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마다라 독백
알라님@allapongta 리퀘
캐붕 주의
저는 마다라를 싫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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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죽이 터지기 직전에는 맥없는 삐이~ 소리가 들린다.
화려한 폭죽이 팡- 터지면, 순간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밝은 빛이 하늘을 수놓는다.
그 직후의 밤하늘은
어쩐지
더 어둡게 느껴진다.
“아하하! 자아자아, 날이면 날마다 오는 마마의 포장마차~”
마다라가 호탕하게 웃으며 쇠주걱을 탕탕 두드린다. 웅성웅성. ES 한복판에 등장한 영문모를 포장마차에 쉬이 발을 들이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그저 힐긋거리며 마다라를 쳐다보고 지나갈 뿐. 그중에 일부는 ‘저거 미케지마 마다라 아냐?’ 하며 멀리서 신기한 듯 수군거리기도 했다. 나참, 다들 낭만을 모르는구나아~ 과장된 제스처로 눈물을 닦으며 재료를 꺼낸다. 양배추와 밀가루, 새우, 양파. 온갖 재료가 아래에 있는 냉장고에서 쏟아져나온다. 익숙하게 그것을 휘휘 저어 섞고는 달궈진 불판 위에 왈칵 쏟는다. 치익~ 맛있는 소리와 냄새가 포장마차 안에, 앞에, 밖에 스멀스멀 퍼져나갔다. 술렁이며 지나가기만 하던 사람들도 점점 코를 킁킁거리며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거봐. 단순하네.
입가에 피식 웃음이 피어났다.
어린아이들에게 모르는 사람이 음식을 주면 따라가지 말라고 가르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르치지 않으면 거부하지 않고 그들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그정도로 단순하다, 인간들은.
길 한복판에 등장한 포장마차는 낯설다.
하지만 그곳에서 익숙한 냄새가 난다면, 사람들은 금새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호감을 느낄 수도 있다.
심지어-
“오코노미야끼 하나 되나요?”
먼저 다가오기도 한다.
“그럼그럼~ 마마는 모두에게 열려있단다아~”
늑대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가엾은 빨간모자들.
“자아, 완성이란다아~♪”
하지만 마다라는 그들의 손을 물지 않는다. 죽이지도, 잡아먹지도 않는다.
그들을 너무 사랑하게 되어서.
인간에게 불을 선물해준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 적이 있었을까.
매에게 심장이 쪼이면서도, 단 한 번도 인간에게 분노를 느끼지 않았을까.
그러지 않았다고 하면
그것이 마다라와 신의 가장 큰 차이일 것이다.
가끔 생각한다. 제 인생은 끝없는 동굴과 같다고.
천장은 너무 높아서, 희끗한 불빛만이 마다라의 등을 겨우 밝혀줄 수 있는 그런 어두운 길.
저 너머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걸어간다.
먼지가 잔뜩 낀 누런 빛이 마다라의 등을 쓸어내린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앞으로 번져오면 제 발 밑이 보일 것 같은데, 그 빛은 늘 등에서만 그친다.
빛이 기울어지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걸어서일지도 모른다.
마다라는 생각한다. 자신은 밝은 길을 걸어갈 자격이 없다고. 빛을 똑바로 직시할 자격이 없다고.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걸어가는 것이다. 밝은 빛이 저를 침범하지 않도록. 자신을 용서하지 않도록.
용서받지 않도록.
동백꽃은 꽃송이째 지는 꽃이다. 겨울이 다 끝나갈 때쯤, 바닥에 송이송이 떨어진 동백꽃을 보면-
축복받은 죽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밝은 밤하늘, 기쁨에 찬 환호성, 번쩍이는 무대조명.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면서, 그 무엇보다도 밝게 웃는다.
온 힘을 다해서 노래를 부른다.
빛을 볼 수 없는 그는, 태양을 모방한 폭죽을 바라보며 희미한 웃음을 지을 뿐이다.
축제를 몰고다니는 그를 보고, 사람들은 그를 축제남이라고 부른다. 해바라기를 닮았다고도 한다.
해바라기는 해를 향해서 피어난다.
나는 과연 해바라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그저 목련과 동질감을 느낄 뿐이다.
툭, 툭.
바닥을 뒤덮은 꽃잎들이 추하게 썩어들어가는 것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그것을 건들인다. 자신의 의도대로 짓이겨지는 꽃잎을 내려다본다.
나의 말로 또한 이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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