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해 온다면 받아주는 것이 응당 강자의 귀감!
: 그러면 아주 끈질긴 내기를 하자.
맞아. 난 아주 버르장머리 없는 꼬마야. 선배가 항상 얘기하고… 또 알고있는 것처럼. 근데 그걸 알면서도 나한테 계속 상관하는 걸 보면… 또 무슨 재미난 얘기를 할까 궁금해진단 말이지.
……노력.
노력은 배신하는가?
야에다 카오루코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이 순간에는 말이다.
◆
야에다 카오루코는 뭐든지 열심히 했다. 남들의 눈에 빤히 보일만큼, 누구나가 알 만큼……. 남들이 자신의 노력을 모르기를 바라면서도, 모를 수 없을 정도로 열중했다. 우수해지기 위해서는 뭐라도 할 수 있었고, 남 위에 서기 위해서라면 귀찮은 일이라도 감수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카오루코는, 전교생의 이름과 얼굴을 알고 있었다. 거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면 이능력. 더 나아가면 성격적인 특성과 주위 환경. 많이 아는 것은 아니었다. 가까운 이들일수록 많이 알았고, -그러니까, 예를 들면 동급생.- 유명한 이일수록 –예를 들면 사고뭉치.- 더 자세히 알았다. 기억력이 특별히 훌륭한 것도 아니면서 그 정보들을 머릿속에 우겨넣는 그 집념 하나만큼은 알만 했으나, 그건 꼭 좋은 일만인 것은 아니었다.
타인의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마저도 짐작하게 되고는 하였으므로.
끝과 끝.
쿠루미자와 사키의 교실은 복도의 끝에 있었다. 남쪽 끝이다. 카오루코의 교실과는 반대. 북쪽 계단의 옆에 붙은 카오루코의 교실은, 빛이 잘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소음과 멀다는데에 장점이 있었다. 운동장이 비스듬하게 이어져 있었기 때문인지, 사람들의 말소리도 체육시간에 사용하는 스타트건의 엷은 총격이나 시설 관리인이 곧게 뻗은 나무에 흩뿌리는 물소리도 잘 들어오지 않았다. 유난히 조용하고 먹먹한 교실 안의 공기에, 카오루코는 이따금 어항 안에 있는 기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이 찰랑이는 어항.
그 안의 주홍색 꼬리를 가진 금붕어.
뻐끔……. 하고 입모양과 몸짓으로 소통하는 금붕어처럼, 그런 답답한 곳에 들어 앉은 기분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하… 새삼스러운 얘기를 다 하네. 내가 이런 인간인 줄 몰랐던 것도 아니면서.」
「새삼스럽게 놀랐을 뿐이다! 네가 이렇게 버르장머리 없는 꼬마라는 사실에……!」
야에다 카오루코는 교실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것이 자신이 입어야 할 옷, 자신이 있어야 할 장소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것을 납득했기 때문이다.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자신을 납득시켜 놓고도 적응되지 않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건…… 물 속에 들어있다는 그 감각 자체였다.
뻐끔……. 공기방울이 천천히 위로 향한다. 물 안에서는 말할 수 없다.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도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하다. 단단한 유리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밖에는 할 수 없고, 실은 답답하다고 느껴도 이상할 것이 없다. 머리에 어항을 쓴 채로 산다면, 그야말로 갑갑하기 짝이 없겠지.
「맞아. 난 아주 버르장머리 없는 꼬마야. 선배가 항상 얘기하고… 또 알고있는 것처럼. 근데 그걸 알면서도 나한테 계속 상관하는 걸 보면… 또 무슨 재미난 얘기를 할까 궁금해진단 말이지.」
손가락이 잡혀 끌려나온다. 몸이 기우뚱 그에게로 향한다. 눈이 마주친다. 야에다 카오루코는, 그 순간에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왜 느낀 것인지는 모른다. 그것이 맞는 것인지, 착각은 아닌지. 그런 것을 판단할 새도 없이, 물은 왈칵, 두 사람이 든 교실 안으로 흘러들어온다. 그래, 야에다 카오루코는…….
그를 보고도 주홍색 금붕어를 떠올렸다.
「내가 웃는 게 마음에 안 들거든 울게 만들면 돼. 내가 선배를 그렇게 만들었듯… 그러니 어디 한 번 끝까지 달려들어 봐. 설령 내가 선배에 대한 기억이 없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시치미를 떼는 한이 있더라도.」
이건 무슨 심상이지? 농담도 아니고.
……아니.
「그럼 그때에는… 원하는 만큼 고분고분하게 굴어줄게. 선배, 그런 거 좋아하잖아. 잇속의 혀처럼 행동하는 상대.」
입꼬리를 비틀어올린다. 악역 같은 미소다. 어항 안에 담긴 물고기일까, 물 속에 녹아 사라질 얼음일까? 실은 아무것도 모르지만, 두드리면 열린다는 어딘가의 문처럼, 하느님이 반은 열고 반은 닫아뒀다는 미닫이문처럼. 부딪혀 보면 알 수 있으리라.
「각오하고 있는다, 나…」
그것은 그녀의 특기였다. 카오루코는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운다느니 뭐라느니…… 너는 끝까지…….」
끝까지 신경을 건드리는데 말이야.
「그래! 어디 끝까지 쫒아가주지. 기억이 없어졌다느니 하는 변명은 통하지도 않을 만큼, 시치미를 떼지도 못할 만큼.」
「달려들어 주겠어! 각오해라.」
끈질기게 구는 건 내 특기니까……. 작은 중얼거림이 따라붙는다. 입꼬리가 멋드러지게 올라간다. 자신만만해보이는 그 낯은, 유리 바깥이든 안이든 똑바로 보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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