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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제한

어린이 보호 구역입니다.

나구모 테토라 x 키류 쿠로

가볍게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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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가심 연습이 끝난 뒤. 쿠로와 테토라는 나란히 식당에 들어섰다. 햄버그 스테이크를 하나씩 먹으면서 잡담을 나눈다. 오늘 저녁 일정은- 내일 일정은- 이런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며 그릇을 비워간다. 손목 시계를 확인한 쿠로가 눈짓했기에 테토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매일 얼굴을 보고, 매일 함께 식사를 하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루틴이었다.

“그럼 테츠, 내일 보자.”

“알겠슴다!!”

테토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쿠로가 씨익 웃자, 테토라가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손을 흔들고서 계단을 올라가는 쿠로의 뒷모습을, 테토라가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와 함께 나누는 모든 시간이 좋았다. 그와 함께하는 모든 것이 좋았다. 하지만….

“…사귀기 시작한지 한 달이 다 됐는데, 이렇게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는 건 너무하지 않슴까…!!!!”

방 안에 들어가자마자 테토라가 무릎을 꿇고 절규했다.

한 달 전 오늘. 굳은 결심을 한 테토라가 쿠로에게 고백했다. 정말 좋아한다고. 대장의 곁에 있고 싶다고. 대범한 고백에 놀라기도 잠시, 쿠로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래, 나도 좋아한다 테츠. 둘의 사이에 새로운 이름표가 붙여진 순간이었다.

다만 그 이후로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함께 식사를 하고, 거리를 거닐고. 그뿐이었다. 대화 주제에도, 나누는 스킨십의 정도에도 큰 차이가 없었다. 이 점에 테토라는 처음에 큰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으니까.

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에는 상대를 향한 호기심과 특별해지고 싶다는 갈망이 섞여 있어서.

“…대장, 할 말이 있슴다!!”

결국 어리광을 피우게 되는 법이다.

“…음, 그러니까 테츠 네 말은….”

“네!! 좀 더 연인다운 일을 하고 싶슴다!!”

“…으음….”

연하의 당돌한 부탁에 쿠로가 고민에 빠졌다. 연인다운 일? 어떤 걸 말하는 거지? 나는 지금 우리의 관계로도 좋다고 생각했다만, 테츠에게는 부족했었던 건가. 쿠로가 미안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웃었다. 머쓱하게 볼을 긁적이고는 시선을 내렸다.

“미안했다 테츠. 아무래도 이런 관계는 처음이라서… 네게 배려가 부족했던 것 같네. 나참, 정말 나쁘다니까….”

하아, 한숨을 내쉬고서 고개를 저었다. 머뭇거리던 쿠로가 슬쩍 테토라의 손을 잡았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거친 온기에 테토라가 눈을 크게 떴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민망한 듯 시선을 옆으로 피하며 - 볼이 좀 붉었다 - 쿠로가 입을 열었다.

“…네가 싫다는 건 절대로 아냐. …앞으로 더 노력할게, 테츠.”

“네, 넷…!!”

두근두근. 쿠로의 손을 꽈악 마주붙잡고서 테토라가 눈을 빛냈다. 정말, 정말 대장과 연인이 되었다는 게 실감나기 시작했슴다!! 너무 기쁨다!!!!!

그로부터 일주일. 둘의 관계는 이전과 동일하게 흘러갔다. 같이 밥을 먹고, 같이 훈련을 하고, 시시콜콜한 농담을 하고. 이전과 차이가 있다면 둘의 손이 자주 서로를 찾았다는 것 정도. 둘 사이로 누군가가 지나가게되면, 그 잠깐의 멀어짐도 견디지 못해서 손을 꼼지락거리곤 했다.

대장, 역시 대장이 너무 좋슴다!! 대장과 사귀길 잘 했슴다!!!

다시 쿠로의 손을 맞잡으며 테토라가 환히 웃었다. 그런 테토라를 내려다보며 쿠로가 조금은 어색하게 웃었다. 손을 단단히 붙잡으며 말을 삼켰다. 고민이 많아보였다.

“대장, 오늘도 즐거웠슴다! 내일 또 같은 시간에 만나자구여!!”

“…그래 테츠.”

테토라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아쉬운지 서로의 손은 떨어질 줄 몰랐다. …그래도, 이제 진짜 헤어져야함다. 작게 한숨을 쉬고 손을 빼내는 그때, 쿠로가 그의 볼을 붙잡았다. 예, 엣?! 테토라가 당황해서 아무 저항도 못하는 그 찰나에, 쿠로가 몸을 숙였다.

쿠로의 입술이 볼에 꾸욱 닿았다 떨어졌다.

멍-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서 테토라가 그대로 굳었다. 그에게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큼큼 괜히 헛기침을 하며 뒷걸음질을 했다.

“그럼 이만 들어가라 테츠.”

“어, 으에?! 대, 대장 방금 그건 뭠까!?!”

슬쩍 들어가려는 쿠로의 팔을 테토라가 다급히 붙잡았다. 심장이 터질 듯이 쿵쿵거렸다. 절대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 테토라가 빤히 그와 시선을 맞췄다. 시선을 괜히 이리저리 피하던 쿠로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아~… 그게….”

깊은 한숨. 어쩐지 말라가는 입술. 쓸데없는 짓을 한 건가. 시선을 피하던 쿠로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아니, 계속 생각해봤거든. 테츠 네가 말한 연인다운 일을. 그래서~, 여동생의 만화를 보기도 하고, 하스미 나리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나름 공부를 좀 해봤거든. 그랬더니… 음, 좀 더 용기를 내보는 게 좋겠더라고.”

테토라의 손을 맞잡고서, 어쩔 수 없다는 듯 미간을 팍 찡그리며 웃었다.

“그야, 연인사이잖냐. 다른 누구보다 가장 좋아한다고 널. …좋아하는 사람이 힘든 건, 누구라도 싫어할 거다. 그치?”

아무렇지 않게 말하며 테토라의 머리를 벅벅 쓰다듬었다. 그의 가슴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대장, 대장이 나를 생각해서 이렇게까지…!? 주먹을 불끈 쥐고서, 쿠로에게 갑자기 와락- 안겨들었다. 어, 어이 테츠? 위험하잖냐. 당황한 그의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부드러운 쓰다듬까지 이어서. 넘실거리는 그의 사랑에 손 끝이 찌르르 떨렸다. 그의 품에 고개를 파묻고서 테토라가 작게 말했다.

“…저는, 저는 대장이 뭘 해줘도 다 좋슴다! 손 잡는 것도, 이렇게 키, 키 키 키 키 키스 해주시는 것도!!”

갑자기 그가 고개를 번쩍 들어올렸다. 굳은 결의에 찬 테토라의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마치 대련하기 직전, 경기장에서 서로 마주볼 때와 같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대장!! 다음에는, 다음에는 기필코 제가 먼저 선수를 칠 검다!!”

“…!”

테토라의 눈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기쁨과 설렘, 그리고 투지였다. 결코 지지 않겠다는 갈망, 얻고 싶은 것을 얻겠다는 탐욕.

깊게 일렁이는 사나이의 투지에, 쿠로는 그저 헛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그래 테츠. 얼마든지 기다릴 테니까 힘내보라고…☆”

그의 허리를 마주 끌어안으며 쿠로가 호탕하게 웃었다. 지금의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예우는 역시 존중일 것이다.

남들보다 느리지만, 제 나름의 속도로 열심히 달려가는 그들의 관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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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

댓글 1


  • 메모하는 달팽이

    너무 귀여워요ㅠㅠ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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