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우드워드

Chapter 12. A Solemn Vow and Promise.

2023.02.03

런던의 밤하늘은 오늘도 어김없이 흐리고도 침침하다. 거리의 깜빡이는 가로등 불빛이 창을 통해 새어나온다. 빛과 어둠이 만들어낸 다채로운 회색빛의 공간. 모든 것이, 공중에 부유하는 먼지마저도 잠들어있을 시간. 그 고요 속에서 작은 소란이 일어난다. 공기가 밀려나며 만들어내는 작은 폭발음. 방금 전까지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던 곳에는 이제 한 그림자가 들어선다. 

“루모스”

빛이 있으라. 속삭이는 명령에 마법은 복종한다. 온 공간을 채우지도, 그렇다고 힘없이 사그라들지도 않는, 딱 적당한 크기의 빛. 한 때의 그림자였던 사람의 형체는 그 빛을 들고 움직인다.

회빛 공간의 이름은 거실, 그리고 그 한 벽면에는 거대한 책장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형체 ―이제부터는 그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로 하자― 는 끝에서 빛이 흐르는 작은 나무막대기를 들고 책장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책장 앞에서 빛이 춤추고, 고개는 그것을 따라 가벼이 움직인다. 이내 무언가를 찾은 듯 그는 몸을 굽혀 한 권의 책을 꺼내든다. 책장 구석에 있던 그것이 새하얀 불빛 아래서 초록색을 드러낸다.

빨강 머리 앤Anne of Green Gables. 그것을 집어들고 꺼내는 작은 움직임에도 먼지가 우수수 떨어진다. 책의 페이지들이 엮인 부분에는 거미 한 마리가 집을 짓기라도 한듯 가는 실 따위가 뿌옇게 뭉쳐 있다. 위를 보면 무언가가 페이지 사이 꽂혀있는 듯 틈이 있고, 그 사이로 조잡하게 묶은 매듭과 끈이 튀어나왔다. 

그는 책을 펼친다. 사이로 틈이 있는 바로 그 페이지. 그곳에 있는 것은 조그마한 책갈피다. 종이로 만든 책갈피에 끝에는 말린 팬지 꽃이 장식되어 있었고, 그 사이로 휘갈겨쓴 누군가의 필체가 보인다. 산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든, 그렇기에 볼품없을지언정 정성이 담긴 물건이었다. 

책갈피를 그대로 놓아둔 채, 시선을 옮긴다. 가장 먼저 눈이 향하는 곳은 페이지의 상단. 읽고 또 읽은 듯 페이지는 다른 어느 곳보다도 낡고 해진 채다. 

12장. 엄숙한 맹세와 약속.

그는 그 글씨를 바라본다. 잠깐의 침묵이 흐른다. 그리고 다시 옮겨가는 걸음. 

책을 책상 위에 올려둔다. 책은 그 페이지 그대로 펼쳐진 채다. 지팡이를 그 끝에 가져다대고, 다시 한번 낮게 읊조린다.

“인센디오.”

지팡이가 닿은 부분부터 종이가 우그러든다. 탁, 타탁. 책의 두꺼운 표지가 비명을 내지른다. 불은 한번에 책을 집어삼키지 않는다. 마치 그가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그가 태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똑똑히 보라는 것처럼. 종이가 그을려간다. 텍스트가 그을음 사이로 잡아먹힌다. 하나 둘, 재로 화하는 글자들 속에서 그는 그 문장을 본다.

“내가 먼저 맹세할게. 난 해와 달이 없어지지 않는 한, 나의 가슴 속 친구 다이애나 베리에게 진실할 것을 엄숙하게 맹세한다. 이제 내 이름을 걸고 네가 말해 봐.”

다이애나는 웃으며 그 ‘맹세’를 했고, 맹세를 하고 나서도 웃었다.

“넌 이상한 아이야, 앤. 네가 이상하다는 얘기는 전에 들었어. 하지만 틀림없이 널 무척 좋아하게 될 거야.”

타들어가고 번져가는 검은 구멍이 문장을 잡아먹는다. 

“내가 먼저 맹세할게. 난 해와 달이 없어지지 않는 한, 나의 가슴 속 친구 다이애나 베리에게 진실할 것을 엄숙하게 맹세한다. 이제 내 이름을 걸고 네가 말해 봐.”

다이애나는 웃으며 그 ‘맹세’를 했고, 맹세를 하고 나서도 웃었다.

“넌 이상한 아이야, 앤. 네가 이상하다는 얘기는 전에 들었어. 하지만 틀림없이 널 무척 좋아하게 될 거야.

구멍은 점점 커져 가고,

“내가 먼저 맹세할게. 난 해와 달이 없어지지 않는 한, 나의 가슴 속 친구 다이애나 베리에게 진실할 것을 엄숙하게 맹세한다. 이제 내 이름을 걸고 네가 말해 봐.”

다이애나는 웃으며 그 ‘맹세’를 했고, 맹세를 하고 나서도 웃었다.

“넌 이상한 아이야, 앤. 네가 이상하다는 얘기는 전에 들었어. 하지만 틀림없이 널 무척 좋아하게 될 거야.”

이윽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내가 먼저 맹세할게. 난 해와 달이 없어지지 않는 한,  가슴 속 친구 다이애나 베리에게 진실할 것을 엄숙하게 맹세한다. 이제 내 이름을 걸고 네가 말해 봐.”

다이애나는 웃으며 그 ‘맹세’를 했고, 맹세를 하고 나서도 웃었다.

“넌 이상한 아이야, 앤. 네가 이상하다는 얘기는 전에 들었어. 하지만 틀림없이 널 무척 좋아하게 될 거야.”

“내가 먼저 맹세할게. 난 해와 달이 없어지지 않는 한, 의 가슴 속 친구 다이애나 베리에게 진실할 것을 엄숙하게 맹세한다. 이제 내 이름을 걸고 네가 말해 봐.”

다이애나는 웃으며 그 ‘맹세’를 했고, 맹세를 하고 나서도 웃었다.

“넌 이상한 아이야, 앤. 네가 이상하다는 얘기는 전에 들었어. 하지만 틀림없이 널 무척 좋아하게 될 거야.”

“내가 먼저 맹세할게. 난 해와 달이 없어지지 않는 한, 나의 가슴 속 친구 다이애나 베리에게 진실할 것을 엄숙하게 맹세한다. 이제 내 이름을 걸고 네가 말해 봐.”

다이애나는 웃으며 그 ‘맹세’를 했고, 맹세를 하고 나서도 웃었다.

“넌 이상한 아이야, 앤. 네가 이상하다는 얘기는 전에 들었어. 하지만 틀림없이 널 무척 좋아하게 될 거야.”

“내가 먼저 맹세할게. 난 해와 달이 없어지지 않는 한, 나의 가슴 속 친구 다이애나 베리에게 진실할 것을 엄숙하게 맹세한다. 이제 내 이름을 걸고 네가 말해 봐.”

다이애나는 웃으며 그 ‘맹세’를 했고, 맹세를 하고 나서도 웃었다.

“넌 이상한 아이야, 앤. 네가 이상하다는 얘기는 전에 들었어. 하지만 틀림없이 널 무척 좋아하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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