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ma

06. 아유미

Wicked (사악한 자)

에스

다음은 네 차례야. 죄수번호 6번, 아유미. 심문을 시작하지.

아유미

응. 편하게 해.

에스

드디어 협조적인 반응이다…. 너는 사람을 죽였어. 틀림없지?

아유미

그럴지도.

에스

자신의 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아유미

욕심을 냈구나, 하고.

에스

죄의식은?

아유미

있지만, 솔직히 수감은 달갑지 않은걸.

에스

그 사유는?

아유미

누구보다 그 아이가 바랐을 테니까.

에스

그 아이라면?

아유미

여기서부터는 비밀. 에스 군, 그렇게 불러도 되지?

에스

상관없어.

아유미

에스 군은 힘들지 않아?

에스

갑자기?

아유미

선악을 판단하는 건 어려운 일이야. 더군다나 판결에 책임까지 지게 된다면 에스 군 같이 어린 아이가 버티기엔 지나치게 무거워.

에스

그렇게 말해도 아직은 와닿지 않는데.

아유미

네 책임을 대신 져줄 수는 없겠지만, 힘이 되어줄 수는 있으니까. 곤란할 때는 언제든 상담해. 뭐든 말해줘도 좋아.

에스

고마워? …… 그걸로도 단서를 찾을 수 있겠지?

아유미

단서?

에스

너희들의 죄에 대한 단서. 나아가서…… 절대적으로 올바른 판단 기준에 대한 단서.

아유미

……. 에스 군은, 보편타당한 잣대를 세우고 싶은 거구나?

에스

! 정확한 표현이야. 판결을 내린다면 보편적이고 타당한 잣대로써 하고 싶어.

아유미

그걸 공부하려면 규범주의 윤리 쪽을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될 거야. 대표적으로는 칸트나 벤담 같은.

에스

기억해둘게. 아유미는 이런 걸 공부했나 봐?

아유미

후후, 어떨까. 흥미가 있었던 쪽이려나. 에스 군은, 지금까지의 기억이 없다고 했지?

에스

그런데.

아유미

이전을 찾고 싶지 않다면, 앞으로를 쌓아나가는 건 어때?

에스

앞으로를… 쌓아나가?

아유미

자아란 건 경험의 집합체니까. 역으로, 원하는 스스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도 좋지 않을까.

에스

…… 그건 재밌는 발상이네! 보통은 나를 찾고 싶지 않냐고 물어보던데. 나를 원하는대로 만들 수 있다는 거, 좋은 것 같아.

아유미

그렇지? 어쩌면 기회야. 많은 사람은 슬프게도 유년기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니까.

에스

아유미도?

아유미

그렇지.

에스

그럼 지금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아?

아유미

아냐, 그럭저럭 마음에 들어. 그렇지만 타고난 거라든가, 주어진 거라든가를 탓하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네.

에스

이른바 어쩔 수 없는 것들이구나.

아유미

그래,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것들. 그것을 죄라고 손가락질하는 건 지나치게 각박하지 않나, 생각해. 아, 곤란하지? 여기서 담배 피우면.

에스

나도 나지만 다음에 올 사람이 싫어하지 않을까?

아유미

그렇겠네. 참을게.

에스

이상하네. 에루는 왜 아유미를 싫어하는 걸까?

아유미

…….

에스

보통, 신경을 써 주면 기뻐하던데 말이지.

아유미

그러게. 슬퍼라. 어린애들, 좋아하는데.

에스

하지만 죽인 거지?

아유미

…….

에스

그 아이라고 했으니까. 그렇지?

아유미

비밀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에스

곤란해?

아유미

그래.

에스

……. 선을 긋고 있구나.

아유미

후후, 불가침의 영역을 만들어놓는 건 서로에게 좋아.

에스

내게는 뭐든 말해도 좋다고 했으면서….

아유미

서운하니?

에스

기본적으로 이런 건 기브 앤드 테이크라고 히마리가 그랬어. 아유미가 말해주지 않으면 나도 어디까지 말해야 좋을지 알 수 없잖아.

아유미

뭐든, 괜찮은데.

에스

내가 괜찮은지의 문제라고.

아유미

그런가. 안 되겠네, 또 어린애에게 미움을 사고….

에스

아마 그런 태도 때문이 아닐까? 에루가 적대하는 것도.

아유미

글쎄, 그 아이는. …… 아, 말하지 않는 편이 좋으려나. 에스 군은 직접 답을 찾고 싶어 하니까.

에스

아마도 말야. 에루는 솔직하니까……. 숨기는 사람을 믿을 수 없는 걸지도.

아유미

아이는 거짓말쟁이를 알아본다, 는 거구나.

에스

거짓말을 했어?

아유미

글쎄, 난 언제나 진심이지만.

(종이 울린다.)

아유미

시간인가. 심상 추출인지 뭔지라는.

에스

그래. 이걸로 네가 어떤 사람인지 어느 정도 밝힐 수 있겠지. 어때?

아유미

솔직히 무섭네. 무의식이란 건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니까.

에스

나쁘게 보일 것 같아?

아유미

어떻게 판단하는지는 에스 군의 몫이겠지. 그렇지만…….

에스

?

아유미

에스 군이, 선택할 수 없던 걸 잘못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아니길 바라.

에스

…….

아유미

괜찮아, 시작해도.

에스

좋아, 그럼…….

죄수번호 6번, 아유미.

너의 죄를 노래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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