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의 회고
20240130
나는 외계인이다.
사실 이건 꽤 이상한 표현이다. 단어 자체를 뜯어 보아도 통상적인 의미를 생각해 보아도, 자기 자신에게 쓰기에는 적절하지 못한 단어 아닌가. 내가 외계인이라기보다는 내가 외계인들의 세계에 왔다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겠지. 그러나 분명히 외계인은 나다. 그렇게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한때 지구가 세계의 중심이라 믿었던 이들이 있었다. 지구인은 신의 유일한 피조물이며, 그렇기에 지구인들이 발 딛고 사는 지구야말로 모든 것의 중심이고 그 밖의 것들은 모두 지구 주위를 공전할 뿐이라고.
과학이 발전하며 세계의 중심은 태양으로 옮겨 갔다가, ‘사라졌’다. 세계에 중심 같은 것은 없다. 팽창하는 풍선의 표면처럼 모든 점이 다른 점으로부터 일정하게 멀어진다. 모든 곳이 중심이며, 어느 곳도 중심이 아니다.
그것이 엄밀한 진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에 의해 도출된 결괏값. 우리의 진리.
하지만 나는 깨달았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 아니, 그런 것은 무의미하다. 계몽주의, 과학적 방법론, 집단 지성. 그런 뭉툭한 끌로는 진리를 발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진리는 무엇인가?
진리는 마주하는 순간 부정할 수 없는 것.
처음 이곳에 다다른 날, 우리는 ‘외계인’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그들을 마주치는 순간 기대는 무의미해졌다.
그들이야말로 세계의 중심이었다.
아름다움. 지구인의 글 따위로는 형언할 수 없는, 한없이 진리에 가까운 존재의 아름다움. 인간의 미적 기준에 의한 표현이 아니다. 애초에 아름다움이라는 어휘가 적절한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의 단어에 그 이상 가까운 개념은 없었다. 신이 있다면 그들이야말로 선택받은 피조물일 것이다. 신이 없다면, 그들이야말로 신이리라.
근거 같은 것은 없다. 단지 깨달을 뿐이다. 나는 외계인이다. 저들은 세계의 중심이다.
이것으로, 나는 삶의 의미를 다한다. 허무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진리를 알아 버린 이상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진리는, 결국 인간의 삶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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