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타

관심받고 싶은 20세 전영중군

전영중 성준수 드림

💙🩷 by 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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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야. 너 진짜 쓰레기 같아.

전영중은 쓰레기, 라는 단어에 힘을 세게 주었다. 눈치가 없고 무지한 사람이라도 이것이 비난이라는 것 쯤은 충분히 알 만큼 이를 꽉 물고 내보낸 문장인지라 양선유는 본인이 앉은 자리가 땅 끝까지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내가 또 준수를 좋아하는 것처럼 굴어서… 영중이한테 잘못해서… …. 코끝이 찡했다. 반사적으로 울음을 참으려 고개를 들면 제 한참 위에서 평소와 다름없는 눈으로 쳐다보는 전영중과 시선이 맞아떨어졌다.


" 준수가 뭐래? 전영중 그 새끼랑 그만 사귀래? "

" 아, 아니…. "

" 그럼 뭔데? 우리 준수가 뭐라고 날 씹었을까 궁금한데. "


양선유는 시선을 피하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무어라고 말을 하는 것 같은데 기어가는 목소리로 고개를 묻고 말하는 터라 전영중은 답답한 나머지 손으로 턱을 잡아올려 강제로 저를 바라보게 만들었다. 양선유는 떨다못해 진동처럼 울리는 전신을 어떻게든 부여잡았다. 공포에서 비롯된 생리적 현상을 제어하기엔 역부족이었으나.


" …요즘에 밥 잘 먹고 다니냐고. "

" 나한테? 아하하. 준수가 낭만적인 면이 있네. 내 밥도 챙겨주고. "

" 아, 아니. 나한테… 물어본 거였어. "

" 그럼 내 얘기는 뭘 한 건데? "

" 준수는 네 얘기 한 적 없는데…? "


선유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원중고에서 준수랑 제일 친한 게 누구였다고 생각해? 하물며 걔 역린도 내가 전부 아는데. 누르기만 해도 말 두 마디 반으로 걔 뒤집어져서 정신나가게 만들 수도 있고 자기 인형까지 뺏겨서 서울로 올라온 놈인데, 당연히 개빡쳤어야지. 매일 내 이름 부르면서 좆같아하고, 화도 못 참아서 책상 한 두개는 부쉈어야지. 나랑 대학에서 붙을 생각에 잠도 안 왔어야 하고… 내가 뺏어간 인형. 양선유 너. 너랑 대화할때마다 그 좆같은 전영중 새끼라고 서두를 시작했어야지. 안 그래? 선유야.

이제 남자친구한테 거짓말까지 하는 거야?


" …주, 준수는 그런 애 아니야. 전학 갈 때도 너 잘 됐으면 좋겠다고 했어. 널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지 않을 거야. "


동상이몽. 양선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격려를 보낸 것이었으나 전영중의 귀에는 그렇게 들렸다. 성준수는 너보다 내가 더 잘 알아. 네 얘기? 할 리가 없지. 걘 그럴 만큼 너한테 관심 없으니까. 양선유는 전영중의 웃는 낯이 기묘하게 일그러진 기분이 들어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 먼저 갈게… 준수가 이따 팀플… 같이 하자고 해서. 멀어지는 양선유를 쳐다보던 전영중이 손에 들린 것을 바닥으로 내던졌다. 콱, 소리와 함께 액정이 산산조각난 핸드폰이 저 발치 앞으로 미끄러져갔다. 양선유가 성준수의 심심풀이 인형이 아님을. 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그 멋진 추한 새끼가 양선유에게 품은 감정이 분명한 ‘애정’임을 인정하기가 싫었다. 추한 질투였다.















" 양선유. 우리 팀플 하려고 모인 건데. "

" 아, 응! 잠깐만… 이것만 답장하고. "


사생활 보호 필름으로 원천봉쇄된 양선유의 휴대폰 액정은 성준수에게 별 방해가 되지 않았다. 눈높이가 한참 차이나는 덕에 위에서 보면 훤히 다 보였기 때문에. 성준수는 아직까지도 이 사실을 양선유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익숙하게 아래로 시선을 옮기자 메신저 방 이름부터 보였다. '영중이'. 사귄다면서 그 흔한 하트 하나 없이 담백하게 저장한 이름을 보고 비웃음을 흘렸으나 연신 미안해라는 단어를 카톡으로 옮기는 여자애가 답답해 차라리 뒤에서 끌어안고 휴대폰을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을 참고 겨우 의문을 던졌다.

" 넌 씹… 전영중이랑 도대체 왜 사귀냐. "

" 영중이 다정해. 너 얘기만 안 나오면 물건도 안 던지고… "

" 내가 방금 뭘 잘못 들었냐? 뭘 던져? "


가끔 네 얘기 나오면… 뭔가 맘에 안 드는것 같아. 아마 내 잘못인것 같은데… 내가 아직도 너 좋아하는 것처럼 군다고. 그게 싫은 것 같아. 그래서…. 성준수는 얼이 빠졌다. 사백안을 치켜뜨고 하, 하는 한숨섞인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정상적인 새낀 원래 뭘 안 던져. 아니, 내 얘기는 왜 하고 지랄… 일전에 봤던 싸구려 영화 대사가 떠올랐다. 그 새끼 만나지 말고 나 만나. 지금 심정이 딱 그랬다. 나 안 만나도 되는데 그 새낀 존나 아닌 것 같다고. 양선유의 이름을 부르자 돌아보는 동그란 눈이 빛이 났다.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 헤어져. "

" …그, 그치만. 영중이가. 내가 옆에 없으면… 죽을 것 같대. "

" 야. 그걸 믿냐? 너 없어도 삼시세끼 잘 처먹고 다닐거다. "


그러려나…. 쓴 웃음을 지은 양선유는 몸을 앞으로 숙여 노트북 키보드에 손가락을 올렸다. 과제를 하는 내내 성준수는 심기가 불편했다. 차라리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좀 좋은 새끼 만나서 행복이라도 했으면 마음이라도 깔끔하게 접었을텐데. 성준수는 기억을 되짚었다. 분명히 아가리 터는건 꼴받게 하는 재주가 충분한데… 전영중이 여자애 앞에서 그렇게 난폭한 사람은 아니었지. 나한테만 시비 좀 걸고.

열 시가 넘어간 시간, 성준수는 전부 정리된 과제들을 갈무리하고 일어서는 양선유를 붙잡고 부득불 밥을 권했다. 양선유의 핸드폰이 청아한 소리를 내며 알림을 띄웠다. 알림을 확인하려는 손을 잡아채서 자리에 앉힌 뒤에 양선유의 핸드폰을 집었다.


" 이거 좀 쓴다. 내거 충전중이라서. "

" 아, 응! "

" 뭐 먹고싶은 거 없어? "

" 난 다 좋은데… "


쯧, 혀를 차고 엄지를 액정에 갖다대니 자연스럽게 잠금이 풀렸다. 성준수는 홀린 듯이 상단바를 내려 알림부터 확인하는 것이 퍽 추접스럽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는 한편, 양선유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미리보기로 메신저 내용을 확인할 수 없게 설정해 둔 것만 아니었으면, 상단바를 올리려다가 잘못 터치하지만 않았다면… 그냥 배달 시켜먹고 집에 데려다 줬을 텐데.

[ 영중이 : 선유야 오늘 늦어? 준수네 집에 너무 오래 있지 마ㅎㅎ ]

[ 영중이 : 끝나면 우리집으로 올래? ]

[ 영중이 : 오늘 집에 아무도 없는데 ]


기분이 더럽다. 이 새끼가 더러운 건지, 아니면 저가 대학생 주제에 더러운 꼴을 너무 봐서 그런 쪽으로 해석하게 되는지 분명한 섹스어필이 담긴 메세지를 보고 성준수는 머리가 끓는 기분이 들었다. 이 조그만 앨 가지고 그런 생각이 들 수 있다고? 입술 한 번 닿는것도 죄책감 들게 벌벌 떨면서 눈을 질끈 감는 이런 앨 가지고? 심지어 많이 해 본 것 같은데, 이런 씨발… 눈이 돌아간 성준수가 슛폼을 잡았다.


[ 양선유 오늘 우리집에서 잘 건데? 좆 잡고 반성이나 해라 변태 새끼야. ]


3점. 3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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