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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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오는 태어났을 때처럼 맨몸으로 은신처에 왔다.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합의된 납치였을지언정 미노리 저택에서 사다오를 제외하고 이가 빠진 자리가 또 보여서는 안 됐다. 그래서 세이시로는 발자국마다 피를 흩뿌리는 사다오 대신 사다오의 겉옷 하나와 애들 장난 같은 반지만 챙겨 나왔다. 그 겉옷마저 미노리 부인에게 피 흘리는 아들의 모습을 숨기려는 임시방편이었을
헤어지자. 마지막에 하고 싶은 말은 그뿐이다. 그러고 난 뒤에 헤어진 연인들이 으레 그러듯 준 것도 받은 것도 잊어버리면 그만이다. 만남과 이별을 여러 번 해봤을테니 적어도 세이시로에게는 낯설고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사다오는 꼭 받고 싶었던 것은 모두 빼앗았다. 그것들은 세이시로가 어떤 방식으로든 돌려받을 수 없다. 그러니 여기서 발을 빼도 그런대로
그동안의 수모를 잘 참아왔건만, 운전석에 올라타자마자 도저히 견딜 수 없어졌다. 사다오는 차 문을 닫기도 전에 헛웃음을 터뜨렸다. 의자 위치며 등받이 각도를 조정할 필요도 없이 모든 것이 사다오를 위해 완벽하게 맞춰져 있었다. 세이시로가 앉아 있었을 자리에는 시침을 떼듯 이미 온기조차 남지 않았다. 사다오가 제때 떠나지 않은 것을 탓하는 것 같았다. 사다오
아즈마 미카도가 난데없이 직장인 밴드에서 기타를 잡게 된 것은 근본적으로는 아즈마 미카도가 기계광이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전문성에 흠뻑 취한 IT업계 사무직 남자들이 그렇듯 야타 사의 직장인 밴드에 속한 이들 또한 공산품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개조하겠다고 나섰으나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돈만 날릴 위험에 처하자 지지부진했던 고집을 꺾고 그들보다 전문가
리어다머는 간이 의자에 앉아 뺨에 짧은 줄 여섯 개를 그리는 찰나에도 초조하게 바깥을 곁눈질했다. 고작 천막을 사이에 두고 세 걸음쯤 떨어져 있을 뿐이지만 무화과를 혼자 놔두기 불안했다. 페이스페인팅 부스는 사람이 두 명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빠듯하게 찰 정도로 좁았고, 리어다머는 봉사자를 앞에 두고 남자친구와만 대화하려 들 정도로 염치없지도 못했다. 저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