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랑한다고 말해요?
찬탈 2차 로그
[20:42]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며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삐—
(헛기침) 마리아나? 나 오빠야.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는가보구나. 선생님이 숙제를 많이 내 주시니? 이거 들으면 전화해주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단다. 가능하다면 네 얼굴을 직접 보고 사과하고 싶었고, 돌아가면 분명 그리할 것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허락하지 않는구나. 부디 이야기하게 해주렴. 너와 이야기하게 해줘. 제발, 제발…….
[12:38]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며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삐—
마리아나, 나야. 알레한드로. 네가 밥을 먹지 않는다는 말을 전해들었어. 내가 잘못했다. 나 때문에 너의 몸을 상하게 하지 말아줘. 네가 쓰러질 때까지 안 먹을 거 오빠도 뻔히 알아서 그래. 저번에 했던 말은 미안해. 그건 다 거짓말이야. 그분들을 다 죽일 거라던 말도 다 거짓말이야. 나에게 얼마나 고마운 분들인데 내가 감히 그런 일로 해치겠니. 난, 그저, 두려웠단다. 너는 똑똑해서 고모네 집에 갈 계획을 다 세워두었겠지만 너는 가는 길에 나쁜 아저씨들에게 죽을 수도 있었어. 아니,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을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어. 오빠는 그런 일이 벌어질까봐 너에게 거짓말을 했어. 그러면 네가 안 나갈까 봐. 그러면 네가 안전할까봐. 제발 설명할 기회를 주렴. 전화 기다릴게.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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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
식사는 했니? 네가 어제부터 아무것도 안 먹었대서 정말 걱정 돼. 오빠를 용서하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밥은 먹으렴. 전화 기다릴게.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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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
전화를 받기가 싫구나. 미안하다. 충분히 그럴 수 있지. 귀찮게 굴어서 미안하다. 그날 너에게 말한 것의 절반은 사실이야. 나는 부모님의 원수를 갚았고, 페레즈 카르텔을 궤멸시켰고,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단다. 하지만 정말 부모님을 걸고 맹세컨대, 나는 그런 것들을 즐기며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란다. 평소 나를 아는 너는 내가 방금 얼마나 무거운 말을 했는지 알 거야. 그래도 너는 이렇게 말하겠지. 그때 웃은 건 뭔데? 설명할 수 있단다. 정말, 무슨 일로 그런 잘못된 일이 벌어졌는지 설명할 수 있단다. 하지만 그것은 직접 보여주지 않으면 네가 믿을 수 없는 것들이니, 내가 반드시 살아 돌아와서 너에게 보여 줄게. 난 네가 내 말을 믿을 수 있다고 확신해. 그러니 제발, 네가 물도 마시지 않는줄은 몰랐어. 네가 아는 오빠도 진실이고 네가 모르던 오빠도 진실이야. 둘 다 있어. 하나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냐.
(약간의 침묵.)
조금 횡설수설했구나. 어쨌든, 오늘 안에 한 번만 전화 주렴. 한 번만…….
[21:20]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며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삐—
잘 시간이구나. 사랑해, 마리아나. 넌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란다. 다시 전화하려 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 말을 꼭 해야겠어서 마지막으로 전화했어. 이제는 귀찮게 굴지 않을게. 다음 번에 내 목소리를 듣는 건 내가 그 집으로 너를 보러 찾아갈 때일 거야. 물론 네 쪽에서 전화 주는 건 언제든지 좋단다.
사랑해, 마리아나. 내가 전에 말했지 않니? 산티아고 삼촌 얘기를 하면서, 얘기해 준 적 있지 않니? 사랑한다는 말은 언제나 해야 해. 삶은 스쳐 지나가는 것이고 기회는 갑자기 사라질 수 있으니까. 어린 네가 무서워할까봐 일부러 강조하진 않았지만 오빠는 살면서 그걸 뼈저리게 느꼈단다. 그러니 사랑해, 마리아나. 사랑해, 정말 사랑해…….
잠시만.
마리아나. 너, 지금 듣고 있구나. 난 알아. 네 오빠니까 알아. 듣고 있니? 마리아나? 마리아나? 마리아나? 마리아나? 마리아나? 마리아나? 마리아나? 마리아나? 마리아나? 마리아나? 마리아나? 마리아나? 마리아나? 마리아나? 마리아나? 마리아나? 마리아나?
(열일곱번 이름을 부르는 동안 그의 목소리는 점점 흐느끼는 톤으로 바뀌더니, 결국 음성 메시지가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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