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황이 없었다는 말로는 부족해」
이소이 사네미츠+이소이 레이지
-세포신곡 전력 60분 「가족사진」
-세포신곡 DLC 플레이 이후의 감상을 추천합니다.
그러고보면 가족사진이 없다.
이소이 사네미츠는 거실에 앉은 채 멍하니 생각했다.
계절은 서서히 여름으로 바뀔 무렵이고 집안의 가구는 꼭 필요한 것을 제외하면 거의 놓여있지 않다. 세오도아가 아이를 생각해서 사왔다며 가져온 그림책이나 도감 몇 권이 거실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여져있을 뿐이었다. 집안에 생기가 돌지 않는 것은 전적으로 어른의 책임이고 따라서 이소이 사네미츠는 아이를 데리고 쇼핑이라도 가야했지만.
가족사진이 없다.
이소이 사네미츠는 멍하니 생각했다.
사진이야 찍을 수 있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정도야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 문제는 그 인화에 있었다. 사진을 인화하는 가게는 대개 동네 사람들과 가깝기 마련이고 아무 생각없이 필름을 건넸다간 이소이 댁의 또 다른 아이에 관한 소문이 온 동네를 휩쓸 터였다.
따라서 가족 사진은 거의 찍히지 않거나 3명의 모습만이 찍힌다. 이제는 그마저도 남아있지 못할 터였다. 일단 일본의 자택에는 앨범이 남아있겠으나 이소이 사네미츠는 더 이상 그곳으로 어슬렁어슬렁 돌아갈 수 없으며….
레이지와 라이와 하루키는.
"사네미츠 씨."
이소이 사네미츠는 눈꺼풀도 깜빡이지 않는다.
"사네미츠 씨."
가능하다면 여기서 녹아사라지고 싶은데 그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이소이 사네미츠는 간신히 눈알을 굴려 옆을 보았다. 삐죽이는 갈색 머리카락에 헐렁한 옷을 입은 소년이 이쪽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 태도는 아이라기엔 너무 정중하고 정중하다기엔 너무 앳되다. 사네미츠는 목소리를 내려다가 몸을 꿈틀거렸다.
"……."
"…창문을 열까요?"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다. 이소이 사네미츠는 하라다 미노루인 시절부터 남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초능력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어른에게 이런 식으로 눈치를 보는 건 옳지 않다고, 사네미츠는 알고 있다. 다만 그 명제가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아서 아이가 손가락을 꼬물거렸다.
"아까부터… 땀을 흘리고 계셔서."
"……아………."
사네미츠는. 이소이 사네미츠는 무엇을 말해야 할지 헤매인다. 아이에게는 모든 것을…. 그야말로 과거의 모든 것을 토해내듯이 말해버렸으나 미래에 대한 것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한 탓이다. 그는 가족사진과 아이와 죽음과 사랑과 이별과 후회와 그따위 것들을 생각하는 자신을 반추하다가.
"…………고맙구나…."
결국 눈물을 흘린다.
마주보던 아이의 표정이 흐려졌다.
서서히 기억나지 않는 얼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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