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그는 알지 못하는 이야기 | 2023.02.08
“빌.”
“응, 애나?”
“우리도 언젠가 아이를 가지게 되겠지?”
“네가 원한다면, 원하지 않는다면 난 이대로도 좋아.”
“아니야. 아니야, 빌. 나 아이를 가지고 싶어. 단지―”
“단지?”
“아빠랑 또 싸울 것 같아서.”
“왜?”
“이름 때문에. 아빠는 분명 내 자식도 그 식대로 이름을 지어버리려고 할 테니까.”
“폴란드식으로 말이지?”
“그래. 나는 그게 싫어. 내 자식에게까지 그 낙인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애나….”
“왜 그 고집을 버리지 못하시는지 모르겠어. 마음만 같아서는 그냥―”
“그러지 말고 이건 어때? 폴란드식으로도, 영국식으로도 부를 수 있는 이름을 미리 정해놓자. 그래서 장인어른께서는 폴란드식으로 부르라고 하고, 우리는 영국식으로 불러주면 되잖아.”
“…”
“가령 폴란드에서 흔한 여자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마리아.”
“그래. 그럼 메리라고 부르는 거야. 어차피 본명이야 서류 뗄 때나 신경쓰면 되는 거니까.”
“아들일 수도 있잖아?”
“어쩐지 생긴다면 딸일 것 같아서. 아무튼, 어때?”
“메리, 메리 우드워드…. 응, 좋아. 어감도 예쁜 것 같고.”
“즐거워Merry 보이기도 하지.”
“정말, 빌!”
“당신도 좋으면서.”
“됐어, 어쨌든. 내 딸은―”
“우리, 딸은.”
“그래. 우리 딸은 부디 즐거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분명 그럴 거야.”
(뎅, 뎅, 뎅― 시계의 종이 열두 번 울린다.)
“벌써 자정이네. 메리 크리스마스, 빌.”
“메리 크리스마스, 애나.”
“그리고,”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부디 언젠가 태어날 삶이 즐거움으로 가득하기를.
- 카테고리
-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