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아이템
단편
“어때? 찾았어?”
“찾긴 뭘 찾아. 야,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라. 섭종한 지가 20년이야. 그때 그 팀이 퍽이나 아직도 남아있겠다.”
찾았냐고 묻는 지윤의 말에 해진이 짜증을 꾹꾹 눌러담은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지윤과 해진은 서비스가 종료된 지 20년이 넘은 온라인 VR 게임의 운영진을 찾고 있었다. 5주년 이벤트 때 지윤이 만들었던 아이템을 찾기 위해.
처음 해진이 지윤에게 이 일에 대해 들었을 땐 저 미친 게임광이 드디어 현실과 게임을 구분하지 못하고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해 당장 병원부터 예약하려 들었었다. 그 모습을 다 지켜보고 있던 지윤이 해진의 다리에 매미처럼 매달려 징징거리며 제발 찾아달라고 울지만 않았다면 분명 병원에 보내는 데에 성공했을 터였다.
지윤이 찾고 있는 아이템은 지윤이 즐겼던 VR 게임의 5주년 당시 유저 참여 이벤트를 겸해서 디자인 공모가 열렸을 때 10살이었던 지윤이 디자인하고, 당선되어 이벤트 보스가 드랍하는 한정판 팔찌 아이템으로 구현된 것이었다.
해진도 디자인 한 본인이라 굳이 보스전을 돌 필요없는 지윤이 해진에게 주겠다며 꾸역꾸역 보스전을 돌아 얻어왔던지라 함께 아이템을 착용을 하고 여러 보스 던전을 돌았던 기억이 있었다. 해진은 게임을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지윤이 하자고 난리를 쳤을 때 굉장히 떨떠름해 했었지만, 막상 VR 게임이라 그런지 제 손에 아이템이 장신구처럼 착용되어 있는 게 제법 신기했었다.
안타깝게도 그 게임은 획기적이고 신박한 게임 소재에도 불구하고 여타 어중간한 온라인 게임들이 그러하듯 사측의 막장 행보로 운영진이 대거 이탈하거나, 해고 당하는 사례가 벌어지고 유저들도 그런 막장 행보에 질려 다른 게임으로 도망가버림으로써 10주년을 코 앞에 두고 그대로 고꾸라져 서비스 종료 엔딩을 맞았다. 지윤은 그 게임이 서비스 종료한 지 20년이 넘어가는 상황에 서비스 하던 시절에 만들어졌던 아이템 파일을 찾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는 셈이었고.
처음에는 게임의 클라이언트 파일을 뜯으려 했으나, 이것도 남아있지 않고 다른 무엇보다 위법 행위인지라 찾은 다른 대안이 바로 그 당시 게임을 운영했던 운영진을 찾는 일이었다.
이건 해진이 제안한 방법이었는데, 현직 개발자인 해진이 주변 인맥을 동원해서 그 당시의 운영진들을 찾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쪽도 그닥 현실성은 없었다. 세상에 개발자가 얼마나 많고, 그들이 아직도 개발직에 있을 거란 보장도 없는데, 어떻게 그들을 찾을 수 있다 확신할 수 있겠는가. 해진은 재차 지윤에게 기대는 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지윤은 그럼에도 분명 그들은 답을 줄 거라며 다시 한 번 개발자 사이트 이곳 저곳에 올려둔 ‘사람 찾아요’ 글을 메인 피드로 끌어올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일은 성공했다. 정말 어마무시한 우연의 일치로.
놀랍게도 해진이 주로 눌러 붙어있는 개발자 사이트에 그 게임의 개발자 하나가 활동중이었고, 그가 그들이 올린 글을 발견하면서 비록 약간 손상된 파일이긴 하지만 갖고 있다며 원한다면 주겠다고 말했다.
해진은 당장 이메일을 통해 그 파일을 받아 손상된 부분을 복구시켜 지윤에게 전했고, 지윤은 그 파일을 토대로 3D 프린터를 이용해 게임 속 아이템이었던 것을 현실에 구현시켜 해진의 손과 자신의 손에 달아주었다.
“너 이거 하려고 그렇게 파일 찾아다닌거야?”
“응. 왜?”
지윤이 순수한 눈으로 뭐 문제있냐는 듯 되물었다. 고작 이거 하려고? 기가막혀서 대꾸도 못하고 쳐다보고 있으니 지윤은 마냥 해맑게 헤헤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거, 서비스 종료 전에 개발자 쪽에서 실제로 만들어서 준다고 그랬거든. 그게 원래 공모전 상품이기도 했고. 근데 제작 다 끝나기도 전에 서비스가 종료되어 버린 거야. 놀라서 원래 알던 개발자 이메일로 어떻게 된거냐고 계속 물었다? 근데 그 이메일 자체가 없어져 버려서….”
지윤은 제 팔목에 자리한 금속제 팔찌를 아련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지윤이 찾아다닌 것이 단순한 아이템 파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도 그 모습을 본 뒤였다. 지윤이 정말 찾고 싶었던 건, 자신의 디자인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생각으로, 자신이 만들어낸, 자신의 창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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