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연성모음

[도검난무] 역행

*창작 남사니와 및 창작 정부 설정이 나옵니다. *사니쵸기BL(부부드림)을 베이스로한 글입니다.

후에타가 호들갑을 떨며 달려들어 왔다. 평소와 다를 바 없었기 때문에 팀원들은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후에타는 바로 이리노에게 달려갔다.

“큰일이에요. 큰일!”

이리노는 질린다는 얼굴로 후에타를 바라보았다.

“이번엔 또 뭔데요?”

“이리노 주임님 담당 사니와인 와타리 님의 역사에 문제가 생겼대요!”

“네?”

우당탕 의자가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이리노가 벌떡 일어났다.

“어디서 들었어요?”

“지금, 과장님이랑 팀장님이 얘기하는 거 듣고 달려왔어요.”

이리노가 손톱을 뜯으며 관리 프로그램에 접속했다.

“하루토…, 와타리…! 으! 진짜 누가 만든 거야. 왜 이렇게 느려!”

짜증을 내는 사이 팀장이 들어왔다.

“이리노 주임, 잠시 시간 되나요?”

“네? 네.”

헐레벌떡 뛰어가는 뒷모습을 다들 안쓰럽게 바라봤다.

“사니와 와타리 님의 과거에 누군가 침투한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조사 결과 199X년 7월 초경으로 정부에서는 역사수정주의자의 개입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

“이에 이리노 주임이 해당 혼마루에 출장 좀 가줘야겠습니다.”

“네?”

“사니와의 동태 파악이 필요합니다. 만일 사니와의 과거가 변동되어 문제가 생겼을 시 혼마루의 직접적인 통솔은 관리자가 맡아야죠.”

이리노는 네, 그렇죠, 네 같은 말밖에 하지 못했다.

“그리고 예외적으로 일부 도검남사가 199X년으로 출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은 정찰이 목적이지만 필요시에는 전투를 해야 할지도 모르니 만반의 준비를 해야겠죠?”

“네.”

“자세한 사항은 적어도 30분 이내에 메일로 보내드릴 테니 혼마루에 먼저 연락을 취해두세요. 그리고 출장 준비도. 이번 일은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까요.”

“알겠습니다.”

이리노는 한숨을 쉬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옆자리의 후지타가 말을 걸어왔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사니와한테 문제 생겼대. 나 혼마루 출장이야. 출장 준비해야 해. 말 걸지 마.”

“너도 참 고생이다.”

와타리에게 메일을 보내고 바로 밖으로 뛰쳐나가 전화를 걸었다.

“음, 와타리 씨? 메일 받았어요? 아 읽고 있다고? 제가 한 삼십 분 뒤에 갈 건데, 적어도 야만바기리 쿠니히로 한테는 언질 줘둬요. 초기도잖아.”

응, 그래요.

“상황 파악은 대충 됐지?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나도 모르니까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고. 혹시 그쯤에 무슨 일 있었는지 기억 되짚어주면 더 좋고. 이따가 봐요.”

“와~ 오랜만~”

“어? 이리노 씨 아니세요? 감사오셨나요? 주군을 불러드릴까요?”

마에노와 마주쳤다.

“아냐, 미리 연락하고 왔어요. 이번엔 좀 사정이 있거든.”

성큼성큼 걸어 와타리의 집무실로 향했다. 문 앞에는 쿠니히로가 서 있었다.

“왔군.”

“오랜만~”

“메일은 나도 대충 읽었다. 역시 중요한 사항이지?”

“당연하죠. 잘못하면 혼마루가 통째로 없던 게 되니까. 역수자들이 노리는 게 그걸지도 모르고.”

“그렇군….”

집무실 안은 폭풍이라도 맞은 듯 엉망이었다.

“어휴, 이 정도로 엉망이 될 줄은 몰랐는데? 날씨 괜찮길래 그냥 들어왔더니 와타리 씨 또 울어?”

“죄, 죄송합니다.”

와타리는 훌쩍거리며 소파에 앉아있었고 그 옆에서 야만바기리 쵸우기가 달래고 있었다.

“메일을 다 읽고 계속 저 상태다.”

“일단 급하니까 혼마루 전체 방송으로 말해도 돼?”

“네, 네에….”

이리노가 집무실 구석의 방송 장비로 향했다. 익숙한 듯 마이크를 잡아 들더니 바로 입을 열었다.

“아, 아. 안녕하세요. 관리자 이리노입니다. 오늘 중요한 일이 있어 혼마루 전체 방송으로 내용을 전합니다. 사니와와 관련된 정말로, 정말! 중요한 사항이니 급하더라도 하던 일을 멈추고 방송에 귀 기울여주시길 바랍니다.”

요지는 이러했다.

서력 199X년 7월 1X일, 사니와 와타리의 역사에 누군가 침투하고 그로 인해 역사에 조금씩 금이 가게 되었다는 것. 정부에서는 역사수정주의자의 사니와 공격 하나로 보고 있다는 것.

예외적으로 도검남사의 사니와 과거로의 출진을 허가, 단 최대 3자루 출진만이 가능할 것. 최대한 적은 수가 가야 안전하리라는 것.

이리노는 혼마루에서 와타리의 상태를 보며 혼마루의 총지휘를 맡게 되며 남사가 출진할 동안 혼마루의 모든 업무는 중단될 것.

“음… 199X년이면 제가 아직 7살 적이네요.”

눈물을 그친 와타리가 말했다.

“뭔가 특별한 일 없었어요?”

“기억이 잘 안 나요. 죄송해요….”

“천천히 떠올려봐요. 일단 출진할 남사를 정해야 하는데….”

갈 수 있는 남사는 제한적이라 했다. 쵸우기는 자신이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거라 느꼈다.

“내가 가도록 하지.”

“뭐? 아무래도 너는 좀 그렇지. 이제 부부잖아?”

이리노가 당황한 듯 쵸우기를 보았다.

“와타리에 대해서는 나나 가짜… 우츠시군이 가장 잘 알아. 차라리 초기도가 남는 편이 좋겠지. 그러니 내가 간다.”

쵸우기는 완고했다.

“나도 본가의 생각에 동의한다. 본가는 판단력이 뛰어나니까 괜찮을 거로 생각한다.”

쿠니히로도 쵸우기의 생각에 동의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나도 찬성이다. 야만바기리들 끼리는 생각보다 통하는 게 많으니까 이쪽에 하나 저쪽에 하나씩 있으면 좋겠지.”

“뭐? 쟤랑 날 똑같은 취급 하지 마! 아무튼 지원하겠다.”

쵸우기는 조금 짜증을 내긴 했지만 하세베까지 찬성하니 조금 마음이 놓이는 듯해 보였다.

“어쩔 수 없지, 일단 부대장은 야만바기리 쵸우기가 하는 거로 하자. 그 외에 적당히 현세 잠입할 수 있을 만한 남사는?”

한참을 이야기가 오갔지만 쉽게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너도나도 가겠다고 했지만, 찬반도 심했다.

“이거 끝이 안 나겠는데, 나머지 두 명 정하는 게 이렇게 힘들어?”

“그러면 일단 본가 먼저 보내고 나중에 둘을 보내는 게 어떻겠나? 그런 방법을 써도 될까?”

“으~ 어려울 거 같은데!”

이리노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에라 모르겠다. 쵸우기! 혼자 잘 다녀와!”

“뭐?”

“혼자 할 수 있지?”

“뭐? 자, 잠깐만. 진짜로?”

“급하면 지원 보낼 테니까! 보고 재깍재깍하고!”

둘이 티격태격하고 있는데 와타리가 뭔가 생각난 듯 아! 하는 소리를 냈다.

“생각났어요. 그때 저는 아직 초능력이 없었어요.”

“평범한 아이였단 소리야?”

“영능력은 어땠는지 기억나지 않는데, 확실히 초능력은 없었어요.”

쿠니히로가 조금 멍한 얼굴을 하더니 이내 굳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초능력이 없다면 주인은 마법사에게 제자로 들어가지 않았을 테고, 감별사가 되어서 출장으로 도쿄에 갔다가 이리노를 만나지도 않았겠지….”

“어라, 그렇게 되네? 그런데 역수자가 초능력 발현을 멈출 수 있기나 한 거야?”

“무엇 때문에 초능력이 발현되었는지 알 수 있다면 그걸 없애거나 하는 방식을 쓰지 않을까나.”

“그러면 일단 급하니까 빨리 쵸우기 먼저 과거로 가자.”

“알았어.”

과거로 이동하면서 쵸우기는 여러 가능성을 생각했다. 역수자가 직접 나타나 와타리를 해한다거나, 초능력이 발현되게 만든 계기를 없앤다거나…. 후자의 경우 와타리가 무언가 더 떠올려야 도움이 된다.

“골치 아프게 됐군. 게다가 혼자 가야 한다니.”

취락제 때야 사니와가 올 걸 계산하고 움직였다지만 이번에는 시공간에 갇힐 수도, 지원이 아예 오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냥 사요랑 올 걸 그랬나.”

첫 단도니까, 라고 잠시 중얼거렸다.

눈을 떠보니 어딘가의 공원이었다. 행사가 열렸는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람이 많았다.

‘199X년 7월 1X일 오전 11시 49분…’

단말기에 뜬 시간은 그러했다. 아마 와타리는 어린 시절의 와타나베 렌카는 이 어딘가에 있을 터였다.

“여기서 어떻게 찾아야 할까나….”

—도착했어?

“도착은 했는데, 커다란 공원이고 무슨 행사라도 하는 지 사람이 많아. 와타리를 찾는 데 시간 좀 걸리겠어.”

—그래? 그럼 와타리한테 기억나는 게 있나 물어볼게. 주위 살피면서 기다려봐.

머리를 긁적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린아이들이 상당히 많았다. 여름맞이 축제라도 하는 걸까나, 작게 중얼거렸다.

여름인 걸 감안해서 (잠입이기도 하고) 나름 가볍게 입고 나왔는데 사람이 많으니 확실히 더웠다.

“난관이군.”

무턱대고 걸어가다가 지도가 그려진 팻말을 발견했다. 나가야 공원이라 적혀있었다. 그 옆에 작은 게시판에는 ‘나가야와 함께하는 어린이 대축제’라는 포스터가 부착돼 있었다.

“이리노.”

—응, 뭔가 찾았어?

“공원 이름이 ‘나가야’라는데, 물어봐 줄래? 어린이 대축제인지 뭔지 하는 행사를 하고 있어.”

—나가야? 어, 응. 응, 알았어.

—어릴 때 간 적 있대. 거기서 미아가 됐었다는데? 그 이후의 기억은 잘 나지 않나 봐. 정신을 차려보니 부모님 곁에 돌아가 있었고 크게 혼났대.

“젠장, 그 부모는 어째 잘 한 게 하나도 없어?”

—지금 화낼 때야?

“미아 찾기를 해야겠군. 방송할 수도 없고 여기서. 아, 젠장.”

—젠장은 그만하고. 기억나는 게 있으면 다시 연락할게. 그쪽도 뭔가 발견하면 다시 연락해줘.

“알았어.”

무작정 공원을 돌기 시작했다. 와타리의 어린 시절 모습은 사진을 몇 장 본 적이 있어서 알고 있었다.

“좋아, 길 잃은 아이를 발견한 거고. 부모를 찾아주는 거야. 그 정도면 역사에 문제는 없겠지.”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확실히 미아가 되기 제격인 상황이었다.

“일단 역수자는 나타나기 어렵겠군. 여기서 나타난다면 역사에 길이 남았을 테니 말이야.”

라는 생각에 이르렀다가도 그걸 자신(과 지원인력)이 해결했다고 치면 고생은 배가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들었다.

시간여행이란 이렇게 복잡한 행위였다.

“휴, 이 많은 사람 중에 와타리를 어떻게 찾아.”

한참을 돌아다니다 지쳐 벤치에 앉아 쉬던 쵸우기는 단말기를 살폈다. 시간은 어느새 14시 45분이 되어있었다.

“세 시간쯤 돌아다닌 건가. 어디 있는 걸까, 내 미래의 주인은.”

“에고고….”

노인 한 명이 옆에 앉았다. 쵸우기는 슬슬 가볼까 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 했다.

“어딜 가시렵니까.”

노인이 말을 걸어왔다.

“아하하, 일행이 있어서요.”

“존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신께서 왜 이런 곳에 계시는지는 모르겠지마는.”

젠장, 안 좋은 거물이 걸렸다. 이런 경우에 시간 잡아먹히기 딱 맞았다.

“사람 찾고 계시나 보죠?”

“…….”

“인간의 육신에 제한이 많으시겠죠. 제가 도와드릴까요?”

“괜찮습니다.”

단호하게 말하고 돌아섰다.

“유독 그림자가 진 풀숲이 있을 겁니다! 거길 찾아보세요!”

이 여름에 공원에 널린 게 풀숲인데 무슨 소리야, 중얼거리며 멀리 달려갔다.

“신력을 쓸려야 쓸 수 있어야 말이지. 잘못하다가 역사에 영향을 끼치면 어쩌려고.”

그래도 저런 말을 들은 직후라 그런지 유독 사람이 가지 않는 풀숲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하긴 와타리 성격이라면 저런 데에 숨어서 훌쩍이고 있겠지.”

아무래도 그렇다. 혼마루에서도 울보로 유명한 사니와에 음기가 가득한 그늘진 곳이라니 퍽이나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이거 정말 그런 데에 있을 거 같은데?”

그런 장소에 역수자 단도 정도가 나타난다면… 큰 반향 없이 사니와를 없애는 일쯤이야 쉬워 보였다.

“빨리 찾아야겠어.”

만나면 다그쳐야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러다 더 울면 어쩌나 해서 평소처럼 달래기나 하기로 했다.

“어디에 숨어있는 걸까나…. 아니, 애초에 지금 미아가 되긴 한걸까나…. 미아 찾는 방송에 와타나베 렌카라는 이름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는데.”

그 부모라면 제대로 찾지 않았을 법도 하다만.

한숨을 쉬며 공원을 두 바퀴 정도 돌았더니 유독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한창 행사가 벌어지고 있는 광장 너머의 풀숲이었다. 그 근처에는 이상하리치만큼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저긴가!”

달려가며 이리노에게 연락을 취했다.

“와타리가 있을법한 장소를 찾았어. 공원 광장 뒤쪽의 수풀이야. 왜인지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역수자가 나타나기 딱 좋아 보여. 일단 그쪽으로 가고 있는데 한참이 지나도 연락이 안 되면 그쪽으로 지원 보내줘.”

—오케이. 와타리한테도 계속 뭐 떠오르는 게 없냐고 물어볼게.

“그래 주면 고맙고.”

아니나 다를까 풀숲 너머엔 어린 소년이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었다.

“훌쩍….”

누가 봐도 와타리였다.

“여기서 뭘 하는 걸까나?”

“어, 어… 누, 누구세요?”

“그냥 지나가던 사람?”

쵸우기는 최대한 무해해 보이게 웃어 보이며 옆에 앉았다.

“길 잃었어? 부모님은?”

“같이, 훌쩍, 왔는데 어디 갔는지, 훌쩍, 몰라요. 정신 차려보니까, 훌쩍, 여기 있었어요.”

‘미약하게나마 영력이 있는 걸 보면 뭔가에 홀렸던 걸까.’

“그렇다고 계속 울고만 있으면 안 되지.”

아직 힘을 제어하지 못해서인지 영력이 제멋대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대로 있다간 역수자가 아니라 엉뚱한 게 꼬이게 된다.’

“형이랑 같이 미아보호소에라도 갈까? 그러면 부모님을 찾을 수 있을지 몰라.”

“정말요?”

“그래.”

쵸우기는 어린 와타리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꿇고 앉아 손을 뻗었다.

“울음은 그치고 갈까?”

“훌쩍…. 네.”

“뚝, 해야지.”

“네….”

어린 와타리와 쵸우기의 손이 닿자 정전기가 일었다.

“아얏!”

“앗. 괜찮니?”

“네.”

다시 손을 잡았을 때는 괜찮았다. 쵸우기는 어린 와타리의 손을 잡고 광장으로 나왔다. 시계탑을 보니 세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착장, 어디서 많이 봤다고 했더니. 와타리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가족사진에서 입고 있던 옷이잖아?’

오늘 찍은 사진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형은 같이 온 사람 없어요?”

어린 와타리가 눈물을 닦으며 물었다.

“같이 올 사람이라… 딱히 없었네.”

“그래요? 어라?”

엄마다! 와타리가 외쳤다. 저 멀리서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남녀가 보였다. 가족사진의 그 사람들이었다.

“쳇, 망할 부부. 미아 찾기 방송이나 하지.”

“네?”

“아냐, 아냐. 어서 부모님한테 가. 앞으론 조심하고, 렌.”

“네!”

어린 와타리가 뛰어가다가 이상한듯 뒤를 돌아 물었다.

“근데 제 이름 어떻게 알았….”

“렌! 여기서 뭐 하니!”

“엄마!”

쵸우기는 조용히 인파 속에 숨어서 와타리의 가족을 바라보았다.

—쵸우기? 쵸우기?? 들려?

“응.”

—역수자는?

“없었어.”

—뭐야 꽝이야?

“와타리는 찾았는데, 아직 어려서 영능력 통제가 안 돼서 뭔가에 홀려 미아가 됐었나 봐. 부모한테 데려다줬어.”

—부모 만났다고?

“아니, 만나진 않았고. 운 좋게 발견해서 돌려보냈지.”

—거 듣던 중 다행이네. 혹시 모르니까 계속 지켜봐 줘.

“미행이라 이건가.”

—어쩔 수 없잖아? 그쪽 시간으론 몇 시야?

“3시 12분.”

—역수자가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까.

“알았어, 알았어. 하면 될 거 아니야.”

쵸우기는 몸을 풀 듯 기지개를 켰다. 아까의 벤치를 보니 그 노인은 계속 앉아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래도 도움받았으니 인사라도 할까나.”

노인에게 다가가니 웃으며 반겨주었다.

“찾았지요?”

“그래, 고마워. 덕분에 일이 쉽게 풀렸어.”

“이런 작은 능력 있는 노인네한테는 신께 도움 되는 그것만큼 기쁜 일은 없습니다.”

“내가 신인 건 어떻게 알았지? 나름 숨긴다고 했는데.”

노인은 역으로 놀란 듯 쵸우기를 보았다.

“보면 알지요. 뿜어져 나오는 기력 자체가 다르니까요. 당신은 츠쿠모가미라 하여도 단순한 신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것까지 아는 건가.’

“한 인간의 사랑을 많이 받은 게 보여요.”

“그렇다면 그렇게 보이는 거겠지. 나는 이어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 고마웠어.”

다행히도 와타리의 가족은 공원을 빠져나가기 직전이라 놓치지 않았다.

그대로 집까지 쫓았으나 역수자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대체 뭐가 문제였던 거지? 정부 측에서 잘못알았던건가?”

집안에 불이 켜진 것까지 확인하고 슬슬 돌아갈까 생각하던 차에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쵸우기는 조용히 마당으로 들어갔다.

“센!”

“으아앙!”

쵸우기는 급하게 본체를 꺼내 들었다.

“역수자인가?”

유리창으로 보인 실루엣에는 역수자가 아닌 집안 물건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뭐? 아직 염력을 쓰지 못할 터인데?”

“엄마아!”

“이게 다 뭐람!”

집안에서는 큰 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거 참, 끼어들 수도 없고…. 진정되길 기다려야 하나….”

—쵸우기, 슬슬 돌아와도 되지 않아?

“잠시만 기다려봐. 좀 더 상황 지켜보고.”

—음, 그렇다면야….

쵸우기는 생각에 잠겼다. 부모에게 들키지 않고 와타리를 진정시킬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아, 억제해둔 신격을 높이면 안 보일 테니…. 아까 상태를 보면 렌에게는 보이겠지.”

주위에 있던 잡귀들이 놀라 흩어졌다.

“이 정도면 되겠지. 렌에게 보이면 좋으련만.”

슬쩍 문을 열고 한창 난리 중인 집 안으로 들어갔다. 어린 와타리는 계속 울고 있었고 영력은 통제가 되지 않는 데다 초능력도 이제 막 발현되어 물건들이 이리저리 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렌, 렌.”

쵸우기가 쪼그리고 앉아 조용히 어린 와타리를 불렀다.

“훌쩍.”

부모는 정신이 없는지 울음을 멈췄는지도 모른 채 허공에 떠다니는 물건을 붙잡느라 급급했다.

“쉿. 그만 울자. 뚝. 알았지? 울면 물건들이 더 말을 안 들을 거야.”

“진짜?”

“응. 형도 렌이랑 똑같은 힘을 가진 사람을 알아. 그 사람도 열심히 노력해서 물건들이 자기 말을 듣게 했어. 너도 할 수 있을 거야.”

“응….”

울음을 그치고 쵸우기에게 집중했다.

“숨을 들이켰다 한번 내뱉고, 진정해보자. 그리고 속으로 물건들한테 조용히 말하자. ‘얌전히 있어!’라고.”

“얌전히 있어?”

“그래.”

어린 와타리는 쵸우기가 시킨 대로 따라 했다. 눈을 질끈 감고 속으로 외쳤다. 얌전히 있어 달라고.

그제야 멋대로 날아다니던 물건들이 제자리에 멈춰 공중에 떠 있기만 했다.

“이제 바닥에 내려놓자. 할 수 있어. ‘자기 자리로 돌아가자.’라고 해보자.”

다시 눈을 질끈 감고 속으로 외쳤다. 물건들은 제자리로 돌아가기는커녕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일단은 능력을 제어할 수 있음을 깨달은 어린 와타리는 해맑게 웃었다. 쵸우기도 웃으며 바라보았다.

“형이 온건 비밀이야. 쉿.”

쵸우기는 검지를 입에 대곤 다시 뒤돌아 집에서 나왔다.

“이거 참, 어찌 된 영문인지 이제야 알겠네. 젠장. 내가 이런 일에 말려들다니.”

—뭔데 또 젠장거려?

“돌아갈게.”

—볼일 끝났어? 역수자는?

“그런 거 없었어. 돌아가서 설명하게.”

쵸우기는 눈앞에 나타난 게이트를 타고 다시 혼마루로 향했다.

“자아, 어떻게 된 건지 들어볼까?”

이리노가 팔짱을 끼고 쵸우기를 바라보았다.

“이봐, 일 시킨 건 그쪽인데 왜 내가 죄인인 것처럼 취급하는 걸까나?”

“뭐, 역수자도 없었댔고 설명해준다며.”

“너는 진짜 정부에 있을 적부터 짜증 난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건데.”

쵸우기가 와타리쪽을 봤다.

“그전에 정말 기억 안 나는 게 맞지?”

“응? 으응…. 기억 안 나면 안 되는 거야?”

“안 나는 게 정상이지 않을까 해서.”

쵸우기는 긴 설명의 운을 뗐다.

“타임 패러독스야.”

“뭐? 그런 단순한 거였어?”

“사니와가 관련돼있는데 단순하다니…. 잘못하면 시간이 묶여버린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이상이 있어서 내가 과거로 갔어. 그곳에서 어린 와타리, 렌을 만났고. 나는 초능력을 사용하는 데에 익숙한 와타리와 접촉을 많이 했으니까 내가 바로 초능력 발현의 매개체였던 셈이지.”

“말이 되네.”

이리노가 보고서용인지 메모를 끄적이고 있었다.

“렌과 닿자마자 정전기가 일었는데, 정전기가 아니라 패러독스와 관련된 무언가였던 거 같아. 그리고 저녁에 렌의 초능력이 발현되고, 진정이 안 돼서 내가 달래러 집에 들어갔어.”

“머, 뭐, 뭐?”

“본가, 설마 들키진 않았겠지?”

“당연하지 렌에게만 보이게 했으니까. 문제는 이거야. 렌의 초능력 발현과 영능력이 강해진 시기가 같고 그 시기에 내가 관련되어있다는 거지.”

다들 앓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내가 그곳에 있던 원인은? 정부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파견을 보내서지.”

“그래서. 정부 탓이다?”

“그런 셈.”

이리노가 또 앓는 소리를 하며 책상에 엎어졌다.

“쵸우기, 나도 보고서 쓸건데 너도 보고서 써서 내줘라. 현장에 있었던 건 너니까….”

“어쩔 수 없지.”

이리노는 그간 메모했던 종이를 바리바리 싸 들고 정부로 돌아갔다.

“미안해….”

와타리가 쵸우기의 옷가지를 붙잡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네가 사과할 건 아니지 않을까나. 이번 일은 정부에서 제대로 확인을 안 한 탓….”

“어린 나 때문에 온종일 고생하고 다녔잖아….”

“그것도 사과할 건 아니지. 어린이는 그럴 수도 있는 법이니까. 또, 또 운다. 그만 뚝.”

“훌쩍.”

“뚝,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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