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doors are closed when the night comes

그동안의 수모를 잘 참아왔건만, 운전석에 올라타자마자 도저히 견딜 수 없어졌다. 사다오는 차 문을 닫기도 전에 헛웃음을 터뜨렸다. 의자 위치며 등받이 각도를 조정할 필요도 없이 모든 것이 사다오를 위해 완벽하게 맞춰져 있었다. 세이시로가 앉아 있었을 자리에는 시침을 떼듯 이미 온기조차 남지 않았다. 사다오가 제때 떠나지 않은 것을 탓하는 것 같았다. 사다오보다 몸이 작은 연인이 언제, 어떤 마음으로 자기 것이 아닌 몸을 생각하며, 그러는 중에도 그 안에 든 마음은 배제하고, 오로지 껍데기만을 위하고 있었는지 이제는 읽을 수가 없다. 눈에 보이는 곳에 열쇠를 올려놓았을 때 외면하지 않았더라면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늦었다. 사다오를 비추지 않고 오로지 뒤의 풍경만을 올곧게 바라보는 백미러가 마치 한시도 지체하지 말고 떠나라 등을 떠미는 것처럼 느껴졌다. 거북한 것은 잘 다물고 있어도 핏물이 번져 내내 젖은 채인 오른쪽 입꼬리뿐이었다. 오른쪽 뺨만이 여전히 세이시로와 함께하고 있는 것처럼 화끈거렸다. 이럴 수도 있는 손으로 단 한 번도 사다오를 꽉 붙들지 못했다니 우스운 일이 따로 없다.

해가 지면 길이 업니다. 세이시로의 뜻은 해가 머리 위에 있을 때 떠나라는 것이었겠지만 사다오는 길이 얼게 놔둘 작정으로 지대가 높은 곳에 오르자마자 차를 세웠다. 무디지 못한 연인은 곤히 잠들어 있다가도 낮게 땅을 비추는 불빛과 엔진 소리에 눈을 뜰 것이다. 발소리를 죽여 걸어가려면 이쯤에 멈춰야 했다. 세이시로가 원하는 길로는 가지 않을 것이다. 바퀴 옆에도 지겹도록 쌓여 있는 눈이라는 것이 내린 적도 없는 것처럼 얼룩조차 남지 않은 깨끗한 앞유리 너머로 사랑한다는 말 대신 사랑했다고 말했던 이가 있을 곳을 응시하며 사다오는 후회했다. 사랑을 위해 무엇이든 바칠 수 있다는 것을 본능으로는 알아서 이미 그리 하고 있었는데도 모른 채로 무엇도 버리지 않으려 했던 것이 헛된 일이었던 걸로도 모자라 외통수가 되어 이제는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잃을 수밖에 없게 한다. 뒷걸음질치는 등 뒤에 문이 아니라 벽이 있도록 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 세이시로로 하여금 사다오를 한없이 가엾게 여기고만 싶도록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으니 이제는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 사다오는 시동을 끄고 추위 속에서 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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