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독스 로이드 12화
카인
아서는 인간 그 자체였어. 생김새 뿐만이 아니라, 표정이나 동작 모든 것이 마치, 진짜 마음이 있는 것 같았어.
아키라
마음…
카인
의뢰 내용은 아서의 첫 심부름을 지켜봐주면 좋겠다는 거였어.
어시스트로에드에게는 최저한의 자기방어 프로그램이 있어. 고급품이니까 당연하지.
그런데도, 아서는 무모하고, 호기심 왕성하고, 모험심이 강해서 말이야. 전혀, 자신의 안전을 지키려고 하지 않았어.
나는 혼란스러웠어. 고장이 난 게 아닐까 생각했지. 하지만, 아서는…
자신의 마음 속 목소리에 따르고 있었던 거야. 우리들, 인간처럼.
에어카나 에어바이크의 램프가, 무수한 빛이 되어 시야의 구석에 흘러들어온다. 그 빛의 수는 차례대로 줄어들었다.
하이웨이는 어둠이 계속되고 있었다. 번화가와 멀어져서, 교외를 향한다.
카인
그 후에도 아서와는 몇 번인가 만났어. 아서는 연령 변화가 가능한 타입이라서 말이야, 소년이거나, 청년이거나 했어.
나는 점점, 호위가 즐거워졌어. 아서가 좋아져서, 만나는 게 즐거워진 거야.
무심코, 이렇게 말했어. ‘어시스트로이드로는 생각하기 힘들어. 아서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
…아서와는 그게 마지막이었어. 호위 의뢰도 완전히 없어졌어. 연락을 취할 방법도 없어.
카인은 내키지 않는 듯이 눈꺼풀을 내리깔았다. 분함으로도, 쓸쓸함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빛이, 흔들리고 있다.
카인
…방금 전 클로에도 그래. 라스티카의 의사에 따르지 않고, 자신의 의사, 마음을 우선으로 행동했어.
그런데도, 라스티카는 침묵했어. 너나 할 거 없이, 이 건이 되면 입을 다물어버려.
당신도 그래? 당신도 내가 모르는, 이 거리의 비밀을 알고 있거나 하는 건가.
아키라
에…?
입꼬리를 올리고, 카인은 웃었다. 빈정거린다…고 하기에는, 어딘가 외로움을 타는, 토라진 얼굴로.
카인
당신도, 나를 내버려 두고, 어딘가로 사라져 버릴 거야?
나는 눈을 깜빡였다. 무언가 말하려고 하다가, 망설이고, 웃었다.
그가 토라지고 싶은 것도, 당연하다.
이 거리를 지키고 있는데도, 그는 이 거리의 정체를 모른다.
공주님의 구두밖에 모르는, 왕자님처럼.
카인
…웃을 일은 아니잖아.
아키라
죄송해요. 왠지, 당신 쪽이 미아같아서.
카인
하하, 경찰인데도… 맞다. 아키라를 집에 데려다 줘야겠지. …여러모로, 휘말리게 해서 미안.
아키라
맞아요. 카인이 없으면, 저는 돌아갈 장소도 몰라요.
카인은 신기한 듯이 나를 옆눈으로 보았다. 장난꾸러기처럼, 나는 가슴을 뒤로 젖히며 웃었다.
아키라
카인에게 숨기는 일은 없고, 어딘가에 두고 가지도 않을 거예요. 쓸모없지만, 카인 편이에요.
카인은 어린 아이 같은 웃음소리를 내며, 기쁜 듯이 웃었다.
카인
쓸모없지 않아. 쓸모없어도 돼.
아키라
로봇인데도? 로봇은 인간의 도움이 되어야만 하는 게…
카인
법률 상, 어시스트로이드는 친구야. 친구라면,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로, 나는 고르거나 하지 않아.
마음이 맞는 녀석을 고를 거야. 아키라와는 마음이 맞을 것 같아.
아키라
기뻐요. 뭐라고 할까… 저의 프로그램과 카인의 상성이 좋아서. …이 말투는 이상한가요?
카인
아하하! 이상하지 않아. 멋진 프로그램이야. 버릇이 될 것 같아.
아키라
아하하. 이렇게 많이 칭찬받을 수 있다면, 로봇도 나쁘지 않네요.
어째서일까, 상쾌한 기분이 되어 나는 웃음소리를 냈다.
인간이어도, 로봇이어도, 나는 나다. 이 감정이 누군가가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이 세계의 전부가, 거짓말이라고 해도.
체감하고 있는 건, 여기에 있는 나.
가짜인지 진짜인지 모르는 세계보다도, 흔들리고, 터지고, 튕기고, 춤추는, 그 감정에 가치가 있다.
아키라
카인. 오웬과 한 번 더 만납시다. 그런 이별은 싫어요.
카인
물론이지. CBSC를 사줘야 해. 약속, 했으니까.
우리들은 마주 보고 웃었다. 그때, 카인이 흠칫 숨을 죽인다.
브래들리의 차가 하이웨이를 벗어나, 거대한 시설이 늘어서있는 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아키라
(뭘까, 저기는… 공장 지대도, 주택가도 아니야. 하지만, 묘하게 조용하고 통일감이 있어…)
카인
…폴몬트 라보다.
아키라
폴몬트 라보? 전에, 뉴스 방송에서 소개된?
카인
그래… 이 거리에서 시장보다도 힘을 가지고 있는 연구시설이야. 이 거리는 예전에, 학원 도시였거든.
폴몬트 학원이 설립된 이후부터, 대학이나 연구 시설이 늘고 거리는 발전하기 시작했어.
그 학원 설립자의 자손이, 폴몬트 총합 연구기관의 이사장이야. 하이클래스 중의 하이클래스인 녀석들이지.
곤란한데… 저 라보의 시큐리티 앞에선, 이런 스텔스 모드는 어린애 장난이야.
게이트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전용 패스가 필요해. 거리로 돌아가서, 그걸 입수하자.
아키라
짐작이 가는 거예요?
카인
그래. 이건 내 감이지만…
라스티카는, 전 폴몬트 라보의 연구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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