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에루
낙원으로 (らくえんへ)
에스
벌써 피곤한걸…. 어디, 죄수번호 2번, 에루. 심문을……
에루
쿨쿨…….
에스
잠들었나. 어이, 에루. 일어나. 심문 시간이야.
에루
하암~…… 앗! 나, 나쁜 사람!
에스
아니야. 간수라고.
에루
에루를 가뒀으니까 나쁜 사람이야!
에스
그런 논리인가. 그렇지만 에루 너는 사람을 죽였잖아?
에루
죽어도 쌌는걸! 에루는 악당을 물리친 것뿐인걸!
에스
그래그래. 그걸 판단하려고 있는 거니까, 조금 협조해주지 않을래?
에루
판단해? 간수 씨가?
에스
지금까지 안 들었구나. 나는 여기서 너희들의 죄를 용서할지 하지 않을지 판단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 그 잣대에 대해서는 심혈을 기울여서…
에루
그럼 간단하네. 에루는 착한 일을 했으니까, 용서하면 되는 거야.
에스
…고민할 생각이니까, 그렇게 섣불리 결론 내리지 말아줄래. 그래, 그렇게까지 당당하다면 물어볼까. 에루는 어째서 자신이 한 일이 착한 일이라고 생각해?
에루
공주를 질투한 마녀는 푹푹. 빨간 망토를 잡아먹은 늑대는 꼬르륵 꽝이지?
에스
동화 얘기인가. 대체 무슨 의성어인 거야.
에루
그러니까! 악당은 벌을 받아야 하잖아? 아—주 당연한 거라고. 간수 씨는 바보구나?
에스
하고 싶은 말이 한두 개가 아니지만. 일단 현실은 동화가 아니야.
에루
아니지 않아. 에루는 아—주 특별하고 아—주 소중한 공주님이라서, 언젠가는 왕자님이 데리러 온댔어!
에스
이거 원… 에루, 몇 살?
에루
열두 살.
에스
그 정도면 동화 세계에서 벗어날 나이 아닌가?
에루
자꾸 무시하지 말아 줄래? 에루는 정말로 주인공인걸!
에스
도대체가……. 한 소리 듣지 않아? 학교 같은 데서.
에루
공주님은 학교 같은 거 안 다녀.
에스
이걸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에루
간단하대도? 에루는 행복을 방해하는 악당을 물리쳤으니까, 이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만 남은 거야. 그러니까 간수 씨도 에루에게 [용서한다]를 하고, 에루의 행복을 빌어주면 되는 거라고?
에스
만약 [용서하지 않는다]를 하면?
에루
그럼……. 간수 씨도 악당인 거네.
에스
…….
에루
그렇지만, 그러지 않을 거니까 괜찮아! 에루, 이런 데 데려와진 것 정도는 시련이라고 생각하고 이겨낼 테니까. 무사히 엄마아빠 곁으로 돌려보내주기만 하면 에루도 간수 씨를 [용서한다] 해 줄게.
에스
살기가 느껴졌어…….
에루
에루는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 뿐이야. 그냥, 응원해주면 되는 일이잖아.
에스
뭐…. 참고는 하도록 할게. 에루, 주변과의 관계는?
에루
응! 요시키 씨랑 헤이지 씨가 에루를 착하다 착하다 해 줘서 좋아.
에스
요시키랑 헤이지인가…. 헤이지는 그렇다 치고, 요시키는 의외네.
에루
요시키 씨, 자주 찌푸리고 있지만 정말로 착한 사람이야? 에루를 보면 금방 웃어 주니까.
에스
그 요시키가? 음, 그럼 반대로 싫은 사람은 있어?
에루
아유미는 싫어.
에스
에… 어째서.
에루
이것저것 귀찮게 물어보고. 짜증나. 닮았어. 그 마녀랑…….
에스
마녀?
에루
있잖아! 마녀는 언제나 친절한 듯이, 착한 사람인 것처럼 다가와서, 방심한 사이에 목숨을 노리는 법이야! 간수 씨도 조심하도록 해!
에스
음…. 일리는 있는 말이네. 조심하도록 할게.
에루
앗, 에헤헤. 에루의 말을 들어줬다.
에스
뭐, 이치에만 맞으면 들어주고 말고 따질 것도 없으니까.
에루
어려운 소릴 해! 에루, 아까부터 계속 올바른 말만을 하고 있는데도.
에스
그러니까 말이지. 밀그램은 법률로 죄를 판단하는 곳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냅다 동화책 기준을 적용할 수도 없는 거야. 애초에 동화 속의 권선징악이라는 거, 굉장히 단편적이잖아.
에루
말이 어려워…. 그래도, 있잖아. 다른 사람의 행복을, 빼앗아가려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지?
에스
일반적으로는… 그렇겠지.
에루
그렇다면 역시, 에루는 잘못하지 않았어.
에스
그 행복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것에 기반하고 있는지, 같은 것들을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에루의 입장은 알겠어.
(종소리가 울린다.)
에루
앗! 에루, 이 소리 알고 있어. 마법이 풀리는 시간이야.
에스
심문이 끝나는 시간이다만… 온전히 네 입장만의 말만이 아닌, 노래와 영상에서 증거를 모을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비슷한 은유로 사용할 수 있을지도.
에루
간수 씨, 일부러 에루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하는 거지? 나빴어.
에스
들켰다.
에루
……. 있지, 에루는, 정말로…. 행복하게 살고 싶어. 그러니까, 제대로 돌려보내 주기야?
에스
아직은 확답할 수 없어. 자, 죄수번호 2번, 에루.
너의 죄를 노래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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