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매망량의 밤

블랙홀과 봉쥬르¹

분명 알았겠지. 분명 뭐든. ²

도이매 Do I Mae 都魑魅

29세 (950601) 180cm avg 낙원아파트 101호

낙원의 관? 리자?

¹ radwimps, yayu

² radwimps, gimigimic

수수하다면 수수하고 화려하다면 화려한 인상. 날카로운 눈매. 진하게 남은 쌍꺼풀. 염색약을 쏟아부은 것 같은 흑발. 눈에 띄는 듯 띄지 않는 존재감. 상대를 물끄러미 주시하는 시선. 아파트 복도를 유령처럼 걸어다니는 발소리.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눈동자. 담배연기라기에는 담백하고 향이라기에는 매캐한 냄새. 손목에 팔찌처럼 걸어놓은 간이손전등. (아파트는 어두우니까) 양쪽 귀에 달린 링 귀걸이. 무채색 셔츠 혹은 무채색 니트. 길거리에서 전도하는 사람들도 쉽게 내어놓기는 어려울 것 같은 ‘인상이 참 좋아 보이시네요.’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인상 더러움.

비상한 기억력. 누군가가 농담을 하면 겨우 웃어줄 수 있는 사회성. 누군가가 얼굴에 침을 뱉어도 울지는 않을 정신력.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른 줏대. 무감한 것인지 무정한 것인지 모를 거리감. 쓰레기를 보면 반드시 주워서 휴지통에 버리는 도덕성. (깨끗한 게 좋으니까) 어떤 상황에도 쫄지 않는 담대한 배짱. (그냥 눈치가 없는 걸지도) 시체 앞에서도 밥을 먹을 수 있는 비위. (그냥 생각이 없는 걸지도) 살아있는 것보다 살아있지 않은 것에 조금 더 분명하게 보여주는 애정. 101호에 난 창문으로 주로 보이는 모습은 책을 읽는 모습. 어디로 들어가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대단한 식성. 모든 생명이 그렇듯이 불완전한 존재.

낙원 아파트의 입주민들은 아파트에 처음 입주하고자 할 때 반드시 101호에 방문하여 입주 절차를 밟아야만 한다. 조건은 없다. 시간이 얼마 걸리지도 않는다. 1층 복도에 난 창문을 두드리면 안에서 책을 읽던 남자가 고개를 들 것이다. 책을 읽던 남자가 들고 있던 책을 덮는다면 그때 그 남자, 도이매에게 ‘이곳에서 살고 싶다’고 이야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상대를 힐끔 쳐다본 도이매는 몇 층에서 살고자 하는지를 물을 것이며, 원하는 층을 말하거나 ‘그런 것은 상관 없다’고 대답한다면 열쇠를 건네줄 것이다. 입주 절차는 이거면 된다. 그리고 이것은 퇴실 절차와도 완전히 동일하다. 상대의 이름도, 직업도, 이곳으로 들어오게 된 경위도 묻지 않는 것. 그게 낙원 아파트 관리자의 원칙 제1번이다.

낙원 아파트의 입주민들은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 101호를 찾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딘가에 물이 샌다거나, 벽지가 물에 절어 곰팡이 꽃이 피었다거나, 갑자기 창문을 깨고 비둘기가 들어왔다거나… 할 때. 그저 얼굴 한 번 봤을 뿐인데도 입주민이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 그 호수를 외운 도이매가 한숨 한 번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날 것이다. 웬만한 수리는 뚝딱뚝딱 어떻게든 잘 해준다. 돈은 필요 없는 무상 서비스다. 만약 도이매가 어떻게 손 쓸 수 없을 정도의 공사가 필요하다면 어쩔 수 없이 외부로 연락을 돌려 사람을 부르는 수밖에 없다. 이건 당연히 돈이 드는 유료 서비스이기 때문에, 입주민들은 집을 아껴주는 것이 좋겠다.

  • 1995. 06. 01, 2024년 기준 29세

  • 언제부터 낙원 아파트에 입주해 있었는지, 그 시기가 불분명하다.

    • 그냥 당연하다는 듯이 101호에 앉아있어서 모두가 그러려니 할 뿐이다.

  • 담당 업무 : 입주 및 퇴실 절차, 아파트 내 미화 활동, 그외 누가 시키지도 않은 봉사 활동

  • 범계파 조직원들과는 막역하지도 않지만, 아주 멀지도 않은 관계인 듯하다.

    • 아파트 내부에서 싸움이나 유혈사태가 발생할 경우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는 것 같다.

  • 자주 읽는 책은 추리소설

  • 새벽에는 아파트 복도를 돌아다니며 순찰 활동 중

    • 이것 또한 무상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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