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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웅대만] 부디

글엽서

친구 생일 선물로 글엽서를 주려고 짧은글쓰기 한 것을 백업

당신이 현 예선 우승을 따내고 MVP로 선정된 

그 경기의 관중석에 앉아있던

그 날의 일방적인 첫 만남을 시작으로

입학 제의를 모두 거절하고 

당신이 있는 북산으로 향하기로 결심했을 때,

그렇게 찾아간 곳에 당신이 없다는 것을 알고 

낙심하고 의아함을 느꼈을 때,

다시 만난 당신의 변한 모습에 실망한 것도 잠시,

농구가 하고 싶다며 우는 모습을 지켜 보았을 때,

당신과 농구를 하고 나서 나서

나만큼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또 있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을 때,

당신을 생각하면 농구에 처음 빠진

그 때 그 순간으로 돌아가는 기분인 것을 깨달았을 때,

그렇게 말하자 대답 없이 앞서가는

당신의 귀 끝이 붉게 물든 것을 보았을 때,

둘만 남은 체육관에서 처음 입술을 붙인 날 

땀냄새가 난다 타박하지 않았을 때,

한계의 한계까지 체력을 소모했어도

내가 던진 패스를 슛으로 연결하고야 말았을 때,

그것을 환희에 가득 찬 표정으로 지켜보는 

당신을 바라보았을 때,

이상한 말들을 잔뜩 늘어놓으며 

내 손에 교복 두 번째 단추를 쥐어 주었을 때,

고된 유학 생활을 견디게 해 준 것이 

농구와 당신이라고 하자

‘거기까지 갔는데 농구만 하지 않고 

딴 생각을 하면 어쩌냐’ 면서도

수화기 너머로 웃음 소리가 들렸을 때,

시련을 맞닥뜨렸을 때 

서툴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렇지만 다정하게 

당신에게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었을 때,

충동적으로 평생을 약속하자 

첫 만남의 그 환한 미소로 답해 주었을 때,

그 날밤 내 곁에 잠든 당신을 보며

그건 충동적인 게 아니라 

오랜 시간 소망해온 것인 걸 알았을 때까지

당신과 함께 한 순간 모두 다 생생히 기억하고 있어요.

그러니 일어나 주세요.

다시 웃어 주세요.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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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페어
#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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