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만리 리플레이

서막 下. 나쁜 놈이 너무 많다

부셈이

며칠 후, 몽희가 깜빡 잠들었다 깨자 열차는 터널을 통과하는 중입니다.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윽고 열차가 국경의 긴 터널을 통과하자 펼쳐진 모습은 다름 아닌…….



에이미

설국이었다.



부셈이

경성에서만 해도 새싹이 피어나는 초봄이었는데 이곳은 아직 겨울입니다.

끝 모르고 펼쳐진 설원과 안개에 잠긴 백두산맥. 저 지평선의 끝자락에서 야생마 떼가 달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잠시 후 열차가 허름한 역에 멈춰서자 봇짐을 든 승객들이 마구 밀려들기 시작합니다.

오리와 닭, 온갖 잡상인과 모던 보이, 러시아인과 중국인. 생경한 풍경이 펼쳐지고 순식간에 사위가 어수선해집니다.

사람들이 “어, 지나갈게요 지나갈게요~.”하면서 어깨를 막 부딪히고요.

주변에선 조선 말도 들리지만, 중국 말도 들리고 러시아 말도 들리고 무슨 말인지도 알 수 없는 낯선 말도 들립니다.

당신 앞자리에도 사람들이 앉는데, 그때.

중절모를 쓰고 검은 코트를 입은 날카로운 눈매의 사내와 잠깐 눈이 마주칩니다. 그 사내의 허리춤에는 권총이 꽂혀 있는 게 보입니다.

 

 

버팬

몽희는 남자와 눈이 마주치자 흠칫하고는 주머니에 숨겨놓은 귀곡성을 꽉 붙잡습니다. 창밖을 구경하는 척하면서 창에 비치는 그 남자의 모습을 경계합니다.

 

 

부셈이

남자는 당신을 볼 수 있는 거리의 자리에 앉습니다. 그 자리에서 당신 쪽을 드문드문 흘끗거립니다.

그때, 봇짐 지고 있는 할머니가 눈치 없이 시야에 끼어들어 “여기구먼!” 봇짐을 옆에 내려둡니다. 할머니가 “아이……. 미안하구먼.” 하면서 앉습니다.

 

 

버팬

그러면 “어엇……. 네!”하고요. 할머니는 조선인이죠?

 

 

부셈이

네. 할머니도 놀라 “워메, 조선인이여?” 합니다.

할머니는 봇짐에서 삶은 달걀을 꺼내주며 말합니다.

“한입 혀~”

 

 

버팬

음식 냄새와 노인 냄새가 풍겨오자 할머니 생각이 날 것 같아요. 긴장이 살짝 풀립니다.

삶은 달걀을 받아들고 꾸벅 감사 인사를 합니다.

“할머니, 할머니는 어디 가세요?”

 

 

부셈이

“아이, 나는 아들놈 만나러 가는디. 젊은 처년 만주까지 뭣 헌다고 가는겨?”

 

 

버팬

눈을 데구르 굴리다가 “아, 만주에 친척이 살고 있어서 만나러 가요.”

 

 

부셈이

“요새는 조선 놈이고 왜놈이고 살기가 여간 힘이 들제.”

 

 

버팬

“네에, 그렇죠.” 달걀을 열심히 까서 먹으며 대답해요. 뿌시럭 뿌시럭 하면서 달걀 껍데기가 객실 바닥에 후두둑 떨어지고 있고요.

 

 

부셈이

“워미, 처녀가 배고팠는갑네.”

 

 

버팬

할머니가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니 달걀을 물어 볼이 빵빵해진 채로 할머니를 봐요. 빙그레 웃습니다.

할머니와 좌석 틈 사이로 남자가 살짝 살짝 보입니다.

 

 

부셈이

계속 이쪽을 주시하고 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치고요.

그때 할머니가 “요것이 우리 아들놈이 적어준 건디 까막눈이라 뭘 알 수가 있어야지. 처녀가 쪼까 읽어줄랑가?” 하면서 꼬깃꼬깃한 쪽지를 당신에게 건네줍니다.

 

 

버팬

남은 달걀을 마저 입 안으로 욱여넣고 손을 탁탁 텁니다.

남자 쪽을 계속 경계하면서도 쪽지를 받아듭니다.

 

 

부셈이

몽희가 쪽지를 펼쳐서 읽으려고 하는 그 순간 기차가 터널에 진입해서 사방이 깜깜해집니다.

터널 속에서 눈에 점차 어둠이 익숙해지자 조그마한 빛들이 잠깐씩 눈앞을 비추고 앞자리에 앉은 할머니의 모습이 조금씩 눈에 들어옵니다.

미소 짓는 입가에는 금이빨이 박혀있고, 쪽지를 건네준 손에는 문어 다리 문신이 새겨져 있습니다.

잠시 후 터널을 빠져나오면 쪽지에 쓰인 글씨가 떡하니 눈에 들어옵니다.

<현상 수배, 생사 불문 만 원>이라고 쓰여 있어요.

반쯤 불탄 흑백 사진에는 할머니와 웃는 당신의 모습이 찍혀져 있습니다.

직후 중절모 쓴 사내가 일어나서 소리칩니다.

“물귀신 천종녀! 부모님의 원수!” 총을 꺼내 들어 쏘려고 하는데, 앞자리에 앉아있던 노인이 더 빨랐네요.

순식간에 허리춤에서 총을 뽑고 방아쇠를 당기자 중절모 쓴 사내의 한쪽 눈을 관통해버리고 맙니다.

그 모습에 승객들이 혼비백산 도망치고요.

앞자리의 노인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비녀를 뽑으면 백발의 머리가 축 늘어지며 마치 물귀신과 같은 모습이 됩니다.

그리곤 쓰러진 사내의 중절모를 슬쩍 뺏어서 자기 머리에 올려 씁니다.

“염병허고, 원수를 갚으려면 총부터 쏴야지. 뭔 헛소리를 삐약삐약 한당가?”

“느그 애미애비가 그렇게 가르쳤냐?”

자기 눈에서 당신의 얼굴 쪽 반을 가리면서 “씁~ 어디서 많~ 이 본 얼굴인디. 그것이 중헌 것은 아니고…….”

“가만있어봐. 워메 만원……. 만원 소리만 들어도 그냥 손발에 피가 돈다야?”

“어깨 펴야, 조선서 태어난 년 몸값이 만 원이면 겁나게 성공한 거여.”

 

 

버팬

주머니에 있는 귀곡성을 본능적으로 꽉 잡아요.

 

 

부셈이

순간 물귀신의 눈빛이 바뀌면서 “거시기 할 생각은 하지 말어야.”

그러면서 앞으로 한 발짝 다가서는데, 그 순간 기차가 꽝! 하고 크게 흔들립니다.

창문 바깥을 보면 모래바람을 일으키면서 오토바이 한 대와 말 한 마리가 열차를 쫓아오는 것이 보이네요.

 

 

에이미

휘파람을 휘익 하더니, “자기 찾았어?”

 

 

하누

창 안쪽을 보면 애가 보일까요?

 

 

부셈이

빛 반사가 있긴 하지만 인상착의가 흡사한 소녀가 창가 자리에 앉아있는 게 보입니다.

 

 

하누

“여기 있군.”

“침투할 테니 준비해.”



에이미

“오케이.”

 

 

부셈이

다시 열차 내부로 돌아오면, 물귀신이 바깥을 보면서 “썅! 돈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는당께.” 하고는 당신 멱살을 확 잡아끌려고 합니다.

 

전투 시작하겠습니다.

페이트 코어 전투니까 순서를 먼저 정해야겠죠. 주의력 순서로 진행합니다. 물귀신은 주의력이 +1이에요.

 

 

에이미

저는 +1이요.

 

 

버팬

저 +2요.

 


하누

없음.

 

 

부셈이

그러면 가장 먼저 행동하는 건 몽희, 그다음에 물귀신과 미노루가 동시에, 마지막으로 석진.

탈출 진행 칸은 세 칸입니다. 세 칸이 차면은 탈출 성공이고요. 성공하면 한 칸이 채워지고 대성공하면 두 칸이 채워집니다.

 

열차 옆으로 경사가 가파른 절벽이 이어져 있고요.

기차가 한 번 크게 흔들렸던 건 석진과 미노루가 사전에 선로에 설치해놨던 폭탄이 터졌기 때문입니다. 기차 앞에 불이 붙으면서 불똥을 팍팍팍 튀기며 달려가고 있어요.

 

몽희부터 행동합니다. 그리고 상황 복선은, ‘달리는 열차’.

 

 

버팬

몽희는 눈 앞에 벌어진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 있다가 기차가 쾅 하는 소리가 들리자 정신을 차립니다.

끽-하면서 기차가 옆으로 기울면 물귀신의 몸이 창문 쪽으로 쏠리고 몽희의 멱살을 잡고 있습니다.

멱살이 잡힌 상태에서 앞으로 확 밀어 물귀신이 열린 창문 쪽으로 넘어가게 할 수 있을까요?

 

 

부셈이

열린 창문 쪽으로 물귀신이 고꾸라지게 해서 균형을 잡느라 당신을 놓치도록?

 

 

버팬

네.

 

 

부셈이

좋습니다. 배짱 극복입니다. 난이도는 3입니다.

 

 

버팬

(도르륵) -2네요.

 

 

부셈이

1 격차 실패군요. 탄환을 써도 되고, 재산을 써도 되고요.

 

 

버팬

몽희는 조금 전까지 할머니, 그러니까 홍금화의 여운에 젖어 있었거든요.

옆에 친근한 노인 냄새가 나는 할머니가 앉아서 나한테 삶은 달걀까지 챙겨줬잖아요. 우리 할머니가 떠올라서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던 거죠.

그런데 잠시 눈 깜빡할 사이에 아주 사악한 귀신으로 변해버렸어요. 몽희는 머리가 핑핑 돕니다.

그 때, 할머니를 잃었던 밤과 같은 화약 냄새, 매캐한 연기가 몽희의 코에 들어와요.

연기에 빨개진 눈을 부릅뜨고 속으로 생각합니다.

‘내가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지켜봐, 할머니.’

인연 복선 사용합니다.

 

 

(재 굴림 했으나 또 실패)

 

 

부셈이

대가를 지불하고 원하는 바를 달성할 수도 있죠.

 

 

버팬

그럼 그렇게 할게요.

 

 

부셈이

좋습니다. 그러면 페널티를 받으면서 물귀신의 손에서 빠져나오는 데 성공한 건데요. 어떤 페널티로 할까요?

 

 

버팬

물귀신이 넘어갈 때 자기도 다치면 어떨까요?


 

부셈이

그러니까 신체적 피해를 입는 거군요?

좋습니다. 그러면 1 격차 실패였으니 1 피해받으시죠.

 

 

버팬

맷집으로 하겠습니다.

몽희는 멱살이 잡힌 손을 꽉 잡은 채로 물귀신의 턱을 머리로 들이받고요. 턱을 맞은 충격에 물귀신이 뒤로 넘어가고, 손에 힘이 빠져 몽희는 풀려납니다.

멱살이 풀리면서 바닥으로 떨어져 균형을 잃고 몽희도 우당탕 넘어집니다.

 

 

부셈이

물귀신은 열린 창밖으로 허리까지 튕겨 나갔다가 창틀을 콱 잡고요.

몽희가 의자 좌석 아래로 들어가 버리는 건 어때요? 앞뒤로 도망갈 수 있게.

 

 

버팬

좋아요. 의자 밑으로 기어들어가 열차 뒤 칸 쪽으로 도망칩니다.

 


부셈이

물귀신은 잔뜩 열받은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고 “워메, 거 누구 손년지. 대가리가 맵네.”

좌석 아래쪽을 내려다보며 당신이 가는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갑니다.

다음 행동은 물귀신과 미노루 동시입니다.

 

 

에이미

밖에서 상황이 언뜻 보입니다. 누구인지까지는 보이지 않지만, 밀치고 넘어지는 상황을 어렴풋이 보면서 “어머, 쟤 공격받는데?”

운전해서 열차에 가깝게 붙어서 쿠나이를 던져서 견제하고 싶어요. 그러면 상대가 물귀신인 걸 눈치채겠죠?

 

 

부셈이

쿠나이를 던지려면 대상을 명확히 해야 하니까 그 과정에서 서로를 알아볼 것 같네요.

물귀신도 당신 쪽을 향해서 총을 쏘고, 당신은 쿠나이를 던지는 걸로 판정을 하면 될 것 같아요.

물귀신은 사격이 +5입니다. (일동 경악)

이 세계관에서 사격이 +5인 건 물귀신과 저승사자밖에 없어요.

(도르륵) 주사위값 0, 결과 5입니다.

 

 

에이미

5? 난 투척이 1이라서 주사위가 4가 나와야 비기는데?

0, 1이에요.

 

 

부셈이

4 격차 실패. 그러면 4 피해를 받죠.

 

 

에이미

재굴림해볼게요. 피해를 조금이라도 낮춰봐야죠.

복선은 ‘구미호는 꼬리가 9개지’ 쓸게요. 맞았으면 죽을 뻔한 위치였는데 아주 기묘한 운으로 살았어요. 느낌이 안 좋아서 살짝 피했는데 그걸로 피한 거예요.

탄환을 하나 쓰고 다시 굴려볼게요.

아 제발~! (주사위값 0, 결괏값 1) 똑같아…….

4 피해니까 맷집 2개 받고 경미 1개 받을게요.

이 과정에서 ‘이 궤적은……!’ 하고 보는 순간, 물귀신과 눈이 마주쳤어요.



부셈이

한편 물귀신은 몽희를 쫓아가다가 부르릉하는 오토바이 엔진음을 듣고 반사적으로 몸을 틀어서 그쪽으로 총을 쏘고.

그러면 그대로 창문이 챙그랑 하고 깨지면서 총알이 당신의 어깨를 스칩니다.

흩어지는 창문 조각들이 햇빛을 받아 빛무리처럼 퍼져나가고, 그 가운데 물귀신과 당신이 슬로우모션처럼 눈이 마주칩니다.



에이미

그러면 실눈이 탁 떠지면서 경악한 표정이 되고요.

 

 

부셈이

물귀신도 경악한 듯 눈이 커졌다가 미간 주름이 깊어지더니 씨익 하고 웃습니다.



에이미

그걸 보자 이성을 잃고 쿠나이를 다시 던지려고 하지만, 그때 오토바이가 걸려서 파바바박 하고 미끄러지는 걸로 할게요.

“씨발! 저 여자……. 왜 저기 있는 거야!”

 

 

부셈이

그러면 경미 ‘어깨 스침’을 얻었으니까, 공격자인 물귀신이 공짜 격발 하나를 가지고 있죠.

물귀신은 미노루와 몽희를 번갈아 가며 흘끗 봅니다.

“아따, 오늘이 설날인가? 집 나간 딸년을 만나고 지랄이네.”

그러고는 천장을 향해서 총을 들고 탄창을 비울 듯이 다섯 발 연속으로 탕탕탕탕탕 하고 쏩니다.

그러자 황야 저편까지 물귀신의 총성이 울려 퍼지고 지평선 저 끝에서부터 마적단 떼가 몰려오는 것이 보입니다.

백팔요괴단이 전투에 합류합니다. 마지막 차례, 즉 석진의 다음 차례에 백팔요괴단이 행동할 겁니다.

석진의 차례.

 

 

하누

석진은 미노루가 저렇게 이성을 잃은 모습을 본 건 처음이에요. 맨날 능글능글 여우처럼 굴던 놈이니까요.

저는 미노루와 물귀신의 관계를 모르잖아요.

‘저 녀석, 왜 이성을 잃은 거지?’라고 생각하면서, “진정해!”라고 소리쳐요.

 

 

에이미

“물귀신이다!”

 

 

부셈이

석진도 물귀신에 대한 악명은 익히 들었을 것 같아요. 만주 제일의 총잡이니까.

 

 

하누

그러면 그 얘기에 ‘……쉽진 않겠군.’이라고 생각하면서.

 

 

에이미

안 된다고는 하지 않았다. 쉽지 않을 뿐.

 

 

하누

하지만 아무리 그 물귀신이 왔다고 해도 미노루가 저렇게까지 이성을 잃는 건 미노루답지 않다고, 뭔가 자신이 모르는 뒷사정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렇다 해도 평정심을 잃어버리면 될 것도 안 돼!”

 

 

에이미

“넌 저년의 무서움을 몰라!”

“서둘러! 시간을 질질 끌수록 우리에게 불리해!”

 

 

하누

백팔요괴단이 온 것도 그렇고, 최대한 빨리 저 여자애를 확보해 빠져야겠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최대한 빨리 끝내야겠군.”이라고 하면서, “이랴!” 하고 말을 몰아서 열차에 최대한 가까이 붙인 뒤, 기차 사다리를 향해 몸을 던져 매달려요.

물귀신과 몽희가 있는 칸 입구에 서고요. 제가 애용하는 총인 윈체스터를 쥐고, 열차 문에 작은 창이 있잖아요? 그 창을 이용해 물귀신을 겨눌게요.

 

부셈이

좋습니다. 그러면 열차에 무사히 착지해서 반사적으로 물귀신을 쏘는 것까지 해서 운동능력 기회 만들기 판정을 할 것 같습니다. 물귀신을 저지하는 것과 관련된 면모를 만드는 판정인 거죠. 또 달리는 열차로 옮겨타는 행동이기 때문에 석진의 특기 ‘호랑이 사냥’이 적용될 것 같네요.



하누

(도르륵) 주사위값 3, 특기 적용해서 7이네요. (일동 경악)



부셈이

난이도는 물귀신이 능동으로 굴릴 거고요. 사격으로 방어하겠습니다.

당신이 물귀신을 향해 총을 쏠 때, 물귀신은 당신의 손을 쏴서 무장해제를 시키려 합니다.

주사위값 2, 판정 값 7이죠.

 

 

하누

야, 물귀신은 1만 나와도 6이구만. 빡세다.

 

 

부셈이

탄환 1점 쓰겠습니다. ‘만주 제일의 총잡이’ 복선 격발해서 9로 올리겠습니다.

 

 

하누

좋아요. 그러면 저도 하나 쓰겠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죽음을 비싸게 팔리라’.

 

 

부셈이

그러면 주사위 값 9로 비김이네요. 한쪽이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대치 상태를 유지합니다.

 

 

하누

열차 문을 엄폐물 삼아 문에 있는 작은 창문을 통해 물귀신을 저격하고요. 첫 발은 빗나갔고, 두 번째 쏠 때 엄청 아슬아슬하게 제 귓전을 스치고 총알이 지나가요. 상대방도 이 작은 창문을 통해 엄폐한 절 겨눈 거죠. 저는 십여 년이나 전쟁터를 전전했지만 이 정도로 정확하고 예리한 사수는 본 적이 없어요. 간담이 서늘해지고, ‘악명이 뜬소문은 아니었군.’ 이라고 생각하고요.

 

 

부셈이

물귀신은 의자 뒤에 숨어 재장전을 하면서 “만주에 저런 놈이 또 있었단 말이제…….” 라고 중얼거립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물귀신의 어그로를 혼자 끌며 저지하고 있으니 두 칸 채워도 되겠네요. 판정으로 생성되는 순간 복선은 ‘서로의 실력을 알아보다’ 입니다.

석진이 그러고 있는 동안, 몽희는 석진이 있는 방향 쪽으로 가고 있겠네요. 몽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버팬

몽희는 좌석 밑을 통해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고요. 물귀신이 천장을 향해 쏠 때마다 움찔하면서, ‘저 할머니는 대체 왜 천장에다 총을 쏘는 거야!’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끝 쪽에 거의 다 왔더니 도망치던 방향에 또 총을 쏘는 사람이 나타난 거죠. 그래서 처음에는 ‘어떡하지! 갈 데가 없잖아!’ 하면서 엄청나게 긴장하다가, 창 너머로 그 사람의 얼굴을 봅니다.

 

 

에이미

알고 있는 얼굴이겠네요.

 

 

버팬

네. 챙-! 하고 할머니가 쥐여주신 사진 속 그 사람이라는 걸 알아채고요. ‘저 사람이다!’

기회를 봐서 그쪽으로 뛰쳐나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부셈이

그러면 지금 순서상으로는 석진이 행동했으니 백팔요괴단 차례거든요.

백팔요괴단은 선두의 신호를 따라 말을 탄 채 떼로 몰려오고 있잖아요.

마적단 무리가 두 개로 갈라져서, 절반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를 말을 타고 달려가 열차 제일 앞칸의 연결 쇠를 향해 기관단총을 쏴대기 시작해요. 열차가 끊어지면서 뒤차가 앞차에서 떨어져 나가도록 만들기 위해 판정을 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이걸 막는다고 하면 그걸 난이도로 쓸게요.

 

 

에이미

제가 막아야죠. 총 쏘려 하는 애들을 오토바이를 몰고 추격해서 들이받아 볼게요.

 

 

부셈이

그럼 운전 방어 판정이고요.

저는 연결 쇠를 부수는 기회 만들기 판정을 하겠습니다.

백팔요괴단은 세력 시트를 쓰니까 ‘폭력’ 기능으로 판정하겠습니다. 기능 값은 +3이고요. 미노루를 대상으로 위해를 가하는 건 아니니까 규모 보너스는 적용하지 않겠습니다. (도르륵) 주사위값은 –2, 결괏값 1입니다……. 아깝다…….

 

 

에이미

저는 특기 ‘철마는 달리고 싶다’ 쓰고, 운전 +4여서 기본 +6입니다.

(일동 경악) 주사위값 +2. 총합 +8, 6 격차 성공이네요.

 

 

부셈이

세상에 6 격차요? 백팔요괴단을 어떻게 막으셨나요? 연출해 주시죠.

 

 

에이미

한 명 아무나 이름 정하자. 아무나 뭐…….

 

 

버팬

일본 요괴 이름이요?



에이미

아니요, 한국 요괴여도 상관없죠. 달걀귀신이라거나.



부셈이

오, 달걀귀신 좋다. 화상을 입어서 머리가 벗겨진 거죠.

 

 

에이미

“자기, 달걀귀신~ 나야! 쿠라마라고!”

 

 

부셈이

그러면 달걀귀신이 놀랍니다.

“쿠라마……. 어째서 여길!”

 

 

에이미

방심한 그 틈에 백팔요괴단 한 명은 튕겨내고, 한 명은 오토바이에 낑기게 해서 절벽에 떨어지게 할게요.

 

 

부셈이

오토바이로 밀어서 당구 치듯이 열차 쪽으로 밀고, 그럼 모여있던 애들이 넘어가면서 달리는 열차에 짓뭉개지게 한다는 거죠. 좋습니다.

6 격차 성공이니까 막대한 피해예요.

그럼 오토바이가 붕 소리를 내면서 나타나 말들과 얽히고요. 말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면서 기차와 부딪치고, 기차는 그 무게를 못 이겨서 기우뚱하면서 절벽 쪽으로 45도 정도 기울어집니다. 말들이 그쪽에 깔리면서 너나 할 것 없이 대열이 무너지고요.

 

 

에이미

말들아 미안해~! 말을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부셈이

선로에서 궤도를 이탈한 열차가 불똥을 어마어마하게 내면서 절벽에 반쯤 기대어 있습니다. 방어 판정에 대성공하셨으니까 적이 만든 상황 복선에 미노루가 쓸 수 있는 공짜 격발이 생깁니다. ‘기울어진 열차’ 복선에 공짜 격발을 얻습니다.

백팔요괴단 끝났고 몽희의 차례입니다.

몽희는 석진을 알아보고 그쪽으로 가고 있었고, 물귀신과 석진은 서로가 쏜 총알 개수를 가늠해보면서, 탄환이 얼마 안 남았겠구나 하고 서로의 기미를 볼 것 같아요.

그 순간, 기차가 쿠궁 하고 기울어지면서 물귀신과 석진도 밀려나겠죠.

 

 

버팬

물귀신과 석진이 서로의 낌새를 읽느라 멈칫한 사이에 몽희가 뛰쳐나갔는데, 때마침 열차가 기울어져서 몽희가 미끄러지며 탁- 하고 문손잡이를 잡아요.

문이 열린 채로 몽희가 손잡이에 매달리고요, 그 상태로 석진이가 잡아서 올려주면 좋겠어요.

 

 

부셈이

제가 볼 때, 지금 탈출 진행 칸이 두 칸이니까 이번에도 성공하면 세 칸 다 채워지잖아요.

그러면 여기서 성공하면 탈출 장면까지 같이 연출하면 될 것 같아요.

그러면 운동능력으로 굴려주시죠.

 

 

버팬

운동능력……. (뒤적) 네 운동능력 없고요. 주의력은 어때요?

 

 

부셈이

주의력은 순간적인 포착 능력이에요.

 

 

버팬

지금 끼익하면서 열차가 기울어지는 순간이었잖아요.

 

 

부셈이

거기서 판단을 빠르게 한다?

 

 

버팬

네, 판단을 빠르게 해서 자기가 쭉 미끄러져 가는 와중에도 문을 바로 붙잡고 열려고 했던 거니까.



부셈이

타당합니다.

그러면……. 물귀신은 저지해야겠죠. 물귀신도 차체가 기울어지는 급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쪽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겠지만, 그래도 자신의 표적이고 생사 불문 만원이니까 그냥 사살해야겠다고 생각해요.

물귀신은 미끄러지면서도 재빠르게 몇 발 안 남은 총을 몽희에게 겨눕니다.

물귀신은 사격으로 방어 판정입니다.



에이미

제발요…… 마이너스 마이너스 마이너스!

(일동 탄성)



부셈이

주사위값 –2, 결괏값 3입니다.



하누

에이미 님의 저주!

 

 

버팬

오케이. 그러면 주의력으로 굴려보겠습니다.

 

 

에이미

할 수 있다. 플러스 플러스 플러스!

(일동 실망)

 

 

버팬

주사위값 –1, 결괏값 1이고요.

 

 

에이미

복선 쓸 거 없어요?

 

 

버팬

지금 ‘기울어진 열차’나 ‘서로의 실력을 알아보다’는 제가 쓸 수는 없는 거죠?

 

 

부셈이

격발을 양도한다면 쓸 수 있어요. 양도한다면 공짜 격발이 있는 쪽이 도와주는 연출을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버팬

석진이는 물귀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잖아요. 그러니 안쪽을 주시하고 있다가 물귀신이 총을 들이미는 순간 알아보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맞대응 사격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부셈이

좋습니다. 물귀신이 몽희를 향해 쏘려고 하는 그때, 석진도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서 물귀신이 몽희를 쏠 거라는 걸 미리 알아채요. 석진은 순식간에 물귀신을 향해 견제 사격을 하고, ‘서로의 실력을 알아보다’ 순간 복선은 사라지고요.

재 굴림을 하실 건가요? +2 하실 건가요?

 

 

버팬

그러면 +2 해서 3 만들고, 복선 격발 한 번 더 해서 5 대 3 만들고 싶어요.

 

 

부셈이

‘기울어진 열차’ 격발할 수도 있어요. 그럼 탄환 안 써도 되니까.

 

 

에이미

그렇지, 이거 격발해 드립니다.

 

 

부셈이

‘기울어진 열차’가 어떻게 도움이 되나요?

 

 

에이미

제가 미리 석진에게 언질을 줬던 거죠. 제가 밀어서 열차가 기울어질 거라고.

 

 

부셈이

좋습니다, 미노루는 열차가 기울어지게 한 뒤 오토바이 속도를 줄여서 나머지가 있는 칸까지 빠져서, 석진과 몽희를 받아낼 수 있게 대기합니다.

주사위 값은 5! 물귀신의 주사위 값은 3! 2 격차 성공입니다.

그러면 최종적으로 세 칸이 차서 도주 성공하고요.

그럼 어떻게 되는지 장면 다 같이 묘사해 주시죠.

 

 

하누

한쪽 팔로는 물귀신에게 대응 사격을 하면서 다른 팔은 몽희에게 내밀어요.

 

 

버팬

몽희는 문손잡이를 두 손으로 파들파들 잡고 있다가요. 흡! 하고 손을 옮겨 석진의 팔을 잡아요.

발을 타다다다닥 하고 디뎌서 석진이 있는 칸 입구까지 올라갑니다.

 

 

하누

몽희를 끌어올리는 동안 다른 팔로는 스핀 코킹을 해서 총을 재장전해서 마지막으로 쏜 뒤, 몽희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 “꽉 붙잡아라.”라고 한 뒤 오토바이를 향해 뛰어내립니다.



에이미

뛰어내리자마자 바로 안착할 수 있도록 오토바이 사이드카를 석진 쪽으로 가까이 몰다가 받아냅니다.

 

 

부셈이

그럼 둘이 올라타자 오토바이의 궤도가 크게 뒤틀리면서 붕붕붕 소리를 내다가 중심을 잡아요. 오토바이와 사이드카의 뒤로 모래바람이 일고요.

 

 

버팬

오토바이에 탄 뒤 산발이 된 채로 석진에게 말합니다. “당신! 당신이지? 할머니가 말했던 사람!”



하누

“당신이라니 무슨 말이지?”

 

 

버팬

그러면 씩 웃으면서 주머니에 숨기고 있던 귀곡성을 꺼내 들고요.

아까 석진이 스핀 코킹을 보여줬잖아요. 그걸 따라 하듯이 어설프게 총을 돌리는 모습을 보여줘요.

“우리 할머니한테 배웠나 봐. 총 실력이 대단하네!”



하누

경악하는 석진의 얼굴이 보이고 장면 닫으면 될 것 같아요.

 

 

부셈이

그렇게 세 사람이 타고 있는 오토바이가 멀리 사라지고, 열차에 올라서 있는 물귀신이 저 석양 너머로 사라지는 여러분을 바라봅니다.

자신의 총을 여러분을 향해 겨눴다가, 다시 확 하고 거두면서 소리칩니다.

“여우야, 또 보자!”

 

몽희는 뒤를 돌아보고, 멀어져 가는 기차와 붉게 타오르는 석양 너머로 타이틀이 떠오릅니다.

만주를 향해 쏴라.

 

서막 하편, 나쁜 놈들이 너무 많다.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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