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pluged pick

아즈마 미카도가 난데없이 직장인 밴드에서 기타를 잡게 된 것은 근본적으로는 아즈마 미카도가 기계광이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전문성에 흠뻑 취한 IT업계 사무직 남자들이 그렇듯 야타 사의 직장인 밴드에 속한 이들 또한 공산품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개조하겠다고 나섰으나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돈만 날릴 위험에 처하자 지지부진했던 고집을 꺾고 그들보다 전문가인 사람을 찾아나섰고 그게 아즈마 미카도였다. 그들은 ‘미카도 씨가 기계 잘 만지잖아요’라는 말과 함께 아즈마 미카도의 딱딱한 등을 떠밀었다. 미카도 또한 결국은 그 치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제가 본다고 뭐 알기나 하겠어요, 겸손을 떨면서도 어떤 우월감이나 자만에 젖어 결국은 뒷판이 열린 채 내부를 아무렇게나 드러내고 있는 이펙터 앞에 쪼그려앉게 된 것을 시작으로 일이 이렇게 된 것이다. 미카도는 작동 원리와 그 구조에 대한 설명을 잠깐 들은 후 솜씨 좋게 그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개조된 회로의 부품을 바로잡고 내친김에 납땜까지 마쳤다. 미카도가 꼼꼼히 닫아준 이펙터에 선을 연결하고 기타줄을 퉁겨 소리를 확인하고는 동료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역시 미카도 씨라면 어떻게든 해줄 줄 알았다니까. 그런 일이 있었던 이후로 그들은 종종 미카도에게 자문을 구하거나 손을 빌렸고, 미카도 또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제법 기꺼웠기에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어울려주었다. 그러기를 몇 개월, 기타를 연주하던 사원이 퇴사하게 되었고 밴드는 당연하게도 미카도의 자리로 몰려와 파티션에 팔을 올린 채 제안했다. 미카도 씨가 제격이지. 미카도는 곤란하게 웃었다. 기타는 손에 쥐어본 적도 없는걸요.

“다룰 줄 아는 악기 있어요?”

“어릴 때 샤미센을 잠깐.”

미카도 씨 기타 쳐야겠네. 줄이 두 배인 거 말고는 다 똑같아요. 미카도는 아직 고개를 끄덕이지도 않았는데 그들은 이미 대답이라도 들은 것처럼 미카도를 밭에 심어진 당근처럼 쑥 들어올렸다. 한 번만 해 봐요. 이펙터 개조를 그만큼이나 했는데 기타를 안 치면 손해라니까요. 기계를 만들었으면 시작동하는 것까지 보고 싶은 게 기계쟁이들 천성이잖아요. 마지막 말은 제법 미카도의 마음을 흔들었기에 미카도는 순순히 그들이 원하는 도전에 발을 들이기로 했다. 그러잖아도 미카도를 추켜올리는 말들에 푹 젖어 마음이 더할 나위 없이 너그러워진 참이었다. 사옥 지하에 마련된 연습실로 향하며 그들은 물었다. 그런데 샤미센은 어쩌다 배웠대요? 미카도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고 보편적인 무언가를 말할 때 사람들이 그러듯 옅게 웃으며 답했다. 그냥, 어머니가 이것저것 시켜보셨거든요. 어릴 땐 다 그렇잖아요.


야타 전자에 재직하는 동안 사내 동아리 관련 행사 참여를 독려하거나 참석자에게 소정의 상품권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전사 메일로 심심찮게 뿌려졌지만 미카도는 사내 공연 따위에 관객으로 참석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시시한 것에 관심을 주기에는 세상에는 그보다 즐거운 것이 차고 넘쳤다. 다른 이들도 관심이 없는 건 마찬가지라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미카도가 공연을 하게 되어 초대권을 받았을 때 미카도 또한 그것을 아무에게도 주지 않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새롭게 체감했다. 뭐든 겪어보기 전에는 모르는 법이었다. 미카도는 부러 가벼운 투로 코코아에게 지나가듯 이야기를 흘렸었다. 주류 포함 음료 무제한 제공하고 추첨을 통해 경품을 준대요. 뭐랬더라, 1등이 가정용 수경재배기라던가? 식물 기르기보다 동적이고 동물적인 것에나 관심이 더 있을 것 같은데다가 미카도의 카드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코코아는 그 말에 콧방귀를 뀌었고, 미카도 또한 코코아가 이 공연을 보고 싶어할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았었다. 그래서 미카도는 당연히 코코아가 야타 사의 공연장까지 찾아오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코코아는 왔다. 어두운 관객석 사이에서도 못마땅한 눈빛을 빨갛게 빛내고 있다. 한 곡을 끝내고 잠시 쉬는 동안 미카도는 그 표정을 흘끗 보고는 웃었다. 그러는 동안 베이스를 쥔 동료가 가까이 와 미카도를 칭찬했다. 미카도 씨, 오늘 날아다니네요. 그 말마따나 미카도는 연습 때는 종종 실수하던 구간을 매끄럽게 완주한 참이었다. 미카도는 보란 듯 오른손을 들어 유려하게 네 손가락의 금속 관절을 움직여보였다. 그것들은 조명을 반사해 흐르는 액체처럼 보이기도 했다. 미카도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손에 기름칠 좀 했거든요. 미카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무대 위의 모두가 자신들이 들은 것을 농담으로 생각하고 웃었고, 미카도는 그게 농담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농담처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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