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마이/스가레이] 묶인 경찰
자료 전달 차 경시청으로 향하는 길, 점심을 먹은 직후라 따스한 햇빛을 받으니 나른한 기분이 든다. 너무 좋다...평화로운 이 순간이. 어쩐지 들뜬 기분으로 도착한 수사 1과의 문을 열자마자 내가 본 것은――아무도 없는 1과에, 몸이 밧줄로 꽁꽁 묶여 바닥에 쓰러져 있는 스가노군이었다.
"...스가노군, 괜찮아!?"
"아, 레이. 큰일이다. 꼴사나운 모습 보여버렸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된 거야!?"
체력 좋은 경찰들이 모여있는 수사 1과에서 이런 일이? 전달하러 온 자료를 책상에 두고 급히 스가노군에게 다가가 몸을 일으키도록 부축해 의자에 앉히면, 그의 가슴에 붙어있는 메모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 내용을 가볍게 눈으로 읽어보면 '나는 츠카사씨가 3개월을 기다려 구한 컵라면을 훔치려다 걸렸습니다. 풀어주는 자는 동일한 벌에 처합니다.' ...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스가노군, 이거."
"어? 하하, 걸려버렸어"
"아니...스가노군 경찰이잖아?"
"훔친 건 아니고, 배고프니 먹을까~ 했던 것 뿐이야"
"당연히 알고 있겠지만 그게 절도라는 거야"
정말이지,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던 나는 별거 아닌 헤프닝에 안심이 되면서도 기운이 빠져버린다. 역시 수사1과라고 해야 할 지, 괜히 풀어줬다가 '동일한 벌'은 받고 싶지 않으니까 스가노군에게 서류를 맡기고 나가려 할 때. 기운찬 '꼬르륵~' 소리가 울렸다.
"...레이"
"내가 낸 소리 아니니까!"
"아하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괜히 찔려서 큰 소리를 내면, 스가노군은 묶여있는데도 뭐가 재밌는지 밝게 웃는다. 그런데, 내가 아니면 스가노군인거 아닌가? 혹시나 해 물으면, 아사기리씨의 컵라면을 점심으로 할 생각이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방금도 혼자 서랍을 열려다 넘어진 거고...아! 아프지는 않으니까 걱정 마"
"하아... 어딨는데?"
이런데 어떻게 걱정을 안 해. 할 말이 많지만 속으로 삼킨 나는 스가노군이 알려준 서랍을 열어 비닐봉지에 들어있던 빵들을 꺼냈다. ...처음부터 이걸 먹었으면 안 묶였던 거 아닌가? 라는 말도 역시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그럼 난 가볼 테니까... 다음부터는 그러지마."
"다음은 안 들키게 노력해볼게. 그런데 레이, 묶여있어서 먹을 수가 없는데..."
"...아."
의자에 앉은 채 내 쪽을 올려다 보는 스가노군이 '먹여주면 안돼?'하고 작게 웃는다. 그 얼굴은 왠지 귀여워 보여서... 차라리 그를 풀어줄까 잠시 고민하던 나는, 결국 빵 봉투에 손을 뻗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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