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여름.
이 이상이랄 수 없을 만큼 여름에 가까운 풍경이었다.
한낮의 여름, 미친 듯 찌는 계절의 한중간이었다. 창 밖으로 참매미가 길게 울었고, 저 멀리 운동장에서 땅, 하고 배트에 맞은 공이 포물선을 그리는 소리-아마도 누군가 야구를 하는 모양이다.-, 환풍구가 탈탈거리며 돌아가는 소리, 그야말로 여름이었다. 건물 바깥에서는 살인적인 햇빛이 콘크리트를 데우고 있었고, 그 빛은 일직선으로 창을 투과해, 복도의 두 사람에게 온전히 가닿았다. 이 이상이랄 수 없을 만큼 여름에 가까운 풍경이었다.
교실로 들어간 하야마 마나베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야에다 카오루코는 시답지 않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흠······. 내가 바보도 아니고.
역시 배려가 넘치는데 말이지······.
마나베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이 돌고 있다고 했다. 그건 이상한 일이다. 기본이 선한 사람은 쉽게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하야마 마나베에게 그를 상회할 정도로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하거나, 부풀려졌거나, 아무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그 소문에는 남 얘기 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끼어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야에다 카오루코도 그런 소문의 주인공이 된 적이 꽤나 있었다. 사소하다고 치부했지만. 사람은 각양각색, 입장도 관점도 서로 제각각, 그러므로 야에다 카오루코는 그런 것을 신경쓰지 않는다. 아니······ 아예 신경쓰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많은 경우에 그녀는 그런 일들을 없던 일이나 우스운 일로 여기곤 했다.
그러므로, 지금 하는 생각이라는 것은······.
하야마 선배한테 좀 더 뻔뻔해지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하나.
잘 배우긴 할까, 내 지도는 완벽하겠지만······.
같은 것. 그 생각만으로 이미 뻔뻔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선한 듯 보이는 사람이 괜히 괴로워하는 것을 본다는 건 이 쪽으로서도 달갑지 않은 일이다. 왜, 이야깃속의 히어로가 괴로워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잖아? ······야에다 카오루코는 전대물을 볼 때도 악역에 이입하는 쪽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런 장르에 ‘퍼플’ 은 잘 없는 존재였으므로. 오히려 악역의 메인 컬러였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선배가 뻔뻔해지는 것도 어울리는 일은 아닌가?
아니, 그렇다고 해도 말이야. 사람이 쓸데없이 마음고생을 하면 늙는다고······.
공상은 묘한 방향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주름진 얼굴의 하야마 마나베······ 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곧 그가 뭔가를 들고 교실을 나오면, 카오루코는 고개를 들고 이렇게 묻는다.
“선배.”
“음? 무슨 일이지?”
“선배가 늙는 건 싫으니까 물어볼게.”
그 말에 마나베가 당황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본다. 그러나 카오루코는 말을 끊지 않고.
소문이 돈다는 거, 정확히 어떤거야?
······직구 이외에도 방법이 많았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역시 이 편이 야에다 카오루코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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