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회전계단탑

20240131

링클의 안 by 링클
2
0
0

회전계단을 오른다. 계단참이 없으므로 몇 층이나 올라왔는지는 알 수 없다. 아니, 애초에 그런 건 무의미하다. 층 같은 것은 없다. 그저 계단이 끝없이 이어질 뿐. 오른다.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작은 창문은 고작해야 하늘의 색 정도를 보여 줄 뿐이다. 유리도 끼워 놓지 않아 바람이 훅 불어닥치는 창문이건만 얼굴을 내밀 만큼 충분히 크지는 못해서 바깥을 내다볼 수조차 없다. 가끔 손을 그 너머로 집어넣어 볼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안’에 있는 것은 나다. 손을 창문에 집어넣는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손 한 짝이나마 밖으로 꺼내 보려고 애쓴다는 표현이 적절할지도 모른다. … 나가고 싶은 것은 아니다. 나는 계단을 올라야 하니까.

돌로 쌓은 벽에 손끝을 대면 까칠한 표면이 피부를 긁는다. 끊임없이 걷고 있으니, 벽 또한 끊임없이 뒤로 밀려나며, 지문의 표피를 벗겨낸다. 아주 얇게, 그러나 분명히… 그러니 이제는 손을 떼어야 한다. 하나, 둘, 셋.

손끝을 들여다본다. 붉게 물들어 있다. 발은 멈추지 않는다.

계단을 오르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생각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리가 아프다는 감각, 쉬고 싶다는 욕망, 어째서 계단을 오르고 있었던가 하는 의문. 그런 것들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는다. 계단을 오른다.

그러나 생각하지 않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생각한다. … … 하지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만 또다시 깨닫는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다. 끝은 보이지 않는다. 정확히는, 바로 머리 위의 계단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가장자리에 서서 올려다보면 볼 수 있을까? 그러나 계단의 가장자리에는 난간조차 없고, 오히려 곧 부서질 듯 위태로운 모양새를 하고 있다.

사실, 계단의 끝이 어디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설령 끝이 없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단지 오르기 시작했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계단을 오른다. 이런저런 의미를 부여해 봐도, 멈추지 못하는 것은 단지 ‘멈출 수는 없기 때문’. 그러나 분명히 언젠가 멈춰야 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그렇다. 인간이므로.

카테고리
#오리지널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