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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 모스부호 커플

230710, 커플아님. 미완임

씹덕짓 by 일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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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낮고 편안한 소파 위에 늘어져 한없이 길고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일요일 오후를 즐기고 있다. 자판 두드리는 소리는 얼핏 들으면 하나의 언어 같다. 맨바닥에 자판을 그리며 -두드리고 정적 두드리고 쉼없이 두드리고 정적-일련의 과정을 반복한다. 꽤나 공들여서 소리가 이어진다. 툭툭 두드리고. 다시 툭. 영적인 느낌은 전혀 없다. 그의 손가락이 멎자 키보드를 두드리던 유원의 손가락도 따라 잠시 멎는다.

"네가 가져와."

집중하는 줄 알았더니.

그가 나른한 분위기에 잠겨 있던 사람치고는 쾌청하게 웃었다. 들었네. 들어줬네.

"귀찮아."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다시 고요한 향락 속으로 들어간다. 유원이 이쪽을 보지도 않고 코웃음친다.

오직 실용적이다. 마치 우리 관계처럼.

모스부호로 왕왕 떠드는 것을 좋아하는 좀 이상한 사람이 살았다. 어렸을 때부터 몸에 익어 말하는 것과 별 차이 없이 해석할 수도 있고 사용할 수도 있었다. (심지어 가끔은 말보다 더 빠를지도 모른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벽이나 책상을 두드리면서 이런저런 단어를 떠들어대고는 했다. 몇 년간은 문제가 없었는데 사는 집이 하필이면 방음 안 되는 아파트로 바뀌고 옆집 사람이 하필이면 커뮤하는 음모론자라인팁 문제가 되었다.

사건의 시발점은 이러하다. 그의 옆집 사람(a)이 공포 게시물이 올라오는 커뮤니티에 꽤나 장문으로 글을 썼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옆집 아니면 윗집에 누가 갇혀있는 것 같다. 이사 온 지 두 달 정도 됐는데 자꾸 갉는 소리 같은 게 들린다. 듣다 보니 묘한 규칙성이 있는 것 같다. 모스 부호 아닐까?'

이에 무성한 추측이 오가던 중(자작이다, 설치류나 벌레 기어다니는 소리 아니냐, 그거 일루미나티인듯, 전자 피아노 소음 아님? 누구 감금됐냐 등) a가 소리를 녹음해 추가했는데, 수정한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모스부호를 해석한 사람(b)이 나타난다. b의 이름이 바로 김 유원. '대충 들어보니까 장보기 목록이나 그에 준하는 의미 없는 내용 같음.' 제대로 김새게 하는 b의 짧은 문장에 많은 사람들이 언짢아했지만 b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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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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