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독스 로이드 5화
사이드카에서 내린 오웬은 기분이 매우 좋아보였다.
작은 아이가 카인을 올려다보고, 경례를 흉내낸다. 카인도 경례해준다.
오웬도 흉내를 내서, 이마에 손날을 붙인다. 나도 흉내내니 셋이서 웃었다.
카인
하이클래스가 어시스트로이드를 소중히 여기는 이유도 알 것 같아. 두 사람 다 인간 친구와 다를 바 없어.
오웬
네 어시스트로이드는?
카인
없어! 나 같은 일반인이 그런 고급품, 가질 수 있겠냐.
아키라
고급품이군요, 저… 저의 오너 씨도 카인처럼 상냥하면 좋겠네요.
(아직 자신이 로봇이라고는 상상이 가지 않지만…)
오웬
내 말을 듣는다면, 너의 어시스트로이드가 되어줄까.
카인
어시스트로이드가 오너를 고를 수도 있는 건가? 무리 아니야?
오웬
왜.
카인
아이가 부모를 고를 수 없는 거랑 같아. 어시스트로이드는 오너가 등록되면서부터 기동하거든.
오웬
흐응…
아키라
그럼, 저희들, 갓 태어난 아기와 같은 거네요.
카인
틀린 말은 아니지. 그렇다면, 최대한 눈을 크게 뜨고 이 풍경을 감상하는 게 좋아.
어서 와, 이 세계에. 이 밤도, 저 달도, 봄바람도, 너희들 거야.
베이비들, 온몸으로 느껴줘.
카인의 말은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흩날리는 담홍색 꽃잎에 초대받은 것처럼, 세계를 둘러본다. 갓 태어난, 아기와 같은 기분으로.
오웬
…
오웬도 홀린 것처럼 밤하늘이나 거리를 계속 바라보았다.
반짝반짝 빛나는, 유성우를 쫓아가는 것 마냥, 몰두한 채로 시선을 돌리며 미소짓는다.
오웬
어서 와, 세계.
신기한 거리에 한 눈에 반하면서, 밤바람을 뚫고 에어바이크는 달려간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었던 밤하늘에 커다란 화면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파란색과 노란색과 빨간색의 그라데이션 머리카락을 가진 새처럼 긴 속눈썹의 여성 아나운서가 매력적인 웃음을 띄운다,
젠
하이, 폴먼트 뉴스의 시간이에요. 오늘밤도 아나운서 젠이 핫한 뉴스를 잠깐 동안 전해줄게요.
우선은 화제의 어시스트로이드 정보입니다. 폴먼트 연구실의 가르시아 박사와 연결하겠습니다.
좋은 밤, 가르시아 박사.
피가로
좋은 밤입니다. 피가로 가르시아입니다.
어딘가의 연구실과 화면이 연결되어, 평온한 미소를 띄운 남성이 나타났다.
성실과 신용과 안심을 인간의 형태로 만든 듯한 인물이다. 여성 아나운서의 목소리에도 숨길 수 없는 호의가 번져나왔다.
젠
가르시아 박사, 이 방송에 출연해주신 횟수, 기억하고 있으신가요?
피가로
몇 번째지? 기억이 안 나네.
젠
실은 오늘로 기념할만한 100번째예요! 기념으로 케이크를 준비했습니다!
피가로
와아, 기쁜데. 감사합니다.
젠
쇼트 케이크, 좋아하셨던가요? 봐주세요, 이 마스코트. 박사와 똑 닮고 큐트하죠.
피가로
쇼트 케이크는 좋아해요. 이 인형에 대해서도, 뭐랄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젠
재미있는 말투! 역시나 섹시한 지적 인물 랭킹 2위를 차지한 박사시군요.
피가로
고마워. 1위를 한 인물과 지적인 면으로는 질지 몰라도, 섹시로는 지지 않는다고 생각해.
젠
저도 동감! 딸도 박사의 팬이에요! 케이크, 다음에 라보로 보내겠습니다. 케이크를 자르는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줘요.
피가로
좋아. 뭐라도 OK. 그러니까… 슬슬, 인터뷰를 시작해도 될까요?
젠
물론.
화면에 비친 가르시아 박사는 인기 인물이라는 것 같다.
하이웨이에 있는 사람들도, 길모퉁이에 있는 사람들도, 거대한 화면을 올려다보며 기쁜 듯이 볼을 붉히고 있었다.
오웬만이 희미하게 숨을 죽이고 있다.
오웬
…피가로…
아키라
오웬, 아는 사람이에요?
오웬
…아니, 몰라. …아마도…
거짓말을 하는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희미하게 당황을 띄우면서, 가르시아 박사를 가만히 바라본다.
피가로
어시스트로이드는 전인류가 기다리던, 우리들의 친구가 될 로봇입니다.
AI가 발달하고 있었을 시대, 인류는 로봇에게 노동을 맡기려고 했습니다. 실제로, 노동 로봇은 다수 탄생했죠.
그러나 인류가 원하고 있던 것은 사람 대신 노동을 하는 로봇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로봇입니다.
여러 연구를 한 결과, 노동은 인류를 피로하게 하지 않는다, 라는 것이 판명되었습니다.
노동은 인류에게 있어서 보람이지, 인류에게 스트레스를 주며, 피로하게 만드는 것은 인간 관계였던 겁니다.
어시스트로이드는 인간 대신에 커뮤니케이션을 취하는 로봇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과의 대화, 말하기 힘든 이야기, 인사, 사교를 위한 형식적인 겉치레 말, 교섭, 영업, 사죄, 연인과 헤어진 이야기까지…
어시스트로이드는 우리들 대신에 커뮤니케이션을 해줍니다. 변호사가 되고, 비서가 되고, 친구가 되죠.
때로는 애인이나 가족도 될 수 있어요. 우리들은 영원히 고독에서 해방된 겁니다.
젠
하지만, 가르시아 박사. 어시스트로이드로 인한 악영향도 소문이 나고 있어요.
특히 자취하는 하이클래스 사이에서, 어시스트로이드 의존이 진행되고 있다던가. 이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피가로
어시스트로이드 의존은 존재하지만, 대인 관계에서 생겨나는 스트레스보다도 피해가 없는 증상입니다.
사람에게 익숙하지 않고, 아무리 해도 아무리 해도 사람과 만날 수밖에 없을 때에, 너무 긴장해버린다던가 말이죠.
젠
어머, 피가로, 당신도?
피가로
솔직히, 예스입니다. 이 방송에 출연하는 날은 100회 가까이 한숨을 쉬고 있어요.
젠
농담이죠? 그렇게 안 보여요.
피가로
그렇겠죠. 어시스트로이드가 응원해주거든요. 최고의 친구가 저에게 용기를 줍니다.
젠
살아있는 친구는 필요없다? 입후보 할 사람은 잔뜩 있다고 생각해요. 하이클래스인데도 우호적이니까.
피가로
너는 워킹 클래스답게, 무척이나 도전적이고 믿음직스러운 여성이네.
젠
후후, 자주 들어요. 결론은, 어시스트로이드는 안전?
어제 있었던 대정전은 폴먼트 라보가 원인이었다는 소문도 있는데…
피가로
물론, 안전합니다. 앞으로도 안심하고 어시스트로이드를 사랑해주세요.
젠
감사합니다. 피가로 가르시아 박사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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