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고)외로워지지 않는 그 순간
좀아포au? 크리스탈 몸 가지게 된 루미하고 루미 옆에 있어주는 로이드/로루미 2세 얘기 조금 있음
죽었다가 살아난 몸이 멀쩡할리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닌자고에서 가장 높은 건물에서 추락했으며, 깨어났을 때는 건물 파편 사이에서 죽어가고 있었으니까. 고대의 악마이자 악명높은 그 존재가 죽음에서 꺼내주는 대가로 나에게 무얼 요구했는지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린다. 우리는 그 끔찍한 존재를 닌자고에서 몰아낸 것에 대해 축하를 가졌고, 사원을 새로 만들었다. 우리는 행복에 젖어서 곧 다가올 불행을 인지하지조차 못했다.
시작은 잔기침이였다. 콜록거림이 심해졌고, 얼마지나지 않아 내 몸에 돋아난 크리스탈은 눈에 보일정도가 되었다. 그 개자식이 내 몸에 무얼 넣었는지는 몰라도 좋지 않은 것만은 확실했다. 나는 이 상태를 숨길려고 노력했다. 크리스탈 감염으로 닌자고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은 이번 한번이면 충분했고, 이제야 겨우 친해졌다고 생각한 로이드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는 단순한 이유로 나는 사원을 떠날 생각으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 소유의 짐은 많지 않았고, 덕분에 짐을 꾸리는 것은 채 한시간도 되지 않았다. 나는 로이드의 방에 둘 편지를 옷 안에 숨기고서, 복도를 걸었다. 사원을 처음 지었을 때와 달리 지금은 닌자 외에는 이곳에 거주하지 않으므로, 타이밍만 잘 맞춘다면 내가 떠나는 것을 아무도 모른채로 갈 수 있을터였다. 나는 로이드의 방에 들어섰다. 누가 그린닌자 아니랄까봐 정갈하고 각잡혀 있는 깔끔한 방은 무척이나 완벽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나는 그가 종종 쓰는 책장 사이에다가 편지를 끼워넣었다. 편지를 발견할때쯤 나는 이 사원에 없을테니 아무리 로이드라도 날 붙잡지는 못하겠지.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치고 사원을 떠났었다. 정처없이 돌아다니며 사람이든 생명체든 만나지 않겠다는 계획이 틀어지게 된건 내가 사원을 떠난지 한달쯤 되었을 무렵이였다. 나는 사막을 건너고 있었고, 보통 이런 곳에는 사람이 잘 살지 않으므로 나는 괜찮은 장소를 골랐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 앞에 나타난 짙은 초록빛 후드를 쓴 사내만 없었다면, 내 완벽한 도피 계획은 차질이 없었을터였다. 나는 그가 누군지 짐작했고, 무시할려고 했으나 불행히도 그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편지를 보고서 로이드는 사원에서 닌자들과 싸웠다. 그녀가 떠난게 닌자들 탓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분노와 슬픔에 휘감긴 로이드를 막을 수 있는 건 없었다. 사원은 무너졌고 닌자들은 목숨만 챙긴채로 겨우 살아남았다. 그는 갈 수 있는 곳은 어디든지 돌아다녔다. 닌자고의 북쪽부터 남쪽까지 그가 발걸음하지 않은 곳은 없었다. 닌자임을 포기했어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그의 결의가 빛을 발한 터였을까. 그는 기어코 나를 찾아냈다. 그는 나를 붙잡았고, 나는 그의 악력이 이전보다 강해졌음을 깨달았다.
“가지 마, 루미. 내 곁에 있어줘.”
사원을 떠나기 전과 달라진 것 하나 없는 그의 목소리는 지금의 그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점 중 하나였다. 잘 관리되었던 머리카락은 푸석푸석해진지 오래였으며, 낡은 티가 나는 도복을 숨기기 위해 챙긴 후드와 간단한 식량이 그가 가진 전부였다. 나를 찾기 위해 그린닌자 일도 관두었다는 걸 들었을 때는 얼마나 화가 났는지. 나는 이틀동안 그와 말을 한마디도 섞지 않았고, 그는 내 주위를 맴돌며 다시 대화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나는 그를 일행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고, 지금 내 곁에는 그가 있다.
우리는 몸을 되돌릴 방법을 같이 찾기로 결정했다. 내 몸에 돋아난 크리스탈은 첫번째 스핀짓주 마스터의 핏줄에게는 해가 되지 않지만, 그 이외의 생명체는 해로웠으므로 이를 치료할 수 있다면 내가 이렇게 까지 돌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그는 내 손을 붙잡아 자신의 가슴에 갖다대며 말했다.
“괜찮아 루미, 크리스탈은 나한테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해. 그러니까 안심하고 내게 등을 맡겨도 돼. 네가 혼자가 아니여도 괜찮아질때까지 네 곁에 있어줄게.”
방법을 찾을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는데, 그는 그 기간이 얼마가 걸리든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했다. 우리는 같이 밥을 먹고, 잠을 같이 자고, 달이 지고 해가 뜨는 걸 몇번이고 같이 보았으며 그의 약속대로 언제나 그는 나와 함께였다. 우리는 함께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으며 그 기억은 내 머릿속에서 아직도 아른거리곤 했다. 닌자들은 로이드를 몇번이고 찾아왔다. 로이드는 언제나 그들을 밀어냈지만, 그들은 언제나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닌자고를 지켜줄 그린닌자가 필요했고, 그 의무를 저버린 로이드는 힘을 지닐 자격이 없었다. 최근에 로이드는 자신의 힘과 크리스탈과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힘을 통해 크리스탈의 독성을 낮출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의 힘을 뽑아 만든 시제품은 크리스탈의 힘을 약화시키긴했으나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했으며, 그는 그 결과로 몇날 몇일을 골머리를 썩히며 틀여박혀 있었다.
그 이후에 그가 무엇을 했었는지에 대해 말을 꺼내기가 힘들다. 내가 그를 마지막으로 봤던 날, 그는 방법을 찾았다고 했었고 난 기쁨에 겨워서 나는 그를 안았었다. 그는 내 크리스털 몸에 손을 대고서 나에게 속삭였다.
“이제 더는 외로울 필요가 없어, 루미. 내가 방법을 찾아냈거든.”
환한 빛이 우리를 감쌌고 그 빛이 사라졌을 때, 나는 혼자였으며 허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닌자들과 마주했다. 로이드의 말대로 그가 찾은 방법은 효과가 있었다. 그의 순수한 힘으로 크리스탈을 제거하고, 새로운 몸을 만들어내어서 내가 더는 고생할 필요가 없었다. 단점이 있다면 그걸 위한 막대한 에너지가 리스크로 따른다는 것이였고, 로이드는 나를 위해서 자신의 소유였던 힘을 모조리 소진하는 것을 택했다. 아마 닌자들은 이런 희생을 막으려고 로이드를 따라왔을테지만, 그의 포기하지 않는 집념과 끈기를 누가 말릴 수 있을까. 로이드가 부여해준 새로운 몸은 나를 괴롭게 하지도 아프게 하지도 않았다. 외로울 필요도 방황할 이유도 없어진 몸을 가지고서 나는 닌자들과 함께 사원으로 돌아왔다.
사원에서 로이드의 물건을 모아서 태우며, 그를 추모했다. 전설적인 그린닌자, 가마돈의 아들, 포기하지 않는 자, 오니와 드래곤의 핏줄, 그리고 나에게 새 삶을 준 이. 추모식이 끝나고, 그의 비어버린 방은 내 차지가 되었다. 온통 촉록빛인 이 방은 여전히 나하고는 어울리지 않지만, 이곳에 있으면 그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생생하게 내비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초록색이 눈에 익게 될 무렵, 사원에 가족이 늘었다. 그의 초록 눈동자를 닮은 아이는 사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닌자들을 골탕먹이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웃곤했다. 얼음 닌자의 옷을 분홍색으로 만든다던가, 게임 기록을 바꿔놓는다던지, 음식의 맛을 끔찍하게 바꾸고, 훈련기계를 고장낸다던지, 사부님의 책을 슬쩍하는 등의 아이의 소소한 장난은 사원을 활기차게 바꿔놓았을 뿐만 아니라, 잊고 살았던 행복이란 감정을 내게 느끼게 해주어 감사히 여기게 된달까. 그의 말대로 이젠 더는 외롭지도 않은 이곳에서 나는 그가 이어준 두번째 삶을 이어가며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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