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유성우

단편

목화_솜 by 모카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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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략 12살 때 즈음이었나, 작은 유성우 하나가 바다로 추락했었다. 전 세계를 떠들썩 하게 만들었던 그 유성우 사건은 별에 목마른 학자들을 미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유성우 관련 뉴스와 여러가지 카더라가 뉴스 사이트, 유튜브 등을 떠돌고 sns에는 유성우가 떨어지는 장면을 촬영했다며 인증을 하는 인증 영상이 피드를 가득 메웠다. 

 그 당시 인류는 육지에서의 삶에 한계를 느끼고 아직 테라포밍을 끝마치지 못한 화성에는 이주할 수 없다는 결론 하에 바다로의 이주를 택한 상태였다. 나는 그 바다 세대의 초창기를 상징하는 사람들 중 하나였고, 내 생일날 속보로 떴던 그 유성우 사건은, 매년 생일날마다 부모님의 입을 통해 회자되는 주제 중에 하나로 자리 잡았다. 

 부모님은 그것을 별의 축복이니 뭐니 했었지만 나는 그것을 육지 세대들이 흔히 겪는 낭만병이라고 생각했다. 나와 생일이 같은 인간만 이 드넓은 바다 상에 수십, 수백 명이 존재할텐데 그렇다면 그 모든 이들이 별의 축복을 받았단 말인가? 그렇다면 별하늘 아래 숨을 쉬고 살았던 당신들은 모두 별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일텐데 왜 그 축복을 마다하고 굳이 바다로 숨어들었단 말인가. 

 나는 육지 세대들의 낭만적인 별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왜인지는 몰라도 세상 사람들은 여전히 그날의 유성우에 대해 캐고 또 캐었다. 인류는 그 당시 유성우가 떨어진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지 못했다. 대충 대서양 어딘가라고만 특정할 뿐 그 당시엔 기술력의 한계로 대서양 심해를 파헤치는 것은 불가능했고, 인류는 매년 유성우가 내뿜는 일정한 주파수 신호만을 해석해 어디에 떨어졌는지 대략 가늠을 할 뿐이었다. 유성우는 꼭 떨어졌던 그날, 정해진 시간에 주파수를 보냈다. 학자들은 그 주파수를 해석하고 위치를 추적해 유성우가 떨어진 그 자리에 매년 한 걸음씩 다가갔다. 

 유성우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 수록, 사람들은 그곳에 고대 문명의 흔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문명에서나 발견될 법한 지형이나 건물 양식 따위가 발견되면서 사람들은 해가 갈 수록 유성우에 대해 깊게 파고들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육지 세대가 그것을 별의 인도라고 불렀고, 더 나아가서는 아예 그날을 기념일로 지정하더니 이젠 모두가 집에 모여 실시간으로 별의 인도를 따라 별을 찾는 여정을 지켜보는 것을 즐겼다. 

 별을 찾는 여정은 꽤 오랜 시간 이어졌다. 주파수를 해석하고, 또 그걸 토대로 광활한 바다를 뒤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육지 세대들의 별 이야기를 싫어하던 나는 우습게도 그 별을 찾는 여정의 주축인 해양천문학을 전공했고, 정신 차렸을 땐 대서양 수심 2500m를 가뿐히 넘긴 채 바다를 유영하고 있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더라. 주변을 메운 동료 학자들과 이번 여정을 실시간으로 송신하기 위해 즐비한 방송 장비들을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지어졌다. 별 이야기라면 치를 떨며 싫어했는데, 어느새 직접 그 별을 찾아 푸른 바다를 헤엄치고 있다니. 여기서 더 웃긴건, 동료 학자들 중 꽤 많은 수가 나와 생일을 공유하거나 아무튼 그 일주일 안에 속하는 날 태어났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정말 별이 부르는 것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이곳에 모이기라도 한 걸까? 

 별을 찾는 여정은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이번 주파수는 세기도 강하고 빈도도 유달리 잦았다. 마치 자신이 이곳에 있다고 외치고 있는 것처럼. 그곳에 모인 학자들은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나아가면 나아갈 수록 고대 아틀란티스 문명에 관한 가설을 들이밀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문명의 흔적이 짙게 남아있었다. 어떤 학자들은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향수병을 호소하기도 했는데, 그건 자신이 현재 살고 있는 곳이 아니라, 주파수의 근원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는 단 한 번도 육지에 대해서도 느껴본 적 없던 향수를 별에게서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별을 기어코 마주했을 때, 나는 한 때 부모님이 좋아하던 별 이야기 하나를 떠올릴 수 있었다. 우리를 이루는 구성 물질은 별을 이루는 것과 동일한 것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우리의 고향은 육지가 아니라 별이라는 이야기를. 

우리는 미지의 신호를 따라간 끝에 우리의 고향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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