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한 번과 실수 한 번과 영원한 결과값」
아토 하루키+이소이 레이지
-세포신곡 전력 60분 「아주 사소한 실수」
-세포신곡 DLC 플레이 이후의 감상을 추천합니다.
"만약에 말이야."
"네."
"그때 네가 말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진짜 고약한 형이네요."
보통 동생의 말실수를 그렇게까지 물고 늘어지나요? 말은 그렇게해도 레이지는 히죽히죽 웃고있다. 오랜만에 일본으로 와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만큼 마음에 여유가 있는 것이리라. 하루키는 제 앞에 놓인 홍차잔을 쭉 들이키고는 말을 이었다.
"그렇게 따지고 올라가면 처음부터 내가 자기소개를 제대로 했으면 됐을 일이지만 말야."
"아~ 그때는 정말 난감해 죽는 줄 알았다고요. 아토 하루키에 아소 코지? 첫 글자 밖에 안 맞잖아요."
"그렇다고 처음 만난 사이에 당신 이름 그거 아니라고 정정해줄 수도 없었을 거고."
"제가 왜 서둘러서 나갔는지 아시겠죠?"
애초에 그건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뭐든 지나고 난 뒤에 회상하면 추억이다. 그로부터 2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 두 사람은 두 말 할 것 없는 형동생 사이가 되어있으니까. (물론 거기에는 망할 민달팽이 아버지도 포함되지만 그는 지금 여독에 지쳐 한창 잠들어있다)
"그치만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만약 그때 네가 내 이름을 틀리지 않았다면, 내가 내 이름을 제대로 말했다면, 우리의 이야기는 어떻게 변해있었을까…같은 거."
"글쎄요, 의외로 결과는 다르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건 그런 사소한 실수들이 겹쳐진 덕분에 지금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결과론 뿐이겠죠."
"철학적인 얘길 하네."
"저는 문학청년이니까요."
레이지의 말대로였다. 만약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하며 이것저것 가정하는 것은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자가 할 수 있는 가장 한심한 시간낭비겠지. 우리는 여기에 도달했고 이제는 돌아갈 수 없다. 시간은 일방향으로 흘러가고 우리는 그 흐름을 거스를 수 없으므로. 따라서 아토 하루키와 이소이 레이지는 계속해서 형제로 존재한다. 아토 하루키와 이소이 사네미츠는 (이래저래 불평불만이 스민) 부자관계를 유지한다. 아토 하루키에게는 꽤 괜찮은 재무재표 결과였다.
"어쩌면 앞으로도 그런 일이 있을지 몰라요."
"사소한 실수들 말야?"
"네. 그럼에도 우리는 올바른 결과로 도달할 것이다…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겠죠."
"지금 살짝 신봉할 뻔했어."
"참아주세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어떤 실수가 있더라도 자포자기하지 않고 나아가는게 중요하다는 거에요. 레이지가 실로 트집잡을 데 없는 정론을 말하고는 건배 시늉을 한다. 그 손에 들린 게 찻잔이 아니었다면 제법 그럴 듯하게 보였겠지. 아토 하루키는 킥킥 웃고는 마찬가지로 잔을 들어 제 동생의 잔에 가볍게 맞부딪쳤다. 그래, 자포자기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보자.
2017년 늦겨울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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