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신곡/논커플링Non-Coupling

탐정인 내가 이세계에서는 도적이라는데요?

만약에 아토 하루키가 다시 한 번 무대에 올려진다면. COM 소재.

Q. 뒤를 돌아보니 눈앞이 이세계인 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어떻게고 자시고 돌아가고 싶습니다만.

Q'. 게임을 클리어해 주세요.

A'. 쿠소게 돌아가면 신고한다

"하루키?"

맑은 목소리가 들린다. 낯선 시트의 냄새 따위를 맡으며 정신을 차린 아토 하루키는 눈앞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붉은 눈의 소년과 기묘한 고양이 생물을 발견하고 평소와 같은 어른의 미소를 지었다. 아이에게는 친절하게. 초절 쿨한 사회인의 기본입니다.

"안녕, 디타. 좋은 아침… 이려나?"

"응, 좋은 아침! 간밤에는 푹 쉬었어?"

"덕분에 잘 쉬었어."

꿈자리가 조금 뒤숭숭하긴 했지만 디타에게 불평을 늘어놓는다고 개운해지는 것도 아니다. 공연히 마음만 더 무겁게 만들 뿐이겠지. 이세계로 떨어졌다고는 해도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정도는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아토 하루키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다. 오늘도 로제 마리아의 하늘은 놀라울 정도로 쾌청하다.

"그런데 디타."

"응?"

"어제 물어보려다가 때를 놓쳤는데… 이 <클래스>라는 건 바꿀 수 없는 거야?"

"맞아, 한 번 정하면 바꿀 수 없어. 왜?"

"그런가…."

시야 한구석에 있는 <스테이터스> 버튼을 누르면 옅은 푸른색 화면이 퐁 튀어 오른다. 아토 하루키, 32세, B형, HP가 얼마에 MP가 얼마… 그런 식의 정보를 눈으로 훑던 하루키는 제 클래스가 적혀있는 부분을 가볍게 손가락으로 튕겨 올렸다. 선명하게 [도적]이라고 적혀있는 글자가 가볍게 일렁였다.

"아무리 그래도 탐정과 도적은 어감이 다르단 말이지…."

"뭐냥, 남의 눈을 신경쓰는거냥? 보기와 달리 속물적인 타입이다냥."

"아니거든. 요 백발고양이. 묘하게 누구 씨를 생각나게 하네."

"흥이다냥. 그럼 몇 가지 물어보겠다는 것이다. 첫 번째, 누굴 추적한 적이 있냥?"

"있어. 직업상 여러 번."

"두 번째, 잠긴 물건을 딴 적이 있냥?"

"업무상의 이유로."

"세 번째, 남의 물건을 슬쩍한 적이 있냥?"

"잠시 빌리고 제자리에 갖다 놨을 뿐입니다."

"디타, 디타, 이 녀석 자기 직업을 자랑스레 여기지 못하는 타입이다냐."

"그러니까 어감에 신경 쓰라니까!"

이 백발 고양이가! 그렇게 외치면 가쥬라는 보란 듯이 디타의 뒤로 숨어 베~ 하고 혀를 내민다. 아아, 정말로 누구 씨를 떠올리게 하네! 이거 혹시 그 사람의 확장형 저주인가? 하루키가 그렇게 생각할 무렵 디타가 밝게 웃으며 가쥬라를 쭉 들어 올렸다.

"둘 다 사이좋아 보여 다행이네! 그렇지만 슬슬 내려가지 않으면 아침 식사 시간이 끝나버릴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곤란하다. 하루키는 이미 준비를 끝낸 듯한 디타에게 방 바깥에서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말한 뒤 기본적인 채비를 시작했다. 얼굴을 씻고, 옷을 입고,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문득 거울을 바라보면 잘 닦인 풍경 속에 진갈색 가죽 갑옷을 입은 자신의 모습이 있다. 생뚱맞으면서도 조금은 익숙해져 버린 그 모습을 바라보면 거울 속 자신이 빙긋 미소지었다. 순간 화들짝 놀라 몸을 뒤로 빼낸 하루키는 문밖에서 디타가 똑똑 노크하는 소리를 들었다.

"하루키~ 준비 끝났어?"

"아, 응. 이제 나갈게!"

하루키는 제 얼굴을 쓸어보고는 걸음을 옮겼다.

<로제 마리아>에서 맞이하는 2일 차 아침이었다.


제시 문장 : [뒤를 돌아보니 눈앞이 이세계인 것에 대하여] By. 정님

문장 제공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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