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쿄스케
The seer (예언자)
에스
자, 다음은. 죄수번호 05번, 쿄스케. 심문을 시작하지.
쿄스케
흠, 흠. 그래, 심문인가. 자…….
“다음은 죄수번호 05번, 쿄스케—! 지금까지의 죄수들 가운데선 가장 수상해 보이는 얼굴인데! 과연 어린 간수는 그에게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에스
쇼를 시작하는 듯한 말투로 말하지 마.
쿄스케
흐하하. 나름대로 긴장하지 말라는 배려.
에스
그러지 않아도 긴장하지 않았다고.
쿄스케
오호라. 정말인가? …… 흐음, 흐음. 정말로…… 안 무서워 하네.
에스
무서워할 이유가 있어?
쿄스케
아니, 보렴. 아저씨는 꽤 무섭게 생겼잖아? 그래서 어린애들한텐 쉽게 미움을 받거든! 에스 군은 꽤 간이 크구나? 으하하.
에스
그건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쿄스케를 무서워한다는 사람은 없었는데. 에루까지도.
쿄스케
뭐어, 뭐. 에루 쨩이나 헤이지 군 같은 친구들이 처음엔 조금 무서워했지만 말이다. 고맙게도 얘기 좀 해보고 나니 경계를 풀어 줬어. 기본적으로 남에게 친절하려고 하기도 하고. 이거 하자, 저거 하자, 이런 말을 많이 해서도 있겠지.
에스
이거 하자, 저거 하자…… 라는 건?
쿄스케
아하하, 아저씨는 가만히 있으면 좀이 쑤셔서. 앞장서는 편이 마음 편하기도 하고, 앉아서 남의 말을 듣기만 하는 건 질색이거든. 간단하게는 자기소개부터, 상황 정리라거나, 향후 대책이나.
에스
리더 같은 건가.
쿄스케
나름대로 연장자란 거지. 카이치 군이나 아유미 쨩도 왼팔 오른팔 같은 느낌으로 어른 구실을 톡톡히 해 주고.
에스
대강… 구도가 그려지네.
쿄스케
그 아래 청년들도 개성이 강해서 재밌지. 그런 것 치고는 또, 의외로 마찰 없이 원만하고. 밸런스가 잘 맞는달지…… 그래,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의도성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에스
의도성이 느껴져?
쿄스케
그래. 완전히 무작위로 선별했다기보다는 감옥 내의 인간관계를 고려해 뽑았다는 느낌. 에스 군의 생각은?
에스
아직 반 밖에 못 봐서 확신할 수 없어.
쿄스케
와하핫, 신중한 성격이구나.
에스
그렇지만 대충 알겠어. 탈출이니 뭐니 하는 것도 쿄스케가 꺼낸 화두겠지?
쿄스케
오오. 직감도 꽤 좋고. 아니지, 이 경우엔… 분석인가.
에스
퍼즐 전부를 맞추지 않아도 한 쪽 구석은 완성되기도 하는 법이잖아.
쿄스케
그래, 그래. 말대로야. 다같이 이야기해본 결과, 이 감옥은 ‘상식적인’ 곳이 아니라고 판단했으니까.
에스
‘상식적인’?
쿄스케
비상식적으로 좋은 환경과, 비상식적으로 죄의식이 흐린 죄수들과. 무엇보다 비상식적으로 애매한 간수. 얌전히 수감되어 있을 이유가 없어. 어린애 장난을 같이 해주기엔 시간도 아깝고. 맞서야 할 건, 여기.
에스
…머리?
쿄스케
그래, 수뇌부랄지. 뭐, 아무튼 에스 군과는 사이좋게 지내고 싶네. 옷만 다르지 우리는 같은 처지라고 생각하니까.
에스
다들 비슷한 소리를 하네. 긴장하길 바란 건 아니지만 좀 맥이 빠지는걸.
쿄스케
이렇게, 권위 세우지 않는 점도 호감이고 말야. 자, 자. 역으로 질문하는 셈이 되어 버리지만 몇 개만 대답해줄 텐가. 정보가 없다는 건 익히 들었으니 확인만 할 거야.
에스
으음…. 그래. 이것 또한 심문의 일종으로 볼 수 있겠지.
쿄스케
먼저, 신청하면 검토 후에 물품을 반입해준다고 했는데. 외부와 직접 연락하는 수단이 있는가?
에스
잭카로프에게 요망을 전달하면 보급품의 형태로 들어오는 느낌이랄까… 직접, 이라곤 할 수 없네.
쿄스케
음, 음. 그럼 다음. 나를 여기 데려온 건, ‘키류 쿄스케’로서인가?
에스
…… 응?
쿄스케
음~?
에스
키류 쿄스케가 아니면, 뭔데?
쿄스케
그런가—! 그럼 다음. ‘밀그램’이 판결하고자 하는 것은, ‘살인’죄인가?
에스
그것만은 확실하게 대답해줄 수 있겠네. 맞아.
쿄스케
흐음, 흐음……. 이것 참 흥미롭구만.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서 이득을 보는 집단은 어디인가…….
에스
이득, 이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쿄스케
모르는가! 세상이 돌아가는 건 전부 이익 때문이야. 겉으론 올바른 가치를 위한 것처럼 보여도 그 뒤에는 언제나 이득을 보는 사람이 있어. 반대로, 아무도 얻을 게 없다면 아무리 옳은 소리라도 이뤄지지 않는 거야. 그게 세계의 톱니바퀴를 굴러가게 하는 기름 같은 거니까,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걸. 그러니까 이 밀그램 역시,
에스
나의 판결로 인해 이득을 얻는 사람이…… 있다?
쿄스케
에스 군의 판결일지, 수감 그 자체일지, 아니면 어떤 무언가일지? 아무튼 말이야. 세상에 공짜로 이루어지는 일은 없는 거니까. 이 밀그램도 분명히 어떤 자본 위에 세워져 있을 거다. 그리고 얻어낼 결과가 그것보다 크다고 기대하고 있는 거겠지.
(종이 울린다.)
에스
아, 죄 얘기는 전혀 못하고 끝났다……!
쿄스케
우후후! 아저씨가 말이 많은 성격이라 미안해.
에스
그래도, 아무튼 이제부터 쿄스케의 [죄]를 추출하는데. 걱정되는 부분은 없어?
쿄스케
전혀. 그런 걸 죄로 판단한다면 대중은 썩었지.
에스
판단하는 건 난데.
쿄스케
어이쿠, 그럼 에스 군이 썩은 거군.
에스
……. 그 지점까지도, 판단은 내가 해.
죄수번호 5번, 쿄스케.
너의 죄를 노래해라.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