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絕望하는 자, 切望하라.

浪望 by 량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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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 밤의 장막. 그 너머 하늘을 촘촘히 채우고 스스로 빛나는 것. 방황하는 어린 양이여, 고개를 들라. 각자 역할이 정해져 있는 것마냥 빛무리는 질서 속에서 일제히 흩어진다. 그대는 정녕 길이 보이지 않는가. 무수히 갈라진 갈림길 중 한 갈래로 발을 내딛었다면, 그대는 절망하는 끝이 아득히 멀다는 사실에 필히 절망하리라.


그 머나먼 빛을 희망으로 볼 줄 아는 자들. 그것이 우리다. 우리는 과거를 절망하지 않는다. 장막에 가려 희미한 빛…. 장막의 끝과 끝, 또다른 장막이 이어지는 틈을 찾아 그것을 걷어내면 감춰져 있던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 빛을 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두운 밤, 고요한 만에 곧 세상의 축이 모습을 드러내며 아침을 부른다. 그렇게 우리는 매일 별을 보고 그들의 길을 읽는다.

허나 우리가 읽어내는 것은 단편에 불과하다. 입 밖에 내뱉은 후에는 그마저도 고릿적 얘기로 전락하고 만다. 우리는 이곳에서 옛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한낱 늙은이의 교훈도, 조언도 없는 이야기에 대체 누가 귀 기울일까. 이것이 곧 우리에게 주어진 절망의 고배라. 우리는 절망한다.


로냐 볼로네즈. 나의 이름. 고향과 더불어 Bologna la dotta—현자들의 도시 볼로냐를 떠올리게 한다. 나는 아쉽게도 볼로네제 파스타를 배터지게 먹으며 살 순 없었다. 그러니까 여긴 뚱보의 도시, 이탈리아 볼로냐가 아니다. 이곳은 나의 영혼과 육신이 잠들어 있었던 영국. 이름 모를 독일 청년의 절망이 기어코 나의 어머니를 제물로 삼았다. 거룩하고 깨끗하던 요람이 잿물, 혹은 핏물로 더럽혀진 영혼을 감당하기는 벅찼을 것이다.

살아있을지언정 빛에 눈이 멀어 앞이 보이지 않는다. 잠에 취할지언정 감을 수 없는 눈으로 앞을 본다. 나에게 주어진 일은 오롯이 하나. 밤의 장막을 걷어내는 것. 얇고 부드러운 손길로 별들을 훑으며 지나가는 장막들, 그 틈을 걷는다. 고요 속에 절망이 가득하다. 그리고 수억년 전에 마무리 된 이야기 읽는 것을 반복한다. 이 말이 곧 그대들의 절망이요, 곧 절망이 되리라. 그럼에도 나는 웃었다. 나는 희망을 읽었기 때문이다.


絕望하는 자, 切望하라. 문장만 두고서는 절망스럽게도 그 속에 숨은 뜻을 읽기는 어려웠다. 절망스럽기 그지 없다. 다정함을 머금은 그 입으로 내뱉는 말들은 하나같이 로냐의 괴벽한 성미를 드러내고 있었다. 허나 괴팍한 늙은이를 상대로 고전하는 느낌일 뿐, 그 속에서 수치를 느낄 새 없었다. 모든 시간이 안온했다. 로냐 볼로네즈를 구하러 가는 길이었다. 웃을 상황이 아니었는데, 웃음이 절로 나왔다.

진실로 답이 이토록 가까이 있었던가? 우습기 짝이 없었다. 고작 이 손 뻗어 이 발 내딛어 닿을 거리가 아님을 나는 안다. 알기에 絕望했고, 切望했다. 로냐. 네 손에 든 그 잔이 정녕 절망의 고배인가? 이 모든 것이 사실은 너의 切望이며 지금 너는 축배를 든 것이 아닌가! 확신에 찬 얼굴로 질문의 주인을 찾아간 순간에서야 나는 깨달았다. 로냐는 절망하고 있었음을.

절망¹ 切望; 간절히 바람.

절망² 絕望; 바라볼 것이 없게 되어 모든 희망을 끊어 버림. 또는 그런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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