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검난무] 기억의 경계
※창작 남사니와가 등장합니다. 창작 설정이 다수 등장합니다. (드림X)
“하쿠토, 정말 떠난 게 맞니?”
나이 지긋한 남자가 물었다.
“네.”
“어떻게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질 수 있어. 그건 말이 안 된다.”
“가능한 사람들이 있어요.”
남자는 조금 쌀쌀맞지만 떨어져 걸으려 노력했다. 그들의 뒤를 칼을 찬 남자가 따라오고 있었다.
“저 청년은 또 뭐니. 칼까지 차고 있잖니.”
“제가 명령하지 않는 한 발도하지 않으니까 걱정일랑 마시고 얼른 들어가세요. 바람이 찹니다.”
“네가 돌아왔는데 어떻게….”
“들어가세요. 저는 돌아온 게 아닙니다. 그냥 지나가던 차에요.”
“하물며 어머니 얼굴이라도 봐야 하지 않겠냐. 내가 얼른 불러올 테니까, 아니지 집에 들렀다 가는 게 좋겠구나.”
“저는 괜찮습니다.”
남자는 애써 웃어 보였다.
“기다리거라. 네 어머니 불러올 테니. 여보! 누가 왔는지 봐요!”
남자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뒤에 서 있던 칼을 찬 남자를 바라보았다.
“약간의 조작이 필요할 것 같아.”
“하하, 그건 주인 마음대로지.”
“일단 나오기 전에 자리부터 피하자.”
둘은 집에서 멀어져갔다. 계속 내리던 눈발이 발자국을 지웠다.
젊은이는 지붕에 이상한 작은 안테나와 장치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엄마! 여기 이상한 안테나가 있는데 이거 뭔지 알아요?”
“안테나? 그런 게 있나? 어차피 다 뜯어고쳐야 하니까 그냥 떼어버려!”
“알았어요!”
팔을 뻗어 안테나를 치우려는데 찌릿거리는 통증이 온몸을 휘감았다.
“아얏!”
“아키라, 괜찮니?”
아래에서 올려다보던 어머니는 아들이 걱정되는 지 위를 기웃거리며 바라보았다. 나이 탓인지 조금 어지럽기도 했다.
“아, 괜찮아요! 전기가 흐르나 봐요, 이거. 아래 장치 먼저 떼면 될 거 같아요!”
아키라는 억지로 아래에 붙어있던 장치를 뗐다. 이어서 안테나도 뽑아 들었다. 지붕에는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걱정하던 어머니에게 이상한 장치를 흔들어 보이면서 정리가 끝났다고 말하려던 찰나 쓰러져있는 어머니를 보고 헐레벌떡 아래로 내려왔다.
“엄마!”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는 병원에서 정신을 차렸다. 몸에 이상은 없었다고 한다. 정밀 검사를 위해 조금 더 입원하기로 했으나, 어머니는 빨리 집에 가야 한다며 닦달했다.
“오빠, 오빠가 있었어.”
“무슨 소리예요. 엄마, 외동이잖아요. 저한테 숙부가 있었다면 진작 알았겠지.”
아키라는 웃으면서 은근슬쩍 의사를 바라보았다.
“조금 더 입원하시면서 검사해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아냐, 진짜 있었다니까? 어디 탐정이라도 고용해서 조사해봐. 나올걸? 이름도 기억나. 아키모토 하쿠토. 오른쪽에 눈물점이 있고, 왼쪽 엄지랑 검지 사이에 흉터가 있는데 어릴 적의 내가 놀다가 만든 흉터야.”
“엄마 꿈을 너무 깊게 꾼 거 아녜요?”
“다 기억난다니까? 스물, 그러니까 내가 스물셋이고, 오빠가 스물여섯일 적에 갑자기 사라졌어. 흔적도 없이.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당연하죠. 그런 사람은 없으니까.”
아키라는 일어나며 어머니를 안쓰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제발, 제발 찾아보는 척이라도 해줘. 그래, 카와세 할머니한테 물어봐. 아키모토 하쿠토!”
“알았어요. 물어볼게요. 일단 쉬세요.”
아키라와 의사는 어깨를 으쓱하며 병실을 나왔다.
“뇌에 이상이라도 생기신 것 같습니다.”
“그런 거 같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의사가 멀어져갔다.
“그래도 찾아본다고 했으니까 하긴 해야겠네…. 하,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지. 아직 젊으신데.”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카와세 할머니에게 찾아갔다. 아흔이 넘은 마을의 최 장자였다.
“카와세 할머니 계세요?”
“어, 마키 씨네 아들인 누구였지?”
“마키 아키라입니다. 어머니께서 카와세 할머니에게 뭐 좀 여쭤보라고 하셔서요.”
“그래? 계시긴 한데 괜찮으려나? 아직 정정하셔.”
방 안에 들어가자 늙은이 한 명이 아키라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키 히비키 씨의 아들인 마키 아키라입니다.”
“아키모토네 말이지?”
“예, 결혼 전 성은 아키모토….”
“무슨 일로 왔누?”
“그… 어머니께서 아키모토 하쿠토 씨를 찾으신다고…. 오라버니라고 하던데….”
카와세 할머니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아키라를 보다가 이내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말할 때는 귓등으로도 안 듣더니만, 어찌 기억을 되찾았을까….”
“예?”
“아키모토 카즈마 씨의 아들, 하쿠토. 마을에서 인기 많은 청년이었지. 조금 조용한 편이었지만 심성이 착하고 말도 곱게 해서 마을 사람들이 좋아했어. 그런데 갑자기 사라졌지.”
“진짜 있던 사람이라고요?”
“그럼. 어느 날 그가 살던 방이 텅 비어버렸지. 가족들은 일 년 정도 그를 찾더니 그 이후엔 까맣게 잊은 듯이 굴더구나. 다들 슬퍼서 기억에서 지워버렸나 했지.”
아키라는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을 했다.
“늙은이 말이라 못 믿겠다면 이 마을 출신의 네 어머니 또래 사람들을 찾아봐. 동창생들을 뒤져봐도 좋고, 하쿠토가 히비키보다 세 살 많으니 하쿠토의 동창생을 찾는 편이 더 이득일 게다.”
“탐정을 찾아야겠군요…. 혹시 어느 학교를 다녔는지 기억하시나요?”
“이 동네에서 학교에 다녀봐야 어딜 다니겠어? 히가타 고교밖에 더 있겠니?”
“아.”
“그럼 찾으러 가봐라. 나중에 진척이라도 생기면 알려주고, 난 피곤해서 쉬어야겠다.”
카와세 할머니는 눈을 감았다.
집무실은 여느 때처럼 복작거렸다. 남사들은 사니와를 도와 일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심지어 곧 취임 80주년이 다가오고 있어 여러모로 일손이 부족했다.
“주~이인~ 정부에서 코이즈미 씨 왔는데~”
카슈 뒤로 흑백의 정장을 입은 중후한 남자가 들어왔다.
“하쿠아 씨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아, 코이즈미 씨. 어쩐 일로….”
백발의 젊은 남성이 안경을 고쳐 쓰며 일어났다.
“취임하신 지 ‘혼마루 기준’으로 80년이 되셔서 정부에서 축하 선물을 전달… 많이 바쁘신가요.”
“아뇨, 그다지. 남사들이 도와주니까요.”
“우하하, 근시는 착취당하고 있다네.”
노리무네가 웃으며 농담을 하던 때에 일이 벌어졌다. 뒤쪽 진열장에 있던 임파서블 보틀 중 하나에 금이 가더니 이내 깨져버렸다.
‘퍼억—!’
사니와는 유리 조각을 뒤집어썼다.
“하쿠아 씨 괜찮으신가요?”
“예…. 혼마루 소동에 비하면 이 정도쯤이야….”
“주, 주인. 저거, 깨진 거…. 주인집 봉인이야….”
카슈가 사색이 되어서 깨진 유리병이 있던 자리를 가리켰다.
“뭐?”
유리를 털어내던 사니와는 덩그러니 놓여있는 작은 집 모형을 보자 낯빛이 바뀌었다.
“하던 일 다 멈추고, 당장 현세로 가야겠어.”
“뭐? 안돼, 안돼. 주인 79년 동안 한 번도 밖에 안 나갔잖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코이즈미도 사니와를 말렸다.
“무슨 봉인인지 모르겠으나, 위험부담이 너무 큽니다.”
사니와는 불안한 듯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고향 가족들의 기억을 지운 봉인입니다.”
“주인이 취임하고 일 년쯤 되었을 때 한 번 현세에 나간 적이 있지. 그때 잠깐 들렀다가 만들어둔 봉인일세. 그런데 누가 그걸 건든 모양이야.”
“초보 시절에 만든 봉인인데다 그쪽도 시간이 꽤 흘렀을 테니 일반인도 깰 수 있었겠지.”
코이즈미가 잠시 생각에 잠긴듯하더니 불안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시간대만 알면 갈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만일을 위해 제가 동행하도록 하죠.”
사니와가 집 모형에 손을 댔다. 모형이 움찔하듯 흔들리더니 잠깐 빛나고 말았다.
“2187년 10월 27일에서 30일 사이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 그때로 보고 올리고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좀 쉬고 계세요. 너무 흥분하신 것 같습니다.”
코이즈미가 말을 마치고 나갔다.
“휴우, 그게 이렇게 말썽이 될 줄이야.”
“주인 진짜 괜찮겠어?”
“가봐야지.”
“내가 같이 가겠네. 그때도 근시였으니 말이야.”
“고마워….”
얼마 지나지 않아 코이즈미에게서 연락이 왔다. 사니와는 오랜 시간 끝에 나갈 준비를 마쳤다.
“그럼 가도록 하지.”
노리무네가 먼저 운을 뗐다.
“다녀올게.”
“조심히 다녀와, 주인.”
남사들은 정부와 이어져 있는 통로에서 사니와를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가시죠.”
코이즈미의 뒤를 따라 사니와, 노리무네가 사라졌다.
아키라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탐정까지 고용해서 찾아본 숙부(아키모토 하쿠토)는 정말로 존재했다. 그러나 자신이 자라는 동안, 아버지와 어머니가 연애를 하던 순간에도, 어머니는 그런 사람을 잊고 있었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다 기억하는 데 가족만 기억하지 못하다니, 게다가 갑자기 쓰러져서 기억을 되찾았다는 게 더 이상했다.
“그 이상한 장치 때문인가? 아니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지….”
쓰레기봉투 속에 담겨있던 작은 장치와 이상한 안테나를 뒤적여 꺼내왔다. 손바닥보다 작고 이상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상자 같은데 오래돼서 그런지 열리지는 않았다. 안테나는 그냥 긴 오래된 라디오에나 있을법한 안테나였다.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모르겠고 왜 감전된 것 같은 감각이 있었는지조차도 알 수 없었다.
“아키라, 이제야 내 말을 믿는 거니?”
“예.”
집에 돌아온 어머니가 바닥에 펼쳐져 있는 장치를 보며 물었다.
“숙부는 진짜 있던 사람이더군요. 졸업앨범에 있는 사진도 봤어요. 정말 오른쪽에 눈물점이 있더라고요. 친구분들이 흉터도 있었다고 말해주셨고….”
“거봐 내가 뭐라고….”
밖에서 낯선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다.
“손님인가?”
“딱히 올만 한 사람은 없는데요.”
아키라가 장치를 다시 쓰레기봉투에 넣으며 일어났다. 밖을 보니 농장 안으로 처음 보는 검은 승용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무슨 공무원이나 탈거같은 차네. 제가 나가볼게요.”
어머니는 말없이 따라나왔다.
“퇴원한 지 얼마 안 되셨는데 그냥 안에 계세요.”
“아냐 뭔가… 신경이 쓰여서 그래.”
“…그래요?”
차는 집 앞에 멈췄고 운전석에서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검은 정장의 남성이 내렸다. 이어서 뒷좌석에서 하얀 정장에 칼을 찬 금발의 남성이 내렸다. 칼을 찬 남자는 안에 남아있는 또 다른 남자가 차에서 내리는 걸 도왔다.
“오빠?”
아키라는 머리가 새하얗게 센, 좀 전까지 이야기했던, 졸업사진에서 보았던 남자와 똑같이 생긴 젊은 남자와 마주했다.
“에이 설마, 아들이겠죠. 제 사촌이라던가.”
“히비키.”
“오빠 맞지?”
“…….”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저 백발의 남자는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이 세계의 사람 같지 않았다.
“하하, 이거 참. 오랜만의 재회이거늘.”
“노리무네 씨, 상황 보세요. 상황을.”
“왜, 좀 누그러뜨리자고. 사랑을 담아서. 차라도 하는 게 어떻겠나?”
“칼을 찬 사람에게 우호적일 수는 없습니다.”
아키라는 단호하게 말했다.
“우하하, 아무래도 그렇겠군. 하지만 말이네. 나는 이것과 떨어질 수가 없어. 나 자신이거든. 영 불편하다면 나는 밖에 있겠네.”
“괜찮아. 결계만 다시 만들면….”
어머니가 앞으로 나섰다.
“어, 엄마?”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갑자기 사라졌지? 우리 가족은 왜 오빠를 잊어버렸고? 아빠랑 엄마가 기억하지도 못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다가 돌아가신 건 알고 있어? 왜 그렇게 무책임해? 오빠가 늙지 않았다는 이상한 사실도 믿기지 않지만 이제야 돌아온 것도 믿기지 않네! 그리고 뭐 결계? 그건 또 무슨 헛소리야?”
숙부…로 보이는 사람은 휘둥그레한 눈으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다지 표정의 변화는 없었다.
“그런… 처음 만든 결계라 미숙했던 건가….”
“주인, 눈치 챙기게.”
“응?”
이상한 소리만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혹시 사이비에 빠져서 집을 떠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아키라의 뇌리를 스쳤다.
“하쿠아 씨, 최대한 빨리 돌아가셔야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쿠아?”
“뭐, 그런 게 있네. 우리가 여기에 온 요지는 주인, 그러니까 에… 원래 이름이 뭐였더라 아키모토 하쿠토에 대한 기억을 지우기 위해서라네.”
“또 기억을 없애겠다고? 기껏 오빠를 떠올렸는데?”
어머니의 얼굴은 상기되어 거의 붉은 색에 가까워졌다.
“무슨 최면술 같은 겁니까? 이단 종교입니까? 엄마, 그냥 들어가죠.”
“그만둬! 어떻게, 어떻게 기억이 돌아왔는데 그런 슬픈 일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하려 할 수가 있어?”
숙부는 그제야 낯빛이 조금이나마 변했다.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사과할게.”
“사과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야. 우리 부모님의 시간은 어떻게 책임질 건데, 꼴을 보아하니 돌아가신 날도 모르지?”
“미안하다. 그러니 역시 모두 잊고….”
“나는 잊을 생각 없어! 부모님이 잊어버린 만큼 기억할 테니까.”
칼을 찬 남자가 숙부의 머리를 눌러 억지로 고개 숙이게 하더니 대신 사과를 했다.
“미안하게 됐네. 그가 우리와 너무 어울려서 인간의 감각을 잊어버린 모양이야.”
“노, 노리무네 씨?”
검은 정장의 남자가 당황한 듯 칼을 찬 남자에게 다가왔다.
“대충 오라버니는 카미카쿠시라도 당했다고 생각하게. 뭐, 비슷한 상황이니 말이야.”
“카미카쿠시?”
“그래. 카미카쿠시. 신에게 납치당했다고, 그리 생각하는 게 좋겠지.”
칼을 찬 남자의 얼굴은 아까와 다르게 싸늘한 감이 들었고 아키라는 오한이 일었다. 그리고 눈이 날리기 시작했다.
“눈? 10월에?”
고개를 든 숙부의 눈은 약간 풀려있었다. 아키라는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저런, 저런. 주인, 정신 차리게. 너무 충격받은 겐가.”
“빨리 돌아가도록 하죠.”
“뭐? 방금 만났는데?”
농장의 동물들이 갖은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역시 저 사람들은 이 세계의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엄마, 그냥 보내는 게 나을 것 같아.”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오도록 하겠네.”
“히비키… 미안해….”
칼을 찬 남자는 숙부를 차 안으로 끌고 들어가더니 말없이 문을 닫아버렸다. 검은 정장의 남자는 꾸벅 인사를 하고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갔다.
세 남자가 탄 차는 농장 밖으로 사라졌다. 그제야 눈이 그치고 가축들도 조용해졌다.
“오빠….”
쌓인 눈 위에서 어머니는 울고 있었다.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이상한 밤이 지난 지 얼마 안 되어서 알 수 없는 발신지의(시간정부라는 이상한 이름이 적혀있었다.) 우편물 한 통이 도착했다. 그 안에는 사진 몇 장이 들어있었다.
오십 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낡은 사진에는 검은 머리의 숙부가 찍혀있었다. 아마 실종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사진인 것 같았다. 옆에는 긴 머리를 묶은 남자와 단발의 소년이 함께 찍혀있었다. 그 둘은 모두 칼을 차고 있었다.
다른 사진에는 또 다른 남자들이 찍혀있었는데 모두 칼을 가지고 있었다. 숙부와는 사이가 좋아 보였다. 그때 찾아온 흰 정장의 남자와 찍은 사진도 있었다. 이전에 마주했던 숙부와는 다른 사람인 마냥 표정이 풍부해 보였다.
어머니는 이런 사진이라도 좋은지 작은 액자를 어디서 들고 와 사진을 넣어 불단 맞은편의 선반에 놓았다. 그리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에게 말하듯 작게 중얼거렸다.
“오빠가 돌아왔어요.”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