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인밀레] 어느 하루

*이 사람은 CH.7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리퀘입니다 *날조로 승부 했습니다 *캐붕 요소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있지, 역시 당신을 죽이고 싶어.

기막힌 우연이군, 나는 그대 손에 죽고 싶은데 말이지.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하는구나, 당신,

아무렇지도 않게 날 죽이고 싶어 하는군, 그대.

 

응? 나의 그대. 밀레시안의 뺨에 차가운 것이 닿았다 떨어졌다. 베인이라는 남자는 모든 게 뜨거울 것 같은 주제에 손만은 차가웠다. 밀레시안은 웃기지도 않았다. 불같고, 뜨겁고, 잔인하게 타오르는 업화주제에. 손만은 저 설산과 같다니. 베인은 아무런 반응도 없는 밀레시안을 향해 다시 손을 올려 뺨을 쓸어내렸다. 밀레시안은 그 손길을 느끼며 생각했다. 역시, 차갑네,

 

가이레흐 언덕은 탁 트인 평야로, 중앙에 위치한 드래곤 유적지를 기준으로 북쪽 삼거리로 걸어가다 보면 에린 천연기념물 223호 붉은 단풍나무가 보인다. 이름 모를 꽃들이 즐비한 이 언덕을, 베인과 밀레시안이 걸어가고 있다. 아튼 시미니의 기운이 충만한 햇살이 두 사람 위로 쏟아진다. 밝은 빛에 밀레시안이 눈살을 찌푸린다. 그 옆에서 베인이 영웅이 고작 햇빛 하나 이기지 못하냐며 타박하는 소리가 들린다. 밀레시안은 살짝 열받는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본다. 베인은 그것을 보며 흥미로운 듯 웃을 뿐이다.

역시 당신과 함께 센 마이 평원으로 가는 게 아니었는데.

하지만 길을 잃은 건 그대 아닌가. 지도는 폼으로 들고 있는 거겠지?

아악!

밀레시안은 머리를 쥐어 잡으며 소리쳤다. 그랬다. 모든 것은 지도를 들고 있었음에도 길을 잃은 밀레시안 탓이었다. 애초에 세이머스 씨는 왜 센 마이 평원에 있는 돌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해선…아니, 애초에 거절하지 않은 제 탓이 크다. 아아, 나는 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건지. 밀레시안은 작게 툴툴댔다. 베인은 그런 그를 보며 옅게 웃었다.

“역시 그대는 영웅이야.”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사소한 부탁에도 거절하지 않고, 나서서 일을 떠맡고, 이렇게……싫어하는 상대와 함께 길을 걸어주다니 말이야. 그대는 고결한 사람이야. 분명.”

“딱히. 난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고결하지 않아, 그리고, 당신을 싫어하지도 않아.”

“…뭐라고?“

“싫어하지 않아. 그렇다고 해서 좋지도 않아. 그냥….”

뒷말은 못 들은 셈 치지.

베인의 발걸음이 점차 빨라졌다. 밀레시안은 그의 걸음을 뒤쫓아 가느라 진을 써야 했다. 가아레흐의 푸르른 언덕을 지나자 황폐해진 센 마이 평원이 나왔다. 두 번의 전쟁으로 얼룩진 땅은 영영 예전의 모습을 찾기 어려워 보였다. 셰이머스 씨도 참. 여기서 무슨 돌을 찾아달라는 건지. 밀레시안은 다난은 알기 어렵다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자, 그대. 이곳이 센 마이 평원이야.”

“나도 알고 있어.”

“어때 보이지?”

“황폐하네. 아무것도 없고. 외롭고 쓸쓸해 보여. 영원히 여기에 있다만 마음마저 썩어버릴 거야…….”

“그렇군.”

베인은 조금 쓸쓸한 목소리로 답했다. 밀레시안은 고개를 돌려 그의 옆얼굴을 바라봤다. 굳게 닫힌 입술과 먼 곳을 응시하는 회색 눈이 그 밑에 있는 속마음을 알기 어렵게 만들었다. 잠깐의 감상이 끝난 후, 그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미소를 지으며 밀레시안을 바라봤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야. 그대.”

“오늘은 싸우지 않아?”

“하하, 그대…. 내가 그렇게까지 싸움에 미친 놈은 아니야. 내가 원하는 건 싸움보다는 다른 것이지. 싸움은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그대, 혹 나와 싸우고 싶다면…….”

“아아! 오늘 셰이머스 씨의 부탁이 있었지 참!”

“그래, 그대. 부탁은 잊지 말아 주길 바라. 설령 내가 한 부탁이라고 할지라도.”

“부탁? 무슨 부탁?”

“하하, 글쎄. 그럼, 다음에 또 보도록 하지. 나의 그대, 모쪼록 건강하길 바라.”

일순, 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그치고 나서야 밀레시안은 눈을 떴다. 적막한 평원엔 자신만이 서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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