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KPota
약물 분석은 저희 전문이 아니긴 합니다만, 하고 남자는 선하게 웃는 얼굴로 말문을 열었다. “그래도 분석에 필요한 장비는 갖추고 있으니 시도는 해 보겠습니다.” 네가 원하는 수준의 데이터에는 못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라는 뒷말도 덧붙였다. 서천은 물론 상세한 데이터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그것이 인공적으로 합성되어 인간의 신체에 영향을 끼치는
스펙트럼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시료가 어떤 파장의 빛을 잘 흡수하는지를 관찰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파장의 빛을 하나씩 전부 쬐어보면 된다. 그렇다면 모든 파장의 빛을 어떻게 하나씩 쪼일 수 있을까? 그건 우리 과학자가 생각해봐야 할 일이지. 인간들은 좋은 두뇌를 모아 백색광에 담긴 수많은 파장을 분리하는 방법을 궁리했다. 처음으로 떠오른 것
평일 오전 열한 시 이십 분 윤서천은 도넛 팝업스토어를 둘러싼 인파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치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시간에 상상도 못할 장소에 있다는 상념을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되짚으면서. 어쩐지 비현실적인 광경이라는 감상이 우선 들었다. 손에 든 커피잔에서 느껴지는 냉기만이 자신이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그가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학교 인근 프랜차이즈 카페. 그리고 지금은 어디든 사람이 붐비는 점심시간. 점심을 먹는둥 마는둥 하며 때우고 거리로 나오니 육안으로 확인되는 모든 카페에 사람이 포화되어 있었다. 연구실에 돌아가서 할 일을 잠시 생각했다. 해야 하는 일은 있었지만 급한 일은 없었다. 카페에서 줄을 서서 시간을 버리는 것도 그렇게 나쁜 선택은 아닐 것 같았다. 오더 앱은 그의
눈이 뜨였다. 있는 힘껏 숨을 들이마시는 자신을 인지한다. 기도는 더 이상 틀어막히지 않는다. 폐는 안정적으로 기체를 교환한다. 혈류가 조금 빠르다. 혈관이 쿵쿵대는 소리. 리드미컬한 박동. 땀이 식어 차가워진 피부. 공기가 습하다. 자신이 책상에 엎드린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자각한다. 주위는 고요하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느리게 몸을 일으킨다. 어
도진은 현관 계단에 쭈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요 몇 달 간 잘만 입고 다녔던 가디건은 더 이상 추위를 막아주지 못했다. 슬슬 진짜배기 겨울옷을 꺼내야 할 시기가 온 거다. 작년에 걸쳤던 두꺼운 코트며 패딩이 옷장의 어느 구석에 숨어 있으려나. 하여간 도진은 가디건 주머니에 늘 전자담배를 지참하고 다녔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연초를 태웠지만,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