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ýstřely z počátku
2022.03.05 그것과의 대면 이후에
페네트라는 놀랍게도 그것에 대해 무감했다. 어린아이가 겪어야 했던 고난에 대해 마땅히 가져야하는 연민이 일지 않았다.
조사하면서 우연하게도 그것의 흔적을 별로 마주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것의 행동을 보지 않은 것은 아니나 페네트라가 보았던 행동들은 순진무구한 장난으로 해석되지 않았다. 능란한 해커의 수작이었고 계획적인 악의였다. 다른 조들은 보다 ‘사람다운’ 알렉세이를 보았던 것 같다. 그러나 다른 조의 노트를 아무리 읽어도 직접 본 것만은 못하다. 보지 않았으니 느끼기 어렵다.
어쩌란 말인가. 팔은 안쪽으로 굽는다. 그것과는 몇 마디 겨우 나누어보았을 뿐이다. 자신은 사람과 진정으로 터놓고 정을 붙이는데 오래 걸리는 종류의 인간이다. 현재로선 그니즈도 아카데미의 일원을 이길 자는 제 고향 사람들 밖에 없다. 그런데 그 중 한 명인 나스챠를 내놓으라고?
나스챠는 전 날 고해했다. 우리의 일이 그에게 책임이 있음을. 우리를 살리기 위해 다른 이들이 희생되었음을. 자신이 끔찍한 일을 저질렀음을.
그러나 실로 어찌하란 말인가. 우리의 일이 그 자에게 책임이 있음은 이미 알게된 지 5년이 넘었다. 곱씹고 삭히고 앓고 곪기는 했지만 그 일을 충격으로 여기기에는 너무 늦었다. 한물 간 이론을 이야기하는 것 같이 여겨졌다.
우리를 살리기 위해 다른 이들이 희생되었다고? 이미 자신은 수많은 시체를 짓밟고 날아남았다. 스스로가 축복과 선의로 짜인 세상에서 죄 없이 고고하게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님을 안다. 그간 살기 위해 대체 몇을 죽였던가? 감염자는 몇을 죽였지? 벨로피스트 테러단은? 난전에 총을 든 상대를 모두 무사히 제압했다고 믿는가? 이곳에 와서 죽인 안드로이드는 몇이지? 그전에, 자신이 감염원이기 때문에 죽은 사람은?
알렉세이를 배반한 사건? 비극이다. 그러나 나스챠가 알렉세이와 조야 중 한 명을 선택했듯이 자신도 한 명을 기꺼이 택하게 된다면 나스챠일테다. 우리를 가두고 안드로이드로 공격해대는, 겨우 며칠 겪은 AI가 아니라. 당신도 그 극단적인 가정으로 인간을 배제하고 안드로이드만을 택하지 않았던가? ……당신을 위해 K를 잃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서글프다.
당신의 울분을 조금은 짐작하겠다. 그러나 공감하지 못하겠다. 그 사연이 당신을 위해 움직일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우리는 당신의 안드로이드가 아니다. 세상의 모든 이가 그러듯이 나에게는 나의 사정이 있다.
페네트라는 어딘가 낯선 기분이 들었다. 울지 않는가? 충격받지 않는가? 온갖 이유를 덧붙여도 헤어나오기 쉽지 않은, 지독한 슬픔의 범람에 파묻히지 않는가? 이 가차없는 평이라니. 이 혼란 없이 매끄럽고 냉랭하게 돌아가는 머리라니.
페네트라는 문득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약간 떨리는 제 손을 들어올려 얼굴을 덮었다. 그리고 웃었다.
기뻐하라, 페네트라. 너는 드디어 너의 적을 온전히 상대할 수 있게 되었다.
진정으로 싸울 수 있게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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