 가면 찾을 수 있어.”
지금 이 말만 여러 번째입니다.
부셈이
“그 얘기만 세 번째야.”
“다들 체력이 당신 같지 않다고.”
당신이 뒤를 돌아보면 다들 굉장히 지친 것이 보입니다. 몽희도 순록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고요.
“이런 때 호랑이를 발견한다고 해도, 이렇게 지친 상태로는 사고만 날 거야.”
하누
굉장히 불만스러운 얼굴로 한숨을 쉬곤 손에 쥐고 있던 총을 내리고요.
사냥꾼들에게 ‘여기서 멈추고 야영을 하자’는 의미의 수신호를 보냅니다.
부셈이
에벤키족들과 아민이 당신의 수신호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곤 자기들끼리 퉁구스어로 얘기를 합니다.
그럼 이제 야영 준비를 할 것 같네요. 나뭇가지 세 개를 세우고, 동물 가죽을 둘러서 텐트를 치기 시작하고요.
하누
주변에서 쉬고 요리하고 그러는데도 석진은 주변을 돌면서 계속 호랑이의 흔적을 찾고 있어요. 왜냐하면 멈추면 자꾸 안 좋은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자기를 몰아세워서라도 그런 생각을 하고 싶지가 않은 거죠.
부셈이
여기서 뭔가 과거 회상이 들어가면 좋을 것 같은데요. 외팔엽사에 대해서 할까요?
하누
저는 꼭 외팔엽사와의 회상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오늘 세션에서 가장 하고 싶은 건 미노루와의 관계성을 쌓는 거니까요.
외팔엽사에 대한 회상은 오늘 아니어도 다른 세션에서도 할 수 있지 않나 싶고요.
버팬
과거의 인간관계들을 되돌아보는 회상을 해서 현재의 인물인 미노루와의 인간관계를 풀어나갈 해답을 찾을 수도 있겠죠.
부셈이
핵심은 외팔엽사든 누구든, 석진이 이 관계를 발전을 시키고 마음을 여는 일의 계기가 될만한 장면이 필요한 거잖아요.
이전의 인간관계 중에서 석진이 마음을 열어서 긍정적이었던 경험을 회상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하누
지금 임석진이 이렇게 닫혀 있게 된 까닭은, 그동안 임석진도 외팔엽사라든가 김완이라든가 여러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었지만 모두 결말이 안 좋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제 다시 열어봤자 똑같을 거다, 그렇게 상처받을 바엔 처음부터 관계를 만들지 않겠다.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만 더 열어보자 라는 결론에 닿아야 하니 긍정적인 회상을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아요.
버팬
저는 찐석진……. 그러니까 오빠와의 회상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승희가 마을을 떠날 때 오빠가 그걸 알아서, 승희한테 ‘넌 새로운 세상에 가서 살아라. 20세기다.’라고 말해주는 거죠.
부셈이
오, 소름 돋았어. 저 마침 생각해둔 장면이 있어요!
좋아요, 그럼 석진이 계속 호랑이 흔적을 쫓느라 혼자서 헉헉거리면서 숲을 뒤지고 있자니 과거에 홀로 산을 넘었던 때가 떠올라요.
외팔엽사가 죽고,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했던 그 때.
승희는 평생 마을 안에서만 살아왔고, 산을 탔던 건 외팔엽사와 함께 사냥했던 때 정도 뿐이고, 이 산 너머의 세계는 모르죠.
그런 상태에서 혼자 봇짐을 들고 산을 헤맸던 그날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나뭇가지에 여기저기 긁히면서도 정신없이 산을 내달리다보니, 어느새 노을이 내려앉고 승희는 갈대밭 능선에 올라서 있습니다.
뒤를 돌아보자, 평생 살아왔던 마을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렇게 작은 곳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을이 작게 보이고요.
그 앞으로는 미답의 세계, 안개에 갇혀있는 만주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때, 뒤에서 “야! 야, 임승희!” 이렇게 불러세우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하누
이런 곳에서 들을 줄 몰랐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가지고, “오라바이?” 하면서 그쪽을 돌아봅니다.
부셈이
석진은 소나무 줄기에 손을 짚은 채, “너……! 임승희!”
소리치곤 몇 발짝 다가오더니, “쿨럭, 쿨럭!” 엄청나게 기침을 하면서 무릎을 꿇습니다.
하누
처음에는 절 붙잡으러 온 줄 알고 오빠를 경계하는 눈으로 보고요.
“오라바이가 여길 어떻게……!” 하다가도, 오빠가 눈앞에서 무릎을 꿇고 죽을 만큼 기침하고 있으니까 걱정되는 마음이 앞서요.
다가가서 “오라바이, 괜찮아요?” 하면서 부축을 합니다.
오빠의 기침이 좀 진정이 되면, “여긴 왜 오신 거예요? 다른 사람들은요?”
오빠가 다른 사람들 데리고 날 끌고가려고 온 거겠지,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셈이
오빠는 계속 헐떡거리다가 숨을 좀 고르면, “(애써 웃으며) 왜? 그 노친네 얼굴이라도 보고 싶냐?”
하누
계속 주변을 둘러보다가 다른 사람들은 진짜 없고 오빠만 있다는 걸 깨달았겠죠.
되게 의아하다는 듯이 오빠를 바라볼 것 같아요.
“여긴 왜 오신 거예요?”
부셈이
당신을 한 번 봤다가, 뒤돌아서 마을을 내려다 봅니다.
그리고 다시 앞을 보면, 저 앞에 안개에 어슴푸레하게 가려진 산 너머가 보이겠죠.
바람이 한 번 세차게 불어오고, 갈대밭이 넘실거립니다.
눈앞에 커다란 바위 하나가 있어요. 석진은 바위를 보면서, “저 바위에서 한 발짝만 더 내딛으면 마을 밖이다.”
“그 앞에는…… 20세기가 있겠지.”
“갈 거냐?”
하누
오빠와 함께 산 너머의 방향을 봤다가, 다시 오빠를 돌아봅니다.
집을 떠날 때, 당연히 자유를 얻어서 통쾌하다는 생각만 들지는 않았어요.
가족들에 대한 걱정, 고향에 대한 그리움, 슬픔과 괴로움 같은 복잡한 감정을 품고 떠났어요. 그런 감정이 다시 한 번 얼굴에 묻어나고요.
슬프면서도 굳은 의지가 담긴 눈으로 오빠를 보면서, “네.”라고 대답해요.
부셈이
당신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품에서 편지 봉투를 꺼내요.
서막에서 세계 각국의 사진이 담긴 엽서가 나왔잖아요? 그걸 같이 승희에게 내밉니다.
“너 먼저 가있어라.”
“다 둘러보고…… 와라.”
편지 봉투를 내려다보면, 그 안에는 아무런 도장도 찍혀있지 않은 여권이 들어있습니다. 임석진 자신의 여권입니다.
“난 아마…… 20세기는 모르고 죽을 거다.”
자조적으로 웃으면서, “폐병쟁이 주제에 무슨…….”
“가라.”
“임석진이 20세기를 보게 해줘.”
하누
엽서들 틈에서 여권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서, “오라바이!” 했다가, 오빠의 말에 눈시울이 붉게 달아올라요.
여권을 꽉 거머쥐면서 눈물을 참습니다.
“오라바이, 제가 20세기를 잘 둘러보고 올게요.”
“20세기를 둘러보고, 오라바이에게 제가 무엇을 봤는지 얘기해 드릴게요.”
부셈이
“아니, 그냥 돌아오지 마라.”
“이 구질구질한 마을이랑, 전부 다…… 그냥 잊어버려.”
“거긴 멋진 놈들이 잔뜩 있을 테니까.”
편지 봉투에 여권과 약간의 돈이 들어있습니다. 편도 티켓만 끊을 수 있을 정도의 기찻삯입니다.
“신의주발 대륙행 열차, 1시간 뒤에 출발할 거다.”
“돌아보지 말고 계속 달려야 제때 도착할거야.”
하누
그러면 눈물이 차오르는걸 참으며 애써 고개를 끄덕여요.
‘다녀오겠습니다’ 같은 인사는 하지 않고. 말없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등을 돌립니다.
부셈이
승희가 능선을 따라 달려가는 동안, 석진은 바위에 손을 얹고 승희의 뒷모습이 사라지는 모습을 계속 지켜봅니다.
그리고 당신이 사라질 때까지 그 모습을 쭉 지켜보다가, 당신이 더이상 보이지 않게 되자 고개를 내려봅니다.
그럼 그 바위 너머로는 자기가 한 번도 발을 디뎌본 적이 없는 마을의 경계가 보이고요.
“잘 가라, 임석진.”
그렇게 말하고는, 뒤돌아서 마을로 내려갑니다.
(일동 눈물바다)
하누
산을 헤집고 다니다보니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어요.
그런데 자기가 생각하기에, 오빠는 자신에게 이름까지 주었는데도 자신은 그 오빠가 준 이름에 어울리는 삶을 살고 있지 못한 거죠.
오빠 말대로 다양한 나라를 둘러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스승님이 그랬듯이 나라를 위해 뭔가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옛 동지들은 전부 잃어버린 채 그저그런 현상금 사냥꾼으로 연명하고 있는 거니까.
그런 아픈 생각이 떠오르자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세차게 저으면서 다시 일로 돌아가려던 찰나에…….
버팬
“아저씨…… 아저씨……” 멀리서 들리는 소리처럼 웅웅거리며 들리다가 “임석진!” 하고 확 소리가 커져요.
하누
그제서야 헉 하고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봅니다. 그러면 거기 몽희의 모습이 보여요.
버팬
몽희는 석진을 잡아끌면서요. “아저씨, 사람들 다 쉬고 있어.”
“계속 이렇게 일하면 몸에 병난다?”
해가 진지 오래고 주변은 새카만 어둠으로 물들어 있어요. 저 너머 텐트 쪽에 불이 어른어른 거리고요.
하누
“난 괜찮다고 하지 않았나.”
“왜 여기까지 쫓아왔지?”
“혼자서 움직이는 건 위험하다고 내가 말했을 텐데.”
버팬
“지금 그런 말 할 때야?”
“아저씨, 새벽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안 쉬고 계속 움직였어.”
부셈이
그렇게 몽희한테 잔소리를 들으면서 끌려오다 보니까 어느샌가 다시 야영지로 돌아왔고요.
냄비에서 무언가가 끓고 있고, 아민이 석진을 보고 “기르키, 기르키!”라고 부르면서 앉으라고 합니다.
기르키, 친구라는 뜻입니다.
하누
몽희의 손에 이끌려서 냄비 옆에 앉고요.
버팬
“아저씨! 마을 사람들이 잔치 요리 싸왔어.”
“오늘 저녁은 푸성귀를 넣은 만둣국이래!”
부셈이
투가 말해요. “봄이라 푸성귀를 쉽게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고마운 계절이지.”
버팬
투가 냄비 뚜껑을 딱 열면, 그 안에서 김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면서 고소한 향이 감돌고요.
사람들이 냄비 주변에 둘러앉아 있고, 안을 보면 맛있는 국이 보글보글 끓고 있습니다.
하누
아까 돌아다니면서 오빠 생각을 할 때만 해도 하나도 안 피곤하고 하나도 배가 안 고팠는데요, 맛있는 음식 냄새를 맡으니까 갑자기 확하고 배고픔이 몰려와요.
아민이 뭐라뭐라 말하면서 그릇에 국을 한 국자 가득 퍼주면, 꾸벅 인사를 하고 그릇을 받습니다.
주변에서는 몽희와 투, 아민, 사람들이 뭔가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요.
버팬
몽희도 석진에게 “아저씨! 아까 아저씨 없을 때 투가 냄비 엎을뻔 하다 지키겠다고 막 이렇게, 이렇게(몸짓을 하며) 했어! 되게 웃기지?” 이런 얘기를 종알종알 해줄 것 같아요.
하누
그럼 그 얘기를 말없이 들으면서 음식을 한 입 두 입 먹습니다.
아까는 가만히 있으면 괴로운 생각이 계속 드니까 일부러 더 스스로를 몰아세운 건데, 이렇게 따뜻한 식사를 하면서 몽희 얘기를 듣고 있자니 스스로를 몰아세우지 않고 있는데도 괴로운 생각이 안 들어요.
이런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을 다시 받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고, 또 받고 싶지도 않았는데……. 어쩔 수 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받고 있어요.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셈이
좋아요, 몽희와 투가 재잘재잘 거리면서 행복하게 얘기를 하고 있으니 아민이 그 모습을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이 장면은 여기까지 하면 되겠군요.
저녁을 먹고 잠시 눈을 붙인 뒤, 아직 새벽달이 떠있을 시간. 석진과 몽희는 다시 호랑이 추적을 시작합니다.
한편, 산군의 영역에 들어온 여러분을 좇는 시선이 있습니다. 먼 곳의 카메라가 줄지어 가는 여러분을 비춥니다.
노련한 산짐승이라면 다수의 사냥꾼 중 무리에서 떨어져나온 가장 약한 개체를 노리겠죠. 카메라가 일행에서 가장 작은 몽희의 뒷통수를 잡습니다.
그런데 화면 너머에서 쿨럭쿨럭하는 소리가 들려요. 그쪽으로 카메라가 휙 돌아가고, 아민이 기침하면서 무릎을 꿇는 모습이 보입니다.
투가 아민을 부축하고요. 카메라가 점차 아민을 클로즈업합니다.
하누
좋아요. 저는 한참 발자국을 쫓아가고 있었어요. 휴식하고 눈 좀 붙여서 그런걸까요? 어쩐지 흔적을 쫓는 일이 쉽게 느껴집니다.
‘이상하다, 이렇게 쉬울 게 아닌데.’
어제만 해도 그렇게 인간들을 손바닥 위에서 갖고 노는 것 같던 놈이 이렇게 뻔한 흔적을 남길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 갑자기 스승님의 가르침 중 하나가 떠올라요.
어느 날 스승님 움막에서 아주 커다란 보호장구를 발견해서 이게 뭐냐고 물었어요. 그러자 스승님은, “사냥꾼이 약해보이면 산군에게 잡아먹힌다”고…….
부셈이
외팔엽사가 보호장구를 꺼내서 뒤집어보면 거기에 커다란 호랑이 발톱자국이 있습니다.
“산군. 산의 임금님이라는 뜻이다.”
“고거이, 요물 중에 상요물이다.”
“그놈 땅에 들어갈 땐 절대 약해보이면 안 된다.”
그러면서 외팔엽사가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해줍니다.
장면전환이 되고, 젊은 시절의 외팔엽사와 포수 동료들 다섯 명, 그리고 사냥개가 함께 산으로 들어갑니다.
“포수 영감들 중 제일 나이가 많고 똑똑했던 영감이 있었지.”
“그 영감 말만 들으면 우린 다 살아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가죽 벗겨서 우리 모두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 영감이 가장 먼저 산군의 제물이 되었지.”
“괜히 창귀라 부르는 게 아니다.”
“여럿이 있을 땐 바로 숨통을 끊지 않아. 구해주러 오는 놈도 함께 노리는 게지.”
하누
회상에서 깨어나는 순간, 석진이 몸을 벌떡 일으킵니다.
다들 몸을 숙여서 호랑이 흔적을 쫓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서 벌떡 일어나요.
눈바람이 세차게 불고요. 바람에 섞여 전신을 찔러오는 강한 살기를 느낍니다.
“꼬맹이! 이리 와!”
몽희는 순록을 탄 채 힘겹지만 열심히 올라오고 있었는데요. 그런 몽희를 챙겨 후다닥 옆에다 붙입니다.
‘됐다, 이제 공격받을 일은 없어.’
안심하고 있는데……. 어쩐지 뒷목을 찌르는 살기가 사라지질 않아요.
작게 소름이 돋는 걸 느끼고요. 장총의 레버를 철컥하면서 살기가 오는 방향을 노려보는데, 눈 속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오는 거죠.
바로 그쪽을 향해 쐈지만 빗나가고, 탕! 하는 소리에 주변에서 놀라서 허둥지둥하는데, 집채만한 호랑이가 우리 대열 끝에 있던 아민을 물어가는 거예요.
부셈이
당신이 쏜 총알은 풀숲에서 튀어나온 호랑이의 등 털만 스치고요. 그 순간 당신과 호랑이의 눈이 마주친 듯한 기분이 듭니다.
호랑이가 아민을 물고 가자, 투가 “아민!” 소리치면서 활을 쏩니다. 하지만 화살은 호랑이의 가죽을 뚫고 들어가지 못하고 그대로 부러져 버려요.
호랑이는 아민을 절벽 너머로 던지는데, 그러면 아민은 절벽 너머 구덩이에 있는 상수리나무에 콱하고 부딪치더니 나뭇가지에 걸리고요.
호랑이는 아민을 던져넣은 뒤 나무를 탔다가 반대편 절벽으로 뛰어넘어 풀숲으로 사라집니다.
투가 바로 올가미를 꺼내서 아민을 구하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다시 살기가 느껴져요.
당신은 호랑이가 아민만 건드리고 사라진 것이 아니라, 아민을 구하러 가는 투를 노리고 있다는 걸 눈치챕니다.
외팔엽사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그 늙은 영감이 쓰러져서 구해달라고 신음할 때.”
“영감을 구하러 가던 젊은 놈들도 전부 산군의 제물이 되었다.”
하누
“안 돼! 돌아와!”
투를 덮치려고 하는 호랑이를 향해 총을 쏘겠습니다. 사격이니까 +4예요.
부셈이
난이도는 8입니다.
하누
(도르륵) 주사윗값 0, 결과값 4. 4 차이 실패…….
에이미
이거 잡을 수 있는 거 맞아요?
부셈이
석진의 특기 중에 ‘호랑이 사냥’이 있죠.
‘발밑이 불안정한 곳에서 재빠르게 움직일 때 운동능력에 +2를 받습니다’인데, 이름도 그렇고 정황 상 지금 적용해도 될 것 같거든요.
그럼 결과값이 6까지 올라가고, 이기려면 9까지 올려야 하니 3점 모자라죠.
하누
그럼 복선 2개 써야 하는 거죠?
부셈이
아니면 몽희가 기회 만들기를 해줄 수도 있고요.
석진은 호랑이가 약한 상대를 노린다는 걸 알잖아요. 몽희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자신이 미끼가 될 수도 있겠죠.
에이미
석진이 뒤집어지겠네.
하지만 이건 정말 석진에게 인정받을만한 일이기도 하네요. 좋아요.
버팬
배짱으로 기회 만들기 할게요.
주변에 호랑이의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럼 저는 풀숲을 향해 귀곡성을 한 번 쏘면서 순록을 몰아 달려나갑니다. 호랑이가 자신을 쫓아오게 하기 위해서.
부셈이
난이도는 3입니다.
버팬
(도르륵) 주사윗값 1, 결과값 5! 2 격차 성공!
부셈이
‘내가 미끼가 된다’ 상황 복선 생기고요. 공짜 격발 양도할 수 있습니다.
하누
몽희가 갑자기 뛰쳐나와서 그런 돌발행동을 하면요.
“몽희!”하고 소리치고, 일단 몽희를 말리고 싶지만 이미 늦었고 몽희는 호랑이에게 쫓기고 있잖아요.
그럼 이를 꽉 깨물곤, 일단 호랑이를 잡아야 몽희도, 투도 안전해질 거라고 생각하고 총신을 들어올립니다.
‘흑산동 고지의 귀호’ 복선 격발하겠습니다.
부셈이
그러면 ‘내가 미끼가 된다’ 공짜 격발, ‘흑산동 고지의 귀호’까지 합쳐서 결과값 10입니다.
버팬
만월이 떠서 산속이지만 오솔길은 어슴푸레하게 밝고요. 순록의 목을 꽉 잡고 엉덩이를 내리치면, 사람들 사이를 뚫고 오솔길을 내달리기 시작해요.
풀숲 사이로 호랑이 눈이 슬쩍 보이는데, 그쪽을 향해서 귀곡성을 어설프게 잡고 탕하고 쏩니다.
그러면 귀신 울음소리 같은 쇳소리가 들리고, 풀숲에서 호랑이가 튀어나옵니다. 그 상태에서 몽희는 앞을 향해 달려나가요.
부셈이
몽희가 순록을 타고 달리다가 뒤쪽을 돌아보면, 호랑이가 한 번, 두 번, 세 번 도약을 할 때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는 것이 보이고요.
앞발을 확 들어서 몽희의 등을 후려갈기려고 하는 그 순간, 석진이 판정을 성공했으니 총을 맞춘 거죠.
하누
호랑이가 몽희를 내려치려고 하는 그 순간, 탕하는 소리와 함께 호랑이 앞발에 총알이 명중해요. 호랑이가 괴성을 지르면서 뒤로 넘어가고요.
부셈이
허공에 떠오를 정도로 강하게 내려치려고 하는 그 순간, 총알을 맞고 어두운 풀숲으로 몸이 반절 정도 떨어지다가 고양이처럼 탁 착지를 하고요.
몸을 훽 돌려서 석진을 보고 “크르르…….” 소리를 냅니다. 눈이 딱 마주친 그 순간, 당신이 레버를 철컥하고 장전하면 호랑이가 풀숲 속으로 사라져요.
호랑이는 현재 상황에서 제일 위협적인 대상이 석진이라고 판단했을 것 같네요. 석진의 주변을 배회하면서 허점을 찌를 기회를 노립니다.
기능치는 +4, 총을 맞았으니 일반적인 동물이라면 도망가는 게 맞는데, ‘내 영토에 들어온 침입자들을 해치우겠다’라는 의지로 본능을 거슬렀기 때문에 보정값에 –2를 받습니다.
(도르륵) 주사위값 1, 결괏값은 1+4-2 해서 3입니다.
하누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죠? (고장남)
부셈이
일단 가장 쉬운 길로는 호랑이가 풀숲을 통과해 당신의 옆으로 덮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얘가 그렇게 쉬운 길을 택할 것인가? 의문이 들 수 있겠죠.
다소 트리키하게 나무나 절벽을 타고 떨어져서 덮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당신의 예측도 호랑이가 예상할 수도 있겠죠.
호랑이와 석진 간의 수싸움인 거예요.
에이미
이 호랑이는 굉장히 똑똑하고 교활하긴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자존심도 겁나 세잖아요.
방금 석진의 힘에 한 번 기가 눌리기도 했으니, 이번에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화려하게 위에서 떨어질 것 같아요.
부셈이
좋아요. 에이미 님 묘사대로 기회 만들기 판정을 한 번 하죠.
석진이 저런 생각을 하려면 자연, 눈치, 이런 기능이어야 할 것 같네요.
하누
둘이 똑같이 +1이고, 이 호랑이만의 개성을 파악하는 일이니까 눈치로 할게요.
부셈이
좋아요. 지금까지 이 녀석과 싸운 경험 속에서 판단을 하는 거니까 난이도가 아주 어렵진 않을 것 같아요. 난이도는 2입니다.
하누
(도르륵) 주사위값 –1, 결과값 0. 2 격차 실패네요.
복선을 2개 쓸게요. ‘흑산동 고지의 귀호’, 그리고 인연 복선 ‘외팔엽사’.
외팔엽사에게 받았던 수업들, 흑산동 고지에서의 급박했던 전투, 그런 엄청난 양의 경험들이 이 전투에서 짧은 순간 빠른 상황 판단을 하는데 도움이 되고요.
부셈이
좋아요. 그럼 2 격차 성공입니다.
알게 된 호랑이의 성격 복선은…… ‘산을 덮는 오만함’. 공짜 격발을 하나 가져가고요.
하누
그럼 지금까지의 전투로 호랑이의 성격을 파악합니다.
‘대단히 오만한 놈이로군.’
‘그렇다면 다음은…… 위다!’
거의 척수 반사적으로 순식간에 판단하고요. 사격으로 판정할게요.
(도르륵) 주사위값 0, 결괏값 4. 1 격차 성공.
옆을 경계하는 척하면서 위를 보지 않다가 호랑이가 뛰어내려올 타이밍에 몸을 돌려 탕하고 입 안을 쏩니다.
부셈이
좋아요, 호랑이의 이빨이 부서지고 입천장 한쪽이 관통합니다. 호랑이는 절벽에 몸을 쾅하고 부딪치고 쓸려나가듯이 풀숲 쪽으로 나가떨어져요.
태어나 처음 맞아보는 유효타이기 때문에 호랑이에게 정신적 피해, 심각한 타격이 들어갑니다. ‘뭔가 위험한 놈’. 이건 당신이 공짜 격발을 한 번 할 수 있어요.
한편, 몽희는 순록을 타고 오솔길을 내달리다가 멈춰섰죠. 호랑이와 석진이 맞대결을 하고 있는 것이 보이고요.
고삐를 잡으면 순록이 “푸르르…….” 소리를 냅니다. 이제 호랑이의 사정권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아는지 좀 덜 불안해 보여요.
아민과 투의 상태를 살펴보려고 절벽 쪽으로 다가가면, 그 아래로 산세가 펼쳐져있고 에벤키족 마을이 보입니다.
그런데 에벤키족 마을이 뭔가 심상치 않습니다.
처음 보는 인파가 이쪽 산으로 오고 있어요.
석진은 풀숲 속에 숨어든 호랑이를 노리는데, 마침 먹구름이 개면서 만월의 빛이 풀숲을 비추고요. 호랑이의 약점을 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그 순간, 저 멀리서 다그닥다그닥 하는 소리가 들려와요. 돌풍이 당신을 보고 앞다리를 번쩍 들었다가 착지하고는, 앞을 가로막습니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불안해 보입니다.
그렇게 호랑이를 맞출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가 날아가고, 호랑이는 절벽 아래로 뛰어내려 도망칩니다.
하누
마굿간에 묶어놓은 돌풍이 왜 여기 있을까요? 게다가 상태가 아주 좋지 않아보입니다. 깜짝 놀라서 돌풍에게 다가가 살펴보고요.
부셈이
돌풍의 허벅다리에 익숙한 쿠나이가 꽂혀있습니다.
그리고 그 칼날에는 작은 헝겊조각이 끼워져있어요. 헝겊에는 도망치라는 뜻의 逃자가 피로 쓰여있습니다.
그 순간, 장면이 잠깐 마스터 장면으로 전환됩니다.
어제 큰할머니가 점을 쳐주었었죠?
모닥불 터에 반쯤 타들어간 견갑골이 금이 간 채로 놓여있는데, 금강야차가 산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한 번 더 쩌적쩌적하고 갈라지더니 ‘추격자에게 뒤를 쫓긴다’는 의미가 담긴 예언으로 바뀝니다.
하누
‘쿠라마의 전언이다.’
돌풍의 다리에 박힌 쿠나이와 피로 쓴 글씨…….
마을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얼굴이 와락 굳고요.
부셈이
그러는 동안 투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아민을 데리고 왔어요.
아민은 호랑이에게 물린 출혈에 상수리나무에 부딪친 충격까지 해서 거의 죽어가고 있습니다.
“아민…….” 투가 울먹이고, 아민이 끊어질 듯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제 아들을 부탁합니다.”
“제 아들을…… 마을 밖으로 데려가 주십시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아민의 입에서 가늘게 피어오르던 김이 사라집니다.
아민이 숨을 거둔 뒤, 투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투는 활시위에 화살을 걸고는 말합니다.
“난 산군을 잡기 전까지는 내려가지 않을 거야.”
버팬
몽희는 투에게 퉁구스어를 조금 배웠습니다. 그래서 아민이 한 말을 알아들어요.
죽어가는 아민을 복잡한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숨을 거두는 걸 보고 눈을 질끈 감습니다.
그리고 투의 말에 투의 팔을 잡으며 말해요.
“안돼, 투! 우리가 다 같이 있어도 잡지 못한 호랑이를 너 혼자서 어떻게 잡겠다는 거야?”
“게다가 지금 마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아.”
“빨리 가봐야 해.”
부셈이
“몽희, 내가 말했었지.”
“사람에게는 각자의 산이 있다고.”
“너는 너의 싸움을 해.”
“나는 나의 싸움을 할 거야.”
버팬
몽희는 투의 눈을 마주 보는데, 투의 눈은 결연한 의지로 가득 차있어요. 몽희는 자신이 투를 설득할 수 없다는 걸 직감합니다.
투를 보내는 게 불안하지만, 그 손을 꽉 잡으면서 고개를 끄덕여요.
“우리의 싸움이 끝나는 대로 꼭 네가 있는 곳으로 갈게.”
“그때까지 절대로…… 죽으면 안 돼.”
부셈이
“몽희, 너도 죽지 마.”
그러고는 주먹을 내밉니다.
“기르키.”
버팬
그 주먹에 주먹을 맞부딪쳐요.
“기르키.”
부셈이
두 주먹이 맞부딪치는 순간, 장면이 쫙 하고 전환되고 백팔요괴단과 사당패들이 새하얀 눈 쌓인 숲속에 들어서는 장면이 항공샷으로 펼쳐집니다.
깊은 밤, 기온이 급속도로 떨어집니다. 모두의 입가에서 입김이 푹푹 나오고 있고요.
금강야차는 넝마 같은 조끼와 바지, 그리고 팔에 붕대를 두르고 금붙이 같은 걸 잔뜩 걸치고 있어요. 사실상 맨몸이죠.
“거 더럽게 춥네. 이 빌어먹을 날씨는 적응이 안 된다니까.”
달걀귀신이 그쪽을 슬쩍 봤다가, “옷을 입어라.” (일동 폭소)
미노루는 그 뒤, 사당패들 사이에서 팔다리가 묶인 상태로 말에 태워진 채 끌려가고 있습니다.
금강야차가 묻습니다. “야, 변태야. 그 새끼들 여기 있는 거 맞냐?”
“만약에 나한테 이빨 깐 거면…….”
“(고민) 아, 이빨을 뽑을까 혀를 자를까?”
“초랭아! 어떻게 하면 좋겠냐?”
그러자 초랭이가 대답합니다. “아, 혀도 자르고 이빨도 뽑으면 되지!”
금강야차가 “이 새끼, 역시 똑똑하단 말이야.”
에이미
이를 으득으득 하면서, “몇 번을 말하냐, 나 존나 비싸다고…….”
“내가 혓바닥으로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지 알아?”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이쯤 되면 도망갈 시간은 벌었으려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셈이
그러는 동안 석진과 몽희는 미노루를 구할 작전을 준비했겠죠?
호랑이 사냥 작전을 짰던 때처럼 눈 쌓인 바닥에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리면서 작전 짜지 않았을까요?
(작전에 대한 열정적인 논의)
부셈이
좋아요, 눈이 한꺼번에 쏟아질 수 있게 장애물들은 미리 치워놓은 뒤, 꽁꽁 언 나무들이 연쇄적으로 쓰러지게끔 저격해서 눈사태를 일으키는 거죠.
그 작전을 성공시키기에 딱 좋은 곳이 있다고 에벤키족 사냥꾼들이 알려주겠군요. 석진이 그곳에 매복해서 적들이 접근하기를 기다립니다.
에이미
미노루는 다들 도망쳤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다들 도망쳤다면 저는 어차피 금강야차 손에 죽을 거고, 그럴 바엔 금강야차의 화를 돋궈서 빠르고 깔끔하게 죽는 게 낫겠죠.
‘좋아, 여기서 끝장을 내볼까…….’
앞서 가고 있는 금강야차의 뒷통수에 대고 소리칩니다.
“야 이 돼……!”
이 돼지 새끼야 라고 하려고 했는데! 그 순간 숨어 있던 석진과 눈이 마주치는 거죠.
부셈이
금강야차가 당신을 돌아봐요. “뭐라고 씨부리는 거야?”
에이미
“아, 아이…… 자기 뒷통수 귀엽다고~ 마치 포동포동 도야지처럼…….”
부셈이
“역시…… 이빨도 뽑고 혀도 자르는 게 맞겠어.”
에이미
금강야차가 보지 않고 있는 동안, 석진에게 필사적으로 눈짓을 합니다. 자막으로 이렇게 뜨는 거죠.
“너 왜 여기 있어? 내가 도망치라고 했잖아!”
하누
석진이 한숨 쉬면서 쿠나이를 던져줍니다.
부셈이
그럼 그걸 받아서 입으로 써서 묶인 걸 푸는 판정을 하죠. 난이도는 3입니다.
에이미
은밀 행동으로 판정해볼게요.
(도르륵) 주사위값 –1, 결과값 0. 3 격차 실패인데요?
부셈이
극복 실패니까, 큰 대가를 받고 성공하거나 혹은 실패할 수 있어요.
에이미
큰 대가라면 뭐가 있을까요?
부셈이
금강야차랑 달걀귀신이 눈치를 채는 거죠.
그래서 눈사태에 졸개들은 쓸려나갔지만, 대장들은 석진을 쫓느라 눈사태에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는 거예요.
에이미
좋아요, 그럼 대가를 받을게요.
부셈이
좋습니다. 그러면 석진이 쿠나이를 던져줬는데, 그 순간 쿠나이가 떠오르는 햇빛을 반사해서 그 빛이 금강야차의 눈앞을 스칩니다.
금강야차가 말을 세우고는, “……잠깐.” 하면서 빛 반사가 일어난 곳을 보면, 그 뒤로 석진의 부츠가 후다닥 지나가는 것이 보이고요.
“형님.”
“나도 봤다.”
달걀귀신은 “이랴!”하고 순록을 몰아서 석진을 쫓아가기 시작합니다.
금강야차는 말에서 뛰어내려 달걀귀신 뒤를 따르고요. 이때 석진이 눈사태를 일으키면 되겠네요.
이건 사격 판정은 아니고, 눈사태를 일으키기 위한 준비는 완료했으니 추격을 피해 방아쇠를 당길 수 있도록 운동 능력 판정입니다.
하누
좋아요. ‘호랑이 사냥’, 발밑이 불안정한 곳에서 재빠르게 움직일 때 운동 능력에 +2를 받고요.
부셈이
기마대장인 달걀귀신이 앞서가겠죠.
‘늑대 사냥’, 시야 확보나 이동이 불편한 산과 숲에서 은밀 행동 판정에 +2를 받습니다. 풀숲에 숨어 달리다가 석진의 앞을 덮치기 위해 추격합니다.
경쟁 판정입니다.
(도르륵) 주사위값 –1, 은밀 행동이 +1, -1+1+2로 결과값 2입니다.
하누
(도르륵) 주사위값 +2, 결과값 6.
부셈이
4 격차 성공이니까 순간 복선 ‘발이 묶임’과 공짜 격발을 얻습니다. 금강야차와 달걀귀신이 눈사태에 완전히 휩쓸리진 않았지만, 잠깐 발이 묶였다고 할게요.
탕! 소리가 공기를 가르고, 석진은 레버액션을 하면서 탄창을 다 비울 정도로 탕탕탕탕 연달아 쏘기 시작하고요.
“오니토라라고 하더니, 총솜씨가 형편없는데!” 금강야차가 으스대면, 달걀귀신은 “그렇군. ……그럴 리가 없는데.”
그때, 자작나무에서 쩍쩍쩍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고요.
달걀귀신이 ‘당했다……!’하면서 졸개들에게 소리를 치려고 순록을 확 돌리는 순간, 우수수하고 눈사태가 쏟아지면서 졸개들을 휩쓸어버리는 거죠.
금강야차가 금쇄봉을 바닥에 쾅 하고 꽂습니다. 그러자 몰아치는 눈더미가 금쇄봉에 갈라지고요.
눈이 걷히고 나면, 금강야차와 달걀귀신은 하반신까지 눈에 파묻힌 채입니다.
금강야차가 금쇄봉을 번쩍 들면 거기서 눈이 우수수 떨어져 내리고요. 금강야차는 눈에서 힘들게 빠져나오더니 달걀귀신 역시 끌어올려 줍니다. “썅, 당했네.”
달걀귀신은 “산에서의 싸움은 내가 한 수 위다.”라고 하고는 휘파람을 휙 붑니다.
“루키!” 소리치면, 검독수리가 달걀귀신을 향해 내려왔다가 한 번 더 휘파람을 휘익 불면 하늘로 훅 하고 올라가요.
산이 드론샷처럼 펼쳐지면서, 여러분이 활지로 향하는 모습이 루키의 시야로 보이고요. 그럼 루키가 자신을 따라오라는 듯 그쪽으로 날아갑니다.
에이미
그럼 저는 석진이랑 합류했겠네요. 석진이 풀어주면 피가 질질 흐르고 있고, 힘이 없어서 픽 하고 쓰러집니다.
“야, 이 자식아…… 도망치라고 한 거 못 봤냐?”
“한자 못 읽냐고……!”
하누
그 말은 무시하고, “마을은 어떻게 됐지?”
에이미
씩 웃으면서, “한 명도 안 다쳤어.”
“어때? 지 목숨 밖에 모르는 년치고는 제법이지?”
하누
“그건…….”
미노루의 말에 눈에 띄게 당황합니다.
아까 전투 할 땐 행동과 표정에 하나도 주저함이 없었는데 다른 사람처럼 버벅거려요.
버팬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몽희는 내심 자신 때문에 마을이 공격 당했을까봐 걱정하고 있었는데요, 미노루의 말에 크게 안심합니다. 미노루에게 달려가 끌어안아요.
“고마워, 미노루!”
“정말 고생 많았어!”
그리고 미노루를 끌어안은 상태에서 석진에게 말합니다.
“알았지? 싸움은 저 사람들이랑 하기야!”
하누
그걸 보고 멋쩍게 입을 다뭅니다. 싸우려던 게 아니었는데…….
‘미안하다, 널 잘못 생각했다’는 말 하기가 왜 이렇게 힘들까요?
헛기침을 하곤, “가자. 놈들을 매복지점으로 유인하려면 시간이 없다.”라고 말하고 혼자서 슝 가버립니다.
부셈이
좋아요. 그럼 미노루가 매복지점에서 함정을 준비하고, 석진과 몽희가 적들을 거기까지 유인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석진은 돌풍을, 몽희는 순록을 탄 채 유인하고, 금강야차와 달걀귀신이 추격합니다.
승점 3점 제로 대결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얼음 폭포. 폭포에 징검다리처럼 바위들이 놓여있고, 물이 얼어붙어 있어요. 여기서 판정을 한 번 해보죠.
석진은 몽희가 유인 작전에 참여하는 걸 허락했을까요?
하누
앞에서 호랑이 유인하는 걸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줬잖아요. 그리고 아민도 죽었고, 투는 이탈했고, 인원이 너무 부족해요.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몽희밖에 없는 상태에서 몽희가 참여하겠다고 엄청 조르면 못 이기는 척 허락을 해줬을 것 같아요.
몽희를 동등한 동료로서 완전히 믿는 건 아니고, 몽희가 상대들을 유인하는 동안 자기가 몽희를 보호하겠다는 생각이겠죠.
부셈이
좋아요. 이쪽에서는 달걀귀신이 대표로 굴리겠습니다.
순록의 시트를 사용할게요. 자연 기능으로 판정하고요.
순록의 습성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이지만, 달걀귀신에겐 “충성스러운 순록과 검독수리”라는 복선이 있어서 본능에 어긋나는 명령이라 해도 패널티가 –1에서 그칩니다.
(도르륵) 주사위값 –1, 결괏값 2입니다.
달걀귀신은 여러분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활을 쏴서 맞춰 떨어뜨릴 목적으로 안정적인 속도로 여러분을 쫓고요. 석진을 향해 활시위를 당깁니다.
하누
승마 기능치로 판정하고요, “이랴!”하고 고삐를 휘어잡고 돌풍을 몰아 빠르게 달립니다.
‘발이 묶임’ 사용하고요. 달걀귀신과 금강야차가 잠시 발이 묶여 지체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좀 더 고지에 있어서 도망치기 좋은 위치를 점했어요.
(도르륵) -3?! 실화냐?!
-3+2+2 해서 결괏값은 1. 1 격차 실패네요.
부셈이
승점 1점은 저쪽에 양보하는 방법도 있겠죠.
하누
그렇게 하죠. 화살이 제 귓가를 스치고, 날카로운 화살촉에 얼굴이 베입니다. 달걀귀신의 화살세례에 다소 지체되고요.
(1라운드 금강달걀 승, 석진 피해 1점 받음)
버팬
몽희가 이전에 얼어붙은 강에 빠져 동사할 뻔한 적이 있잖아요. ‘얼어붙은 폭포가 충격을 받으면 깨질 수 있다’는 발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폭포에 총을 쏴 얼음을 깨트려서 물이 쏟아지게 만드는 거죠.
부셈이
이건 사격이 아니라 학식도 괜찮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정확한 과녁을 맞추는게 아니라 얼음 있는 데만 맞추면 되는 거니까요.
과거의 경험에서 우러난 지식으로 행동하는 거죠.
버팬
(도르륵) 주사위값 2! 학식이 3이니까, 결과값 5예요!
부셈이
금강야차는 특기 ‘야차금쇄봉’이 있습니다. 금쇄봉의 파괴력으로 지형지물을 부수는 판정에 +2를 받아요.
바위 중 하나를 금쇄봉으로 팡 날려버려서 폭포를 막아버리겠습니다.
체력으로 판정하고요.
(도르륵) 주사위값 0, 결과값 5! 비김입니다! 어떻게 하실래요? 복선 쓰시겠어요?
버팬
“저 괴물은 뭐야?!” 순록을 몰아 마구 도망칩니다.
여기서 따라오는 게 재밌지 않을까요? 비기는 걸로 할게요.
(2라운드 비김, 양측 모두 승점 1점 획득)
부셈이
다음 구간입니다. 얼음 폭포를 지나, 아까 호랑이를 피해 달렸던 오솔길에 접어듭니다.
달걀귀신은 기회 만들기를 하겠습니다.
달걀귀신은 활을 쏴서 엄호하고, 금강야차가 여러분을 향해 빠르게 돌진해서 금쇄봉을 휘두릅니다.
달걀귀신이 먼저 엄호 판정. 사격 +3, 난이도는 3입니다.
(도르륵) 주사위값 –1. 그럼 1 격차 실패네요. 탄환을 하나 쓰고요, 복선은 ‘에벤키족 늑대 사냥꾼’.
보정치 +2 들어가서 1 격차 성공합니다. ‘달걀귀신이 뒤에서 엄호 중’ 상황 복선이 생기고, 공짜 격발은 금강야차에게 양보합니다.
금강야차 판정할게요.
(도르륵) 주사위값 +1, 접근전이 +4니까 결과값 5.
달걀귀신이 뒤에서 활을 겨눈 채 눈짓하면, 금강야차가 “알았수다!” 소리치고는 말을 빠르게 몰아 여러분 사이로 뛰어듭니다.
한쪽 다리를 말에 얹고 반쯤 일어나서 금쇄봉을 휘두르고요.
하누
아까 몽희가 앞질러 갔기 때문에 제가 더 금강야차에게 가깝겠죠.
말에 앉아있다가 몸을 확 하고 돌려서 뒤돌아서 앉아서 금강야차에게 총을 쏩니다. 사격이고요.
(도르륵) -2?!
부셈이
지금 이쪽이 이기면, 이쪽이 승점 3점을 달성해요.
에이미
인연 복선 써서 재굴림하는 건 어때요?
하누
그럼 미노루와의 인연을 써야겠어요.
부셈이
예전에 몽희 만나기 전, 둘이 함께 활동할 때 석진이 금강야차의 현상수배지를 보고 ‘이놈 잡으면 어떠냐’고 한 거죠.
미노루는 ‘나랑 같은 백팔요괴단 출신인데, 절대 안 된다. 마주치지도 말아야 한다’고.
에이미
그러면서 제가 금강야차에 대해 설명해준 거죠.
‘그 녀석은 굉장히 오만해서 강자와 싸우는 것을 즐기는데, 특히 마지막 일격을 날릴 때 흥분해서 과시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빈틈이 생긴다. 이 새끼를 잡으려면 이때뿐인데, 워낙 강한 놈이라 이 빈틈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부셈이
마침 금강야차의 성격 복선이 ‘여기 나보다 센 놈 있냐?’죠. 석진은 지금 ‘산을 덮는 오만함’ 복선을 알고 있고요.
‘산을 덮는 오만함’은 호랑이의 성격 복선이긴 하지만, 성격적 공통점이 있으면 행동 방식이 비슷해지니까 금강야차를 상대할 때도 ‘산을 덮는 오만함’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침 석진의 전투 방식은 무모한 스타일이 아니라 신중한 스타일이고, 경험이 많고 노련한 타입이기 때문에 저런 나 잘났다 타입을 상대할 때 상성이 좋을 것 같아요.
하누
‘이 산에는 건방진 놈들밖에 없군……!’
금강야차가 승리를 확신하고 크게 휘두르는 순간을 노려서 쏘겠습니다. 일단 인연 복선으로 재굴림 해볼게요.
(도르륵) -2?!! 오늘 주운 왜 이래? (‘산을 덮는 오만함’으로 재굴림)
주사위값 0, 사격이 +4니까 1 격차 실패.
부셈이
미노루가 금강야차에게 ‘일시적 실명’ 경미한 타격 공짜 격발 가지고 있잖아요. 그걸 양도해주는 거 어때요?
에이미
좋았어! 그럼 아까 만났을 때 금강야차의 눈에 대해 얘기해줬다고 할게요.
‘그 놈 왼쪽 눈이 오늘 하루는 안 보일 거야, 금강야차와 싸우게 된다면 왼쪽을 노려’라고.
부셈이
그걸로 +2 받으면 결괏값 6! 금강야차는 5! 1 격차 성공! 승점은 2 대 2입니다.
하누
미노루가 해줬던 이야기를 떠올리면서요, 한 팔로 총을 잡고 한 팔로 말을 몰고 있었는데, 몸을 확 하고 왼쪽으로 돌리면서 안장에 거꾸로 앉으면서 금강야차를 향해 쏩니다.
금강야차의 왼쪽 시야가 잘 안 보이는 데다가 굉장히 크게 움직이고 있었잖아요. 그래서 사각에서 날아오는 총알을 막지 못하고 쇄골 근처에 명중합니다.
부셈이
총알은 금강야차가 주렁주렁 차고 있던 금붙이에 박혀요. 강한 충격에 금강야차는 반쯤 일으키고 있던 몸에 힘이 풀리면서 주저앉고요.
“어으윽, 젠장!” 신음하면서 뒤로 훅하고 밀립니다.
(3라운드 석진몽희 승)
부셈이
자, 그럼 이번이 마지막 승부겠네요.
‘망치와 모루’ 전술이라고 있죠. 대장장이들이 모루에 검을 놓고 망치를 치는 방식으로 쇠를 제련하곤 하죠.
적들이 습격을 해올 때 정면으로 맞아주는 ‘모루’가 있고, ‘망치’ 역할을 하는 애들이 측면에서 적들을 찍어버리는 전술이 망치와 모루 전술이에요.
“할카!” 소리치자 할카가 돌풍의 측면으로 붙고요. 순록들은 말과 다르게 점프를 아주 잘 하잖아요? 할카가 점프를 하면서 뿔로 돌풍을 들이받으면서 밀어냅니다.
그때 달걀귀신이 휘익 하고 휘파람을 불자 검독수리 루키가 날아와 석진을 공격합니다.
순록에게 밀려 달리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무방비한 측면으로 검독수리의 발톱이 날아드는거죠.
달걀귀신의 자연 기능은 +4고요. 이건 검독수리의 습성에 해당하니까 +2가 보정값으로 들어갑니다.
(도르륵) 주사위값 –1, 결괏값 5네요.
한편, 몽희가 뒤를 돌아보면, 몽희를 먼저 보낸 석진이 달걀귀신과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절벽 끝까지 몰려있는 것이 보입니다.
버팬
순록을 몰아 달걀귀신을 들이받아 볼게요. 배짱입니다.
(도르륵) 주사위값 +1, 결괏값 5! 동점이에요!
부셈이
아까 만들어놨던 ‘달걀귀신이 뒤에서 엄호 중’을 쓰겠습니다.
달걀귀신은 코앞에 있는 석진을 향해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깁니다. 보정값 +2, 결괏값 7입니다.
버팬
투와의 인연 복선을 쓸게요. 투가 이전에 순록 타는 법을 가르쳐줬잖아요.
그때 순록의 습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줬을 것 같거든요. ‘순록은 말보다 경사지를 잘 뛰어다녀서 산에서 유용하지만, 겁이 많아 위험한 곳으로는 잘 가지 않으려 한다.
그러니 위험한 곳에 데려가려고 할 때는 눈을 가려주어야 한다’고.
눈앞에서 석진이 탄 말이 위태롭게 절벽에서 떨어지려고 하는 모습이 보이고요. 몽희는 숨을 크게 몰아쉬고, 한팔로 순록의 얼굴 전체를 감싸서 눈을 가려요.
“우린 괜찮을 거야.” 순록의 귀에 속삭입니다. “겁내지 마, 우린 할 수 있어.”
그러고나서, 발로 엉덩이를 탁 차면서 “이랴!” 달걀귀신이 있는 곳으로 돌진합니다.
보정값 +2, 결괏값 7!
(4라운드 비김)
하누
루키가 공중에서 공격해오는 것을 정신없이 장총으로 방어하면서, 돌풍이 아슬아슬하게 떨어지려고 하는 걸 한 손으로 고삐를 쥔 채 애써 막고 있었는데요.
시야에서 달걀귀신이 활시위를 당기는 것이 보입니다.
‘제길, 끝장인가……!’
죽음을 각오하는 그 순간, 시야 밖에서 무언가가 달려옵니다. 분명히 앞으로 먼저 보냈던 몽희가 순록을 몰고 달려오고 있어요.
어떻게 반응하기도 전에 꽝! 하고 큰 소리가 나요.
부셈이
달걀귀신이 활시위를 당기면서 “오니토라……!” 소리치는 순간, 반대편에서 무언가 달려와 쾅 하고 들이받습니다.
균형을 잃은 달걀귀신은 가까스로 고삐를 잡고요.
두 순록의 뿔이 서로 얽히고, 절벽에 쌓여있던 꽁꽁 언 눈이 무너져내리면서 몽희와 달걀귀신이 함께 절벽으로 떨어집니다.
하누
“몽희!” 절규하면서 몽희를 향해 팔을 쭉 뻗는데, 손끝과 손끝이 닿을 듯 말 듯 스쳐 지나갑니다.
버팬
몽희가 떨어지는 동안 석진이랑 슬로우모션으로 눈이 마주치고요. 석진과 몽희가 서로를 향해 손을 뻗는데 안타깝게 닿지 않아요.
그 순간, 몽희가 주먹을 딱 쥐면서 석진을 보면서 걱정말라는 듯 씩 웃어요.
하누
그 모습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보다가, “너 거기 가만히 있어라! 내가 구하러 갈테니, 그때까지 꼼짝 말고 있어!”
그러고 몽희를 구하러 내려가려던 찰나, 금강야차가 가로막는 거죠.
부셈이
그렇죠. 내려가려던 찰나에, 당신의 눈에 방망이 그림자가 보이고요.
반사적으로 석진이 한 바퀴 굴러서 피하면 방금 당신이 있던 자리를 금쇄봉이 쾅! 하고 내려찍고요.
금강야차가 후하고 입김을 한 번 뱉고는, 방망이를 뽑아 들어 어깨에 탕하고 걸칩니다.
“어디 한눈을 파는 거야?”
그러고나서 금강야차가 절벽 아래쪽으로 “형님, 괜찮수?” 소리치면 달걀귀신이 대답합니다. “할카는 달릴 수 없다.” 할카가 절벽에서 떨어지면서 다리를 다친 거죠.
달걀귀신은 할카의 이마에 손을 얹으면서 여기서 쉬고 있으라는 뜻을 전하고 앞을 보는데, 눈밭을 달려가고 있는 몽희가 보이겠죠.
달걀귀신이 “난 꼬맹이를 쫓는다.”라고 하면, 금강야차가 “맡겨두라고!”금강야차는 호승심에 가득찬 얼굴로 웃으며 석진이에게 말해요.
“일본군 애들이 너를 오니토라라고 부른다면서?”
하누
조급한 얼굴로 몽희 쪽을 한 번 본 다음, 눈앞의 금강야차를 보고, 쯧 소리를 내곤 손에 있던 총을 빙글 돌려 고쳐 쥡니다.
“알고 있다면, 그냥 물러나는 게 신상에 이로울 텐데.”
부셈이
“쿠라마 그 변태 새끼한테 내 얘기 못 들었구나?”
“난 말이야, 강한 놈들을 보면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고.”
하누
장총의 레버를 철컥하면서, ‘이놈은 대화가 통하지 않는 놈이라고 쿠라마가 말했지.’
‘어서 치워버리고 한시라도 빨리 몽희에게 가야 해.’
부셈이
그럼 금강야차가 바로 정면으로 뛰어들고, 석진이 그에 대응해 총을 쏘는 판정입니다.
하누
사격, 공격 판정이고요.
(도르륵) 주사위값 0, 결괏값 4.
부셈이
금강야차는 당신에게 달려들면서 금쇄봉으로 바위를 쳐서 날려보냅니다.
체력, 방어 판정이고요. ‘야차금쇄봉’, 금쇄봉의 파괴력으로 지형지물을 부수는 판정에 +2를 받습니다.
(도르륵) 주사위값 +2, 3+2+2 해서 결괏값 7입니다.
3 차이 성공이라 순간 복선이 생기고 이쪽에서 공짜 격발을 가져갑니다. 순간 복선, ‘날아오는 바위’.
이제 이쪽이 공격할 차례죠?
당신에게 바위가 날아가서 총알도 막히고 당신의 시야가 가려져있는 동안 그 아래쪽에서 바닥을 긁듯이 쓸어올리면서 금쇄봉으로 올려칩니다.
접근전, 공격 판정입니다.
(도르륵) -3?! ‘날아오는 바위’ 써서 재굴림 할게요.
(도르륵) 주사위값 –1, 결괏값 3입니다.
하누
바위와 함께 쇄도하는 금강야차를 바윗돌과 나무줄기 사이를 몇 번이고 뛰어올라서 피하고요. 금강야차의 머리 높이까지 올라온 다음 상대의 가슴팍을 걷어찹니다.
운동 능력 방어 판정이고, ‘호랑이 사냥’, 발밑이 불안정한 곳에서 재빠르게 움직일 때 운동능력에 +2를 받아요.
(도르륵) 주사위값 1, 2+1+2 해서 5입니다.
부셈이
방어 판정이니까 발로 걷어차는 건 피해를 준다기보단 상대와의 거리를 벌리는 의미겠죠?
하누
네, 거리를 벌리기 위해서 콱하고 밀었는데 그 무게감이 엄청나게 묵직해요. 저도 체격이 크고, 여태까지 수많은 전투를 전전하면서 힘으로 밀려본 경험이 거의 없었는데요.
이건 진짜 인간이 아니라 쇳덩인가? 싶을 정도로 단단해요. ‘보통내기가 아니다’라고 생각하고요.
부셈이
당신이 금강야차를 걷어찬 뒤 착지를 딱 하면요.
보통의 상대라면 당신의 발차기를 맞고 날아가거나 고꾸라져야 하는데, 금강야차는 있던 자리에서 살짝 밀렸을 뿐입니다.
금강야차가 씨익 웃으면서 말해요, “너 진짜 강하구나!”
한편, 미노루는 계속 매복 포인트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작전과 달리 아무도 안 오네요.
에이미
왜 안 오는지 걱정이 되어서 가볼 것 같아요.
부셈이
그럼 여기서 합류하는 판정을 해볼 건데요, 성공을 하면 바로 이번 라운드에 합류를 하고, 실패하거나 비기면 조금 늦어져서 한 라운드 뒤에 합류하는 것으로 하죠.
석진이 아까 돌풍에서 내렸잖아요. 석진을 내려준 돌풍이 빠르게 달려서 매복 포인트까지 가서 미노루를 태워주는 건 어떨까요?
하누
좋다 좋다. 돌풍이 여태까지는 미노루를 한 번도 안 태워줬잖아요.
에이미
그런데 저 승마가 없어요.
부셈이
그럼 돌풍의 능력치로 판정을 해보죠.
돌풍이 빠르게 달리는 건 습성에 맞는 행동이니까 보정치 +2가 들어가고요. 난이도는 4입니다.
에이미
(도르륵) 주사위값 0, 결괏값 2……. 2 차이 실패네요. 복선을 쓸까?
하누
저는 늦어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석진이 좀 개발살 났을 때쯤 미노루가 도와주러 오면 드라마틱하니까.
에이미
그럼 그렇게 해요. 소통 오류가 나서, 미노루가 몸을 한 반만 걸쳤는데 마음 급한 돌풍이 멋대로 달려나가기 시작합니다.
부셈이
다시 석진 쪽으로 돌아오면, 항공샷으로 절벽 위에서 합을 주고받으며 싸우는 두 사람이 보입니다.
개머리판으로 치면 발로 막히고, 금쇄봉으로 치면 석진이 빠르게 피하는 식으로 막상막하의 대결이 벌어지고 있고요.
화면이 절벽 아래로 빠지면서 도망치고 있는 몽희의 모습이 보여요.
몽희의 뒤에서 달걀귀신이 활을 쏩니다. 몽희의 옆으로 화살이 팍하고 꽂히고요.
달걀귀신이 소리를 칩니다. “산에서 날 피해서 도망치는 건 불가능하다!”
버팬
몽희가 탄 순록도 절벽에서 떨어지면서 다리를 다쳤을 것 같아요.
잘 달래서 가고 있긴 하지만 절뚝절뚝거리면서 간신히 뛰고 있고요.
바로 옆에 꽂히는 화살을 보고 “히익!”하면서 놀랍니다.
“아저씨가 안 쫓아오면 안 도망쳐도 되잖아!”
하누
기적의 논리 ㅋㅋㅋ
버팬
순록에게 “조금만 힘내!”라고 속삭이고요. 불안한 눈빛으로 달걀귀신 쪽을 힐끔거리면서 달리고 있습니다.
부셈이
달걀귀신은 몽희가 탄 순록을 노리고요.
엉덩이에 맞췄다가는 놀라서 더 빨리 뛰기만 할 거라는 판단을 하곤, 좀 더 높은 지대에 올라서서 순록의 머리를 향해 활시위를 당깁니다.
달걀귀신의 시야를 따라 순록의 머리가 클로즈업 되고요.
사격, 공격 판정입니다.
(도르륵) 주사위값 1, 결괏값 4.
버팬
몽희는 계속 달걀귀신 쪽을 신경 쓰고 있었으니까 달걀귀신이 고지대에 올라서 순록 머리를 노리는 것도 눈치챘을 것 같거든요.
순록 뿔을 확 비틀어서 방향을 바꿀 것 같아요.
부셈이
‘상대가 순록을 노릴 거다’라는 순간적 판단력도 필요하고, 내가 지금 어느 방향으로 가야 화살을 맞추지 못할지도 빠르게 예상해야 하니 눈치 방어 판정일 것 같네요.
굴려주시죠.
버팬
(도르륵) 주사위값 1, 결괏값 4! 비김이에요!
부셈이
방어 판정 비김이면 피해는 주지 못하지만 공격자 측에서 순간 복선을 얻어요.
버팬
그럼, 순록이 절뚝거리고 있는 데다 덩치가 커서 표적이 되기 쉽잖아요. 그래서 순록을 돌려 화살을 피한 뒤에는 그냥 풀어줄 것 같아요.
활 쏘는 걸 보니, 달걀귀신은 저를 죽일 수 없다는 판단이 들어요. 하지만 순록은 죽일 수 있으니까요.
몽희의 속도가 느려지는 것에 대한 순간 복선을 달걀귀신이 가져가면 될 것 같아요.
부셈이
그럼 몽희가 순록 머리를 확 돌리자마자 그 위치에 화살이 팍하고 꽂히고요.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보면 달걀귀신이 빠르게 산을 타고 내려오는 것이 보입니다.
달걀귀신은 ‘도주 속도가 느려짐’ 순간 복선의 공짜 격발을 얻습니다.
순록을 보내는 장면 연출해 주시죠.
버팬
몽희는 꽂혀있는 화살을 보고 급하게 순록에서 내려요.
그러고나서 순록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고생했어. 빨리 도망가.” 하면서 순록을 눈밭 쪽으로 밀어요.
그럼 순록이 마지막으로 뒤를 한 번 돌아보곤 톡톡톡 뛰어서 사라집니다.
부셈이
순록이 콧김을 내뿜더니, 반대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한편 달걀귀신은 매끄럽고 탄성이 좋아서 활을 만들 때 쓰는 재료인 자작나무 가지를 눈비탈에 대고 스키를 타듯 내려옵니다.
그러면서 당신이 순록을 보내는 걸 보고요. “마음이 약한 꼬맹이군.”
“그럼 더 잡기 쉽지.”
다시 석진의 차례입니다.
백중세로 대결을 펼쳐나가고 있지만, 접근전은 금강야차가 +4고 석진이 +3이에요.
하누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 무조건 이쪽이 불리하다는 걸 임석진은 알고 있을 것 같아요.
부셈이
그런데도 불구하고 꽤나 장기전이 되어가고 있죠.
석진이 계속해서 공격을 피하자 금강야차는 당신을 피할 곳이 없는 구석으로 몰아갑니다.
당신이 옆으로 틀어 피하려고 하는 순간, 나뭇가지에 어깨가 턱하고 막히는 것을 깨달아요.
그러자 금강야차는 “잡았다.”라고 하면서 당신을 후려칩니다.
접근전 공격 판정입니다.
(도르륵) 주사위값 +1, 결괏값 5.
하누
사격으로 방어하겠습니다.
(도르륵) 주사위값 –1, 결괏값 3. 2 격차 실패.
거리가 가깝고 빠른 공격이 연쇄적으로 쏟아져서 총을 쓰기 어려운 상태였는데요.
한팔로 금강야차의 발차기를 흘려넘기면서 다른 팔로는 총을 빙글 돌려 스핀 코킹하고요.
금강야차가 마지막 한 방 먹일 때 동작이 커지잖아요.
그러느라 거리가 조금 벌어진 틈을 타서 장총을 한껏 당겨 거리를 만들어 쏘려 했는데…… 뭐 때문에 못 했다고 할까요?
부셈이
금강야차가 예상보다 빨랐던 거죠. 금쇄봉이 아래에서 치고 올라와서 총을 든 팔을 통째로 가격하고, 그래서 총을 놓치는 걸로.
2 격차죠? 탄환 하나 소모하겠습니다. ‘여기 나보다 센 놈 있냐?’ 면모 격발해서 보정값 +2 받고요. 4 격차로 만들겠습니다. 4 피해 받으세요.
하누
심각한 타격, ‘오른팔 골절’ 받을게요.
부셈이
아래에서 위로 쳐냈으니 총이 하늘로 날아갑니다.
하누
몽희 인연 복선, ‘은인의 대단하신 손녀’ 역발 할게요.
저는 전투 경험이 많고 노련하니까 평소라면 상대와 대치하고 있는 상태에서 총이 날아갔다고 주우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몽희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져서 총을 주우러 가다가 한 대 맞는 거죠.
부셈이
총을 주우러 가던 당신의 옆구리로 금쇄봉이 쇄도하고요. 그대로 당신의 몸이 붕 하고 날아가서 나무에 부딪칩니다.
복선 역발을 했으니 당신의 공격 차례를 잃고, 맷집과 깡다구를 전부 잃는 걸로 어떠세요?
하누
좋아요. “커헉!” 피를 토하고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바닥을 짚으면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잘 안 돼요.
발이 한 번 미끄러지지만, 그래도 계속 다시 일어나려고 용을 씁니다.
부셈이
당신이 땅을 짚은 손 앞으로 금강야차의 발이 저벅저벅 걸어들어옵니다.
“깡다구 끝내주네!”
“근데, 머리 굴리는 소리 다 들린다.”
“쓸 데 없이 행동이 느려지잖아.”
이제 한 라운드 지났으니까 미노루 합류해도 될 것 같네요.
에이미
독이 든 암기로 기습을 하고 싶은데요. 독을 심어 넣을 수 있는 비녀를 금강야차에게 던질게요.
독술, 기회 만들기예요.(도르륵) 주사위값 –1, 결괏값 2.
부셈이
방어 판정 해볼게요. 이건 기척을 알아채는 거니까 주의력으로 굴리겠습니다.
금강야차의 주의력은 +1이에요.
(도르륵) 주사위값 –3, 결괏값 –2.
에이미
미쳤다! 4 격차 성공!
부셈이
기회 만들기에 큰 격차 성공이니 복선이 만들어지고, 공짜 격발 2개를 쓸 수 있어요.
‘마비됨’ 복선이 생기겠네요.
에이미
제가 돌풍을 타고 왔잖아요. 오자마자 일촉즉발의 상황인 걸 보고 돌풍에서 내릴 새도 없이 비녀를 던지고요.
비녀가 금강야차의 오른팔을 스치고 지나가요. 근육 독이라 근육을 바로 마취시키는 마비 독이에요.
“자기~! 너무 늦어서 일부러 마중 나왔어.”
“너무 안 와서 죽은 줄 알았지 뭐야.”
“근데…… 거의 죽었네?”
부셈이
금강야차는 팔에 베인 상처부터 시작해서 핏줄이 검게 물들기 시작하고요.
금강야차의 정면에는 석진이 있고 후방엔 미노루가 있죠. 길은 옆으로 절벽이 있는 외길이고요.
금강야차가 옆으로 몸을 돌리면서, “하여간 이 변태 새끼, 흥 깨는 덴 선수라니까.”
에이미
“그야, 너한테 딱 맞는 독이니까.”
“그 아이 이름은 달기라고 해.”
“손가락 끝부터 살살 달래서 기력을 싹 빼가는 아이지.”
“어때? 마음에 들어?”
부셈이
그러면 금강야차는 손이 덜덜덜 떨리면서 마비가 오는 느낌이 들고요. 금쇄봉이 상당히 묵직하게 느껴져요.
하누
저는 매복 포인트에서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았던 미노루가 이 타이밍에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어요.
나무를 짚고 가까스로 반 정도 일어서고요. “쿠라마…….”
에이미
“아직 미노루라고 안 불러주는구나?”
석진의 총을 들고 빵야빵야 쏘는 시늉을 하더니, “역시 나한텐 안 맞네.” 하고는 석진에게 던져줘요.
하누
등으로 나무에 기대서 바로 서고요. 턱 하고 미노루가 던져주는 총을 받습니다.
부셈이
금강야차는 미노루가 석진에게 총을 던져주는 모습을 지켜보고요. 몸에 독이 퍼지는 것을 느끼면서 생각합니다.
‘오래 끌면 독이 온몸에 퍼진다.’ 그리곤 씩 웃으면서, ‘그 전에 끝낸다!’
한편, 몽희가 뭘 하고 있는지 볼까요?
몽희는 일촉즉발로 계속해서 달걀귀신을 피해 도망치고 있어요.
버팬
산에 나무가 빽빽해서 엄폐물이 많고 눈까지 내리잖아요.
키 140대의 꼬맹이가 숨어서 움직이고 있으면 잘 안 보일 것 같아요.
부셈이
달걀귀신이 고지대에서 내려오는 동안, 몽희는 빽빽한 숲 깊은 곳으로 들어갑니다.
능숙한 사냥꾼인 달걀귀신은 몽희의 발자국을 봅니다. 현재 당신이 보이지는 않지만 도주 경로는 예상이 돼요.
‘동선이 뻔하군.’이라고 생각하면서, 저벅저벅 당신을 향해 걸어갑니다. 당신의 동선을 서서히 좁혀서 더 도망칠 데 없는 곳으로 몰아넣어요.
“지도는 어디에 숨겼지?” 당신이 있을 방향으로 소리칩니다.
“순순히 불면 고통은 없을거다.”
버팬
몽희는 달걀귀신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요.
마을에서 호랑이 사냥 작전을 짜면서 에벤키족의 설명을 들었잖아요.
그림을 그려가면서 이 숲의 지형이 어떻고, 어디에 뭐가 있고 이런 얘기를 들었으니 내가 떨어진 부분이 어디쯤이고 어디로 도망쳐야할지 생각하고 있을 것 같아요.
부셈이
몽희가 달걀귀신을 호랑이 굴로 끌고 가는 건 어때요? 호랑이와 달걀귀신이 싸우게 만드는 거죠.
하누
정말 국가대표 배짱 아니면 못 할 일이네요.
부셈이
어떻게 달걀귀신을 따돌려야 할까 궁리하던 몽희의 머리에 투가 들려준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투, 아까부터 계속 나무를 올려다보던데 왜 그러는 거야?’
‘티그르의 발톱 자국이 있나 보고 있었어. 아민이 알려줬거든. 나무에 찍힌 발톱 자국은 티그르의 영역 근처에만 있다고. 침입자들에게 ‘여긴 내 집이니 나가라’고 알리는거랬어. 우리 부족 사냥꾼들은 항상 발톱 자국을 조심하지.’
다시 현재 장면으로 돌아오면 몽희가 숨은 풀숲 근처 나무에 호랑이 발톱 자국이 찍혀있어요.
멀지 않은 곳에 굴이 보이는데 굴 입구에 마치 콧김으로 생긴 듯한 고드름이 맺혀있어요. 호랑이 굴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달걀귀신을 그쪽으로 이끌고 가려면 속임수, 아니면 배짱도 괜찮을 것 같네요. 자칫하면 자기도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정말 배짱 없이는 못 할 일이니까.
달걀귀신 쪽은 특기 ‘늑대 사냥’ 쓸게요. 시야 확보나 이동이 불편한 산과 숲에서 은밀 행동 판정에 +2를 받습니다.
몽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다가가서 잡으려고 하고요.
(도르륵) 주사위값 +2, 결괏값 5.
버팬
빽빽한 숲을 헤쳐나가며 주변을 막 살피다보니, 호랑이 굴이 보입니다.
그런데 그곳으로 가는 길은 훤하게 뚫려서 그쪽으로 가면 바로 들킬 것 같아요. 그래도 그쪽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배짱 극복 판정할게요.
(도르륵) 주사위값 +1, 결괏값 5! 비김이에요!
부셈이
탄환 쓰겠습니다. ‘에벤키족 늑대 사냥꾼’ 면모 격발하고요. 보정치 +2, 그러면 결괏값 7이 되죠.
몽희가 활지로 뛰쳐나오는 순간,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루키가 날아와서 몽희를 덮칩니다.
검독수리는 노루를 사냥할 수 있을 정도로 큰데요. 몽희 정도면 발톱으로 어깨를 찍어 넘어뜨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버팬
특기 쓸게요. ‘돌아온 저승사자’, 세션 중 한 번,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총을 이용해 상대를 위협하거나 공격할 때 불리한 상황 복선을 하나 없앨 수 있어요.
저는 호랑이 굴로 내달리다가, 루키가 휙하고 날아오는 소리를 들으면 귀곡성을 들어 달려드는 독수리를 향해 쏩니다.
부셈이
당신에게 닿기 직전, 날개를 쫙 펼친 검독수리가 총에 맞고요. 달걀귀신의 복선, ‘충성스러운 할카와 루키’가 사라집니다.
루키의 어깻죽지에 귀곡성이 탕하고 관통하고, 산 전체에 소름 끼치는 쇳소리가 울립니다.
그럼 멀리서 루키에게 지령을 내렸던 달걀귀신이 “총을 가지고 있었나!” 하고요.
달걀귀신이 당신의 뒤를 잡으려 슬라이딩을 하며 달려오는데, 달걀귀신의 뺨을 화살이 휙 하고 스치고요.
그 뒤를 돌아보면 투가 보입니다! (일동 열광의 도가니)
버팬
“투!”
부셈이
몽희와 달걀귀신을 보고 상황 파악을 한 투는, “우리 마을을 공격하러 온 사내군.” 퉁구스어로 말합니다. “티쿨카스!” 사악한 자라는 뜻입니다.
그러면 달걀귀신도 퉁구스어로 대답해줍니다. “우리가 노리는 건 저 꼬맹이지, 네놈 마을이 아니다. 물러서라.”
그러자 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는 내 기르키야.” (일동 뒤집어짐)
한편, 다시 석진과 미노루의 차례.
석진과 미노루의 목적은, 금강야차가 마비 독을 맞았으니 독이 전신에 퍼질 때까지 시간을 끄는 거죠.
이번에도 승점 3점제로 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승리하면 금강야차의 몸이 마비되는 거고, 금강야차가 승리하면 여러분이 제압을 당하는 거예요.
금강야차는 팔이 마비되면서 금쇄봉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자, 석진에게 “이거 너 가져라.” 하면서 금쇄봉을 던져요. 투척 공격 판정이고, 투척은 +2입니다.
(도르륵) 주사위값 +1, 결괏값 3입니다.
그리고 석진의 ‘오른팔 골절’ 공짜 격발하겠습니다. 보정치 +2 받아서 최종적으로 5입니다.
하누
운동 능력으로 방어할게요. ‘호랑이 사냥’ 쓰고요.
(도르륵) 주사위값 0, 결괏값 4. 으음 -1 격차…….
에이미
‘마비됨’ 써드릴까요?
좋아요, 금강야차가 몸을 쓰고, 혈류가 더욱 빠르게 돌면서 독의 진행도 빨라져요.
하누
좋아요, 최종적으로 결괏값 6, 1 격차 성공이에요.
바위를 딛고 뛰어올라 금쇄봉을 피하고요. 금쇄봉이 바위와 부딪쳐 쾅! 하는 굉음이 울립니다.
아까만 해도 석진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잘 못 일어나고 그랬잖아요. 지금은 맨 처음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가벼운 몸놀림을 보입니다.
미노루가 온 뒤로 상당히 무리하고 있다는 걸 금강야차도, 미노루도 알 수 있어요.
부셈이
석진이 금쇄봉을 피하는 순간, 바위가 금쇄봉에 부딪치면서 와장창 깨져버립니다.
방어에 성공했으니 승점 1점 얻으시고요.
(1라운드, 석진미노루 승)
부셈이
무기를 던져버리고는, ‘먼저 미노루를 처리하고 그다음 상태가 안 좋은 석진을 손쉽게 처리하자’고 판단한 금강야차는 미노루를 향해 돌진합니다.
접근전 공격 판정입니다.
(도르륵) 주사위값 +3, 결괏값 7! (일동 경악)
에이미
제가 길고 치렁치렁한 옷을 입고 있잖아요. 금강야차가 달려들 때 겉옷을 살짝 벗어서 얼굴을 가리고 싶어요.
속임수 방어 판정 할게요. 속임수 +3이고요.
(도르륵) 주사위값 +2, 결괏값 5. 2 격차.
‘마비독’ 격발할게요. 이렇게 되면 7 대 7이니까 비김이죠?
부셈이
특기 사용하겠습니다. ‘싸우면서 배운다’, 자신에게 타격을 입힌 상대와 싸울 때 상대의 전투 습관이나 약점과 관련된 상황 복선과 공짜 격발 1개를 얻습니다.
금강야차는 미노루와 같은 백팔요괴단이잖아요. 그래서 미노루의 전투 방식을 잘 알아요.
‘저 변태 새끼, 변태 같이 싸우네’라는 상황 복선을 만들고, 바로 사용해서 결괏값을 9로 올리겠습니다.
에이미
복선 쓸게요. ‘구미호는 꼬리가 아홉 개지’, 9개의 꼬리 중 뭘 때려도 8개는 남으니까요.
그리고 금강야차와의 인연 복선도 사용할게요. 결괏값 11입니다.
버팬
옷을 벗어 얼굴을 덮어버리면서 소매를 잡고 금강야차의 뒤로 휙 돌면서 목에 감아버려가지고 목이 졸리게 만드는 건 어때요? 금강야차와의 완력 차이 때문에 무리인가?
부셈이
마비 독의 효과가 있으니까 가능할 것 같아요.
서로가 서로의 전투 방식을 알기 때문에 미노루가 평범하게 도망치는 것 정돈 금강야차도 예상을 했을 거예요.
그러니 다소 도박수를 둬서 목을 졸라버리는 거죠.
승점 1점 드리겠습니다.
(2라운드 석진미노루 승)
에이미
1번만 더 이기면 된다!
부셈이
미노루에게 붙잡혀 목이 졸리고 있고, 마비 독이 퍼지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금강야차의 완력을 미노루가 오래 버티는 건 쉽지 않겠죠.
에이미
붙잡는 순간 ‘앗, 씨발……!’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이거 뭐야, 돌인가?!’
부셈이
그대로 미노루의 손목을 붙잡고 바닥에 메다 꽂아버릴게요.
체력 공격 판정입니다.
(도르륵) 다이스값 +1, 결괏값 4.
에이미
이렇게 될 줄 예상을 했어요. 어떻게 제가 금강야차를 힘으로 상대하겠어요?
그래서 입에 독침을 물고 있다가 앞으로 넘어갈 때 쏴버릴 것 같아요.
속임수 기회 만들기 판정입니다.
(도르륵) 다이스값 –3……. 결괏값 0입니다.
부셈이
좋아요. 금강야차는 이미 마을에서 당신의 독침에 한 번 당했잖아요? 이쪽에서도 당신이 독침 쓸 걸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메다꽂을 때, 당신이 입에서 뭔가 꺼내려고 하면 슬로우모션으로 금강야차와 당신의 눈이 마주치고요. 씩 웃으면서 그냥 더 빠르게 꽂아버립니다!
탄환도 하나 사용하고요. ‘쿠라마 그 잡년이 나보다 나은 게 뭔데?’로 결괏값을 6으로 올리겠습니다.
6 피해 받아주세요.
에이미
경미한 타격 ‘가벼운 뇌진탕’ 가져가겠습니다.
(3라운드 금강야차 승)
부셈이
꽂히는 순간 미노루는 컥 하면서 피를 토할 것 같고요.
머리가 순식간에 몽롱해지고, 그 순간 금강야차가 미노루의 명치를 발뒤꿈치로 꾸욱 누릅니다.
“약삭빠른 새끼가, 내가 똑같은 수에 당할 것 같았냐?”
하누
금강야차가 지금 미노루를 밟고 있잖아요. 이건 금강야차가 아주 오랫동안 바라왔던 일이잖아요?
금강야차는 몽희를 찾으러 온 목적도 잠깐 잊고 미노루에게 한눈팔 정도였으니, 지금 이 상황에 너무 신나서 정신이 팔려가지고 잠깐 석진의 존재를 잊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부셈이
그건 금강야차의 ‘쿠라마 그 잡년이 나보다 나은 게 뭔데?’ 복선 역발인데요.
좋네요. 미노루에게 정신이 팔려서 석진이 미노루를 구해줄 틈을 만들어주는 거죠.
그렇다면 판정하지 않고 승점 1점 드리겠습니다.
(4라운드 석진미노루 승)
부셈이
미노루를 발로 꾹 하고 누르면서, “나는 쫓겨난 자식이라고 치자.”
“넌 뭐하러 도망쳤냐?”
“네가 물귀신 품을 떠나면 뭐 행복해질 것 같아?”
에이미
“씨발, 이제는…… 내 발로 나온 것까지 질투하냐? 이 새끼…….”
“어떻게 하냐? 누구랑 다르게 물귀신이 나를 안 내쫓는데.”
“내 발로 나올 수밖에.”
부셈이
“크핫! 유언은 다 했냐?” 하면서 확 하고 밟으려 합니다.
하누
발이 내리꽂히는 그 순간, 탕! 소리가 나더니 금강야차의 어깨에 총알이 박히는 거죠.
부셈이
금강야차가 자신의 어깨 쪽을 보면, 조끼 위로 붉은 피가 점점 퍼져나갑니다.
“이런 썅…….” 하면서 정면을 보면 총을 든 석진이 서있어요.
미노루를 완전히 끝장내려고 다리를 치켜올리려 하는데, 그 순간 몸이 완전히 마비된 것을 깨닫습니다. 기우뚱 하더니, 곧 절벽 아래로 추락해버립니다.
하누
석진은 금강야차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고, 총구 끝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요.
한계까지 참느라 얼굴에는 핏기가 없고, 온몸에 식은땀이 범벅이지만 표정은 평상시의 평정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금강야차를 쏜 뒤, 조준경에서 눈을 떼면서 작게 중얼거려요. “머리를 노렸는데…….”
평상시라면 정확히 맞췄겠지만 골절 때문에 손이 떨려 조금 빗나갔어요.
에이미
둘다 너덜너덜…….
부셈이
둘 다 지금 개 처맞았어!
하누
완전 개발살 났어요!
버팬
둘이 몽희 구하러 와도 되는 거 맞아요? 몽희가 구하러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하누
미노루에게 달려오면서, 자기도 모르게 “미노루!”
에이미
“하하, 내가 딱 알았잖아. 독이 딱 이때 들 줄 알았……. 잠깐만, 너 지금 나 미노루라고 했냐?!”
“야, 내가 잘못 들었냐? 너 나 지금 미노루라고 하지 않았어?”
하누
“지금 그런 게 중요해?!” 하면서 다급한 손으로 미노루의 상처를 살펴봅니다.
에이미
“네가 지금 남 걱정할 때냐고?” 타박하면서도 깔깔 웃고요.
“야 잠깐, 그래서 몽희는?”
“어디 갔어, 얘는?”
부셈이
그렇게 얘기하는 순간 귀곡성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에이미
안색이 창백해지고요.
하누
표정이 딱 굳으면서, 미노루를 부축해서 비틀비틀 일어나요.
“가자.”
에이미
“꺄악, 아파! 살살 좀 해!”
부셈이
여러분들이 귀곡성 소리가 들린 쪽으로 가면, 절벽 아래에 떨어진 금강야차가 사라지는 여러분의 뒷모습을 지켜보고요.
금강야차는 전투지능이 엄청 높잖아요. 그래서 격전을 벌이면서 석진이 여자라는 걸 눈치 챘을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석진의 뒷모습을 보고 씨익 웃으면서, “끝내주는 여자군……!” (일동 광란의 도가니)
한편, 몽희의 차례입니다.
투와 달걀귀신이 대치하고 있고, 몽희는 굴 쪽에 있습니다.
하지만 투는 한 번도 사람을 향해 활을 겨눠본 적이 없죠. 그래서 바로 당기지 못하고 손이 덜덜 떨리고 있어요.
달걀귀신은 화살을 피하려고 했다가 그걸 보고는 코웃음을 칩니다. “신의 나라에 가지 못할까봐 두렵나?”
“다, 닥쳐!” 투가 떨면서 쏘아붙이자, 달걀귀신이 대답합니다.
“기르키를 지킨다고? 그 시위만 놓으면 날 죽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럴 수 없겠지. 지옥에 떨어질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까.”
달걀귀신은 활을 쏠 수 있는데도 일부러 외날검을 뽑아들고는 투의 정면으로 저벅저벅 걸어갑니다. 투는 활을 쏘지 못하고 덜덜덜 떨고 있어요.
몽희는 어떻게 할까요?
버팬
“투, 도망쳐. 투-!”
대치 상황에서 몽희는 귀곡성을 두 손으로 잡고 달걀귀신을 겨누다가요.
퍼뜩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뒤를 돌아가지고 동굴을 향해 달려요.
그래서 동굴 앞까지 간 다음, 안이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호랑이 굴을 향해 총을 쏩니다.
부셈이
그러면 탕! 하고 총소리가 동굴에 울려퍼지고 귀곡성이 따라붙습니다.
그리고 도박이 성공한 듯, 안에서 “크르르르…….”하면서 호랑이 소리가 들리고요.
이젠 냅다 달려야겠죠? 이건 운동 능력일 것 같네요. 무조건 빠르게 달리지 않으면 잡힐 테니까.
호랑이가 먼저 판정할게요. 개성이 +3, 습성에 맞는 행동이니까 +2.
(도르륵) 주사위값 –2, 결괏값 3입니다.
버팬
(도르륵) 주사위값 1, 운동 능력은 1이니 결괏값 2. 1 격차 실패네요.
‘나의 급소는 적의 급소’ 사용하겠습니다. 내가 호랑이에게 쫓긴다는 건 곧 달걀귀신도 호랑이에게 쫓긴다는 거죠.
보정치 +2 받아서 1 격차 성공입니다.
부셈이
좋아요. 달걀귀신은 투의 코앞까지 가서 투의 멱살을 잡고 끌고가려고 하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뒤에서 팍팍팍 뛰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외날검을 살짝 기울여서 반사면으로 등뒤를 확인합니다.
검날에 달려오는 몽희의 모습이 비치고요. 몽희가 근처까지 오자 투를 내던지고 몽희를 잡아채려고 하는데, 그 순간 몽희가 확 하고 엎어져요.
‘뭐지?’하는 그 순간, “크르릉!” 소리와 함께 호랑이가 달걀귀신을 덮칩니다! (일동 자지러짐)
호랑이 앞발에 명치가 콱하고 눌리는 순간, 갈비뼈 몇 대가 나가고요. “컥!” 하는 순간, 달걀귀신의 머리 위로 햇빛이 쏟아지고 그 위로 거대한 호랑이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달걀귀신이 죽음을 예감한 듯, “당했군.”이라고 중얼거리는 순간, 호랑이에게 찢어 발겨집니다.
호랑이에게 어깨를 콱하고 물어뜯기고는 강물에 빠져버릴 것 같아요.
버팬
몽희는 정신없이 달리다가 훅하고 엎어지면서 투를 꽉 붙잡고요.
“투, 달려!” 그러고는 호랑이가 달걀귀신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에 다시 일어나 투를 끌고 앞으로 막 내달려요.
부셈이
호랑이와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졌을 때쯤 투는 잠시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하다가 정신을 차리고요.
활을 뽑아서 산군을 딱 겨누는데, 입에 피가 묻은 호랑이가 몽희와 투 쪽을 바라보고요.
동굴에서 새끼 호랑이들이 나옵니다.
투는 그 순간 멈칫 했다가 활을 천천히 내려놓습니다. 그리고는 몽희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해요. “티그르는…… 그냥 자기 가족을 지키고 싶을 뿐이야.”
“지금은 사냥하고 싶은 게 아니야.” 라고 하면서 몽희에게 걸어서 도망쳐도 된다고 합니다.
버팬
몽희는 투를 잡아당기다가, 투가 움직이지 않자 같이 뒤를 돌아보고는 그 풍경을 함께 보고요. 쏟아지는 빛 아래에서 눈동자가 일렁입니다.
반짝이는 은빛 털의 호랑이를 잠시 지켜보다가, 투의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돌아가자, 투.” 투의 손을 잡고 왔던 길로 되돌아갑니다.
부셈이
멀리서 미노루와 석진이 찾는 소리가 들리는 게 어때요?
에이미
“몽희야~ 너 괜찮니~! 아구아구크허헉커헉헉…….” (일동 폭소)
버팬
그 소리에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미노루와 석진을 찾고요, “미노루! 아저씨!” 이러면서 손을 막 흔들어요.
부셈이
드디어 세 사람이 모두 합류했고요.
투는 계속 넋을 놓고 호랑이가 있는 쪽을 보고 있어요.
석진도 투의 시선을 따라 그쪽을 돌아보면, 석진은 태어나서 처음 보겠죠. 백두산 호랑이를.
절벽 앞 동굴에서 쏟아지는 빛을 받고 있는 마치 신과 같은 모습을.
호랑이의 눈과 투의 눈이 교차 되다가, 호랑이는 뒤에 있던 새끼들을 몇 번 핥아주고는 자신의 굴로 돌아갑니다.
버팬
“투, 괜찮겠어?”
복수하지 않아도 괜찮겠냐는 뜻이에요.
부셈이
“티그르는 그냥 새끼를 지키고 싶었을 뿐이야.”
“티그르도 누군가의 아민인 거야.”
투가 호랑이에게서 시선을 떼고 몽희를 돌아봅니다.
“마을로 돌아가자.”
하누
석진도 마지막으로 호랑이 쪽을 한 번 보고, 몽희와 일행들을 돌아보곤 고개를 끄덕이고 다 함께 마을로 돌아갑니다.
부셈이
돌아오는 사냥꾼들을 맞이하기 위해 사람들이 마을 입구에 모여있고요.
다리 다친 순록도 산 아래쪽까지 내려왔어요. 투가 순록에게 “고생했어.”하고 말하곤 고삐를 잡고 여러분과 함께 마을로 향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제 떠날 시간이 됐어요.
투는 무릎을 꿇고 할머니와 이마를 맞대고 있습니다.
할머니가 퉁구스어로 이야기 합니다.
“예언이 있었다.”
“어린 아이는 마을을 떠나서 위대한 족장이 된다.”
“그의 기르키들과 함께.”
투가 말합니다.
“아타.”
“나, 나가서 우리가 새로 살 장소를 찾을게.”
“네루키(늑대), 오론(순록), 티그르(호랑이)가 뛰어노는 땅을 찾아서 다시 돌아올게.”
그렇게 말하곤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버팬
셋은 모두 떠날 채비를 마치고 마을 입구에서 투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 같아요.
몽희가 가장 마을 입구와 가까운 곳에서 투가 언제 오는지 살펴보고 있고요.
투가 짐을 든 채 저벅저벅 걸어오겠죠. 그럼 투에게 물어봅니다.
“투, 여행이 길어질지도 몰라.”
“인사는 잘했어?”
부셈이
투는 빙긋 웃으면서 그냥 고개를 끄덕합니다.
버팬
그러면 몽희도 히 하고 웃으면서, “그럼 가자!”
하누
몽희가 투와 대화하는 동안 미노루에게 말해요.
“쿠라마, 짐은 다 실었나?”
에이미
그러면 입이 댓발 나와가지고, “아니, 왜 도로 쿠라마래.”
“한 번 미노루라고 불렀으면 미노루지!”
하누
미노루는 알 것 같아요. 이런 거 일부러 물어보고 챙긴다는 거 자체가 동료로 받아들인다는 거죠.
미노루의 말엔 대답 안 하고, “다 실었으면 가지.” 하고서는 말에 타려고 합니다.
에이미
“재미없는 남자 같으니라고.” 그러고서는 몽희 쪽을 흘끗 보고요.
“야, 그나저나 너나 나나 저 아이한테 목숨을 여러 번 빚지는 느낌이지 않아?”
“저 녀석 생각보다…… 괜찮은 총잡이가 될지도?”
하누
그 말에 말에 타려던 걸 그만두고 몽희를 빤히 봐요. 몽희와 투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게 보이고요. 둘이 웃기도 하고 그래요.
그 모습을 보며 잠시 고민을 하는가 싶더니, 몽희에게 다가갑니다.
“꼬맹이.”
버팬
투랑 대화를 나누다가 석진을 올려다보곤, “응!” 합니다.
하누
“이곳을 떠나면, 네게 총을 가르쳐 주지.”
버팬
그러면 석진을 바라보고 있다가 입이 천천히 쩌억 벌어지더니, “만세!” 두 손을 번쩍 들고 폴짝폴짝 뛰어요.
“아저씨도 이제 내가 얼마나 용감하고 멋있는 사람인지 알았지?”
“꼭 가르쳐 주는 거다!” 이러면서 막 기뻐합니다.
하누
그러면 자기 표정이 안 보이게끔 살짝 앞장서면서, “이대로 냅뒀다간 언제 죽어 나자빠질지 몰라서 알려주는 거다.”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어요.
에이미
뒤에서 그 모습을 보며 ‘솔직하지 못한 녀석.’하면서 킥킥 웃고 있고요.
버팬
몽희는 투를 붙잡고 “아저씨가 나 총 가르쳐 준대!”하면서 기뻐하고요.
부셈이
투가 여러분과 함께 순록과 말을 타고 가다가 우뚝 서서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봅니다.
그럼 이제 황금빛 햇볕이 내려앉으면서 투가 떠나온 마을과 안개가 완전히 걷힌 백두산 장군봉이 저 멀리 보이고요.
그리고 다음 목적지는 봉천.
만주를 향해 쏴라.
제 2장, 여기에서 마치겠습니다. (일동 감동의 도가니)
부셈이
에필로그가 있어요.
폭포가 떨어지고요, 그 곁에서 붕대 같은 게 감긴 달걀귀신이 놀라며 깨어납니다.
“윽…….” 신음하면서 어깨 쪽에 손을 대면 어깨 살점이 한 뭉텅이 날아가 있고요.
모닥불 쪽을 돌아보니, 초랭이와 사당패들이 “아니, 반주검으로 흘러가길래 데리고 왔수다.”
그리고 뒤에서는 금강야차가 뒤돌아 앉아서 물고기를 뜯어먹고 있다가 “어, 일어났수?”
금강야차가 구운 생선을 달걀귀신에게 휙 하고 던지면서, “많이 먹어두라고. 그 개자식들, 죽이러 가야 되니까.”
그러면 생선을 받아든 달걀귀신이 “시간이 좀 더 걸리겠군.”
이제 정말 엔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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