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만을.
눈이 부시게.
https://youtu.be/KKP-mgYhjjY?si=2msjrWT0UwajN3QI
여름밤의 축축하고 시원한 공기가 뺨을 훑고 간다. 불꽃의 예고가 스피커로 울려퍼지고 나면, 사람들이 저마다 제 갈길을 제촉하며 옆을 지나던 행인의 어깨를 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주인공’ 이 제대로 보일만한 곳을 찾아 군집을 이룬다. 야에다 카오루코는 그런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저도 발걸음을 옮겼다. 불꽃놀이는 높은 곳에서 잘 보인다. 그렇다면 모두들 위로 가겠지. 아래가 차라리 한산할거야. 불꽃은 멀리서도 잘 보이는 법이니, 굳이 위로 올라갈 필요는 없다. 단지, 너무 높지 않은 머리들 사이로 자리잡는다. 웅성거리는 소음 사이로 부채를 꾹 쥐고, 고개를 든다. 그러면 불꽃은······.
펑, 하고.
눈 앞이 번쩍, 하고 빛났다. 순식간에 하늘로 불꽃이 쏘아진다. 색채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몸을 던져, 눈부시게 허공을 장식한다. 캄캄한 밤, 희고 파랗고 노란, 붉은 불꽃, 아니, 온갖 색의 불꽃. 이루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이.
야에다 카오루코는 축제를 좋아하는 만큼 불꽃놀이도 좋아했다. 이상한 일이다. 누군가의 말대로, 자신은 차라리 이런 축제는 하잘 것 없다며 거부하거나 따르지 않는 것이 어울렸다. 그럴만한 사람이 맞았고, 꽤나 타당한 발언이다······ 라고, 카오루코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기는 했다. 비슷한 말은 전에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도······.
카오루코는 고개를 든다. 축제의 불꽃이 한창일 때, 모두가 주인공인 불꽃을 올려다볼 때.
고개를 돌려 카오루코 자신이 아는 이들의 옆얼굴을 바라본다.
멍한 듯한 얼굴, 감탄하는 듯한 얼굴, 꿈꾸는 듯 하거나, 상념에 잠겨 있거나······.
축제도 불꽃놀이도 싫어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이 순간.
이 몇 초 탓이다.
아는, 좋아하는, 계속 보고 싶거나, 또는 소중한 옆얼굴이 예쁜 빛무리에 젖어들면, 그러면, 카오루코는······.
아주 이상한 기분을 느끼곤 했다.
고개를 내린다. 아직 불꽃놀이가 한창이었다. 그 가운데에서, 카오루코는 주머니의 펜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오마모리에 이렇게 적었다.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그것은 분명 이루어지지 않을 소원이다.
그래도 상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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