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반면성 이론

20240201

링클의 안 by 링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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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조건에 대한 두 가지 이론. 첫째: 자신과 닮은 사람에게 사랑을 느낀다. 둘째: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느낀다. 나는 후자를 믿는다. 내가 그를 사랑하게 된 것은 정확히 그런 이유이기에.

내가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하지만 내가 갖고 싶었던 것은 언제나 내게 허락되지 않았다.

이것은 아주 평범한 일이다. 내게만 주어진 처절한 불행 같은 것으로 포장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나는 나약하고, 그래, 정신이 나약하고 물컹한 인간이라서, 그 사람을 만나는 것으로 불행해지고 만다. 또한 사랑에 빠지고 만다. 자연스러운 현상.

그는 언제나 내게 없는 것을 갖고 있었다.

나는 미칠 듯이 질투했고, 죽을 듯이 사랑했다.

나는 키가 작다. 그는 키가 크다. 나는 친구가 적다. 그는 친구가 많다. 나는 복숭아에 알레르기가 있다. 그는 복숭아 아이스티에 샷을 추가한 음료를 좋아한다. 나는 감정적이다. 그는 프로페셔널하다. 나는 공상이 잦다. 그는 집중력이 좋다. 나는 목소리가 작다. 그는 목소리가 크다. 나는 인상이 흐릿하다. 그는 인상이 선명하다. 나는 웃는 얼굴이 어색하다. 그는 웃는 얼굴이…

그래, 웃는 얼굴…

웃고 있는…

경동맥을 눌려, 하얗게 질린 얼굴로도, 내가 사랑한 그대로, 웃고 있는…

물방울이 떨어진다.

입술에 한 방울이 닿자, 그는 그것이 어떤 신호라도 되었다는 듯 입술을 움직인다. 목소리도 나오지 않을 텐데. 그는 여전히 웃는, 창백한, 이상하리만치 태연한, -아름다운 얼굴로.

말한다.

한 글자씩. 천천히.

시간은 아주 많다고 상냥하게 일러 주듯이.

혈색이 돌아온다.

깨닫는다. 아니다. 되새김질한다. 나는 죽일 수 없다.

너는 할 수 있다.

너는 언제나 내게 없는 것을 갖고 있었다. 아마도 내가 평생 가질 수 없는 것들. 이를테면- 심신이 유약하고 쉽게 휘둘리고 밀어붙이면 거절하지 못하고 망가져도 저항하지 못하고 해 달라면 결국 해 주고 마는 연인과 같은 것. 나는 가질 수 없는 것. 나.

나는 줄곧 네가 나였으면 했다. 그럴 수 없다면 나는 네 것이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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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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