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sted wayward boy

헤어지자. 마지막에 하고 싶은 말은 그뿐이다. 그러고 난 뒤에 헤어진 연인들이 으레 그러듯 준 것도 받은 것도 잊어버리면 그만이다. 만남과 이별을 여러 번 해봤을테니 적어도 세이시로에게는 낯설고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사다오는 꼭 받고 싶었던 것은 모두 빼앗았다. 그것들은 세이시로가 어떤 방식으로든 돌려받을 수 없다. 그러니 여기서 발을 빼도 그런대로 아쉽지 않다. 세이시로는 손해를 보았다 생각하고, 더이상은 잃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등을 돌려 떠나면 된다. 완전히 부정해져 사다오가 비로소 사랑에게 헤어지자고 말할 수 있는 시점이 오면 세이시로는 분명히 사다오의 뺨을 내리쳤듯 마지막 연인이 미워질 것이다.

죽으면 세이시로를 진정으로 자유롭게 해줄 수 있다. 사다오의 손목에 영영 남을 족쇄는 세이시로가 영영 세상과 끊어졌음을 알릴 것이다. 그러면 누구도 세이시로를 찾지 않고, 좇지 않고, 온전히 홀로 남아 무엇이든 원하는대로 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사다오가 바라는 것은 그것뿐이다. 자신의 존재는 잊혀도 괜찮다. 오히려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 좋다. 세이시로는 몇 번이고 돌려보내려 했지만 미노리 저택의 어떤 사람도 요마가 되어 돌아온 탕아를 반기지는 않을 것이다. 내 죽음에 대한 예행연습은 20년 전 여름에 다들 지겹도록 했으니 그걸로 됐다. 이대로 영영 나타나지 않으면 그들은 한때 이곳에 있었던 사람이 이제는 멀리 어딘가에서 예쁜 부인과 영영 행복하게 살고 있다 상상하겠지. 그것이 그들이 볼 수 있는 나의 모습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찢어놓던 칼이 반대편에서는 다른 이들의 마음을 쓰다듬는 바람이 된다. 얄궂으나 결국 무딘 한쪽은 무딘 만큼 금세 잊혀질 것이다. 사다오는 날카로운 부분으로는 사랑을 도려내 결국은 영영 모두에게서 잊혀지는 존재가 되고 싶다. 영원한 사랑으로 남는 대신 헤어진 옛사랑이 되어야 한다. 그러니 마음에 없는 말이나마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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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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