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에게는,
그렇게 무책임한 바톤 터치를.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눈을 질끈 감는다. 이내 주먹을 꾹 쥐고, 손 끝을 부르르 떤다. 그 떨림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분노일까? 수치심일까? 그것도 아니면······ 죄책감일까?
그, 게······. 하고 되다 만 말이 툭 튀어나온다. 말을 이을 수가 없다. 나는 늘 이런 식이야. ······그게 나빠? 나쁜 건 아니잖아. 나한테 상냥한 게 그렇게 나쁘냐는 말이야. 누군가는 나쁘다고 하겠지. 그래도 난 늘 이렇게 사고하고, 행동하고······.
그래도, 선배······.
그게 아냐!
야에다 카오루코는, 눈 앞의 눈을 마주칠 수 없는 상대에게 성큼성큼 다가간다. 붉은 눈이 정면을 바라보는가 싶다가도, 당신의 고개가 들어지는 순간 윽, 반대로 돌아간다. 마주볼 수 없어. 왜냐면, 내가 잘못했고, 무엇보다······.
“선배는······ 잘못 안 했어! 바보도 아냐! 가끔 바보처럼 굴지만 아니라는 거 다 아니까! 내 눈은 못 속인다고!”
왜 따지듯이 말하는거야? 그게 아니잖아. 손가락질을 하면 어쩌자고?
“그냥 난, 나······ 는.”
그냥 태연한 척 할걸. 아무것도 아닌 척, 불안하지도 않은 척, 애초부터 똑바로 말하지 않았더라면······ 적당히 다른 대답을 했더라면. 아니, 이제 와선 늦었지.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상처주고 말걸.
“나는······ 화풀이를 한 것 뿐이니까······.”
그제서야 말이 제대로 뱉어진다. 후우, 하고 숨을 한 번 뱉은 야에다 카오루코가, 천천히 고개를 들고 말을 잇는다.
“선배는 잘못 없어. 그냥······ 선배가 말한 것중에 내가 싫어하는 게······ 아니. 이것도 틀린 말······. 그냥, 난······ 불안해. 본성이고 자시고 불안하다고······.”
어쩌면 ―――할까봐······. 말해지지 않은 뒷말은 꿀꺽 삼켜진다. 그러나 이것까지 말해버리는 것은 야에다 카오루코가 아니다. 그러므로······.
“그런 게 있어······.”
얼버무려지고, 바톤은 다시 당신에게로 돌아간다.
실로 무책임한 발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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