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독스 로이드 11화
오웬
…
순식간에 얼어붙은 듯한 몸이, 기우뚱 기울여진다.
그 몸을 지탱하면서, 브래들리는 새파랗게 빛나는 가슴께에서 재빠르게 마나 플레이트를 뽑아냈다.
오웬은 전혀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인형이라기 보다는, 동사한 시체같았다.
나는 충격을 받았다. 방금 전, 라스티카가 했던 정지에는 상냥함과 신뢰와 경애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건 너무하다. 아까까지 움직이고 있던 오웬이, 물건처럼 다뤄지다니…
브래들리
받아. 내 차에 실어놔.
경관
넵!
브래들리는 오웬을 부하에게 맡기고, 라스티카를 돌아보았다.
브래들리
점주. 이번에는 눈감아 주겠지만, 다음 번에는 무신호를 발견하자마자 바로 통보해라. 경찰이 데려온 것이라고 해도 말이야.
카인
보스. 라스티카는 나쁘지 않아. 내가…
브래들리
당연하지. 나쁜 건 전부 네놈이다. 철통한테 속아넘어가지 말라고. 인형 놀이가 하고 싶었던 거냐, 아가씨.
브래들리는 손등으로 카인의 뺨을 탁탁 쳤다. 굴욕적인 처사에, 카인은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하지만, 카인이 반론하기도 전에, 브래들리는 고양이를 달래는 듯한 달콤한 목소리로 카인의 귓가에 속삭였다.
브래들리
오늘 밤 일은 잊어라. 이건 심부름 값이다. 슬슬 근무도 끝날 때잖아. 술이라도 마시고 와. 피곤하잖냐?
그렇게 말하면서 카인에게 지폐를 쥐어준다. 카인은 브래들리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그러나, 물리칠 줄 알았던 지폐를, 허둥지둥 주머니에 넣고 짧은 한숨을 쉬었다.
카인
…그러겠습니다, 보스.
브래들리
착한 아이군. 마시고, 집에 돌아가서, 잠이나 자라.
브래들리는 카인의 등을 두드리고, 부리나케 라보의 밖으로 나가버렸다. 도중에, 히스클리프의 앞에 발을 멈춘다.
서서히, 히스클리프의 볼을 잡아당겼다.
그 순간, 어딘가에서 강아지형 로봇이 뛰어들었다. 히스클리프를 지키기 위해 브래들리를 위협하며 짖어댄다.
히스클리프
그만 둬, 시노!
강아지형 로봇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고, 브래들리는 히스클리프의 볼을 난폭하게 흔들었다.
히스클리프
…읏.
브래들리
너, 만난 적 있냐?
히스클리프
…어떨까요. 저도 시민입니다. 어딘가에서 서장님과 스쳐 지나간 일이 있을지도 모르죠.
브래들리
한 번 보면 잊어버리기 힘든 얼굴인데.
히스클리프
피차일반이네요.
브래들리
확실히 그렇군. 내 상처도 화려한 미형이지.
짧게 웃고, 브래들리는 떠나갔다.
히스클리프는 깊은 한숨을 내뱉고, 안심한 듯이 강아지형 로봇을 끌어안았다.
나는 내내 서있는 채로 있는 카인과, 클로에를 껴안은 채로 움직이지 않는 라스티카를 번갈아서 바라보았다.
이대로라면, 오웬은 끌려가버리고 만다.
아키라
(카인은 경찰 조직의 사람인데다가, 상사에게는 거스를 수 없을지도 몰라. 내가 어떻게든 해야만…)
(이대로, 작별이라니…)
각오를 굳히고, 셔터 바깥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 순간…
아키라
…!
그 팔을, 카인이 붙잡았다.
카인
쉿.
카인은 검지를 입가에 댔다. 의기소침한 줄 알았던 그의 눈동자는, 저번보다도 예리한 빛을 담고 있었다.
카인
아직 밖에 나가지 마. 보스의 에어카 엔진 소리가 들리면, 스텔스 모드로 보스를 미행하자.
아키라
엣…?
카인
뭐야, 그 얼굴. 내가 매수당했다고 생각했어? 보스를 방심시키기 위해서야.
똑똑한 그 사람이니까, 의도가 들통났을지도 모르지만. 그때는 그때고…
타이밍 좋게 부아앙하고 증기를 뿜어내는 듯한, 에어카의 기동음이 들려왔다.
카인
지금이다. 아키라, 함께 갈 거야?
아키라
네!
카인
라스티카, 히스, 나중에 연락할게! 클로에, 두 사람을 부탁한다!
클로에
맡겨줘!
히스클리프
조심해.
라스티카
…
우리들은 에어바이크에 타서, 브래들리의 에어카를 쫓아갔다.
스텔스 기능이라는 것이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에어바이크의 윤곽이 야광충처럼 빛난다.
우리들의 모습은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걸까? 로봇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유령이 된 기분이다.
브래들리의 에어카는, 부하의 차 한 대도 데려가지 않고 하이웨이를 오로지 계속 달리고 있다.
경찰서가 아닌 곳으로 오웬을 데려가려는 것 같았다.
아키라
…괜찮나요? 상사한테 반항해서…
카인
어떠려나… 하지만, 못본 척 할 수 없었어. 그… 설명하기 힘들지만 말이야.
나는 경찰이야. 사람이라도, 어시스트로이드라도, 무시해도 될 목소리 같은 건 없어.
그 녀석은 싫다고 말했어.
나는 입술을 깨물고 끄덕였다. 눈을 크게 뜬 오웬의 목소리가 들렸다.
…싫어, 또 멈추는 건.
그는 그렇게 말했다.
카인
게다가, 오웬 뿐만이 아니야. …요즘들어, 이 거리는 이상해.
아키라
거리가 이상해…?
카인
그래.
핸들을 세게 쥐면서, 카인은 눈을 가늘게 떴다.
카인
예전에, 비공식적으로 호위를 부탁받았어. 보스는 얼버무렸지만, 뒷사회의 VIP가 소유하는 어시스트로이드의 호위야.
아키라
인간인 카인이, 어시스트로이드의 호위를…?
카인
하이클래스 녀석들에게 있어서, 워킹클래스의 인간은 소유하고 있는 어시스트로이드 이하거든.
불쾌한 기분으로 타겟과 만났어. 하지만, 그 어시스트로이드는 어린애였어. 아서라는 이름의 남자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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